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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133화 (133/335)

#133화

스펙터클한 첩보물을 찍고 있는 다현 일행과 달리 경호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저녁을 먹고 정리를 마친 후 멍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아들. 그런데 흰둥이가 너무 안 보이는데?”

가끔 테일러를 보러 가고 했기에 사라지기도 했던 흰둥이였다.

그때마다 경호가 혼자 산책 갔다고 둘러댔었기에 지숙은 또 어디로 산책 갔구나 했다가 이틀째 보이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 맞다!’

경호가 순간 멈춰 있던 두뇌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아. 그게 다현이가 데리고 갔어. 그 새끼 여우랑 엄청 친하게 잘 지낸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본에 혼자 두기 그렇다고 친구라도 같이 가면 좋다고 하길래.”

경호가 속으로 ‘훗, 나의 두뇌도 아직 녹슬지 않았군.’을 외치며 뿌듯해했다.

“아니 다현이는 그 여우를 여기 두고 가면 되지 뭐하러 일본까지 데리고 갔다니. 하여간 그 애도 참.”

“그러게요. 그냥 여기 두고 가면 우리가 어련히 잘 봐줄 텐데. 아! 엄마. 나 산책 좀 하고 올게.”

그러다 문득 까먹고 있던 일이 떠오른 경호가 때아닌 산책 타령을 했다.

“산책? 흰둥이도 없는데 산책하려고?”

“그게 흰둥이랑 하던 산책이 습관이 돼서 이제 안 하면 이상하게 좀이 쑤시고 그러네.”

이제 거짓말을 안 하면 이상하게 좀이 쑤시는 지경에 다다른 경호였다.

“우리 아들이 이제 혼자 산책도 하려고 하고. 밝은 곳으로만 조심히 갔다 와.”

“그럼. 한 바퀴 돌다 올게.”

그렇게 경호는 곧장 행운공원으로 향했다.

가장 신난 것은 역시나 골병이였다.

삐익! 삐익!

-아빠! 아빠다!

특히나 골병이는 경호를 부모로 생각하기에 더욱 그랬다.

“미안. 아빠가 자주 못 왔지? 우리 골병이. 이제 말이 제법 자연스럽네.”

이제 말투가 좀 더 똘똘해진 것이 세계수가 서리거인의 정령석을 먹고 성장한 덕을 본 것 같았다.

골병이가 경호의 어깨에 올라와 부리로 경호의 머리카락을 쪼며 좋아했다.

경호는 그런 골병이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다 강한 기운을 흘리는 세계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호오. 사흘 만에 이렇게 성장했어?”

외형적인 성장은 아니었다.

아니, 외형적인 성장은 시선을 끌 수 있기에 일부러 억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 기운을 뿜어내는 세계수는 정령계에선 훨씬 컸으니까.

어쨌든 세계수가 성장하며 행운공원 안의 생태계 자체가 변화했다.

마력은 물론이고 신력과 정령력의 농도가 몰라보게 진해진 상태였다.

찌릉. 키링. 코르릉. 뾰웅.

그에 따라 세계수의 풍성한 잎사귀 사이로 각양각색의 정령들이 숨바꼭질하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네.”

경호의 등장에 운애와 땅개도 모습을 드러냈다.

-경호 왔어?

운애는 인간의 모습일 때도 물론 예뻤지만, 반투명한 하늘빛의 모습도 신비스러운 매력이 있었다.

이렇게 넋 놓고 쳐다보느라 대답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말이다.

-경호?!

운애가 코앞까지 다가와 그런 경호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앗!”

경호가 시원한 운애의 손바닥을 느끼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어휴. 정신줄 꽉 잡아야지.’

경호가 멋쩍게 웃으며 되물었다.

“어. 운애야. 뭐라고 했어?”

-아니. 그냥 인사했는데.

“아. 그래.”

-주인님! 세계수의 힘이 강해지며 더 많은 지력이 필요해서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오. 우리 땅개. 잘했구나. 잘했어.”

경호가 땅개의 등껍질을 쓱쓱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장수풍뎅이와 비슷한 모습의 땅개가 커다란 뿔로 땅을 쓱쓱 긁어대며 좋아했다.

-아닙니다. 주인님. 저는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잘했다. 잘했어.”

잘 대해 준 것도 딱히 없는데 언제나 충직한 땅개의 언행에 이제 미안한 감정까지 드는 경호였다.

-그런데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운애의 물음에 경호가 아공간을 열어 붉게 빛나는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돌덩이를 꺼냈다.

물론 빛이 나고 마력 파동도 느껴지는 것이 단순한 돌덩이는 절대로 아니었다.

-엇? 그거 설마 ‘드래곤 하트’야?

상급 정령의 능력을 점차 찾아가며 점점 똑똑해지고 있는 운애가 정답을 맞혔다.

정확히는 정답에 가까운 답이었다.

“정확히는 드레이크 랩터의 심장이야.”

아룡족(亞龍族).

그중에서도 상위 아룡족인 드레이크는 드래곤 하트가 품고 있는 힘도 강했다.

아티팩트의 재료로 쓰면 못해도 영웅급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었고 에너지원으로 쓴다면 국가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엄청난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경호는 드레이크 랩터의 다리 살을 손질하면 같이 슬쩍해 온 것이었다.

물론 경호는 이것으로 아티팩트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에너지 생성을 위해 쓸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드레이크 랩터?

드레이크 랩터를 본 적 없는 운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경호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

“공룡 알지?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하게 생겨서 크기로 2배쯤 키운 마수야. 아룡족이지.”

-아. 아룡족. 아룡족의 심장을 어디에 쓰려고?

경호가 아까부터 잎사귀를 파르르 떨며 좋아하고 있는 세계수를 보며 말했다.

“이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비료가 바로 이거거든.”

안 그래도 큰 운애의 눈이 더 동그랗게 변했다.

-겨, 경호! 드래곤 하트를 비료로 쓴다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땅개도 펄쩍 뛰었다.

-주, 주인님! 및…. 아니 비료라뇨!

“왜? 아깝냐?”

아깝냐니!

무려 드래곤 하트였다.

아무리 천룡이나 마룡 같은 진룡족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지 어느 누가 드래곤 하트를 비료로 쓴단 말인가!

-당연하지!

-아깝죠!

경호의 물음에 운애와 땅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에 경호가 피식하며 말했다.

“이걸로 뭘 하든 ‘세계수의 비료’보다 가성비 좋게 쓸 방법이 없다고. 있으면 내가 그렇게 했지.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이런 거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가능할 때 세계수를 키워 놔야 한다고.”

‘정령계’라면 경호도 세계수의 성장에 대해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지 몰랐다.

하지만 지구는 신력도, 마력도, 정령력도 바닥이었다.

그런 주제에 마기는 또 정령계보다 훨씬 농도가 짙었다.

한 마디로 신수도, 정령도, 각성자도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

그렇기에 더더욱 2페이즈 때 세계수에 비료를 많이 먹여 놔야 했다.

-침략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그런 것들을 얻기 쉬워지는 거 아니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운애의 질문은 당연하게 들렸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순수한 마력을 품고 있는 저런 물건은 앞으로 페이즈가 높아질수록 얻기 어려워지거든.”

3페이즈에는 악마군단이 쏟아져 나오고 4페이즈는 마왕과 그의 측근들이 넘어오게 된다.

악마놈들에게도 마수의 마석이나 거인족의 정령석, 용족의 드래곤 하트 같은 ‘혈석’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혈석은 100%에 가까운 아주 순도 높은 마기만 담겨 있었다.

마수의 마석도 마기가 담겨 있었지만 10%도 되지 않았고 거인족의 정령석이나 용족의 드래곤 하트는 마기가 거의 없었다.

한 마디로 나중에 구할 수 있는 혈석은 세계수에게 있어 비료가 아니라 독약이 될 수도 있었다.

경호의 설명에 운애와 땅개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유기농 비료를 한번 줘 볼까?”

경호가 드레이크 랩터의 심장을 요란스럽게 부르르 떨어 대는 세계수의 뿌리 부분에 살며시 내려놨다.

뿌드드드득. 뿌드드드득.

세계수의 뿌리가 랩터의 심장을 감싸더니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자아. 맛있게 먹어라.”

경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계수의 전체에서 뻔쩍이며 빛이 뿜어 나왔다.

그러고는 마치 던전 게이트처럼 ‘우우웅!’거리며 마력 파장을 뿌리기 시작하더니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무지갯빛이 번쩍이며 세계수를 감쌌다.

경호는 세계수가 드레이크의 심장을 흡수하며 내뿜는 강력한 기운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

대격변 이후 세계가 변했다.

세계화! 군사연합! 경제동맹!

이러한 기조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한데.”

비스트가 노트북으로 제국신도교의 문서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뭔데? 뭐가 심해?”

다현이 그런 비스트를 보며 물었다.

“으음. 그러니까 이것들 다시 절대왕정 시대로 돌아가려는 것 같은데?”

일본에 천황이 있지만, 외교와 그 밖에 특수한 업무에만 권한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신도교’는 지금의 체제를 넘어 입법, 사법, 행정, 종교까지 아우르는 절대왕정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었다.

“절대왕정 시대? 그게 뭔데?”

다현은 자신의 무력에 비하면 훨씬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중세시대 말기에 ‘왕이 신의 대리자’인 그런 시대야. 물론 이놈들은 신의 대리자가 아니라 왕이 곧 신인 듯싶지만.”

“그게 문서에 나온 내용이야?”

“헌터본부대 스다 마사키. 자유개혁당 쿠보타 마사타카. 명일산업 마카사노미야 노부히토. 이들이 제국신도교의 3장로야.”

“비스트 헌터님. 그 3명에게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겁니까?”

비스트는 첩보 관련 업무를 하기에 나라별 정세에 대해서도 박식했다.

특히나 중국, 일본은 대한민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당연히 자세히 알고 있었다.

“제국신도교에 ‘고미히토’가 관여된 것 같다.”

“고미히토가 직접 관여한 것 같다고요?”

성원이 놀라며 되묻자 다현이 그게 누군데 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미히토? 유명한 사람이야?”

“꽤 유명하지. 일본의 천황이니까.”

“비스트. 진짜 천황이 연루돼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장로들의 면면을 살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거야.”

천황의 이름도 모르는 다현이 제국신도교의 3장로의 직책이나 면모를 알 리 없었다.

“스다 마사키는 알지만, 나머지 2명은 누군데.”

제1여당인 자유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민주당이 당연히 가장 힘 있는 정당이었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최근 가장 유명한 정당이 어디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자유개혁당을 꼽았다.

그 자유개혁당의 총재가 바로 쿠보타 마사타카였다.

그리고 천황인 고미히토의 막냇동생인 마카사노미야 노부히토는 유명한 기업인으로 명일산업이라는 대기업의 총수였다.

군부과 정계, 재계의 거물 3명이 제국신도교의 장로직을 맡고 있었다.

“그럼. 제국신도교의 교주는 누군데?”

비스트가 문서를 뒤지다가 ‘빙고!’를 외쳤다.

“여기 봐 봐.”

교주의 결재 서명이 적힌 서류가 화면에 떠 있었다.

화면에 적힌 서명을 보고 성원이 중얼거리며 읽다 놀라 소리쳤다.

“고.미.히.이.토. 고미히토? 엇! 천황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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