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용사의 골목식당-122화 (122/335)

#122화

배달의 민족인 대한민국 부동의 배달 음식 순위 1위의 음식은?

그냥 먹어도. 콜라랑 먹어도. 쌀밥이랑 먹어도. 맥주랑 먹어도. 소주랑 먹어도. 소맥이랑 먹어도 맛있는. 샐러드랑 먹어도 맛있는 위대한 존재.

바로 치킨, ‘치느님’이었다.

‘아. 닭은 무조건 튀김이 최곤데!’

이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진리였다.

활활 피어오르는 모닥불 앞에 나뭇가지가 꽂혀 있었다.

타닥! 탁! 타닥!

그리고 그 나뭇가지 끝에는 큼지막한 고깃덩이가 꽂혀 기름이 뚝뚝 흐르며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튀김가루나 식용유가 없어 치킨은 무리지만 이렇게 직화구이만 해도 너무 맛있어 보였다.

꿀꺽.

침을 삼키고 있는 나에게 미르가 다가오며 물었다.

-경호. 설마 그거 ‘드레이크 랩터’는 아니지?

Why not? 어차피 ‘좋은 식재료’일 뿐이라고!

“맞는데. 이거 완전히 닭이랑….”

아. 여기엔 닭이 없지.

“아니, 이거 칼날타조보다 맛있다고.”

칼날타조의 고기로 요리를 해준 적이 있기에 미르의 눈빛이 번쩍 뜨였다.

-드레이크 랩터가 정말 그렇게 맛있다고?

미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 익은 다리 살을 적당히 찢어 건넸다.

멸망종 아룡족 마수인 드레이크 랩터는 육식 공룡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흉포하고 징그럽게 생겼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앙증맞은 앞다리와 달리 드레이크 랩터의 앞다리는 뒷다리만큼 발달되어 있어 네 발로 날듯이 뛰어다니는 진짜 괴물이었다.

그런 외형을 보고 맛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라는 지론을 가진 나였기에 랩터의 다리 살을 발라내 구워 먹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미쳤다! 미쳤어! 육즙, 풍미, 식감 모두 닭보다 10배, 아니 100배 더 맛있어!’

그 뒤로 드레이크 랩터만 보면 족족 잡아서 다리 살을 구워 먹었다.

지금처럼.

쩝쩝쩝.

-허. 이거 정말 칼날타조보다 더 쫀득하면서 부드럽고 육즙은 삼족우보다 더 많은데.

황금꿀 정도만 먹던 미르가 어느새 미식가가 되어 있었다.

“맛있지? 아. 여기가 지구였으면 치킨으로 만들어 먹었으면 훨씬 맛있을 텐데.”

-치킨?

“음식인데 신격화된 그런 존재라고 할까? 그런 게 있어.”

치느님!

미르와 이야기한다고 떠올렸더니 치맥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

“어서 오세요.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님들.”

각성자관리원의 회의실로 성원과 다현이 들어가자 항상 굳은 표정 일색인 최현성 국장이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았다.

강한 헌터가 곧 국가 경쟁력이었고 멸망종 마수 출몰에 국가가 휘청이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세계 최초 미확인 던전 공략’은 전 국민을 국뽕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국장님. 표정이 좋아 보십니다.”

정부는 최근 소문만 무성하던 ‘신화학원’에 대한 규제를 풀어 주며 훌륭한 재능을 가진 헌터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선언했다.

그 일로 바닥을 향해 수직 하강하여 30% 수준이던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하여 60%에 육박하고 있었다.

심지어 야당 쪽에서는 신화길드의 사업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면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입법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화길드’라는 패를 쥔 최현성 국장의 입이 귀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 정말 무슨 생각으로 영상을 공개한 건가! 그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고 한 건가?”

그런 그가 갑자기 성원에게 너튜브에 공략 영상을 올린 일을 나무라듯 말했다.

“네엣?”

“하하하. 놀랬나? 사실 예전 같으면 저렇게 말했을 거네. 하지만….”

전 세계에서 헌터본부로 감사 인사를 전해 오고 있었다.

사실 본부에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지만 다들 ‘본부’에서 신화길드와 협의하여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외교적 성과가 어마어마했다.

대통령이 직접 감사장을 보내왔을 정도였다.

“자네.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정말 존경스럽네. 돈으로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큰 가치를 가진 것을 그렇게 풀어 버리다니. 자네 정말 배포가 태평양이구만.”

능구렁이가 수백은 뱃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최현성 국장이었지만 이 말은 진심이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돈이야 다른 방법으로 벌면 되지만 인류가 마계에 침략당하는 것은 다른 방법으로 막을 수가 없잖습니까.”

어차피 저지른 일.

성원은 최대한 멋지게 포장해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다면 인류와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대한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기다 기대감까지 심어 주면 금상첨화였다.

성원의 옆에 서 있던 다현이 제법 노련한 모습에 입꼬리를 올리며 쳐다봤다.

첫 만남에서 느낀 어리숙하고 혈기만 넘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화길드를 이끄는 리더에 제법 어울리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래. 그래만 주면 고맙지. 이번 일도 정부를 대표해서 감사를 표하네. 그럼. 우선 앉지. 다현 양도 앉으시죠.”

자리에 앉자 현성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소장에게 들었네. 이계인 보호구역의 드워프와 워울프 중 재능 있는 이들을 신화학원에서 교육해 보고 싶다고 했다지?”

신화학원도 큰 건이었지만 직접 보고 느껴 보니 이게 더 큰 사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성원이었다.

특히나 솔딘이 정수에게 선물한 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협상은 무조건 따내야 했다.

“사실 의견을 물어본 수준이긴 합니다. 관리소장님이 관심 있어 하더라고요. 매출도 떨어지고 이들의 능력이 정말로 발전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그저 묘기나 부리고 주방 도구를 만드는 것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요.”

언제나 협상이나 연애, 장사는 더 마음이 있는 쪽이 더 불리하기 마련이었다.

너무 가지고 싶지만, 별거 아니라는 듯한 투로 성원이 이야기하자 오히려 달아오른 것은 현성이었다.

“이 소장에게 들어보니 자네가 현 매출의 150% 이상을 주기로 했다고 하면서 사업적으로 따져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더군. 맞나?”

어? 150%? 1.5배?

분명 매출의 2배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던 성원이었다.

‘이러고 나중에 자신이 협상해서 2배로 올렸다고 하려고 하는 건가? 아니면 중간에 조금이라도 해 먹으려고?’

어느 쪽이든 좋은 방향은 아니었다.

“뭐.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라서요. 국장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신화학원을 세우고자 하는 것은 돈을 벌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돈을 벌려고 하면 이번 미확인 던전보다 그냥 A급 던전을 빠르고 안전하게 공략하는 게 훨씬 편했을 겁니다. 신화학원도 사실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수익성이 높을 수 없는 사업, 아니 애초에 돈을 벌 수 없는 사업이 바로 신화학원이었다.

그렇기에 정부에서도 헌터 교육 기관을 운영하기 꺼리는 것이었다.

“알고 있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도 신화학원을 지지했던 거고. 이번 이계인 교육 관련해서도 이 소장의 말을 듣고 다방면으로 타당성 조사를 해봤지만, 그들이 과연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수익을 낼 만큼의 수준까지 능력 향상이 될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더군.”

이계인은 처음부터 ‘인권’과 관련되어 어쩔 수 없이 보호해 준 부분이 컸다.

크게 돈은 안 되면서 그렇다고 사회에 막 풀어 놓을 수도 없고 여러모로 ‘계륵’ 같은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신화길드에서 수익도 보장해 주고 교육하며 관리해 준다고 하니 양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현실은 신화학원에서 이계인을 교육할 게 아니라 이계인들이 신화학원에서 아이템 장인들을 가르쳐야 할 수준이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는 경호와 다현, 성원. 그리고 정수 정도밖에 없었다.

“아버님은 언제나 제게 ‘대한민국이 내게 해준 것이 너무 많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건용 회장이 들으면 ‘내가 언제 그랬어!’라며 콧방귀를 뀔 이야기였지만 성원의 표정은 진지했다.

“아버지가 대한민국에 받은 빚을 제가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계인 보호구역 매출의 2배까지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물가 상승분만큼 매년 추가해서 말이죠. 대신 앞으로 드워프가 성장해서 만들어 내는 상품이나 워울프의 전력(戰力)은 저희 길드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돈은 현실이었고 드워프의 아이템이나 워울프의 전력화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였기에 혹시나 이계인 교육을 무를까 걱정하던 현성은 환하게 웃었다.

“알겠네. 알았어. 자네가 무슨 뜻으로 이 일을 진행하는지 잘 알았네. 정말 자네의 그 큰 뜻을 내 윗선에 잘 전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국장님. 아. 극지던전에서 나온 서리거인의 완드는 정부에 판매토록 하겠습니다. 분명 국립 마도공학 연구소에 크게 쓰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엇! 그 커다란 완드 말인가? 그걸 정말 정부에 팔겠다고?”

현성은 속으로 ‘대박!’을 외쳤다.

신화바이오나 신화마도공학연구소는 주력하는 분야가 달라서 완드는 딱히 필요 없었다.

어차피 팔아야 할 물건 이렇게 정부에 빚을 하나라도 더 지우는 것이 좋았다.

“그럼. 이계인 교육에 대한 부분이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날 때 서리거인 마법사의 완드에 대한 부분은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그래. 알겠네. 내가 그 부분도 잘 이야기하겠네.”

협상에 누구보다 노련한 현성이 싱글벙글할 정도로 좋은 조건이 넘치는 미팅이었다.

물론 사실 그 반대였지만.

***

대격변 이후 재도약에 성공한 일본은 당연히 마도공학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반나절.

영상에 나온 미확인 던전 안 환경은 영하 120도의 날씨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혹한의 환경이었다.

그러한 환경을 견뎌 낼 수 있는 아이템이 반나절 만에 만들어져 나왔다.

특수 발열 소재로 내의처럼 만든 물건으로 마석의 에너지를 가지고 추위를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열을 발산하는 물건이었다.

솔딘이 만든 장치처럼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아닌 발열을 하는 물건이었지만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건임은 확실했다.

료헤이와 라이진돌격대 소속 대원 4명은 모두 특수 발열 내의를 입고 다시 극지던전 앞에 섰다.

헌터본부대 사령관인 마사키 특장이 료헤이를 보며 말했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무조건 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필사의 각오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료헤이가 말을 마치며 마사키 특장을 보며 경례를 붙였다.

“그래. 살아 돌아오게.”

료헤이가 경례를 붙였던 손을 내리며 몸을 돌려 곧장 극지던전의 차원막을 통과해 들어갔다.

뒤를 이어 라이진 돌격대원들도 각오 어린 표정으로 차례차례 차원막을 통과했다.

파앗!

잠시 후 던전 게이트의 차원막이 사라졌다.

차원막이 사라진 던전 게이트 위쪽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마계어로 ‘초염(焦炎)’이라고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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