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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100화 (100/335)

#100화

“아들, 힘 좀 더 써봐. 떡갈비라는 게 잘 치대야 더 맛있는 거라니까.”

경호가 마음먹고 치대면 죽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힘을 조절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지숙은 아들의 등판을 팡팡 치며 힘 좀 쓰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지금 엄청 치대고 있다고.”

“오! 오빠. 팔뚝에 핏줄 선거 봐. 맨날 무릎 늘어난 추리닝만 입어서 글치. 은근 섹시하다니까.”

미호가 힘을 조절하며 치대느라 핏줄이 선 경호의 팔뚝을 보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섹시고 뭐고 경호는 아침부터 엄청난 양의 고기를 다지고 치대느라 진이 빠진 상태였다.

‘떡갈비 시식회 한번 할까요?’라고 툭 뱉은 미호의 말을 손이 큰 지숙이 철석같이 받아 일을 키웠다.

그렇게 해서 다현을 비롯해, 성원, 정수, 호돈까지 가게를 찾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화 길드 하우스에 있는 길드원과 직원들에게도 직접 배달까지 해주기로 했다.

100인분.

자그마치 100인분이었다.

개당 150g으로 잡아 근수만 25근이었다.

삼족우 갈빗살 25근.

큰 녀석으로 잡아서 다행이지 자칫 사냥하러 또 나갈 뻔했다.

경호는 그것을 직접 칼로 썰어 다지고 손으로 치대기까지 했다.

실제로 힘이 든 것은 아니지만 단순 노가다를 끊임없이 하다 보니 ‘이걸 왜 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자괴감과 함께 피로감이 몰려왔다.

믹싱볼에 적당히 치댄 다진 삼족우 갈빗살을 둥글게 뭉쳐냈다.

이게 마지막 분량이었다.

100개 가까이 만들다 보니 저울에 올리지 않아도 150g이 한번 잡혔다.

“우리 경호 잘하네!”

지숙이 경호의 손에서 빚어지는 떡갈비를 보며 말했다.

“엄마. 이러다 아주 떡갈비 명인 되겠어.”

턱!

한 손에 고기를 잡아.

탁탁탁!

손으로 돌려가며 모양을 잡아주면 두툼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떡갈비가 완성됐다.

그렇게 100개를 모두 만들었다.

“아이고. 끝났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숙이 접시를 건넸다.

“자아. 아들. 이거 들고 가봐.”

접시에는 노릇하게 구워진 떡갈비 4개가 놓여있었다.

“엄마. 해 뜨기 전부터 고생했는데. 내 껀 없는 거야? 아. 갑자기 삐뚤어지고 싶네.”

다현, 성원, 정수, 호돈이 홀에서 떡갈비를 기다리는 중이었기에 접시 위에 놓인 떡갈비 개수에 경호가 입을 삐쭉거렸다.

“아니 그건 호돈이 꺼야. 미호가 특별히 정성을 다해 구운 거.”

“오케이. 인정.”

호돈이야 먹는 게 수련이니 특별대우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 가지고 나가서 먹어.”

지숙이 떡갈비 4개가 담긴 또 다른 접시를 경호에게 내밀었다.

“오. 맛있겠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게 정말 맛있어 보였다.

***

“누님! 그거 여우 아닙니까?”

쫑긋한 귀에 커다란 두 눈이 너무나 귀여운 새끼 여우였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익숙한 반려동물이었지만 여우는 다소 생소했다.

바로 다현의 가슴에 안겨 고개만 빼꼼 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다들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귀여운 여우의 모습에 다들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맞아. 우연히 인연이 생겨서 키워보려고.”

다현의 말에 다현을 그나마 잘 아는 성원이 우려를 표했다.

“누님. 집사 노릇 해보신 적 있으세요?”

“집사? 부잣집에 일하는 사람 이야기하는 거야? 당연히 없지?”

다현의 참신한 대답에 정수와 호돈까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현의 표정은 진지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강아지나 고양이 키워보신 적 있냐고요?”

“아니 없는데.”

여우를 키우는 게 개나 고양이보다 사육이 어려운 게 당연했다.

성원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울피를 보며 물었다.

“그럼, 사료는요? 뭘 먹이고 계세요?”

“초코바 좋아하던데.”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다현의 모습에 성원이 입을 쩍 벌렸다.

사실 흰둥이처럼 엄청나게 약화 된 경우가 아니라면 음식 섭취가 필요 없는 신수였기에 초코바든 막대사탕이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울피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여우에게 초코바라니….

“….”

“헐.”

“사, 사부. 초코바요?”

다들 다현의 말에 어이없어하고 있을 때.

“자아. 떡갈비 나왔습니다.”

“오! 형님! 냄새 죽이는데요.”

초코바 덕에 넋을 놓고 있던 성원이 떡갈비를 보며 정신을 차렸다.

경호가 떡갈비를 보며 설명했다.

“최고급 한우 갈빗살을 내가 손수 기름기 제거하고 썰고 다져서 불고기 양념과 함께 치대 만든 수제 떡갈비야. 맛있게 드시고 최대한 솔직한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경호의 말에 다현이 가장 빠르게 젓가락을 들었다.

젓가락으로 슬쩍 힘을 주자 부드럽게 잘렸다.

그렇다고 부서지는 것이 아닌 적당한 탄력감이 있었다.

다현이 서둘러 떡갈비 한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폭발.

말 그대로 육즙이 폭발했다.

“엇.”

입안에서 육즙이 넘쳐 입가에 타고 흘렀다.

서둘러 티슈를 뽑아 닦아내긴 했지만 씹으면서도 계속 터져 나오는 육즙에 놀랐다.

삼족우 갈빗살이 가진 풍부한 육즙과 풍미가 고스란히 살아났다.

다현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다시 젓가락을 들자 감상평을 듣기 위해 보고 있던 다른 이들도 젓가락을 들었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웅!

경호의 손목에서 진동이 왔다.

삐삐삐삐삐삐삐삐!

다현의 전화기에서도.

띠리리띵띵! 띠리리리리!

우웅우웅우우웅.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소리에 서둘러 문자를 확인했다.

[균열 경보 문자]

[각성자관리원 던전관리국]

[서울 섹터 B-4-가 구역 인근 던전 발생]

[마력 파동 분석 불가.]

하지만 문자를 봐도 가장 중요한 던전의 등급이나 마수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경호가 서둘러 TV를 켰다.

-…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던전에 각성자관리원도 급히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TV 속에서 영상에 새로운 형태의 던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호는 그것을 보자마자 ‘극지던전’임을 알아봤다.

“저게 벌써 나왔…. 속보가 빠르네. 벌써 던전 모습이 나오네.”

경호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다행히 다들 TV에 정신이 팔려 경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경호 님. 저건 무슨 던전인데요?

수호신이라고 해서 겪어보지 않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극지던전.

-극지던전이요?

뭔가 이름부터 험난한 느낌을 줬다.

-S급 던전보다 공략하기 어렵나요?

1페이즈에서 상급 재난종 보스가 나오는 S급 던전이 최고 등급이었다.

-등급으로 따지면 비슷해. 하지만…. 극지던전은 마수와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거든.

-경호 님. 마수와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던전에서 마수와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흰둥이에게 경호가 대답했다.

-우선 2페이즈에서 던전은 다양한 역할을 하거든….

던전.

1페이즈에서 던전이 마석과 특수한 광물, 마수의 부산물을 구할 수 있는 노다지 광산이라면.

2페이즈는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

가장 주요한 역할은 마기 생성과 솎아내기.

마기 생성은 말 그대로 마기를 뿜어내 마족이 건너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고 솎아내기는 마족에게 방해가 될 인물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1페이즈에서 소 키우듯 먹잇감인 인간을 더욱 맛있게 만들었으니 이제 너무 강해진 ‘싸움소’ 같은 녀석들을 처리하는 과정이었다.

그중에서도 ‘극지던전’은 모르고 들어가면 십중팔구 당할 수밖에 없는 던전이었다.

-저 던전은 ‘한빙극지’와 환경을 비슷하게 만든 던전이야.

-한빙극지요? 그건 또 뭡니까?

지구에도 열대우림, 늪지대, 화산지대 같은 험지가 있듯 마계에도 그러한 곳이 존재했다.

4대 극지.

초염(焦炎), 한빙(寒氷), 풍혈(風穴), 수열(藪涅).

상급 마수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죽음의 대지였다.

-준비하지 않고 들어가면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거든.

경호가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TV를 보고 있던 다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보자. 직접 보면 뭐라도 느껴지겠지.”

경호가 그런 다현을 보다 울피에게 전음을 날렸다.

-울피야. 니가 잘난 척 좀 해야겠다.

-경호 님. 잘난 척이라뇨? 그게 무슨?

경호의 말에 흰둥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치 빠른 울피는 피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님. 맡겨만 주세요!

“형님. 죄송해요. 새벽부터 준비하셨는데. 떡갈비는 갔다 와서 먹을게요.”

“죄송은 무슨. 가서 보고 와. 분석 불가한 던전이라잖아.”

다현을 따라 성원, 정수, 호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님!”

주방에 있던 지숙과 미호가 밖으로 나왔다.

주방 안에서 떡갈비를 굽고 있었지만 대충 들어 알고 있었다.

“어. 그래. 다녀와. 조심하고.”

“가서 보고만 올건데요. 조심할 게 있나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서울 섹터 B-4-가 구역.

예전 명동 백화점이 있는 바로 그 부근이었다.

“누님. 저긴가 봐요.”

도로는 이미 사람들이 북적거려 차로 이동하기가 어려웠다.

도롯가에 차를 세운 성원이 경찰이 통제하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자.”

특종을 따기 위한 기자들과 인증샷을 찍기 위한 시민을 뚫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더는 가까이 다가가…. 다현 헌터님!”

“아. 네. 수고하십니다. 던전 파동을 가까이서 확인해 보고 싶어 왔습니다.”

“그것이 아직 본부에서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와 아무도….”

“그거 관리국장님이 내린 명령이잖아요. 오면서 이야기했으니 괜찮아요.”

다현이 환하게 웃으며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어쩔 줄 모르는 경찰을 보며 잽싸게 성원과 정수, 호돈도 다현을 따라 들어갔다.

크기는 지금까지 봤던 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버 게이트인 걸 보니 5인 던전인 거 같은데.”

다현이 던전 게이트를 면밀히 살폈다.

비슷한 외관이었지만, 뚜렷하게 다른 점이 존재했다.

“누님. 뭔가 글씨처럼 보이는 게 적혀있네요. 마치 상형문자 같긴 한데요.”

“흠. 그러네. 흘러나오는 기운은 S급 던전이랑 비슷한데 묘하게 느낌이 다르네.”

그때였다.

끼잉!

-누나. 이거 극지던전이야.

“어? 뭐?”

다현이 울피의 말에 놀라 반응했다.

“누님. 뭐요?”

그리고 그 반응에 성원이 답했다.

“아니야. 말이 잘못 나왔어.”

-극지던전은 마계 4대 극지의 환경을 가진 던전이에요. 조금만 더 느껴볼게요.

울피가 앞발을 던전을 향해 뻗으며 끼잉거렸다.

-느껴져요! 으으으으. 냉기. 아주 극한의 냉기가 느껴져요!

울피가 앞발을 부르르 떨며 힘겨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수 수준은 비슷하지만,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면 절대 공략할 수 없는 그런 위험한 곳이에요. 크윽. 더는 알아내기가 어렵네요.

울피가 숨을 헐떡이며 애처롭게 다현을 쳐다봤다.

“괜찮아?”

다현의 물음에 울피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나 초코바 하나만 주세요. 힘을 썼더니 단 게 땡기네요.

다현이 울피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보며 말했다.

“던전에 대해서 대충 알아냈어.”

“정말요? 아니 어떻게….”

신수가 던전의 기운을 읽고 알려줬다고 말할 순 없었다.

“가서 이야기하자. 던전 관리국에서 나오면 귀찮아지니까.”

다현의 말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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