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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83화 (83/335)

#083화

푸른색 젤리덩이.

정확히 표현하자면 초진화를 거듭하여 완성된 자아를 가진 새로운 차원의 마석이었다.

경호에 의해 영혼은 지워졌지만 생존 본능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렇게 경호의 심장에 얽혀있던 중에 엄청난 기운이 흘러들어왔다.

생존을 걱정하던 순간, 새로운 진화를 꿈꿀 수 있는 기운이 들어오자 자아가 없는 상태에서도 욕심을 부렸다.

단순하게 살아남고자 했던 것에서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진화의 완성.

바로 그것을 향해 푸른빛을 뿜어내던 블루캔디의 기운들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경호의 심장을 휘어 감고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경호의 심장 역시 정령력을 담아두고 마력을 원소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단전이기에 젤리덩이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젤리덩이도 그것을 알고 경호의 심장을 흡수해서 진화에 이용하려 했다.

물론 그것을 가만히 둘 경호가 아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마력, 신력, 정령력. 심지어 마기까지 뿜어져 나오며 심장 자체를 완전히 흡수하려 하던 그때 경호가 나섰다.

경호는 젤리덩이, 이제는 거의 심장과 하나가 된 그것에 흘러가던 기운을 모조리 끊었다.

마구 몸부림치며 기운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경호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기운의 흐름을 조절했다.

점점 날카롭던 통증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때 경호는 기운의 방향을 틀어 자신의 심장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관조를 통해 자신의 심장에 의지를 보냈다.

경호의 의지에 따라 심장은 젤리덩이가 옥죄고 있던 것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계속 기운을 흘려보내자 점점 주도권을 찾기 시작했다.

생존본능만 남은 젤리덩이는 마지막 발악을 했다.

기운을 변환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끌어올 수 있는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경호는 잘 따라오다 갑자기 심술을 부리는 것을 느끼고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젤리덩이가 변환시키고 있는 기운을 다 빨아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반대로 젤리덩이는 이제 자신이 심장의 한 부분으로 완전히 흡수된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기운을 마기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경호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운이라는 것을 알고 본능적으로 그렇게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경호가 젤리덩이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경호가 기운을 빨아낼 때 기운을 변화시켜 꽁꽁 감춰 숨겨놨던 마기를 풀어내 넘겼다.

휘우우우우우우웅.

푸른빛이 번쩍하더니 경호의 전신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기운을 제거하기 위해 빨아들인 것이 아닌 흡수하기 위해 빨아들인 경호였다.

물론 그 기운이 모두 마기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커억! 커어억!”

젤리덩이가 최후의 발악으로 만들어낸 순수한 마기를 단번에 흡수한 것이 패착이었다.

젤리덩이와 계속된 주도권 싸움으로 지쳐있었던 경호는 여기저기 날뛰며 마력회로를 통해 사납게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마기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납게 움직이던 마기가 마나코어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마나코어에 마기가 자리를 잡으면 잘못했다간 폭주하여 최악의 경우 마인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경호가 급하게 도움을 청했다.

“도와줘!”

휘우우우우우우웅.

엄청난 마기가 경호의 몸 안에서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전신이 검게 물자 흰둥이가 소리쳤다.

-경호 님!

“마기가 마나코어를 잠식하려 하고 있어!”

경호가 괴로워하며 힘겹게 말했다.

-아, 아빵!

골병이도 순조롭게 기운을 흡수하며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마기가 들끓는 경호의 모습에 소리를 질렀다.

-주인님! 주인님! 정신 차리세요!

-이거 뭐야! 웬 마기가 이렇게! 경호! 정신 차려!

그때 경호의 입이 아주 조금 벌어졌다.

“힘을. 마나코어에 마기가 자리를 잡아서 내 힘으로 제압하기가 어려워!”

-우선 내가 확인할게!

넷 중에 가장 약했지만 기감은 가장 뛰어난 흰둥이가 앞발을 들어 경호의 가슴에 올리고는 그의 내부를 살폈다.

-이, 이런!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원래도 거의 없었던 신력과 정령력은 물론 마력도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전신에 마기가 마구 꿈틀거리며 활개 치고 있는 상태였다.

가장 문제인 것은 마나코어까지 침범해서 그곳을 장악하려고 하는 상태라는 점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은 정말 위험했다.

‘어쩌지? 마기를 소멸시켜야 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도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우선 경호가 마나코어를 사용하지 못해서 자신의 내부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외부에서 힘을 모아 공격해 마기를 소멸시키더라도 그에 대한 충격을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호가 위험했다.

또 마기를 한 번에 공격할 수 있게 흩어져 있는 것을 모으는 것도 문제였다.

마력회로를 놀이터 삼아 뛰어놀고 있는 마기를 한군데로 모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고 그 위치도 중요했다.

-모든 마기를 심장으로 모아 동시에 공격해서 소멸시켜야 해. 방법은 그것뿐이야!

마나코어로 몰아서 공격했다가는 그 충격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경호! 버텨! 내가 도와줄 테니까. 알았지!

운애의 말에 경호가 힘겹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미끼가 될 테니까. 모두 준비해줘!

마기가 가장 좋아하는 기운은 같은 종류의 마기가 아니라 반대의 성질을 가진 신력이었다.

그것도 잡아먹기 쉬워 보이는 약한 기운일수록 더 좋아했다.

한마디로 ‘흰둥이’가 미끼로 가장 안성맞춤이었다.

흰둥이가 앞발을 통해 신력을 슬쩍 밀어 넣었다.

끼잉. 끼잉.

-이거 장난 아니네.

터져나갈 듯 불어나는 마기에 경호의 몸 안으로 신력을 불어넣는 것도 힘든 지경이었다.

우우웅.

겨우 작은 양이지만 신력이 가슴을 타고 심장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흉포한 마기들이 그런 흰둥이의 신력을 느끼고는 달려들기 시작했다.

맞서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닌 미끼 역할이었기에 달려드는 마기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심장 쪽으로 움직였다.

전격의 기운이 서린 신력이라 기운 자체가 빨라 다행히 마기에 잡히지 않고 시간을 끌 수 있었고 그에 약이 오른 마기들이 마나코어에서 빠져나와 심장으로 모두 모여들었다.

-자! 마나코어에서 마기가 모두 빠져나갔어!

흰둥이의 외침에 모두가 경호에게 자신의 힘을 전달했다.

-자아! 경호!

-파이티잉! 아빵!

-주인님! 조금만 더 힘내세요!

황금대붕의 강대한 기운과 운애의 차가운 기운, 땅개의 단단한 기운이 경호의 마나코어에 스며들었다.

경호는 즉시 마나코어를 다시 움직여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우우웅.

마나코어가 운애, 골병이, 땅개의 기운을 받아들여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기가 뒤늦게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경호의 마력은 심장에 모인 마기를 압도할 정도로 강력했다.

“고맙다!”

경호가 나지막하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마나코어 모인 마력을 심장으로 쏘아 보냈다.

그리고 흰둥이의 신력을 집어삼키기 위해 달라붙어 있던 마기와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

“우리 아들 죽었으면 어떻게 살아. 다현아. 나는 이제 안 살란다. 더는 기다리며 안 살란다.”

실종 3일째 아침이었다.

어제 기자회견 내용이 전국에 퍼지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신고전화는 한통도 걸려오지 않았다.

수백의 드워프와 워울프가 수색을 했음에도 작은 흔적 하나 찾지 못했다.

특히나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라 제대로 된 CCTV도 많지 않았기에 더욱더 찾기가 어려웠다.

3일 동안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않고 아들을 찾은 지숙이 식당 뒤편에 있는 공원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현이 그 옆에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서있었다.

“다현아. 저기 물웅덩이 보이지?”

조금 진정이 됐는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숙이 물었다.

“네. 엄마.”

“요즘 경호가 저기를 자주 가서 지켜보더라고. 나도 언제 궁금해서 가봤는데 뭐 특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이고! 깜짝이야!”

“엄마야!”

지숙은 물론이고 S급을 넘어섰다고 평가되는 다현도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외쳤다.

땅이 울리고 귀가 멍멍해지는 엄청난 폭발이었다.

다현이 놀란 와중에도 지숙을 몸으로 가린 상태였다.

“엄마. 그대로 있어요. 제가 먼저 보고 올 테니까 그대로 여기서 몸을 숙이고 계세요.”

다현이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폭발이 일어난 커다란 나무가 있던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에 폭발로 인해 땅이 패여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

다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어, 어어!”

곧 이어 그녀의 눈동자가 초점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꺄아아아아아아아.”

다현은 패어있는 구덩이 속 발가벗고 쓰러져 있는 경호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다현아. 왜 그러니?”

다현의 비명에 지숙이 일어서자.

“아니야! 엄마! 오지 말고 거기 계세요!”

그때 폭발음을 듣고 행운공원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다현이 가장 앞장서서 달려오는 성원을 보고 소리쳤다.

“다들 멈춰요! 잠시만! 성원아! 여기 덮을 거 좀 갖다 줘! 의료진도 당장 부르고!”

달려오던 이들이 다현의 말에 멈춰 섰다.

잠시 후 성원이 무릎담요를 들고 달려왔다.

그리고 커다랗게 파여 있는 구덩이 안에서 벌거벗고 쓰러져 있는 경호를 발견했다.

“엇! 형님! 무, 무사하셨군요!”

성원의 말을 시작으로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뭐야! 형님이라니?”

“형님이 무사하다고?”

“찾은 거야? 아니 폭발은 뭔데?”

이들 중에는 기자도 여럿 있었기 때문에 다현의 멈추라는 소리도 소용이 없었다.

“앗!”

“어서! 저거라도 가려줘요!”

성원이 급하게 구덩이로 뛰어들어 가져온 무릎담요로 아슬아슬하게 중요한 곳(?)만 가렸다.

그리고 그런 경호를 향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쏟아졌다.

“찍지 마세요! 만약에라도 지금 이 사진이 돌게 되면 신화그룹에서 법적인 조치를 할 겁니다!”

뒤늦게 성원이 소리치며 화를 냈지만, 플래시 세례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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