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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78화 (78/335)

#078화

마법구를 이용해 만든 완드를 잡는 순간 다현은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뭐야!’

잡아들자마자 손에 탁 감기는 맛이 있었다.

우우웅! 우우웅!

완드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마력’을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래. 줄게. 그만 울어.’

다현은 달려오는 마수도 잊은 채 마력을 살짝 불어넣었다.

스으윽.

창대를 통해 마력이 흡수되더니 창대에 박혀 있는 마력구의 파편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우우웅.

마력이 파편을 통해 전달되며 두 배가 되고 창대를 거쳐서 세 배가 되고 그렇게 돌고 돌아 마지막에 다섯 배의 마력이 손을 타고 마나코어로 돌아왔다.

순환해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초도 되지 않았다.

‘미쳤다. 이거 미쳤어!’

그때였다.

후우우우우우웅.

눈앞에 거대한 마수의 앞발이 자신을 쪼갤 듯이 내리꽂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리적인 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속도와 무게였다.

‘F=ma’라는 뉴턴의 운동법칙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이치였다.

웬만한 건물 크기보다 거대해진 마수의 앞발은 내려치는 속도도 엄청났다.

정신이 팔려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현은 그대로 마력을 불어넣으며 마수의 앞발을 향해 타이밍 좋게 후려쳤다.

아까 느꼈던 그 ‘미친’ 마력 증폭의 힘이 거짓이 아니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마수의 앞발에 닿는 순간, 다현은 완드에 실은 마력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아아앙.

마기를 실은 앞발과 마력의 폭발이 만나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격파를 만들었다.

“후우. 이게 진짜 되네.”

사실 [광분] 효과가 아니었다면 튕겨 나갈 정도의 엄청난 충격파였지만 가까스로 버텨낼 수 있었다.

둘의 격돌로 인해서 일었던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그 안에 서 있던 다현의 모습이 드론캠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너 이제 죽었어!”

땀과 먼지, 자잘한 상처까지 엉망진창인 모습이었지만 다현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전 국민이 하나 되어 함성을 지른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

푸른 눈동자를 빛내는 마수는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저 빨간 머리 인간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 봐야 한입에 삼켜버린 허연 머리 인간에 비교해서 조금 더 강한,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걸 이렇게 막았다고?’

자신의 전력이 담겨있는 앞발 공격은 저런 조그만 나뭇가지 같은 거로 후려친다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절대로 아니었다.

물론 마수가 간과한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둘 다 S급 각성자인 동춘과 다현의 마력이 수치상으로 비슷한 것은 분명 맞았다.

하지만 동춘은 주술마법사 클래스였고 다현은 불꽃광전사 클래스였다.

한마디로 같은 마법사였지만 피지컬 능력에서 클래스에 급이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다현의 손에 솔딘과 파루스가 합심하여 만든 신화급 무기가 들려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환하게 웃으며 죽인다며 소리친 다현도 내심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완드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마력과 [광분] 특성으로 전신에 흘러넘치는 힘이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런…. 거리를 벌려야 하는 데 탱커가 없어. 완드를 언제까지 몽둥이처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대하고 저돌적이며 빠른 상대이기에 거리를 벌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완드를 들고 빌딩처럼 거대한 마수를 상대로 아까처럼 계속 공격을 쳐내며 싸울 수도 없는 상황.

‘후우. 어쩌지.’

하지만 역시나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하나하나가 창날보다 더 길고 날카로운 가시털을 꼿꼿하게 세우는 마수를 보며 다현이 쓰게 웃었다.

“하아. 뭐. 우선 부딪쳐 봐야지!”

***

“하여간 무식하다니까!”

어릴 적부터 봐 온 다현이었지만 정말 저런 건 그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경호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대로 그냥 붙으면 100%. 아니 120% 진다고.”

말 그대로 당랑거철(螳螂拒轍).

체급 차이는 대충 잡아도 수백 배 이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타격을 주려면 강력한 백염 한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백염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전투 호흡이 빨라 시간이 없어. 이럴 땐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경호가 걱정하며 중얼거리자 어깨 위에 골병이가 푸닥거리며 삐약거렸다.

-아빵! 어또케! 어또케!

경호가 그런 골병이를 쓰다듬어 주다가 손을 뻗어 다현을 가리켰다.

“그래도 싸움에는 타고난 녀석이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지. 우선은 지켜보자.”

경호가 가리킨 다현은 완드를 사선으로 비껴들고 마수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르.

태양염철에 여우구슬을 녹여 코팅한 완드에 푸른 화염이 맺혔다.

“어쩌려고? 달라붙는 거야?”

경호의 의문이 커질 때.

콰아아아앙. 키에에엑.

마수가 휘두르는 손을 완드로 비껴치며 동시에 청염을 폭발시켰다.

“미친. 저 타이밍을 맞춰서 때리고 터뜨린다고?”

물론 경호도 다현이 싸움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보이는 모습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아아앙! 키에엑!

폭발로 마수의 앞발을 튕겨내는 수준이 말도 안 되게 발전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키에에엑!

처음에는 앞발에 닿기 바로 전에 터뜨리던 수준에서 이제는 손톱 안쪽까지 완드가 타고 들어가 정말 공격당하기 직전의 순간에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앙!

결국, 공격하던 앞발의 손톱이 박살이 났다.

‘가까이서는 위험하다!’

다현에게 근접공격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마수가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다현이 노리던 그 순간이었다.

물러나던 마수가 칼날 같은 가시가 잔뜩 박혀있는 꼬리를 다현에게 휘둘렀다.

입을 슬쩍 벌리는 모습이 피하면 바로 혓바닥을 쏘아낼 분위기였다.

‘원거리에서 더 유리한 건 나야!’

안 그래도 근접 폭발이 점점 몸에 부담이 되던 다현이었다.

날아오는 꼬리를 보며 뒤로 한참을 물러났다.

콰아아아앙!

다가올 줄 알고 혓바닥 공격을 준비했던 마수는 더욱 뒤로 물러나는 다현을 보며 멈칫거렸다.

대략 떨어진 거리는 100m 남짓.

다현과 마수의 움직임이면 눈 깜빡할 사이면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앞발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수는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다.

‘좋아!’

30초.

이 완드가 없을 때 백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10초.

지금 상태라면 10초, 아니 8초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다현이 마력을 끌어올려 완드에 불어넣었다.

마법구를 사용했을 때도 놀랐지만 이 완드는 그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

다현의 모습에서 위기감을 느낀 마수가 앞발이 완전히 재생되지 않았음에도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우우우우우우우웅!

“됐다!”

머릿속에 울리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완드의 끝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백염(白炎).

다현은 커다란 백염을 달려오는 마수를 향해 그대로 날려 보냈다.

마수는 날아오는 티끌 같은 불꽃이 품은 태산 같은 기운에 피하려고 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대로 맞으면 죽는다!’

마수의 생각과 동시에 앞발에 바위처럼 커다랗고 단단한 껍질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날아오는 백염을 거대한 앞발로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엄청난 열기를 품은 폭발이 일어났다.

‘백염을 막아냈잖아!’

연기가 꺼지고 거대한 마수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앞발에 검게 그을린 상처가 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아물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잘해야 2번이 끝이다.’

백염은 최후의 궁극기 같은 기술이었다.

완드가 있어 그나마 3번을 쓸 수 있는 기술이었는데.

저렇게 막아낸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승기를 잡았다고 느낀 마수가 괴성을 지르며 다현을 살폈다.

백염의 위험성을 느끼고 섣불리 덤벼들지 않고 예리하게 관찰하며 계속 회복하고 있었다.

경호가 다현에게 [증폭]을 걸어주려던 그때, 다현이 다시 백염을 일으켰다.

마수는 아까와 다름없는 다현의 백염에 천천히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그때 허공에 떠오른 백염이 완드에 옮겨붙더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마법이든 마력이 끊기는 순간부터 약해진다.’

의지를 통해 계속 마력을 공급하는 수준에 오르지 않는다면 마법이 발현된 순간부터 그 힘은 약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다현은 자신의 마력을 완드에 박혀있는 구슬 조각에 모조리 밀어 넣고는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화르르르르르륵!

엄청난 크기로 새하얀 불꽃이 커졌다.

“자아! 죽어! 이 고도 비만 두더지야!”

마치 우주로 쏘아 보내는 로켓처럼 불꽃이 뒤로 뿜어져 나오며 엄청난 속도로 백염이 날아갔다.

날아가는 와중에도 완드에 심어진 마력으로 백염은 더욱더 커지고 있었다.

거리를 좁히던 마수는 아까와 완전히 다른 백염의 기세에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백염은 코앞까지 날아온 상황이었다.

키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앞발을 들어 막았지만 그대로 앞발이 폭발하며 날아가고 백염은 마수의 몸통 깊숙이 틀어박혔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엄청난 크기의 마수가 폭발과 함께 한참을 굴러갔다.

나무와 바위가 박살이 나고 여기저기 커다란 흔적이 새겨졌다.

“형님. 다현 누님이 원래 저 정도로 강했습니까?”

한참 떨어진 곳에서 다현과 마수의 격돌을 지켜보던 정수가 성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강하긴 분명 강했는데. 이건 완전 규격 외잖아. S급 각성자면 상급 재난종과 비슷한 수준일 텐데.”

세상에 알려진 각성자의 수준은 정형화돼 있었다.

S~F까지. 그리고 각각 급수가 상대할 수 있는 마수는 S급일 경우 상급 재난종. A급은 상급 위험종. B급은 하급 위험종. C급은 상급 주의종.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마수는 재난종을 뛰어넘는 중급 이상의 멸망종급 마수였다.

“형님. 오늘부터는 다현 누님은 SS, 아니면 EX급으로 따로 불러야 할 거 같은데요.”

다현은 마수를 상대하며 SS, EX급이라는 새로운 등급이 필요해 보일 정도의 엄청난 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수의 말에 성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누님. 장난 아닌데.”

위에서 지켜보던 경호도 다현의 공격에 혀를 내둘렀다.

“하여간 저런 거 보면 정말 타고났다니까.”

키에에에에에에엑!

‘내가 저런 조그만 인간 따위에게 죽는다고? 내가 고작 저런 인간에게!’

마수의 몸통에서 새하얀 불꽃이 점점 크게 일어나며 점점 몸부림치던 것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제법 훌륭하게 진화하기에 기대했었는데 고작 이것이 한계인가?

캬악! 캬아아아악!

마수는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이질적인 목소리에 머리를 움켜잡으며 괴성을 지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는 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를 만들어낸 주인이지. 그럼. 마지막 임무를 주마.

파삭.

마수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거대한 마석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먹만 한 새파란 기운이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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