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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61화 (61/335)

#061화

경호가 파루스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풀고는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아, 아니. 어떻게!”

최고의 추적꾼으로 불리는 ‘비스트’의 바로 코앞에서 모습을 감춘다는 것은 최소 그보다 능력이 몇 배는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지금 비스트의 눈을 어떻게 피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닌가?”

살기 어린 경호의 물음에 파루스는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너 도대체 그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한 거야?”

“저는 그곳에 붙잡혀….”

파루스가 눈동자를 굴리며 변명거리를 내뱉자 경호가 그의 소매를 확 걷어붙였다.

“아. 빌런 조직에 납치된 노예였다고?”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검은 부엉이 문양을 보며 경호가 고개를 저었다.

“노예는 무슨, 너 악마계약자잖아. 영혼 팔아서 무슨 능력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거짓말할 거면 지금 당장 ‘비스트’한테 연락하도록 하지. 굳이 데리고 있을 필요 없으니까.”

“악마계약자요? 그게 무, 무슨. 이건 그냥 부족의 문신입니…”

“솔딘. 비스트에게 당장 전화 걸어요.”

경호의 말에 솔딘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수화기에서 ‘비스트’, 용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파루스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지켜보다 경호가 솔딘을 향해 손을 들었다.

“아, 비스트 씨. 전화번호를 저장한다는 것이 실수로 통화를 걸었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죄송하긴요. 그럼. 수고하세요.

전화가 끊어지고 경호가 파루스를 보며 물었다.

“도대체 뭐야? 말해봐.”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내가 죽인다고 했어? 그리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순간부터 죽으나 사나 크게 차이가 없을 텐데. 왜 그렇게 살려달라고 하는 거지? 어차피 영혼을 저당 잡힌 거잖아.”

악마계약자는 어차피 악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존재.

그래서 보통 삶의 미련도 없기 마련이었다.

“희한하단 말이지. 악마계약자면서 딱히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말 노예 생활을 했을 리도 없고. 도대체 뭐야?”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그러니 살….”

“아니지. 사실대로 말해봐. 살려주고 말고는 듣고 나서 판단할 테니까.”

파루스가 그런 경호의 눈빛을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고 있던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왜 옷은 벗고 난리…. 어?”

파루스의 가슴, 정확히는 심장 부위에 주먹만 한 수정이 하나 박혀있었다.

-경호 님. 저거 ‘영혼석’ 아닌가요?

흰둥이의 물음에 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석.

주로 악마들이 영혼을 수집할 때 쓰는 물건이었다.

근데 그게 왜?

“그걸 누가, 왜 가슴에 박아놓은 거지?”

“계약자인 악마 ‘벨리타’가 저에게 심어놓은 것입니다.”

파루스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

붉은 모루 부족은 카이노스 행성에서 명검을 만드는 부족으로 유명했다.

칼날 산맥이라 불리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 깊숙이 터전을 잡은 붉은 모루 부족은 다른 드워프가 그러하듯 굴을 파고 광맥을 찾으며, 금속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어내며 살아갔다.

으애애애애애앵!

그런 붉은 모루 부족에 경사가 났다.

족장인 토니 스와튼이 느지막이 아들을 얻은 것이었다.

파루스 스와튼.

손이 귀한 드워프기에 부족 전체가 새 생명의 탄생에 즐거워했다.

늦둥이로 어렵게 얻은 만큼 파루스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파루스는 자라면서 보통의 드워프와 조금 다르게 성장했다.

별종.

그것이 바로 부족원들이 파루스를 부르는 별명이었다.

별명처럼 커갈수록 삐뚤게만 행동하는 파루스는 점점 토니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돈 안 되는 검이나 방패 말고 이제는 우리도 마도구를 만들어 팔자고요. 도시로 나가서 마도공학을 배워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니까!”

파루스는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이것도 훌륭한 재능이었지만 문제는 보통의 드워프는 이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전통을 지키고 더욱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이들의 목표이자 이상이었다.

“후우. 지금도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는데. 뭐 하러 그러는 것이냐. 그리고 이권이 있는 곳에 항상 위험이 생기는 법이다.”

“아니 이런 마인드니까 발전이 없지. 부족함이 왜 없어. 이런 땅굴에서 사는 거 자체가 부족함인데! 우리 부족도 인간들처럼 도시로 나가 살면 얼마나 좋아.”

“아들! 그게 도대체 무슨 막돼먹은 소리냐! 드워프가 도시로 나가 살다니! 땅의 기운과 불의 기운이 강한 이곳이 아니면 지금 만들고 있는 그런 무기를 만들어 낼 수나 있을 것 같으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지만 선을 넘어선 발언에는 따끔하게 혼을 내는 토니였다.

하지만 파루스도 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기 따위 말고 마도구를 만들어 팔자고! 금이나 은으로 마력회로를 만들고 마석을 박아서 만들어 팔면 훨씬 이득인데. 무슨 검이니 방패니 그런 걸 만들고 있어!”

“듣기 싫다! 그런 헛소리나 해댈 것이며 당장 나가!”

“그래! 내가 족장 해서 바꾸는 게 빠르지. 말도 안 통하는 아빠랑 말해서 뭐하겠어!”

그런데 1년 후 파루스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로빈.

한 달 전 13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장일을 배우게 된 부족의 아이였다.

“대단하구나. 망치를 잡은 지 한 달도 안 된 녀석이 이런 작품을 만들다니.”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붉은 모루 부족원 모두가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천재(天才).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가진 아이라고.

곡괭이로 내려치면 광석이 튀어나왔고 평범한 쇳덩이도 두들기면 더 강하고 질겨졌다.

거기에 불과 쇠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너무 즐거워서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운걸요.”

이러니 실력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었다.

로빈인 15살이 되자 마을에 파루스가 아닌 그가 족장 이어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더 흐르자 로빈의 실력은 토니와 겨뤄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빼어났다.

그러자 부족 내에서 쉬쉬하며 돌던 이야기가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족장 경선.

그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왔다.

토니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파루스에게 더욱 열심히 대장일을 가르쳤지만 모두 허사였다.

로빈이라는 존재 때문에 이제는 완전히 삐뚤어져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갔다.

그런 상황에서 토니는 더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파루스를 족장의 자리에 올리기 어려워졌다.

결국 파루스와 로빈이 검을 만들어 실력이 더 높은 쪽이 족장의 자리를 잇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니까 부족의 장로들도 결국 낡아 빠지고 구태의연한 이런 답답한 행태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거잖아! 땅속에 처박혀서 굴이나 파고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걸 몰라도 너무 몰라! 세상은 이제 검과 방패를 든 기사들의 세상이 아니라고! 불을 뿜고 벼락을 내리는 마법사의 시대라고! 왜 내 말은 안 들어주는 건데!”

“드워프는 실력이 곧 권력이고 힘이다. 우리는 모두 장인이기 때문이지. 아들아.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망치를 들어라. 그러면 다들 너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테니 말이야.”

하지만 파루스도 로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망치를 들어 노력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후우! 그래. 알았어. 내가 증명할게. 마도공학을 배워 그저 쇳덩이로 만드는 검이나 방패 따위가 얼마나 쓸모없는 건지 증명해 보이겠어!”

쾅!

파루스는 그렇게 집을 나갔다.

하지만 부족장인 토니의 아래서 자라온 파루스에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마도공학을 배워 돌아간다고 큰소리쳤지만, 대륙 그 어느 곳에서도 어리고 추레한 드워프를 가르쳐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거지처럼 뒷골목을 전전하며 노숙과 구걸로 연명하며 지내기를 석 달이 넘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마도공학의 시대였다.

춥고 험한 산맥에 땅굴이나 파서 사는 부족원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자신은 도시와 나와서 직접 경험하고 봤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마탑과 마법사의 위상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거리에도 예전처럼 무기를 파는 곳은 잘 없었다.

고작해야 식칼이나 솥을 파는 대장간이 있을 뿐.

연금술이니 마도공학이니 이러한 것이 유행하는 시대로 세상은 변해있었다.

‘내가 맞아. 내가 맞았다고! 도시로 나와서 아티팩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족장이 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은 헛된 망상일 뿐이었다.

파루스는 절망했다.

“이런 시대에 고작 쇳덩이 좀 잘 두들긴다고 족장을 시키겠다는 게 말이 돼! 말이 되냐고!”

그때였다.

“에이.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드워프라고 하지만 족장의 재능이 단순히 망치질에 있는 것이 아닌데. 안 그래요?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놀란 파루스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절로 시선이 가는 미녀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아. 아아!”

꿀꺽.

마른 침을 삼킨 파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 같은데. 어때요?”

“네?!”

파루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그녀가 쪼그려 앉았다.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육감적인 모습에 파루스는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때요? 도와줄까요?”

“도와준다고요? 저는 마도공학 기술을 배우고 싶은데 그게 도와준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에요.”

“안 될 거 같으면 도와드린다고 했을까요? 안 그래요?”

웃음을 흘리며 그녀가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흔들리는 머릿결을 타고 향긋한 향기가 파루스를 더욱 긴장시켰다.

꾸울꺽.

다시금 마른침을 삼킨 파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말요?”

이미 파루스는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정말이죠. 거짓말 같은 건 절대 하지 않거든요.”

“그, 그럼. 마도공학을 배울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 해서 족장만 될 수 있다면 뭐든 보상하겠습니다. 돈이든 장비든 뭐든지요.”

이때 파루스는 보상으로 뭐든지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좋아요. 그럼. 도와드리도록 하죠.”

그녀의 매혹적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

커다란 지하 광장에 붉은 모루 부족원들이 모두 모였다.

광장 중앙에 준비된 단상 위로 토니가 올라섰다.

“부족원 여러분. 오늘은 로빈을 새로운 족장으로 임명하는 자리입니다. 30여 년 족장을 하며 부… 파, 파루스!”

컴컴한 굴을 지나 거지 같은 차림새의 파루스가 터벅터벅 광장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토니는 단상에서 뛰어내려 파루스를 향해 달려갔다.

“아, 아들아! 아들아!”

덥석.

벌써 가출한 지 석 달이 넘은 상황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왔다.

밉기도 밉고 화도 나고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돌아온 아들을 보니 토니는 그저 고마웠다.

“고맙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살아서 돌아와 준 아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살아와 줘서 너무 고맙구나. 고마워.”

“…할래요.”

삐쩍 마른 얼굴의 파루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라고? 아들아. 무슨 소리니?”

“저 경연할래요. 아버지. 로빈이랑 경연하게 해주세요.”

토니가 파루스의 어깨를 감싸 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 로빈의 실력은 이제 족장인 토니도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실 부족회의에서 경연하라고 한 것도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지 진정으로 겨뤄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우선 씻고 옷도 갈아입자! 그리고 잔치를 열어주마!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너니까!”

하지만 파루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로빈과 경연하겠다고요.”

골목에서 만난 그녀가 이상한 주문을 걸자 자신의 손목에 검은 부엉이 문양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그녀는 사라진 후였다.

모든 게 꿈인가 싶었다.

그러나 오른쪽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부엉이 문신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줬다.

그때 생각해본 적도 없는 마도공학의 공식들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냥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마치 몸으로 익혀 터득한 듯한 그런 생생한 기억이었다.

‘이거면 로빈을 이기고 내 주장을 부족에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파루스는 저 멀리서 임명식 준비를 하고 있던 로빈을 향해 걸어갔다.

“로빈. 경연에서 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마. 겨뤄보자.”

로빈은 파루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에 그저 웃으며 넘겼다.

“형. 그냥 씻고 와서 잔치나 하자. 족장 임명식은 미루는 거로 하고. 어쨌든 돌아와서 다행이야.”

로빈의 이런 태도가 파루스의 기분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다.

“너도 나 무시하는 거야? 그 알량한 망치질을 믿고 날 무시하냐고! 내가 익힌 마도공학술이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붙어보자니까?”

“형. 그만해. 그만하자고.”

“검 한 자루 만드는 거 어렵지 않잖아. 한번 붙자니까. 이대로 그냥 포기하면 내가 네 밑에서 고분고분 따를 거 같아? 죽어도 그렇겐 못 하지. 죽어도 그건 못한다고!”

파루스의 말에 로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경연을 벌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로빈은 다만 토니와 파루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참고 있던 것뿐이었다.

“좋아. 그럼. 겨뤄봐.”

“지금 당장 하자. 검을 만들어서 서로 겨뤄보기 어때?”

“나는 뭐든 좋아.”

“그래. 그럼, 내가 지면 나는 그 길로 바로 마을에서 떠나줄게.”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마을에 남아줘.”

로빈의 말에 파루스가 큭큭거렸다.

“참나. 벌써 이긴 거처럼 말하네. 그래. 우선 결과를 보자고.”

둘은 바로 자리를 옮겼다.

부족원이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에 공방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단검을 만들기 시작했다.

역시나 로빈은 엄청난 실력자였다.

우선 철괴를 쓸 때 두 가지의 쇠를 섞어 썼다.

강철와 연철.

그 두 가지를 달궈 두들겨 하나로 만들었다.

불순물이 빠지며 성질이 다른 쇠가 섞이면서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단단한 새로운 쇳덩이가 만들어졌다.

그것을 다시 달궈서 망치질을 몇 번 하니 서서히 검의 형태가 잡히기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빨랐다.

승온과 급랭을 반복하며 경도를 높이고 뜨임 작업을 통해 안정성을 갖게 했다.

“역시 로빈!”

따앙! 땅! 땅! 따앙!

드워프는 망치 소리만 들어도 상대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로빈에 비해 파루스의 대장술은 형편없었다.

아직 검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균형이나 강도가 들쭉날쭉할 것이 뻔해 보였다.

-보나마나 로빈의 승리야.

-석달 만에 와서 큰소리치더니.

-도저히 못 봐주겠군.

부족원들은 파루스의 모습을 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아들의 모습을 본 토니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들아. 후우.”

그때 파루스의 거의 완성된 검날에 정과 망치를 가지고 음각을 새기기 시작했다.

깡! 까앙! 깡!

기이한 문양을 새긴 파루스가 그것에 은을 녹여 파인 홈을 채웠다.

그때 손목 문신에서 빛이 작게 번쩍이더니 흐릿한 기운이 뻗쳐 나와 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구경하던 부족원들은 물론 파루스,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기이한 현상이었다.

잠시 후, 날을 세우고 손잡이를 만들어 검을 완성한 파루스와 로빈은 그것을 들어 부족원들 앞에 섰다.

로빈이 파루스의 검을 보며 말했다.

“형. 그냥 여기서 멈춰. 더 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어.”

“입으로 겨루나? 검을 들어!”

경연은 검을 만들어 서로 검격을 나눠 부러지지 않는 쪽이 승자였다.

“형, 먼저 해.”

로빈이 검을 머리 위로 비껴들어 막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 그 검 단번에 부러뜨려 주마!”

파루스를 그런 로빈을 향해 달려들어 검을 내려쳤다.

지켜보는 부족원 모두가 파루스의 검이 로빈의 검에 일합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챙!

파루스의 검이 로빈의 검을 단번에 깨부수며 그대로 휘둘러졌다.

푸욱!

파루스의 검이 멈추지 못하고 로빈의 어깨를 베고 들어가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커어억! 혀, 형!”

로빈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어! 어엇! 로, 로빈! 로빈!”

파루스가 검을 놓고 그대로 쓰러지는 로빈을 안았다.

“이, 이게! 이게 도대체!”

그때였다.

허공에서 갑자기 검은 빛줄기가 생기더니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하나의 문양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마계의 차원 마법진이었다.

잠시 후 마법진에서 짙은 마기가 흘러나오며 파루스가 골목에서 만났던 그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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