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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57화 (57/335)

#057화

경호의 증폭으로 마력을 회복한 제니가 다시 힘을 내 암흑거인에게 붙었다.

여기까지는 아까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용호가 점점 제니의 공격에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쾅!

제니가 강하게 암흑거인을 몰아쳤다.

“좋아! 그대로 밀어붙여!”

용호가 거대한 녹색 코뿔소로 변했다.

쿵쿵쿵쿵쿵쿵!

콧김을 뿜어대며 달려간 용호가 커다란 뿔로 암흑거인의 발목을 들이받았다.

키에에에에엑!

괴성과 함께 암흑거인이 비틀거리는 순간 제니가 암흑거인의 목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10t의 무게를 실은 초크슬램이 작렬했다.

그렇게 쓰러져 허우적거리는 암흑거인의 몸에 제니가 그대로 올라타 주먹을 내리꽂기 시작했다.

초크슬램에 이은 파운딩 펀치였다.

쾅! 쾅! 쾅! 쾅!

한방 한방에 마치 폭탄이라도 터지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몸을 웅크려 빠져나오려고 했던 암흑거인은 오른쪽 다리가 뭔가에 걸린 듯 움직여지지 않자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키아아아! 키아아아아!

바다악어로 변한 용호가 암흑거인의 오른쪽 발목을 물고 머리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비스트도 결국 계속된 암흑거인의 몸부림에 떨어져 나갔다.

몸을 웅크린 암흑거인이 발로 파운딩 펀치를 날리던 제니를 차내며 밀어냈다.

콰아앙!

“커흑!”

쾅! 콰앙! 쾅!

발길질 한 방에 10m 크기의 제니가 30m 가까이 굴러가 건물 벽에 처박혔다.

굴러가며 도로에 멈춰서 있던 차들은 납작하게 찌그러졌고 가로수와 표지판은 부러져 나갔다.

“이 미친 재생력은 정말! 후우!”

그렇게 두들겨 팼건만 암흑거인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니 오히려 때리느라 자신만 지친 듯했다.

“아우! 미치겠네! 다현 언니! 때리는 내가 먼저 쓰러지게 생겼어!”

암흑거인도 본능적으로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다현을 노리고 있었다.

벽에 처박힌 제니가 일어나려는 순간 암흑거인이 백염을 피워올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다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촤아아아아아!

암흑거인의 손가락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왔다.

다현은 마법구를 양손으로 쥐고 집중하고 있어서 전혀 눈치채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타다다다닥!

그때 거대한 녹색 멧돼지가 다현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푹! 푹! 푸욱! 푹!

암흑거인의 손가락이 멧돼지의 몸통에 박혀 들었다.

뀌이익! 뀌익!

용호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비스트 아저씨!”

쿵! 쾅! 쿵! 쾅!

제니가 암흑거인을 향해 달려오다 그대로 뛰어올랐다.

태권도 공인 3단인 제니의 깔끔한 이단옆차기가 암흑거인의 옆구리에 꽂혔다.

콰아앙!

키에에에에엑!

암흑거인의 몸이 꺾이며 뒤로 튕기듯 날아갔다.

콰아아앙.

멈춰있던 이층버스가 암흑거인과 충돌하며 반으로 쪼개졌고 단단하게 박혀있던 소화전이 박살 나며 물줄기가 솟구쳤다.

제니가 바닥에 처박힌 암흑거인을 보다 비스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비스트 아저씨! 괜찮아요?”

“아이 씨. 끄떡없어. 멧돼지 살집이 두툼해서 웬만한 상처는 피도 안 나와.”

이미 한쪽 팔이 엉망인 상태에서 다시 커다란 상처를 입은 용호가 괜찮을 리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용호를 보며 제니가 이를 악물었다.

“아저씨. 조금만 쉬고 있어요. 곧 끝낼 테니까.”

“무리하지 마. 마력도 이미 바닥이잖아. 그리고 나 아직 팔팔하다고.”

용호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본 제니가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말은 되게 안 들어. 그래요, 그럼. 저놈 혼내주러 가요!”

“알았다!”

쓰러져 있던 암흑거인이 다시 쿵쾅거리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양팔을 채찍처럼 쭉 늘어뜨려 마구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도로가 깨져나가며 땅이 흔들렸다.

휘이익!

채찍처럼 휘두르는 팔이 제니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주먹으로 쳐냈지만 비틀거릴 정도로 강한 힘이 실려있었다.

휘이익!

다른 쪽에서 다시 암흑거인의 손이 날아왔다.

“제길!”

10m 거인들의 싸움이라 속도나 기술보다는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마력이 고갈되고 체력도 바닥인 상황에서 연속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콰앙! 우득!

“끄으윽!”

옆구리에 채찍 같은 주먹을 맞고 쓰러진 제니를 향해 암흑거인이 뛰어오르려는 순간.

거대한 아나콘다로 변한 용호가 암흑거인의 두 발을 감았다.

키아아악?

콰아앙!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 암흑거인을 보며 쓰러진 채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제니가 그 모습에 큭큭거리며 웃었다.

“나이스. 아저…. 끄윽. 이런 갈비 나갔네.”

용호가 서둘러 암흑거인의 다리를 풀고 나와 다시 거대한 바다악어로 변했다.

그것을 본 제니가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아저씨! 그냥 빠져! 그냥 빠지라고!”

용호는 제니의 만류에도 쓰러진 암흑거인의 목을 물고는 몸통을 이리저리 회전하며 마구 흔들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암흑거인의 손에 꼬리가 잡혔다.

꾸아아아악!

악어는 꼬리에 근육과 신경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동물이었다.

뚜각. 뚜가각.

암흑거인의 엄청난 악력에 꼬리뼈가 으스러졌다.

“끄아아아아악!”

“이 괴물새끼가!”

제니가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는 순간.

“고맙다. 제니야. 이제 내가 마무리할게.”

다현이 감겨있던 눈을 뜨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암흑거인을 노려봤다.

***

“하아. 하아. 제대로 통하는 기술이 하나도 없네.”

적염검기를 계속 만들어 날리며 공격을 했지만,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

“후우. 그나저나 이게 통해야 할 텐데.”

청염검기.

적염검기에 비해 3배나 많은 마력과 정신력이 소모되고 고통 역시 굉장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용아검에 청염을 씌워 공격하면 아무리 재생력 좋은 암흑마기라도 녹여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문제는 마력과 정신력이 버틸 수 있냐 하는 것이었다.

사실 정령계에서 경호는 ‘속성력 부여’ 같은 무식한 방법을 좋아하지 않았다.

항마력이 있는 신력이나 파사력이 있는 정령력을 절삭력이 뛰어난 마력검기에 적당히 섞어 쓰는 스타일을 주로 사용했다.

그것만으로도 ‘청염’아니 그것을 뛰어넘는 ‘백염’ 수준의 위력을 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신력과 정령력이 거의 없는 지금은 그런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지. 어쩌겠어.”

경호가 마나코어를 다시 쥐어짜기 시작했다.

“크으.”

마나코어에서 뿜어져 나온 강대한 마력이 도도하게 흘러가다 심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적염검기를 만들 때보다 훨씬 강한 고통이 훅 치고 올라왔지만, 경호는 이를 악물고 더욱 집중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심장에서 마력을 정제하고 압축하기를 한 번 하면 적염이, 세 번 하면 청염이 나왔다.

한번 한번이 사실 엄청나게 힘들고 괴로운 작업이었다.

‘이럴 땐 다현이가 부럽네.’

위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화염] 특성이면 그냥 마력을 불어넣고 조금만 집중하면 쉽게 청염, 아니 백염도 뚝딱 만들 수 있었다.

경호는 마력에 집중하여 심장 안에서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것을 한 방향으로 회전시켰다.

이렇게 방향성을 가지게 만드는 것을 정제라고 했다.

위로 상승하면 불. 아래로 하강시키면 물. 평행으로 회전하면 땅. 사선으로 회전하면 바람의 원소력을 가지게 된다.

경호는 위로 상승하는 마력을 한점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새하얀 마력이 순간 붉은빛을 띠었다.

한 번의 정제와 압축이 성공하며 적염을 일으켰다.

크아아아아아아!

적염의 기운을 느낀 괴물이 회복하다 말고 괴성을 지르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했다.

“흰둥아! 10초만 막아 줘!”

-10초요?

크아악! 크아아아!

꿈틀거리던 몸체에서 날카로운 촉수가 빠르게 뿜어져 나왔다.

-제가 저걸 막아야 한다고요?

“빨리!”

경호의 외침에 신수로 변한 흰둥이가 날아오는 촉수를 향해 몸을 날리며 앞발을 휘둘렀다.

퍼벅! 퍽! 퍼벅!

흰둥이가 앞발을 휘둘러 촉수를 쳐냈다.

경호는 다시 적염의 기운을 회전시키며 집중했다.

다시 한번. 그리고 또 한 번.

-경호 님!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촉수의 수가 점점 늘어나자 결국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캐에에에에엥!

흰둥이가 촉수에 맞아 빠르게 튕겨나 승강장 벽면에 처박혔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묵직한 마력파동과 함께 용아검에서 새파란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청염검기의 위협적인 기운을 느낀 괴물이 즉시 여러 개의 촉수를 경호에게 쏘아 보냈다.

추욱! 츄욱! 쉬욱! 휘익!

날아오는 촉수를 향해 경호가 청염검기를 두른 용아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촉수가 경호의 몸을 꿰뚫으려는 찰나 경호의 몸이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후우우우우웅!

새파란 불길이 확 치솟아 오르며 경호를 찌르려고 했던 촉수를 태웠다.

단순히 태우는 것을 넘어 불길이 촉수에 붙어 타고 올라가며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에엑!

괴물은 촉수를 타고 불길이 번져오자 촉수를 마구 휘두르며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청염검기는 용아검의 예기까지 실려있는 기운이라 쉽게 꺼지지 않았다.

끼에에엑! 끼에에에에엑!

투욱! 투욱! 툭! 투둑!

결국 스스로 촉수를 몸에서 끊어냈다.

“제법이다만. 이번엔 직접 뱃속 깊숙이 찔러 넣어주마!”

타닥! 타다닥!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접근한 경호가 용아검을 뻗어 암흑마기의 중앙에 꽂아 넣었다.

푸우욱!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엑!

괴물이 내지르는 괴성에 경호가 인상을 쓰며 칼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인마! 이제 끝내자!”

경호의 청염검기가 용아검에 불어넣은 마력에 반응하며 더욱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새파란 불꽃을 뿜어내는 청염검기를 괴물의 몸에 박아넣은 상태에서 쏟아냈다.

끼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에에엑!

청염검기가 괴물의 내부에서 진탕 치며 태우자 마구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경호가 즉시 검을 뽑아내며 몸을 뒤로 굴렀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익!

꿀렁! 꿀렁! 꿀렁!

검을 찔러넣었던 부위에서부터 괴물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스티로폼에 불길을 갖다 댄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괴물의 안쪽에서 새파란 불꽃이 계속 마기를 빨아들이며 불길을 키우고 있었다.

“됐다! 됐어! 후우. 이거 진짜 죽겠네.”

그것을 본 경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꿈틀! 꿈틀! 꿈틀!

“뭐냐? 너어? 죽기 전 발악이냐?”

쿄우우우우우우우우우!

불꽃에 녹아내리고 있는 괴물이 갑자기 날카로운 괴성을 질렀다.

갑자기 지하철 선로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가시쥐. 철갑지네. 무당두꺼비 같은 지하에 주로 서식하는 최하급 마수들이 선로를 가득 메운 채 달려오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어! 어어! 저건 또 뭐야!”

새파란 불꽃에 녹아내리던 괴물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마수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꿈틀거리며 빠르게 녹아내리던 부위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하아. 흰둥아. 오늘 우리 재수 없으면 여기서 죽겠는데. 어쩌냐?”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경호가 용아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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