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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49화 (49/335)

#049화

“뭐야? 운디네가 악마덩굴을 지배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그 반댄가?”

눈을 감고 있던 운디네가 번쩍 뜨며 손으로 경호를 가리켰다.

어찌 됐든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분명 덩굴들이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사불란 움직이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

물살의 위력도 훨씬 강해져서 경호가 피해내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콰아앙!

물대포 한 방에 땅이 폭발하듯 패이고.

퍼어어엉!

거대한 수목이 찢겨 나갔다.

문제는 그러한 물대포가 한 번에 수십 발씩 날아온다는 점이었다.

경호는 검을 휘두를 여유조차 없이 물살을 피하고 방패로 비켜내기 바빴다.

그때 악마덩굴을 중심으로 갑자기 진하면서 꼬리꼬리한 치즈 향이 확하고 퍼져나갔다.

크아아앙! 크르르르!

경호의 눈에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넘어오는 엄청난 수의 늑대숭이가 보였다.

대략 보기에도 수백 마리는 될 법한 숫자였다.

“이제 별 게 다. 하아.”

악마덩굴이 열매의 향기를 이용해 늑대숭이에게 최면을 건 것이었다.

사실 아무리 많은 수의 늑대숭이라도 경호는 금세 처리할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그 칼질 몇 번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아. 이거 우습게 됐네.”

경호는 우선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수백 마리의 늑대숭이에게 둘러싸이면 자칫 멸망급 마수를 뛰어넘는 힘을 가진 이 변종 악마덩굴에게 붙잡힐 수도 있었다.

그때였다.

흰둥이가 시스템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경호 님. 마기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면서 굉음이 들리던데.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 있으시면 신호를 보내주세요.]

‘신호?’

경호가 물대표 세례를 피하며 어렵게 적염검기 하나를 하늘로 쏘아 보냈다.

퍼어어어어어엉!

하늘 높이 날아간 적염검기가 불꽃을 뿜어내며 커다랗게 터졌다.

그리고 곧장 용아검을 강하게 던졌다.

휘잉! 휘잉! 휘이잉!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날아간 용아검이 덩굴을 때렸다.

터어엉!

그런데 운디네의 정령력이 들어간 탓인지 아까와 다르게 덩굴을 자르지 못하고 용아검이 튕겨져 나왔다.

“좋아.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말도 있잖아. 하나씩 정리하자.”

경호가 염력으로 튕겨져 나온 용아검을 회수해 덩굴이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줄기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퍼억! 퍼억! 퍽!

물대포를 쏟아내는 덩굴에 다가갈수록 피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한방 한방이 묵직했지만 몸으로 버티며 결국 경호는 덩굴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자아. 하나씩 잘라 주마!”

경호가 활활 타오르는 적염검기를 진하게 두른 용아검을 휘둘렀다.

쓰가아악!

덩굴줄기를 뿜어내던 거대한 줄기가 잘려나갔다.

이제 남은 줄기는 2개였다.

쏴아아아! 쏴아아아아아!

물대포는 여전했지만 쏘아대던 덩굴이 확 줄어든 상황이라 용린으로 막아내며 더욱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쓰가악! 쓰가아악!

결국 남은 줄기마저 모조리 잘라낸 경호가 용아검으로 운디네를 가리키며 도발했다.

“자아. 내가 우공이 산을 옮긴다고 했지! 너 아무래도 마기에 오염된 거 같으니. 내가 정화해서 세계수 옆에 자리 하나 줄게. 우리 거기서 살자. 어때?”

-죽어! 죽어라!

운디네의 고운 얼굴이 찌그러지며 거친 목소리를 뱉어냈다.

“어? 너 말 할 수 있었…. 뭐야!”

악마덩굴의 거대한 본체에서 덩굴줄기가 엄청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까는 대충 셀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이럴 거였으면 아까 왜 줄기에서 덩굴을 뽑은 건데!”

크아아앙! 크아아앙!

거기다 거대한 악마덩굴의 본체를 수백 마리의 늑대숭이들이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덩굴이 쏘는 물대포에 늑대숭이까지 가세하면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듯싶었다.

“하아. 진짜!”

어느새 덩굴들이 다시 물대포를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령력이 덩굴에 스며들어 마력화살도, 마력검기도, 심지어 적염검기도 통하지 않는 맷집을 가지게 됐다.

거기에 운디네의 물 공격까지 더해지자 정말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때였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늑대의 모습을 한 흰둥이가 수풀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키앙! 키이앙! 키앙!

수백 마리의 늑대숭이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이스 타이밍.”

늑대숭이들이 핏속에 흐르는 야성의 본능이 흰둥이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며 최면이 풀리려고 하고 있었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흰둥이가 다시 한번 길게 하울링을 했다.

아우우우! 아우우! 아우우우!

그러자 늑대숭이들이 가슴을 두드리며 흰둥이를 따라 같이 하울링을 하기 시작했다.

-저 덩굴들을 공격해!

수백 마리의 늑대숭이가 정신을 차리고 매달려있던 악마덩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쏴아아아아!

물을 뿜어내 늑대숭이를 공격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본체에 붙어있기에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경호도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두고 보고 있지는 않았다.

조금 무리가 되긴 했지만 적염검기를 더욱 키우기 시작했다.

“보고 있는 나도 정신이 없는데 넌 오죽하겠냐.”

지금이 아니면 없을 기회였다.

마기에 오염된 운디네가 원래 자신의 몸도 아닌 기생한 악마덩굴을 조종해 수많은 늑대숭이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됐다!”

더욱 강한 마력을 압축하고 정제해서 만든 커다란 적염검기였다.

공중에 떠 있는 것조차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은 마력을 소모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자아! 이번에도 한 번 견뎌보시던가.”

경호가 운디네가 박혀있는 본체 바로 아래를 겨냥해서 활활 타오르는 적염검기를 날려 보냈다.

붉게 타오르는 강렬한 불꽃이 빠르게 날아가 악마덩굴의 본체를 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덩굴과 거기에 매달려있던 늑대숭이가 한낱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쁘가각! 쁘가가각!

악마덩굴의 울음소리가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본체가 거의 반으로 쪼개지며 열매까지 모습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수백 마리의 늑대숭이가 불에 타서 죽었지만, 아직도 엄청난 숫자의 늑대숭이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흰둥아! 저 열매를 공격하게 만들어!”

아니 흰둥이의 명령이 없이도 이미 냄새에 취한 늑대숭이들이 드러난 열매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오염된 운디네를 상대할 시간이었다.

본체가 박살 나며 그 안에 박혀 있던 운디네의 완전한 모습이 드러났다.

반투명한 푸른빛의 아름다운 여인이 새빨간 눈동자를 번뜩이며 ‘새로운 몸이 필요해!’를 외치는 모습은 섬뜩했다.

키아아아아아!

운디네가 악마덩굴의 본체에서 뛰쳐나와 경호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경호가 아니었다.

경호가 손을 휘젓자 강력한 마력이 쏟아져 나오더니 강력한 결계를 만들어 운디네를 감싸 가뒀다.

콰앙! 콰왕! 쾅!

“네가 완전한 상태면 모를까. 지금의 넌 절대 못 부숴.”

결계에 물대포를 쏘며 마구 날뛰었지만 악마덩굴을 벗어난 운디네는 경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몸이 필요해! 몸이 필요하다고!

“숙주를 찾는 걸 보니 너도 암흑마기에 당한 거냐?”

요즘 들어 암흑마기가 좀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아 경호는 신경이 쓰였다.

어쨌든 지금은 눈앞에 오염된 운디네를 정화하는 문제가 급선무였다.

인간인 비스트와 달리 상급 정령인 운디네는 마나코어도 존재하지 않고 영적인 견고함도 월등하기에 그냥 마기를 힘으로 태워버려도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

아공간에 용아검과 용린을 집어넣은 경호가 거의 바닥이 난 마나코어를 정말 걸레 짜듯 쥐어 짜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새하얀 기운이 경호의 손에 넘실거리더니 커다랗게 뭉치기 시작했다.

새하얗게 뭉친 마력의 강대한 힘을 느낀 운디네가 마기에 잠식되어 있음에도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느낄 정도였다.

-으으으윽!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자아. 이거 먹고 정신 차리자!”

경호가 결계 안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마구 몸부림을 치는 운디네를 향해 마력 덩어리를 던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강렬한 빛이 운디네의 몸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속에서 경호는 마력에 운디네를 장악했던 암흑마기가 불타며 소멸하는 것을 지켜봤다.

-몸이 필요하…. 끄아아아아아아악!

잠시 후 결계에 기대 쓰러져 있는 운디네를 보다 경호가 물었다.

“저기 정신이 들어요?”

가을 하늘처럼 맑은 하늘빛을 띠는 반투명한 여성이 경호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새빨갛던 눈동자는 에메랄드처럼 신비로운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어. 당신은 인간인가요?

이상한 질문이었지만 경호라는 존재 자체가 이상했기에 질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네. 인간입니다. 물론 평범한 인간은 아니고요. 운디네.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세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인간을, 이 세상을 도와주세요.”

지구를 보호하고 인간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있는 수호신과 다르게 정령은 그냥 어딘가에 조용히 틀어박혀 세월을 보내도 상관이 없는 그런 존재였다.

물론 계약을 하면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상급 이상의 정령은 경호라고 할지라도 강제적으로 계약을 맺을 수 없기에 더욱 그런 성향이 강했다.

운디네가 고개를 돌려 악마덩굴의 본체가 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가 몸을 가볍게 띄워 빠르게 날아 늑대숭이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악마덩굴 앞에 섰다.

조각조각 파편처럼 남아 있는 기억엔 온통 악마덩굴 속에서 하루하루 느꼈던 압박감과 암흑마기가 줬던 고통만 머릿속 깊이 박혀있었다.

화가 났다. 너무나 화가 났다.

쏴아아아아아아!

운디네의 몸에서 해일 같은 거대한 물줄기가 터져 나왔다.

위력과 규모를 봤을 때 암흑마기에 오염됐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한 모습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물줄기가 늑대숭이들이 붙어있던 악마덩굴의 본체를 때렸다.

본체는 박살이 났고 늑대숭이들은 물살의 엄청난 힘에 휩쓸려 여기저기로 흩어져 떠내려갔다.

경호는 그 광경을 보고 정령계에서 봤던 상급 정령들을 떠올렸다.

샐러맨더, 운디네, 실프, 노움.

중급 악마와 싸워 이길 정도로 강하고 순수한 존재.

-와.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흰둥이가 운디네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경호가 흰둥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순수한 존재들이지만 반대로 화를 낼 땐 정말 무섭게 화를 내는 존재들이지. 그리고 아주 강한 존재이기도 하고 말이야.”

많이 약해진 지금의 경호로선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의 힘을 가진 존재였다.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의 공격이라니 대단하네요.

마니산 곳곳에 물길이 생겼을 정도로 엄청난 공격이었다.

경호는 자신의 앞으로 둥둥 떠내려오는 조그마한 물체를 향해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노르스름하면서 말캉거리는 그 물체는 고소하면서 꼬리꼬리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악마덩굴의 열매도 구했고.”

경호는 아공간을 열어 열매를 챙겼다.

“이제 운디네만 잘 해결되면 되겠네.”

그때 운디네가 경호와 흰둥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래. 속에 있는 분노는 모두 풀렸나요?”

경호의 말에 운디네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인간인 그대에게서 어찌하여 정령의 향기가 나는 거죠?

“제가 좀 좋은 향수를 쓰거든요.”

-풋. 그거 웃기려고 한 말인가요?

“이미 웃으셨잖아요. 아. 그리고 여기는 지구의 수호신입니다.”

무슨 옆집 강아지 소개하듯이 소개하는 경호였다.

-아! 수호신 님. 반가워요.

-이렇게 정신을 차리게 돼서 다행입니다. 저는 지구의 수호신, 흰…. 아니 카니스 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며 저희랑 같이 가시죠. 머물만한 곳이 있거든요.

흰둥이의 말에 운디네가 잠시 고민하다 경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쏴아아!

물소리와 함께 물안개가 운디네 주변으로 몰려들더니 훅하고 작은 물방울로 변해 경호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그럼. 가볼까? 아. 맞다. 테일러는? 설마 거기에 그냥 놔두고 온 건 아니지?”

그랬다면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마수들의 일용할 양식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제가 챙겼습니다.

흰둥이가 자신의 등을 슬쩍 보여줬다.

거기엔 테일러가 하얀 털로 돌돌 감긴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네. 그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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