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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33화 (33/335)

#033화

그믐달이라 더욱 어두운 깊은 밤.

특별거주지역이라고 해도 허름하고 낡은 지역은 존재했다.

습하고 더러운 그런 곳에는 들쥐가 더러 살기 마련이었고 그런 들쥐를 쫓아 몰려드는 길고양이 역시 존재했다.

찍! 찍! 찍! 찍!

들쥐 하나가 빠르게 골목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들쥐는 보통 골목길을 일직선으로 질주하기보다 쥐구멍이나 하수구 따위로 몸을 피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그러지 않고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야아아아옹!

그 뒤를 빠르게 쫓는 제법 커다란 길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페인트 통에라도 빠진 것처럼 전신이 녹색으로 물들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쫓고 있는 들쥐한테도 이상한 점이 또 있었다.

크기도 보통의 들쥐보다 컸고 등에는 작은 기계장치까지 붙어있었다.

퍼억!

기계장치를 매단 들쥐도 빨랐지만 녹색 고양이가 그보다 더 빨랐다.

찌직!

녹색 고양이의 앞발에 맞은 들쥐가 찍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녹색 고양이가 입에 피를 뿜으며 쓰러진 들쥐를 물어뜯지 않고 마치 관찰하듯 앞발로 조심스럽게 기계장치를 툭툭 건드렸다.

퍼어엉!

기계장치가 제법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키아아앙!

들쥐의 시체는 조각나 흩어졌고 녹색 고양이도 놀란 듯 움찔거리며 물러나 화상을 입은 듯한 앞발을 혀로 핥았다.

“자폭장치가 달려있었군. 제길. 분명 영상은 전송됐을 텐데.”

놀랍게도 녹색 고양이가 사람처럼 말을 했다.

놀라운 장면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우우우웅!

녹색 고양이의 전신에 청록색의 마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번쩍거리며 마법처럼 형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양이는 제법 커다란 독수리로 변했다.

펄럭! 펄럭!

날개를 펄럭거린 독수리가 금세 하늘로 날아올라서는 어두운 하늘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비릿한 냄새가 가득한 허름한 골목길 바닥엔 자잘한 핏자국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

미호는 며칠째 행운식당에서 일하며 매일 같이 자신이 정말 이곳에 파견돼있는 것이 승진의 발판이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너무 평범해. 충분히 맛도 있고 깔끔하지만 뭔가 특별함이 없어.”

음식은 딱 그 정도였다.

“이성원 길드장님이나 레드위치님이 자주 찾아오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크게 도움 되는 상황도 아니고. 에휴.”

그냥 친한 형님, 친구에게 놀러 오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이러는 동안 동기들은 굵직한 프로젝트 하면서 쑥쑥 앞서 나갈 텐데. 흰둥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여기서 찬모처럼 일하는 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나름 경상대 수석 졸업하고 수재 소리 들으며 입사했는데.”

미호가 혼자 중얼거리다 옆에서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흰둥이에게 물었다.

흰둥이는 고작 경상대 수석 졸업 주제에 신세 한탄이나 하는 눈앞에 어린 아가씨가 한편으로 가소로웠다.

‘나는 주신의 반려견이자 지구의 수호신인데 여기서 식당의 마스코트로 생활하며 사장님의 의료기기 및 경호 님의 정보 감별기로 살고 있는데. 어디서 배부른 소리를!’

그때 점심 준비를 하기 위해 장을 보고 온 경호와 지숙이 식당으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습니까! 사장님!”

“아휴. 우리 미호는 언제나 씩씩해서 마음에 들어. 우리 아들도 이런 아가씨를 데리고 와야 할 텐데.”

“켁, 케엑!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여간 이상한 소리만 늘었다니까.”

갑자기 훅 들어온 엄마의 묵직한 돌직구에 경호가 헛기침까지 하며 요란을 떨었다.

“이상한 소리라니 엄마도 이제 할머니 소리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저기 그 누구야. 철수 엄마네 손녀는 벌써 초등학교 들어간다더라. 이놈아!”

“으. 그만하라니까. 10년 만에 돌아와서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끝난 아들한테. 엄마는 장 본 거 정리 좀 해줘. 연애사업은 내가 알아서 잘 해볼 테니까.”

지숙은 주방으로 가면서도 마지막까지 말을 덧붙였다.

“선을 보래도 그러네. 너도 이제 곧 마흔이야.”

경호의 결혼에 대한 문제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숙이 유일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었다.

경호도 그런 지숙의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선까지 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었다.

“에휴. 하여간 그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한다니까.”

경호가 괜히 미호의 눈치를 보며 사과를 했다.

“미호 씨. 미안해요. 괜히 엄마 때문에 기분 나빠도 좀 이해해주세요.”

사실 경호도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해서 미호를 어색해했지만 본성이 나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제는 제법 잘 지내고 있는 편이었다.

그건 미호도 마찬가지였다.

깔끔하지 않은 터벅머리가 전체적인 인상을 가려서 그렇지 경호는 생각보다 동안 외모에 키도 큰 편이었고 짙은 눈썹에 선이 진한 잘생긴 얼굴이었다.

‘거기다 회장님이 관심을 기울이는 뭔가 특별함을 가진 남자야.’

미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거로 무슨 사과까지 하세요. 전 오히려 사장님이 절 이쁘게 봐주셔서 기분 좋은데요. 헤헤.”

흰둥이가 그런 미호의 반응을 보고 경호에게 말을 걸었다.

-경호 님. 저 여자, 정미호가 아니라 사실 구미홉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구미호라니? 인간이 아니라 신수라도 된다는 거야? 그런 전혀 기운은 못 느꼈는데.

-그게 아니라.

흰둥이는 경호가 없을 때 미호가 홀에 앉아 한탄하던 내용을 경호에게 전해줬다.

-에이. 요즘 그 정도 욕심 없이 일하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 그런 욕심이 있으니까 일도 더 열심히 노력하는 거지. 출세하고 싶은 욕심이 사실 나쁜 건 아니잖아. 나 같이 뭐든 귀찮아하는 성격이 더 이상한 거지.

경호는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는 미호가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말로 이곳에서는 딱히 배워갈 것도 없을 거고 인사고과에 올라갈 만한 일도 안 생길 거 같은데. 참 그것도 미안하긴 하네.’

그런 이유로 미호가 좀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호 씨. 탕수육 좋아해요? 우리 점심 준비하기 전에 브런치로 탕수육 해서 먹을까요?”

저번에 흰둥이에게 강철뿔양의 고기와 황금꿀로 탕수육을 해준다고 했던 게 생각난 경호가 미호에게 물었다.

“어! 작은 사장님이 직접 해주시는 거예요?”

경호는 미호가 부르는 ‘작은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영 낯설었지만 오빠라고 부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워서 그냥 두고 있는 형편이었다.

“사실 제가 요즘 미호 씨 덕분에 주방을 잘 안 들어가서 그렇지. 실력으론 엄마를 진즉에 따라잡았거든요.”

경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주방에서 지숙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여기서 다 들린다. 아직 아들은 엄마 따라잡으려면 멀었어!”

“두 분 다 탕수육 먹고 놀라지나 마세요.”

경호가 팔을 걷어붙이며 주방에 들어갔다.

지숙과 미호가 홀에 있는 것을 확인한 경호가 아공간에서 강철뿔양의 고기를 한 덩이 꺼냈다.

아공간의 강력한 마력에 마치 방금 도축한 고기처럼 신선했다.

경호는 독기를 제거하고 고기도 연하게 만들기 위해 강철뿔양의 뿔가루를 고기에 슥슥 발랐다.

그리고 감자전분에 물과 달걀로 튀김반죽의 농도를 맞췄다.

“음, 독기는 다 빠졌고.”

경호의 손은 엄청나게 빨랐다.

어느새 고기를 저미고 썰어서는 반죽에 담갔다.

궁중팬에 식용유를 듬뿍 부어서는 불을 올렸다.

기름이 달궈질 동안 경호는 작은 냄비에 물에 간장과 식초를 넣고는 양파와 당근, 오이를 넣고 끓이다 황금꿀 한 스푼 크게 떠서 넣었다.

주방을 넘어 달콤한 향이 식당 전체에 퍼졌다.

소스가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전분물을 넣어 끈적하게 만들어서 불을 껐다.

이제 기름이 충분히 달아올랐다.

튀김반죽을 입은 강철뿔양의 고기를 기름 속에 넣었다.

치이이이이!

눈송이처럼 하얗게 익어가는 고기를 보다 건져내서 잠시 기름을 빼며 식혔다.

이렇게 먹어도 맛이 좋지만 튀김은 두 번 튀기는 것이 겉은 더 바삭하고 속은 더 촉촉했다.

치이이이이이!

살짝 노르스름하게 튀김이 변했을 때 경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탕수육을 잡아 빠르게 기름을 털어내며 건져내는 기술은 경호만이 할 수 있는 마술 같은 하나의 기예였다.

경호가 요리를 담아 나가려고 하는 순간 밖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성원과 정수, 호돈의 기운이었다.

“많이 만들기 잘했네.”

경호가 쟁반에 탕수육과 소스를 각각 담아 홀로 나갔다.

“자아!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는 탕수육 대령했습니다.”

“형님! 저희 왔습니다.”

때맞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성원의 인사에 경호도 탕수육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마침 잘 왔다. 탕수육 많이 만들었으니까 같이 먹자.”

“오오, 상의드릴 게 있어 온 건데 탕수육이라니! 역시 제가 먹을 복이 있네요.”

“그래. 우선 식기 전에 먹자. 그럼. 앉아. 호돈 씨도 앉으시고 엄마랑 미호 씨도 앉아요.”

경호가 탕수육을 식탁에 올려놓고 음료수를 컵에 따라서 한 잔씩 건넸다.

다들 은연중에 올라오는 탕수육의 고소한 기름 냄새에 군침을 삼키는 중이었다.

성원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젓가락을 뻗었다.

“형님, 잘 먹겠습니다.”

소스를 찍지 않고 초간장만 살짝 찍은 성원이 입을 크게 벌려 넣고 씹었다.

바삭! 바사삭!

성원은 자신의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바삭거리는 튀김옷이 분위기를 띄우고 넘치는 육즙이 더욱 흥겹게 만들었다.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하고 풍부한 맛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아, 정말 이거 작품이네요. 형님. 그냥 우리 중국집으로 업종 변경합시다!”

성원의 말에 모두가 웃으면서 탕수육을 집었다.

바삭! 바사삭!

하지만 소스에 찍어 먹고 나서는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들?”

“맞지? 둘이 먹다 셋이 죽을 맛이지?”

지숙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사장님! 이거!”

“내가 요리 잘한다고 했잖아요.”

요리를 배우며 줄곧 찾던 바로 그 특별한 맛이었다.

‘보기에는 분명 그냥 평범한 소고기 탕수육인데.’

미호도 설마 탕수육에서 이런 특별한 맛을 찾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유명한 중식당도 아닌 허름한 백반집에서 얼렁뚱땅 만든 탕수육에서 말이다.

‘어쩌면 회장님은 작은 사장님의 이런 능력을 알아보신 건가?’

이후로 다들 말도 없이 바쁘게 입과 손만 움직이며 탕수육을 비우기 시작했다.

“후아! 형님, 내 인생에 탕수육을 이렇게 집중해서 먹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거 완전 대박입니다.”

커다란 접시를 모두 비우고 나서야 성원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나저나 상의할 문제가 뭔데?”

경호가 성원에게 물어보자 지숙이 눈치를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호야. 우리는 점심 준비할까? 오늘은 두루치기 할 건데. 할 줄 아니?”

“그럼요. 사장님.”

지숙과 미호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정수가 태블릿 PC를 꺼냈다.

“큰형님. 여기부터 여기까지가 신화그룹에서 구매한 구역입니다.”

행운식당이 있는 골목 전체를 포함한 엄청나게 넓은 구역이었다.

물론 행운식당은 지숙의 건물이기에 마치 알박기를 한 모양새였다.

“그런데?”

“이제 주변을 철거할 계획인데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요.”

“뭔데?”

“큰형님. 우선 이 골목을 식당이나 카페 같은 특화 거리로 조성하려고 하는데 어때요?”

그건 사실 땅 주인 마음대로였다.

“그건 니가, 아니 성원이 알아서 하면 되는 거지. 뭘 묻고 그래?”

“아니 큰형님이 너무 번잡스러운 것을 안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요. 하려면 여기 행운식당까지 손을 봐야 해서요. 그렇다고 여길 마음대로 건들 순 없으니까요.”

정수의 말에 경호가 성원을 보고 피식 웃었다.

“우리 정수는 그걸 아는구나. 그런데 우리 둘째 녀석은 그걸 모르는지 길드 사무실도 여기로 옮기고, 함바집도 부탁하고 하던데 말이야.”

경호의 말에 성원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니, 그게…. 하하하. 죄송해요. 형님.”

“그래. 그럼, 또 다른 건 없어?”

정수가 구역지도를 확대했다.

바로 세계수가 심어진 식당 뒤편 부분이었다.

“큰형님. 이 구역은 텃밭처럼 쓰신 것 같던데 그대로 유지하실 겁니까?”

세계수.

그걸 유지하기 위해 사실 식당도 안 옮기고 버티는 중이었다.

“거기는 안 건드렸으면 하는데 어떻게 안 될까?”

“안 되긴요. 그럼, 생태공원으로 더욱 확대해서 조성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공원을 만들더라도 거기에 나무와 풀들은 건들지 말아줘. 모두 식용이거든. 알았지?”

“알겠어요.”

“그럼. 끝?”

경호의 물음에 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정도면 우선 디자인 진행하고 철거 끝나는 대로 공사 시작하면 될 거 같아요.”

“오케이.”

그렇게 일단락이 되고 성원 일행이 떠났다.

경호가 그렇게 나가는 성원 일행을 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그런데 호돈은 할 말도 없어 보이던데 왜 따라온 거야?”

특별히 할 말도, 그렇다고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 호돈이 현장을 두고 성원을 왜 따라왔는지 경호는 의아했다.

-경호 님. 어제 약속하신 거요. 퀘스트 도와주시기로 했잖아요. 까먹으신 거 아니시죠?

-까먹고 싶기는 한데.

레벨업한 흰둥이의 노력으로 지숙의 병세가 날로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다 어젯밤 다현이랑 한잔하다가 술김에 흰둥이에게 ‘퀘스트 그까이꺼 내가 도와줄게!’를 외친 경호였다.

‘아, 괜히 마력을 억누르고 마시다 취해서는.’

-제가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5레벨 정도면 완치도 가능할 거 같다고요.

지숙의 건강이 얽히면 경호도 다른 방도가 없었다.

-알았다고. 그런데 이게 잘 되려나 모르겠네.

머리를 긁적거린 경호가 조용히 식당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지숙이 홀에 나와서는 경호가 없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경호. 얘는 또 어딜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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