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용사의 골목식당-9화 (9/335)

#009화

미르는 회복을 위해, 나는 수련을 위해 그의 레어에서 1년을 함께 보냈다.

돌이켜 보면 그 1년을 버티고 이렇게 살아있는 건 정말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억, 크어억! 미, 미르! 배에 구멍이 뚫렸다고! 끄아아아!”

미르는 잘못된 용사 소환에 대한 분노를 수련이라는 미명하 푸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그랬다.

그렇게 나는 미르의 화풀이 속에서 하루하루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남아야 했다.

-자아, 이거 먹어라.

미르가 건넨 푸른색의 투명한 구슬 같은 환약.

“싫어! 절대 싫어! 그냥 니가 치료해주면 되잖아!”

-나는 신력을 회복해야 해서 최대한 힘을 아껴야 한다고.

거짓말!

미르는 변태 싸이코가 분명했다.

“X발, 그거 먹느니 그냥 죽을래!”

그 어떤 외상도 한방에 치료하는 엄청난 영단이었지만 경호는 그것을 이렇게 불렀다.

“그 ‘똥약’ 치우라고!”

***

깨진 창문 틈으로 해가 들어와 어두운 창고 안을 어렴풋이 밝혔다.

흐흑. 흑흑.

먼지가 뽀얗게 낀 장비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는 그런 폐공장 안에서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심하게 맞았는지 얼굴이 엉망인 남성과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심드렁했다.

“내가 언제 죽인데? 왜 이래? 괜히 사람 때리게 만들고 말이야. 내가 말했잖아. 이야기 좀 해보자고. 토크 말이야. 토크! 둘 중 누가 더 사랑하는지 들어보겠다니까?”

“제발. 제발.”

강민석.

그는 원래 꽤 잘나가던 상급 헌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엇나가기 시작한 그는 점점 변질되어 이제는 살인, 강간, 강도 같은 중범죄로 수배 중인 빌런이 되었다.

지금도 그저 심심하다는 이유로 길을 걸어가던 젊은 부부를 끌고 와서는 폭행을 하던 중이었다.

“크윽, 정말 이야기하면 정말 살려 주시나요?”

남성이 애써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물었다.

“진짜 귀찮게 나불거리네. 그냥 말하라고.”

민석이 큭큭 거리며 웃었다.

여성이 다시 흐느끼기 시작하자 민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들어 창고 바닥을 때렸다.

쾅!

“아이, 시팔! 징징거리는 소리 듣기 싫다고! 그만, 울어!”

헐렁한 추리닝 차림에 코에 반짝이는 피어싱을 한 민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여성에게 손을 뻗었다.

“읍, 읍읍!”

여성의 입을 틀어막고는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확 그냥! 질질 짜지 말고 그냥 죽던가? 결정해! 둘 다 그냥 죽을래? 어! 아, 진짜 욕을 안 하려 해도 이거 도와주질 않네. 진짜.”

민석이 품에서 붉은 마석이 박혀있는 묵빛의 단검을 꺼내 덜덜 떨고 있는 여성의 목을 살살 긁었다.

“덥지? 어때? 목에 시원하게 바람구멍 하나 뚫어줄까?”

남성이 그 모습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 말할게요! 말하겠습니다!”

그가 피식 웃으며 단검을 목에서 치웠다.

“그래, 남편은 왜 여기 부인을 사랑하게 됐지? 과연 누가 더 사랑하는지 들어볼까?”

“제, 제가 대학생 때 첫눈에 반해서 한참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결혼까지 하게 됐고요.”

“그래. 많이 사랑했네. 그럼. 마누라 이야기도 들어볼까? 여기는 얼마나 사랑했나. 뭐, 좀 대단한 이야기 없어? 엄청 궁금하네?”

애써 울음은 참고 있었지만, 여성은 창백하게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말하라고!”

“저, 저는 남편을 사귀고 군대 가 있는 동안 열심히 알바를 해서 전역하는 날 좋은 건 아니지만 중고차를 사서 선물로 줬으…. 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민석이 남성의 허벅지에 단검을 쑤셔 박았다.

“이거 뭐. 더 들어 볼 것도 없네. 고무신 거꾸로 안 신는 것도 용한데. 차까지 사줬다고?”

“으윽! 으아아아악!”

“아프지? 그러게 니가 더 사랑했으면 이렇게 찔리지 않았을 텐데. 아쉽네. 큭큭큭.”

민석이 큭큭 거리며 단검을 뽑아 칼날에 묻은 피를 혀로 핥았다.

비릿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민석을 더욱 흥분시켰다.

“그럼. 우리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까? 이번엔 주제를 바꿔서 둘 중에 누가 더 착한지 이야기하는 거로 하자. 자아, 이번엔 누가 먼저 할래?”

민석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빙빙 돌리다 여성을 가리켰다.

“그래, 너부터 해봐.”

***

“아들, 그렇다고 이렇게 큰돈을 그냥 받으면 어떡해.”

“그냥 받은 건 아니고. 내가 거절하려고 하긴 했는데. 너무 고마워하는 게 느껴져서 거절 못 했지.”

“그래도 오백만 원은 너무 큰데.”

“서지숙 여사님께서 음식값도 싸게 받고 그러니까 복이 굴러왔다고 생각합시다.”

“이미 우리 아들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엄마는 복에 겨운데.”

“내가 복덩이니까 또 복이 들어왔나 보지. 그냥 좋게 생각해. 엄마.”

“그럼, 우리 복덩이 아들이 이거 받아.”

“어?”

지숙이 경호에게 받았던 수표를 내밀었다.

“너 지금 나가서 실종신고도 풀고 전화기도 하나 사고. 그리고 옷도 좀 사고 해. 조금만 나가면 경찰서도 있고 상가들도 제법 있으니까. 알았지? 어차피 여기는 엄마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에이, 10년 만에 첫 장산 데 같이해. 실종신고 며칠 늦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옷도 그냥 있는 거 입으면 돼.”

“10년 만에 와서는 엄마 말도 안 듣고. 어서 가서 하고 오래도.”

서지숙 여사의 고집부리기가 다시 시작되자 경호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엄마 좀 고생 덜 시키려는 아들을 맘도 몰라주고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요.”

“이렇게 살아 돌아온 우리 아들이 실종상태로 있는 게 싫어서 그래. 옷도 사고 주민등록증도 새로 만들어서 와. 알았지. 맛있는 것도 좀 사 먹고.”

“엄마도 같이 그럼, 같이 가자.”

“아니야, 엄마는 가게 지키고 있을 테니 혼자 다녀와. 엄마는 점심 손님 받아야지.”

경호는 알지 못했지만 사실 진작부터 이곳, ‘행운식당’은 하루에 손님 한 명 받지 못한지 꽤 오래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숙은 혹시나 자신이 나갔다가 경호에게 아픈 모습을 보일까 걱정스러워 거절하며 장사 핑계를 댔다.

“알았어. 그럼, 나도 점심때쯤 올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았어. 아들.”

경호는 식당을 나서며 흰둥이에게 전음을 날렸다.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시스템 메시지 보내줘. 알았지?

-알았습니다. 대신 올 때 맛나고 영양가 많은 마수 고기 부탁드릴게요.

흰둥이의 회복이 곧 지숙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에 경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4월. 아침 햇살이 상큼한 완연한 봄이었다.

대기 중에 섞여 있는 마기에 경호는 묘하게 신경이 거슬렸지만 그래도 봄 날씨는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식당이 있는 종로 3가 지역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보수 관리가 되지 않아 노후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제법 사람들이 다니는 번화가가 나왔다.

예전 광화문역이 있는 부근이었다.

물론 이곳도 10년 전에 비하면 썰렁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이곳은 부서진 건물을 철거하고 보수 관리를 하고 있었기에 옛 모습을 조금은 간직하고 있었다.

경호의 눈에 ‘B-2 구역 관할 치안센터’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럼, 우선 실종신고부터 처리하러 가 볼까?”

치안센터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분주해 보였다. 그 분위기에 경호가 어리바리하게 머뭇거리고 있자 입구 쪽에 서 있던 젊은 경찰이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실종신고 해제하러 왔습니다. 신분증도 만들고요. 여기서 가능한 거 맞죠?”

그러자 그에게 질문을 건넸던 경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입니다. 제가 도와드리지요.”

별도의 행정업무를 보는 사무실에 들어간 경호는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점에 놀랐다.

“몇 분이면 주민등록증까지 나온다고요?”

“네, 우선 요기에 손가락을 대주세요. 지문으로 본인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대격변 이후 실종자가 100만 명 이상 발생했다.

그런 상황이 닥치니 현실적으로 실종이나 사망에 대한 처리가 간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문 확인을 통해 본인 확인이 끝나자 경찰이 경호에게 물었다.

“혹시 사진 가져오셨나요?”

“아니요.”

“그럼, 바로 찍어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경찰은 탁상 위에 놓여있는 작은 카메라를 경호 쪽으로 돌려 사진을 찍었다.

그때 경찰이 차고 있는 붉은 마석이 박혀있는 은빛 팔찌가 경호의 눈에 들어왔다.

‘수준이 높진 않지만 분명 마력이 느껴지는데 아티팩트 같지는 않고. 저게 뭐지? 마수의 마석이 박혀있는 아티팩트라고?’

나름 정령계에서 수많은 아티팩트를 보았던 경호도 처음 보는 유형의 물건이었다.

“여기 주민등록증 나왔습니다.”

금세 만들어진 주민등록증을 경호에게 건네며 경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97년생이면 35살이신데. 저보다 훨씬 어려 보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젊어 보인다는 데 기분 좋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경호가 기분 좋은 칭찬에 미소짓자 경찰이 목소리를 조금 낮춰 질문을 던졌다.

“혹시 마공 시술이라도 받으신 건가요? 안 그래도 저도 요즘 알아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마공 시술? 그게 뭔가요? 제가 실종 기간에 사람들이 거의 없는 산속에 살다 나와서요.”

“아, 그러셨군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음을 느끼고 경호는 새삼 지난 10년,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마공은 바로 마도공학을 말하는 겁니다. 마수의 마석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이죠. 이것도 그 기술로 만든 물건이죠.”

경찰은 자신의 팔찌를 보여주며 말했다.

대충 눈치를 챈 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팔찌는 아티팩트 맞나요?”

“아니요.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아티팩트는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각성자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죠. 하지만 마공 기술로 만든 이 ‘아이템’은 마석의 마력을 이용해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아티팩트 모조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건 방어 마법인 ‘마력 방패’를 쓸 수 있게 해주는 팔찌입니다.”

“아, 그렇군요.”

경호는 이런 아이템을 엄마인 지숙에게도 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엔 이렇게 하나 정도는 호신용으로 다 들고 다니죠.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나타난 마수에 대응조차 못 하고 죽을 수도 있거든요. 물론 시간 벌이용에 불과하지만, 꽤 쓸만합니다.”

“그러면 그런 거는 어디서 사죠?”

“헌터마켓에 가면 다양하게 팔고 있습니다. 물론 나쁜 놈들 천지니까 만약 가실 거라면 주의하시고요.”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경호는 속으로 ‘헌터마켓’을 중얼거리며 치안센터를 나섰다.

***

“아무래도 폰팔이에게 낚인 느낌인데. 하아.”

전자상가에 들어가 1시간 이상 돌면서 결국 가장 비싼 폰을 손목에 두르고 나온 경호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일명 ‘뱅글폰’이라 부르는 둥글게 말아 손목에 찰 수 있는 폰으로 신화 그룹에서 나온 최고 사양의 하이엔드 모델인 ‘myth-31’이었다.

마도공학 기술이 접목되어 내구성이 좋아 마력이 흘러 들어가거나 마수의 공격을 받아도 고장이 나지 않는 모델이란다.

“그래, 마수 공격에 당하진 않아도 내 마력에 괜히 고장 나면 그건 문제니까.”

그래도 399만 원이라는 가격은 너무나 사악했다.

“하아, 이제 백만 원 남았네.”

팔찌 같은 디자인은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사용하는 것은 10년 전과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 헌터마켓에 가서 아이템이나 사서 점심 먹으러 가야겠다.”

경호는 지숙에게 회복이나 보호 기능이 있는 아이템을 사줄 생각이었다.

검색해본 결과 다행히 서울시청 근처에 헌터마켓이 있었다.

“그나저나 세상 참 좋아졌네.”

경호는 손목에 찬 뱅글폰을 신기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경호가 대충 기능을 알아갈 때쯤 헌터마켓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 중앙 마켓이라.’

한산한 거리와 다르게 시장은 제법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오오. 오오오.”

경호는 시골에서 막 상경한 촌뜨기 같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헌터마켓을 들어갔다.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는 각성자 용역업체와 길드 사무실 같은 것들이 줄지어 있었다.

“정말 시대가 바뀌긴 했구나.”

그렇게 헌터마켓을 걸어가던 경호가 갈림길에서 멈춰섰다.

좌우로 갈라진 갈림길에 헌터마켓 안내사무소와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왼쪽은 마수와 관련된 부산물을 파는 곳.

오른쪽은 아이템이나 아티팩트를 파는 곳.

“먼저 아이템을 좀 보러 가볼까?”

경호는 오른쪽 길을 따라 걸어가다 갑자기 멈춰 섰다.

“뭐지?”

-국제만물상회.

거창한 이름과 달리 외관은 그냥 작은 구멍가게에 불과했다.

경호는 그곳, 정확히는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묘한 마기에 호기심을 느껴 문을 열었다.

“어서 오게. 젊은이. 혹시 찾는 물건이 있나?”

떴는지 감았는지 분간이 안 되는 실눈으로 가게를 들어온 경호를 훑어본 노파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경호는 묵빛의 평범하게 생긴 단검을 가리켰다.

“할머니. 이건 무슨 아이템이죠?”

묘한 마기를 흘리는 물건이 바로 저 묵빛 단검임을 확인하고 바로 그것을 물은 것이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처음 보는 마공사가 몇 개 가지고 와서는 싸게 넘기길래 받았지. 이제 그거 하나 남았어. 마지막이니까 내가 몇 푼 안 남기고 싸게 줄게.”

“그래서 얼만데요?”

분명 마석이 품고 있는 기운보다 흘러나오는 마기가 더 강한 것이 수상했기에 경호는 단검을 가져가서 알아볼 생각이었다.

“다섯 장에 팔게. 원래 일곱 장짜리여.”

경호는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을 하며 네고를 하기 위해 좀 더 가격을 낮춰서 불렀다.

“그냥 30만 원에 주시죠. 제가 앞으로 단골 하겠습니다.”

“뭐? 30만 원? 자네 헌터가 아니구먼.”

노파에 갑작스러운 말에 경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헌터가 아니면 살 수 없는 건가요?”

“아니, 젊은이. 그게 아니라 500짜리를 30에 달라고 하니…. 최하급 아이템도 기본 100만 원이 넘는데 그런 소리를 하니 하는 말이야.”

‘50만 원이 아니라 500만 원이라고?’

경호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가는 가격이었다.

“최하급 마석이 50만 원이 넘네. 그러니 아이템은 최소한 100만 원이 넘고 거기에 던전에서 나오는 아티팩트는 가장 싼 것도 몇 억씩 하는데. 자네 어디 산이라도 올라갔다가 몇 년 만에 내려왔나?”

몇 년이 아닌 10년이었고 산이 아니라 정령계였지만 어쨌든 노파의 말이 거의 맞았다.

‘마석이 그렇게 비싸다고?’

정령계에서 처치 곤란할 정도로 차고 넘치는 것이 마수의 부산물들이었다.

특히나 마석은 마기를 생성하는 특성 때문에 위험하기만 할 뿐 가치가 전혀 없는 물건이었다.

“중급 주의종 마수의 마석이니 적어도 100은 줘야 하지. 그리고 단검 수공비랑 마도공학 비용까지 하면 500이면 정말 남는 게 없는 가격이네.”

노파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남는 게 없는 수준이었다.

“뭐, 제가 정말 잘 몰라서 이해는 안 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요.”

경호는 중급 주의종 마수가 뭔지 몰랐지만, 저 정도 마석은 최하급 정령도 쉽게 처리하는 놈들에게서 나오는 마석에 수준과 비슷했다.

‘그런 쓰레기가 100만 원이라니. 하여튼 저거 좀 이상하긴 한데.’

경호가 그런 단검을 보고 고민하던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호 님, 식당에 빌런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잡고 있겠지만 도와주셔야 합니다.]

빌런?

경호는 노파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할머니! 빌런이 뭐죠?”

“빌런이 뭐긴 뭐야. 빌런이지?”

“그러니까 빌런이….”

경호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끌자 노파가 다시 대답했다.

“이 젊은이 정말 산에 살다 왔나 보네. 빌런은 각성자 범죄자를 부르는 말이…. 어엇! 아이고! 허리야!”

노파는 눈앞에 있던 경호가 마법처럼 사라지자 놀라 뒤로 넘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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