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마계의 왕 (2)
콰과과과과!
거인의 손에 초지 위의 사람들이 압사당하기 일보 직전.
바닥에서부터 치솟은 수십 개의 얼음 기둥이 우악스러운 손바닥을 막아 냈다.
“서유리 길드장!”
서유리를 비롯한 스톰 길드원들이 거인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다.
<피바리기>가 놀란 어조로 중얼거렸다.
[오호, 이걸 막아 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음 기둥에 점차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모, 모두 피해라!”
“까악!”
서유리의 마법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기둥 사이로 혼비백산 달아났다.
하지만 주변이 이미 인산인해를 이룬 탓에 달아나기도 쉽지 않았다.
초지에 혼란이 가득한 가운데, 히데타를 비롯한 오동 길드원들이 서둘러 마력을 방출하며 지구인들의 안식처를 습격한 거인을 공격했다.
“얼굴! 얼굴을 노려라!”
“얼굴에 공격을 집중해!”
“예!”
콰과과과광!
일제히 쏘아진 각종 마력이 거인의 안면을 강타했다.
덕분에 거인이 비틀대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서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결정타를 가하기엔 거인의 키가 너무 컸고, 애초에 놈은 <피바라기>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꿈틀.
곧 반파된 거인의 얼굴에 다시 살이 차올랐다.
미처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마치 썩은 동태 같은 눈깔이 살로 메워진 눈가 아래로 대롱대롱거렸다.
꿈에 나올까 걱정스러울 만큼 기괴한 모습으로 거인이 크게 외쳤다.
[어디서 온 날파리들인지, 기세가 제법이구나! 하지만 장난도 여기까지다!]
파바바바밧!
거인은 두 번은 실패하지 않겠다는 듯, 이번에는 더 높은 하늘로 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팔에서 곁가지처럼 튀어나온 수백 개의 또 다른 팔이 온 상공을 새까맣게 뒤덮었다.
[죽어라!]
“멈춰라! 놈!”
간신히 거인의 뒤를 따라잡은 레비아탄이 고함을 지르며 사람들 위로 아치형 <뼈 방패>를 소환했으나, 저 수백 개의 팔을 1초도 버티지 못할 거란 건 불 보듯 빤했다.
놈의 팔은 하나하나가 둘레 수백 미터에 이르는 기둥이었다.
어느새 박도진이 거인의 다리를 타고 몇 차례에 걸쳐 뛰어올랐지만, 그 역시도 무의미한 저항에 불과했다.
탓!
박도진이 아무리 팔을 한껏 부풀린들, 거인의 팔에 비하면 1/10도 되지 못했으니까.
곧 수백 개의 팔이 지상으로 수직 낙하했다.
“아, 안 돼!”
<스컬 드래곤>에 타고 있던 ‘마계 찾기’ 원정대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거인의 머리와 어깨 위로 뛰어내렸지만, 그보다 놈의 동작이 더 빨랐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백 개의 기둥을 올려다보며 죽음을 직감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
흠칫 놀란 황한수가 중얼거렸다.
“그가… 돌아왔어요.”
그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뭐?”
하지만 청익이 그 말뜻을 깨닫기도 전에 멸망의 틈 사이로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가 있었다.
“화(火).”
화르륵!
[……?!]
<피바라기>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돌연 수백 개의 팔에서 검은 불길이 치솟더니, 떨어지는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그 팔을 녹여 버렸다.
흡사 지옥의 <헬파이어>를 보는 듯했다.
거인의 살은 한 줌의 재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산화했다.
팔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수백 개의 검은 불길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모두가 그 믿기지 않은 기적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는 사이, 다시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力).”
쿵!
불과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에 10미터에 이르던 초대형 거인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아니, 넘어진 게 아니었다.
[크악!]
거인은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폭삭 주저앉아 압사해 버렸다.
터진 괴물의 몸에서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사람들에게 닿지는 않았다.
“빙(氷).”
곧 바닥에서 일어난 빙벽 덕분이었다.
무너진 거인을 촘촘하게 둘러싼 얼음벽이 놈의 체액을 완벽하게 막아 낸 것이다.
서유리의 얼음 기둥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얼음 장벽이었다.
“아아…….”
유아라는 그제야 익숙한 마력의 정체를 깨닫곤 하늘을 쳐다봤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간 강인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눈망울에 뜨거운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는 것도 잊은 채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 속으로 번쩍이는 번개 때문인지, 아니면 가득 차오른 눈물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아라의 눈에는 그가 짓고 있을 표정이 분명하게 보였다.
― 그가 돌아오게 해 주세요.
― 그가 이곳에서 행복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그가 제발 사랑하는 사람들 품에서 살아가게 해 주세요.
― 단… 한 조각이라도 좋아요. 제가 그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게 해 주세요. 그가… 제게 그랬듯이…….
그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그가 돌아오길 기도한 그녀이기에, 비로소 자신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음을 그 누구보다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강우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문 건 찰나였다.
다시 <피바리기>에게로 시선을 옮긴 그의 입술이 달싹였다.
“뇌(雷).”
콰르르릉!
천지가 경동하며 굉음을 뿜었다.
곧 내리친 검은 번개의 창이 빙벽 사이로 인정사정없이 꽂혀 들었다.
그때마다 <피바라기>의 신음이 들려오는 듯했으나, 그보다는 요란한 천둥소리가 온 세상의 소음을 집어삼켰다.
검은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강우의 신형도 번뜩였다.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번개는 세계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모두는 알았다.
이 번개는 자신들의 수호신이라는 걸.
마침내 수십 번의 번개 세례가 끝나자, 강우도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를 알지 못하는 폭도들은 폭동 중인 것도 잊은 채 두려운 눈으로 강우를 쳐다보며 몸을 한껏 움츠렸다.
“…….”
하지만 강우는 당연히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천천히 <피바라기>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수만의 인파가 몰려 있음에도, 단 한 번도 그의 걸음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당신은…….]
<피바라기>는 무력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최강이라 자부하던 숙주는 이미 검은 불길과 번개에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석탈해가 아니다. 이자는…….’
<피바라기>에게 있어 최후의 석탈해는 그야말로 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석탈해보다도 더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간이라니…….
<피바라기>는 잔뜩 움츠린 채로 강우에게서 풍겨 오는 피 냄새들을 맡았다.
짙은 혈향에 담긴 수만, 수십만의 죽음들.
그중에는 묘하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죽음도 있었는데, <피바라기>가 그것의 정체를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건 다름 아닌…….
‘서, 석탈해?!’
신이라 생각한 존재의 죽음이었다.
<피바라기>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뜬 채 눈앞의 인간을 올려다보았다.
고작 눈을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수만의 쐐기가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문득, 그는 강우의 눈빛에서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사신(死神)!’
신(神)인 석탈해를 죽인 존재.
<피바라기>는 강우에게서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치 엄청난 존재감을 느꼈고, 반감이나 저항의 감정은 일절 품지도 못했다.
신 아래 사는 존재가 어찌 신마저 죽인 존재에게 반(反)할 수 있으랴.
곧 사신이 입을 열었다.
“마물들을 물려라.”
[……!]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사실이다.
<피바라기>는 사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오히려 돌아가면 마물들을 살려 준다니, 그보다 더한 은혜가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피바라기>는 부랴부랴 인간계로 소환한 상급 마물들에게 귀환을 명령했다.
우거?
갑작스러운 명령에 놈들이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으나, 마계의 왕의 명령에 저항할 배포를 가진 놈은 없었다.
놈들은 나온 통로를 이용해 다시 고스란히 마계로 돌아갔다.
그사이, 강우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
<피바라기>는 긴장한 기색으로 바닥에 떨어진 황금빛 단검을 살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았다.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의 또 다른 형제였으니까.
아마도 다른 시간선을 살았을 형제.
형제는 영혼체가 부서진 채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곧 자신의 최후를 깨달은 <피바라기>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덜덜 떨었다.
[사, 살려 주시오! 제, 제발……!]
<피바리기>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함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혼체가 파괴되면, 부활은커녕 진정한 영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영면은 <피바라기>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
그가 두려움에 떠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강우에게서 말이 없자 <피바라기>는 더한 공포에 빠졌다.
이성을 잃은 놈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시, 시키는 건 뭐든 다 하겠소! 당신들의 노예가 되라면 되겠소! 개, 개처럼 짖으라면 짖을 테고, 집을 지키라면 손수 목줄을 매고 당신들의 대문을 목숨 걸고 지키겠소! 마계를 바치라면 그리하리다! 그, 그러니 제발……!]
그러나 강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볼 뿐이었다.
언뜻 황한수와 눈이 마주쳤지만, 오히려 먼저 시선을 피한 건 그였다.
아직 그는 강우와 대화할 용기가 나지 않는 듯했다.
이윽고 생각 정리를 마친 강우가 말했다.
“현재 네가 마계의 대표인가?”
강우는 그저 상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물은 말이지만, 그것이 <피바라기>로선 하나의 시험으로 느껴졌다.
[내, 내가 감히 한때는 소신을 그렇게 불렀소! 하, 하지만 이제는 아니오! 내가 어찌 감히……!]
“묻는 말에만 답해라. 지금 마계는 네 명령에 따르는가?”
<피바라기>의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걸 묻는단 말인가.
하지만 그로선 순순히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괜히 미움을 살지도 모르니까.
[그, 그렇소.]
그러자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유 공간 속 <피바라기>가 잔뜩 굳은 채로 부복해 있는 사이,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몇 가지 부탁해야겠군. 네 도움이 필요하다.”
사신이 자신에게 부탁이라니.
<피바리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
* * *
몇 주 후.
[빨리빨리 움직여라!]
― 우, 우거!
― 카아악!
“길드장님, 이쪽에 자재가 필요합니다!”
“서두릅시다!”
현재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구와 마계의 합작’이었다.
마계는 마력의 농도가 짙어 비각성자가 살기 부적합하기에, 지구인들은 이 멸망한 땅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왕린의 계획대로 마계의 물자를 이곳으로 옮겨 오는 계획을 수행 중이었다.
사방에 산재한 용암이 문제이지만, 그건 강우의 등장으로 손쉽게 해결됐다.
“역(力).”
“빙(氷).”
“격(擊).”
그는 단번에 용암을 식히고 땅을 뒤엎었다.
땅이 솟아야 하면 솟게 했고, 꺼뜨려야 하면 꺼뜨렸다.
강우는 이 땅의 창조주나 다름없었다.
피를 매개로 한 만큼 사도의 권능도 영원한 건 아니지만, 이 세계를 인간이 살 만한 땅으로 만드는 데까진 그 힘이 다하지 않을 듯했다.
<마력 정화> 능력을 갖춘 각성자들이 서둘러 영토를 확장하는 사이, 사람들은 마계에서 가져온 각종 열매나 짐승 고기로 배를 채웠다.
“고, 고기다!”
“지, 진짜 고기야!”
마계에도 사슴이나 토끼 같은 동물이 있었다.
녀석들에게도 마력이 축적돼 있으나, 동물은 <마석>을 갖지 않는 만큼 간단한 정화로도 고기 식용이 가능했다.
[여, 여기 소금도 있습니다.]
방대한 지식이 축적된 <피바라기>는 마물과 달리 인간이 소금을 따로 섭취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강우를 향한 공물의 일종으로 소금을 가져다주었고, 서유리와 왕린은 그것을 흡족해하며 받았다.
간만에 술을 한잔한 왕린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마계의 왕께서 이리도 친히 나서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구려!”
[아, 아닙니다. 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 겸손하시기까지. 혹시 마계에도 형제라는 개념이 있소?”
[…예?]
덕분에 마계와 인간계의 사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때는 서로를 사냥하는 처지였지만, 이제는 그것이 모두 석탈해 때문임을 알았다.
양쪽은 모두 석탈해의 피해자였고, 이제는 힘을 합해야 할 때였다.
갑작스러운 왕린의 질문에 <피바리기>가 쩔쩔매자, 보다 못한 강우가 화두를 돌렸다.
“마계엔 문제없나?”
그러자 <피바라기>가 황송하다는 듯 말했다.
[그, 그렇습니다. 그래도 인간계에 비하면 마계는 피해가 덜한 편입니다. 복구 작업이 상당수 이루어졌습니다.]
안 그래도 레비아탄과 함께 마계에 한 번 다녀온 강우였다.
현재 레비아탄은 혹시 살아남아 있을 동족을 찾아 마계를 수색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화, 황공합니다.]
<피바라기>, 아니, <피바라기>를 든 <붉은 오크>가 고개를 푹 숙였다.
강우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럼 좀 더 부탁하지.”
[맡겨 주십시오.]
그 길로 강우는 쉼터로 향했다.
한때는 마계를 없애 버릴까 생각도 해 봤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절반 가까이의 땅에서 마그마가 들끓는 지구와 달리 마계의 자연은 상당수가 보존되어 있었다.
각성자의 다수가 마계를 오갈 수 있는 만큼, 언젠가는 인류가 마계로 넘어가 살게 될지도 모를 일.
굳이 그곳을 파괴할 이유는 없었다.
또한 마계는 지구에 수십 배에 달하는 크기였고, 레비아탄 같은 인간에 근접한 종족도 살고 있었다.
지구인이라고 살지 못할 이유도 없지.
한동안 마계와 지구는 서로의 문물과 자원을 나누며 공존할 터였다.
최소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은.
안 그래도 얼마 전 왕린이 마계에 도르래를 전파해 몇몇 <오크> 부족이 우물을 파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강우는 걸음을 서둘렀다.
며칠 전부터 히데타가 말을 걸고 싶은 듯 주변에서 알짱거렸지만, 강우는 그를 무시했다.
모든 일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니까.
사람이라고 별개는 아니었다.
― 유아라 씨랑 대화했어요? 엥? 아직도 안 했다고? 당신, 제정신이에요?!
한선화도 그렇게 말했고…….
이윽고 강우가 도착한 곳은 황한수가 지내는 천막 앞이었다.
“한강우다. 들어가도 괜찮겠나?”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청익도 그곳에 있었다.
오랜만에 황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그들은 황 노인의 <삼인검>을 들고 있었다.
아마도 지구에서 청익이 챙겨 온 모양이었다.
“여기 앉으세요.”
강우는 황한수가 내준 의자에 착석했고, 그렇게 세 사람은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맴돌고…….
마침내 강우가 입을 열었다.
몇 주간 언제 말을 꺼내야 하나 계속 고민하던 말이었다.
“미안하다.”
검은 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