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352화>
1년 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금빛 조명 아래에 고급스럽고 넓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성공하는 가게 중 손꼽히는 요인 중 하나는 가게의 분위기다.
레스토랑 같은 곳은 손님들의 대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서는 안 된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의 공간이어야 했고, 그런 측면에 있어서 가게는 아주 완벽했다.
손님들은 음식을 맛보고 감탄하며 서로 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하나같이 깊은 만족도를 표현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홀과는 달리 주방은 전쟁과도 같았다.
점심시간을 맞아, 오너 이호성의 진두지휘 아래 주방에서는 요리사들이 솟아오르는 불길을 마주하며, 완벽한 음식을 만들기 위한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이호성이 이렇게 주방에 들어올 때면, 헤드 셰프는 수 셰프의 일을 거든다.
“야! 팬을 그따위로 휘두르면 어쩌자는 거야!”
이호성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팬을 빼앗아 시범을 보였다.
팬을 빼앗겼던 남자는 마른침을 꿀떡 삼키며 이호성이 다시 넘겨주는 팬을 잡고 이번엔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 집중력을 발휘하여 팬을 잡았다.
지켜보던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확인한 후에, 이호성은 헤드 셰프를 불러 오늘 오는 특별 손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얘기해 준 뒤, 주방을 나갔다.
이호성이 나가자 셰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뒷문을 통해 골목으로 나온 이호성은 오래된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 한번 기깔난다.”
피식 웃으며 담배를 피우던 이호성은 불현듯 벌써 민성이 떠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떠올리고서 짧게 한숨 쉬었다.
“아니, 뭔 마계에 그렇게 오래 계신데? 삼시 세 끼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이.”
이호성이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뒷문이 열리며 홀 직원 하나가 나왔다.
“사장님. 전화 받았는데요. 예정보다 좀 일찍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그래? 알았어.”
“네!”
직원이 물러가고 나서 이호성은 담배를 끄고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 * *
오늘의 VVIP 손님은 중앙 헌터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였다.
여느 때보다 훨씬 더 긴장된 상태의 주방 안에서 헤드 셰프의 요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무리 헤드 셰프라고 해도 VVIP 손님이니만큼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내 완성된 요리를 홀 서버가 가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호성은 멀리서 김지유가 비즈니스 관계자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숨을 골랐다.
두 사람이 음식을 맛보고 맛있어하는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이호성은 마음을 놓고 쉴 수 있었다.
“사장님.”
직원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았다.
“총군주님께서 같이 자리에 오셨으면 한다고 말씀을 전해 달라 했어요.”
이호성은 김지유가 있는 테이블 쪽을 흘깃 보았다가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곧 간다고 말씀드려.”
“알겠습니다.”
이호성은 앞치마를 벗고, 사무실로 돌아가 슈트 겉옷을 챙겨 입은 뒤, 다시 홀 쪽으로 돌아갔다.
넓은 홀에 이호성이 나타나자 손님들이 이호성에게 인사를 해 왔다.
이호성은 미소로 그 인사에 화답해 주며, 김지유가 앉아 있는 자리로 향했다.
김지유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일어서며 슈트 상의 단추를 잠그며 돌아섰다.
고급 슈트를 입고, 머리를 느끼하게 넘겨 이마를 드러낸, 미남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세훈이라고 합니다.”
그가 악수를 청해 왔고, 이호성은 가볍게 그 손을 잡아 준 뒤, 자리에 앉았다.
김지유가 밝은 웃음을 지었다.
“바쁜데 곤란하게 한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제가 직접 일하는 것도 아닌데요, 뭘.”
김지유가 찡긋 웃으며 고개를 모로 꺾어 보였다.
“제가 알기로, 중요한 순간에는 주방에서 직접 지휘한다고 들었는데요?”
이호성은 김지유의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을 이세훈이라 소개한 남자를 보았다.
“그런데 이분은?”
이호성이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어깨를 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 새로 부임했습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중앙 기관에 소속된 정상 전문 외교관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이호성은 김지유와 이세훈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자 김지유가 장난스럽게 찌릿 하는 눈빛을 보냈다.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 눈빛인데요?”
이호성은 작게 웃었다.
“그럴 리가요.”
“그나저나, 요즘 호성 씨 너무 잘나가는 거 아니에요?”
“제가요?”
“와,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지금?”
이호성은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기부 재단도 엄청나게 커졌고, 운영하고 있는 식당만 해도 7개. 그 모든 식당이 365일 예약이 꽉 차고 있잖아요. 1년 만에 이런 성과를 내는 건 정말 굉장한 일이라고요.”
옆에서 이세훈이 거들었다.
“저 역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님이 만든 식당을 어렵게 예약해서 모두 가 봤는데, 오늘 이 가게를 포함해서 모두 환상적이었습니다. 제 여자친구 역시 입이 마르도록 극찬을 했고요.”
이호성은 싱긋 미소 지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돼요?”
김지유가 물었다.
이호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짧게 웃었다.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업도 안정적으로 자리가 잡혔고.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여행을 좀 다니고 싶어요.”
“와. 좋겠다. 저도 여행 좀 다니고 싶은데.”
김지유가 진심으로 부럽다는 듯이 말했고.
“우리 위대한 총군주님은 책무가 워낙 막중하시니 자리를 비우시면 안 된답니다.”
이세훈이 농담조로 말하자 이호성은 동의한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김지유만이 너무한다는 눈빛을 보내 왔다.
“각국의 정부와 헌터장들, 그리고 범죄 조직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헌터님이 자리를 오래 비우고 있으니 딴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김지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민성 씨가 어떤 사람인데요. 워낙 강렬한 기억을 정상들에게 심어 줘서, 모두 문제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어요. 정부와 헌터장들의 줄다리기는 여전히 이어지고는 있지만, 심각한 건 아니고요.”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이 된다는 듯 긴 한숨을 뱉었다.
“그렇다면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네요.”
“여행은 얼마나 길게 가려고요?”
“뭐, 한 9박 10일 정도?”
“에이, 뭐야. 난 또 엄청 오래 쉬는 줄 알았잖아요.”
“그래도 돌아와서도, 간단히 체크만 하고 제 개인적인 생활에 좀 집중할 생각입니다.”
“우리 완벽주의적인 호성 씨가 그럴 수 있을까요?”
이호성은 쓰게 웃었다.
“헌터님 들으면 큰일 날 소리십니다.”
김지유가 콧잔등을 찡그리며 웃었다.
“민성 씨의 기준이 워낙 높았던 거죠. 그리고 호성 씨 정도가 되니까 보좌할 수 있었던 거고요.”
이호성이 민성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헌터님 앞에서 전 항상…… 부족한 사람이죠.”
“민성 씨가 믿는 유일한 사람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모든 대답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호성이 위로가 된다는 듯이 웃었다.
“감사합니다.”
이세훈이 이호성의 잔에 와인을 채워 주고, 건배 제의를 했다.
“이렇게 대단하신 두 분의 친분을 옆에서 보고 있으니,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정말 영광입니다.”
김지유가 잔을 들었고, 이호성도 와인 잔을 들었다.
짠- 하고 건배를 한 후 이호성이 와인을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부르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음?”
이호성은 와인 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이호성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지유와 이세훈이 놀란 눈으로 그런 이호성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김지유가 놀람과 걱정이 담긴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허, 헌터님입니다.”
“민성 씨라고요?”
김지유의 목소리 톤도 자연히 올라갔다.
이호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된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네, 헌터님. 전화 받았습니다. 네? 아, 저 지금 제가 운영하는 식당에 있습니다. 네? 어디냐고요?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네? 아…… 그럼 주소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호성은 전화를 끊고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민성 씨가 가게로 온대요?”
김지유가 테이블을 짚고 일어서며 물었다.
이호성이 초점 없이 허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하신답니다.”
이호성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세훈도 긴장한 얼굴로 일어섰다.
“손님들 이제 그만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세훈의 물음에 이호성은 고개를 저었다.
“헌터님은 그런 거 안 좋아하세요. 죄송합니다. 저 바로 주방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김지유가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른 가 보세요.”
이호성은 도망치듯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요리를 하고 있던 셰프들이 이호성이 뛰어 들어오자 놀란 눈으로 이호성을 보았다.
“모두 주목.”
이호성이 박수를 짝 쳤다.
숙련된 셰프들은 요리에 집중하면서도 눈만은 이호성을 주목했다.
“강민성 헌터님이 우리 식당으로 오신다. 지금.”
이호성의 말에 셰프들의 얼굴에 지독한 긴장감이 배어들었다.
“잘할 수 있지?”
“예!”
셰프들이 비장한 얼굴로 일시에 대답했다.
이호성은 셰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는다.”
“예!”
이호성은 시간을 체크했다.
강민성이라면 도착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 * *
김지유와 이세훈은 물론, 이호성과 셰프들까지 민성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넓은 가게 홀로 들어왔다.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수염이 나 있는 한 사내.
목 폴라 티에 코트를 걸치고, 청바지에 워커를 신은, 세상에서 가장 남자답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 강민성이었다.
이세훈은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그런 민성을 보았고, 김지유는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민성을 보았으며, 이호성은 긴장한 채로, 직접 홀로 나가 민성을 맞이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호성이 긴장을 감추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민성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가게를 훑었다.
“이게 네 가게냐?”
민성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이호성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여기 말고도 6개가 더 있습니다. 시간 나실 때 한 번씩 들러 주세요.”
민성은 피식 웃었다.
“자리는?”
“이쪽으로 오시죠.”
이호성의 안내로 민성이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리에 착석했다.
이호성이 메뉴판을 건네자.
“가장 자신 있는 걸로.”
민성이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호성은 단단히 각오를 마친 얼굴로 메뉴판을 거두었다.
“곧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밥 먹을 때 잠깐 앉아.”
“알겠습니다.”
이호성이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때, 김지유와 이세훈이 민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김지유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민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옆에 서 있는 이세훈을 보았다.
이세훈은 바짝 얼은 채로 인사했다.
“중앙 기관에 새로 소속된 외교관 이세훈입니다! 총군주님께서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 주시어 오게 되었습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이세훈이 잔뜩 군기가 든 채로 인사를 올렸다.
민성의 강렬한 시선에 이세훈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둘이 커플인가?”
민성이 물었다.
김지유가 이마에 빠직 혈관을 세우며 웃었다.
“그럴 리가요. 전 민성 씨한테밖에 사심 없는데요?”
민성은 대꾸하지 않고 물을 마셨다.
“오랜만에 뵀는데 같이 합석해도 될까요? 할 얘기도 많고요.”
김지유가 말했다.
“마음대로.”
민성이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김지유가 이세훈과 함께 테이블 부스 자리에 앉았다.
그런 다음 김지유가 홀 직원을 불러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 * *
준비된 음식이 테이블 위로 모두 세팅되었다.
랍스터와 스테이크. 그리고 샐러드. 간결하면서도, 화려하고 또한 심플했다.
이호성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음식.
민성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이호성이 뒤늦게 착석했다.
“입에 맞으십니까?”
이호성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1년 만에 먹는 인간계의 식사다. 불어 터진 자장면을 먹어도 맛있을 수준이지. 하지만.”
“…….”
“그럼에도 수준이 높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군.”
이호성이 해냈다는 얼굴로,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볍게 식사를 마친 민성이 냅킨으로 입을 닦고, 와인으로 입을 행구며 꿀꺽 마시고서 만족한 듯 와인병을 들어 살폈다.
“아니, 그나저나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 거예요?”
이호성이 참았던 질문을 던졌고, 김지유와 이세훈도 궁금하다는 듯 민성에게 집중 했다.
민성이 와인병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별달리 한 건 없어. 그저 마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고 돌아왔을 뿐이다.”
이호성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이호성.”
민성이 물 한 잔을 마시며 운을 뗐다.
“네?”
“당분간 가게는 못 나올 거다.”
민성의 말에 이호성은 잠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멍한 얼굴이 되었다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예? 왜요?”
“가야 할 곳이 있으니까.”
“어딜요?”
“가 보면 알아. 누굴 좀 만나야 하거든.”
일순 이호성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마계요?”
“아니.”
“그럼 어디를요? 천상계?”
민성이 강한 눈빛을 쏘았다.
불안감은 점점 더 확고하게 굳어진다.
“아니, 헌터님. 어딘지는 몰라도 저 못 갑니다. 절대, 절대! 못 가요. 이제 자유라면서요! 가긴 어딜 가요. 그리고 저 여행 갈 거예요. 9박 10일로. 세계 여행 할 거라고요.”
“나랑 같이 가야 할 곳도 여행은 여행이지. 아주 스릴 있고 즐거운 여행이 될 거야.”
이호성이 스트레스가 빡빡하게 올랐다가 거의 초탈한 표정이 됐다.
김지유가 싱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 여행, 저도 갈 수 있나요?”
김지유가 웃으며 적극적으로 민성의 눈을 보며 말했다.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원한다면.”
이호성이 김지유에게 손사래를 쳐 보였다.
“정신 차리세요. 헌터님이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 진짜 보통 일 아니에요. 총군주님 지금 실수하는 거라고요.”
“전 민성 씨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건데요?”
“아 진짜 왜 이래. 그럼 저는 빼 주세요. 저 대신 총군주님만 데려가면 되잖아요.”
“요리를 못하잖아.”
“아…….”
이호성이 스트레스가 담긴 숨을 뱉으며 김지유와 영문 모를 얼굴로 앉아 있는 이세훈, 그리고 민성을 보며 표정이 사라진 얼굴이 되었다.
“진짜 저한테 왜 이러세요.”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만 찡찡거리고, 안 갈 거면 안 가도 된다. 진지하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갈 거야, 말 거야?”
민성이 가볍게 미소 지은 얼굴로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후우…….”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뱉은 이호성.
그리고 민성과 김지유, 이세훈의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이호성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머리를 확 들었다.
그리고 이내 민성에게 한쪽 입고리를 올리며 진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순수한 마음이 깃든 거짓 없는 웃음이었다.
(귀환자의 삼시세끼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