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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49화 (34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49화>

* * *

이호성은 바짝 긴장한 채로 민성이 요리하고 있는 모습을 흘깃 훔쳐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민성은 아주 예민한 모습으로 요리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호성의 입장에서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민성은 아마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호성 자신에게 음식을 먹일 생각인 듯했다.

그건 공포 그 자체였다.

“먹어 봐.”

민성이 다시 끓인 김치찌개를 이호성의 앞에 놓아 주었다.

이호성은 민성의 눈치를 살피며 김치찌개를 떠먹었다.

“괜찮은데요?”

이호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거짓말.”

민성이 한기가 날리는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말했다.

“아니, 진짜예요. 괜찮다니까요?”

민성이 이호성을 쏘아보다가 본인이 숟가락을 가져와서 한 수저를 떠먹어 보고는 인상을 팍 쓰면서 숟가락을 싱크대에 던졌다.

이호성은 바짝 얼은 채로 숨도 쉬지 못했다.

“왜 맛이 없는 거지? 분명 레시피대로 했는데.”

민성이 어두운 기운이 풀풀 날리는 채로 중얼거렸다.

“다시 만들어야겠어.”

민성이 한층 더 예민해진 모습으로 다시 김치찌개를 만들 준비를 했다.

이러한 과정을 약 8번 반복했고, 이호성의 머릿속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강민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 * *

“완벽합니다, 헌터님.”

이호성이 벌떡 일어서서 물개 박수를 쳤다.

하지만 민성은 본 채도 하지 않고, 숟가락을 들어 맛을 보았다.

“흠…….”

자신이 만든 김치찌개를 내려다보며 또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를 보면서 이호성은 영혼이 가출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경험했다.

“진짜 맛있다니까요?”

이호성이 간절함을 담아 말했다.

“역시 요리는 나랑 안 맞아.”

민성이 싱크대에 수저를 던지고, 루왁 커피를 타고서 거실로 나갔다.

이호성은 한숨을 쉬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중앙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는 대체 저 남자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마음에 품은 거지?

이호성은 설거지를 하면서 허허 웃었다.

저런 성격 파탄자를 좋아하다니.

이해할 수 없군.

어느 모로 봐도 차라리 나 이호성이 훨씬 매력적인데 말이야.

쿡쿡 웃으며 설거지를 하던 이호성에게 바가지가 다가왔다.

“뭘 혼자 실실 쪼개, 이 똥개야.”

이호성의 이마에 혈관이 빠직 돋았다.

“확 감자탕을 끓여 버릴라. 적당히 까불어라. 이제는 내가 너 이길…….”

이호성이 바가지가 있는 쪽을 내려다보며 말하다가 말을 끊었다.

바가지가 어느새 거실에서 날아다니는 레폰에게 매달려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호성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며 설거지를 마무리 하고서, 마당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태웠다.

“스읍. 헌터님한테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하지?”

이호성은 담배를 피우면서 김지유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꺼내는 게 좋을지 고민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런 쪽으로는 음식과 다르게 영 반짝반짝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 내가 무슨 큐피트도 아니고 능력 밖의 일이라고.”

결국 이호성은 담배를 끄고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 뒤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민성에게 갔다.

“헌터님, 잠깐 얘기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민성이 이호성의 위아래를 훑었다.

“말해.”

순간 이호성은, 지금 민성이 요리로 인해 한껏 예민해져 있는 듯해서 지금 김지유에 대한 얘기를 했다가는 상황을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일단 총군주 얘기는 꺼내지 말자.

이호성은 민성의 옆에 앉았다.

“헌터님. 여자한테 관심 없으십니까? 아니, 예전에야 마계에서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돼서 적응이 안 됐다고는 하지만, 헌터님도 이제 인간 세상에 적응하고 싶다고도 했고. 그리고 더 이상 안전에 대한 불안을 느낄 이유도 없고 하니까요.”

“…….”

민성이 이호성을 빤히 쳐다보자, 이호성은 식은땀 한 줄기를 흘렸다.

“뭐…… 이상형이라든가.”

“…….”

“진짜 관심 없으세요?”

“처맞을 때가 됐지 이제?”

“아니요.”

“…….”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시키실 일 있으세요?”

“없어.”

민성이 TV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나갔다 오겠습니다.”

이호성은 천천히 일어나서 꾸벅 인사를 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더 떠들었다가는 주둥이가 뜯겨져 나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 * *

이호성은 약속 시간에 맞춰 워프 게이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총군주가 도착하기까지는 약 2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건물 안의 의자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감상했다.

총군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 이호성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호성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 옆을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여자 연예인이었고, 그중에서도 요즘 아주 잘나가는 걸 그룹의 메인이었다.

“이호성 오빠 맞죠?”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물어왔다.

어떻게 알아봤지?

이호성이 신기해하고 있는 가운데.

찰칵! 찰칵!

사진 찍히는 소리가 났다.

기자들이 어느새 몰려들고 있었다.

이호성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살짝 당황하여 눈을 깜빡였다.

“너무 반가워서 인사라도 하고 싶었어요.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아이돌이 기자들 앞에서 꾸벅 인사를 했다.

기자들이 더 빠르게 셔터를 눌러 댔다.

이호성은 짧게 한숨 쉬었다.

강민성이야 워낙 카리스마가 대단하기 때문에, 기자들이나 방송국, 그리고 연예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감히 달라붙지 않았지만, 자신은 사정이 달랐다.

어떻게든 엮어 보려는 인간들투성이었다.

이슈를 터트리려는 연예인들도 태반이고, 자신과 연줄을 만들어 보려는 인간들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강민성의 오른팔이라는 위치는 그만큼 엄청난 것이다.

때문에 사실 그동안 귀찮은 일이 엄청 많았다.

사과 먹으라고 주길래 박스를 열어 봤더니 돈이 쌓여 있지를 않나.

필요한 게 있으면 돈이든 여자든 뭐든 구해 줄 수 있다고 하지를 않나.

온통 부담스러운 인간들 투성이었다.

공항에서 어떻게 알아보고 왔는지는 몰라도, 이 걸 그룹의 여가수도 마찬가지였다.

순수하게 인사하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공항에서, 그것도 공인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기자들이 많은데 자신에게 와서 인사를 한다는 건 이호성의 입장으로서는 충분히 부담스럽고 불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연예인도 아닌데 이제 어느 정도 이런 상황에 이골이 나서 나름 여유가 있다.

“반가워요.”

이호성은 그녀와 가볍게 악수를 하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꺅! 오빠,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시면 안 돼요?”

그녀는 SNS용 사진을 요구해 왔다.

자신과 찍은 사진이 SNS로 올라가면 뉴스로 도배되는 것은 물론 엄청난 댓글이 달린다.

방송 활동도 안 하는데, 그러고 보면 엄청난 인기인이군.

이호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아이돌 가수가 사진을 찍자마자 SNS에 사진을 업로드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호성은 마스크를 내리고, 선그라스를 벗으며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총군주가 도착할 시간이 됐고 때 마침 총군주가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게 보였다.

“총군주님, 이쪽입니다.”

이호성이 김지유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레이 정장인 오피스 차림으로 캐리어를 끌고 오는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방금 전의 아이돌 가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치 여신이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왜 굳이…….

강민성에 대해 그녀와 얘기를 나눌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호성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김지유가 이호성의 앞에 서면서 물었다.

“아니요. 얼마 안 됐습니다.”

이호성이 그렇게 답했을 때 어느새 포지션을 잡은 기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아무래도 이목이 있으니까, 여기 워프 게이트 VVIP 커피숍으로 가실까요?”

이호성이 물었고, 김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은 걸음을 옮기며 김지유를 흘깃 보았다.

이동하면서 기자들의 카메라 촬영 세례를 받으며, 자신감 있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녀에게서는 아름다움의 포스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 * *

“정말 그렇게 얘기했어요?”

시상식 레드카펫 위에 오른 톱 여배우조차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이 총군주라는 사람은 강민성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한없이 약해지고 만다.

일종의 충격까지 먹은 것 같은 그녀를 보면서 이호성은 이 연애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상대는 무려 강민성.

솔직한 심정으로는 답이 없으니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건 차마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김지유가 말했다.

“시간이요?”

“네. 앞으로 자주 만나면서, 밥도 먹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점점 스토커처럼 변해 가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이호성은 암담한 마음이었지만.

“네. 그렇게 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생길 것 같은데요?”

“그렇겠죠?”

이호성은 김지유와 희망 없는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어떻게 현실을 말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모르지.

헌터님도 꽤 많이 변했고, 그녀의 말대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많이 바뀔지도.

이호성은 그녀에게 민성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모든 설명을 듣고 난 김지유는 한층 더 무거워진 얼굴이었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어려운 남자네요.”

김지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호성도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아참, 그리고 이거요.”

김지유가 템창에서 서류를 꺼내 이호성에게 내밀었다.

이호성은 그녀가 준 서류를 확인했다.

중앙 헌터 기관이 헌터장과 헌터들을 감시하면서 쓴 보고서였다.

“아직까지 큰 특이 사항은 없어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보고서를 드릴 예정이에요. 긴급 사항이 발생하면 호성 씨에게 바로 연락이 갈 거고요.”

“아,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총군주는 단순히 연애 상담만으로 자신을 부른 것은 아니었다.

이호성은 그녀에게서 그동안 직접 팀을 짜며 헌터장을 감시하고 현장을 확인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꽤 제대로 된 감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는 내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중앙 헌터 기관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자신이 개입할 만한 상황은 별달리 많지 않을 듯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재단 설립과, 식당을 차리는 일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이호성은 직감했다.

이제 진짜 자유를 찾을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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