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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47화 (34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47화>

아주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술이었고 겨울과 아주 잘 어울렸다.

추위를 감싸 주는 이 맑은 느낌이, 여름에는 어떻게 다가올까?

아마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고급 사케라는 술이 주는 감동은 꽤 낭만적이다.

“마음에 꼭 드시나 봅니다.”

이호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럭저럭. 아니, 꽤.”

민성이 옅게 웃으며 술병을 보고 있는 가운데, 여점원이 음식을 갖고 왔다.

돈데끼 2개와 나가사키 짬뽕이다.

“먹자.”

민성이 수저를 들며 말했다.

이호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저를 들었다.

민성은 우선 음식을 자세히 보았다.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족도가 훨씬 더 올라간다.

보기 좋은 음식을 눈에 담고, 미각을 즐기는 것이 민성의 식사의 과정 중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우선 돈데끼부터 살펴보았다.

돈데끼는 잘 구워진 항정살 고기에 어두운 빛의 소스가 뿌려져 있고, 그 위로 채 썬 양파가 항정살 고기 위에 올라가 있으며, 마지막에는 파가 귀엽게 올라가 있다.

또한 그 옆으로는 느끼함을 잡아 주기 위해서인지 채 썬 양배추가 있었다.

그리고 밥은 그냥 밥이 아니라 김과 함께 주황빛 날치알이 올라가 있는 ‘날치알’ 밥이었다.

전체적으로 보고만 있어도 꿀-꺽 하고 침샘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빨리 먹어 보자.

민성은 밥을 한 숟갈 떠먹고 곧바로 포크를 들어 항정살 고기를 파가 섞인 양파와 함께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민성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불쾌감 때문이 아니라, 맛에 만족해 감탄했다는 절정의 표현이었다.

고기는 아주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하는 항정살인 만큼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바로 소스다.

인위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는 데리야끼 소스의 정통을 맛보는 느낌이랄까?

아주 달달하지만 이 독특한 맛이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잠깐 놓치고 지나갔는데, 뒤늦게 이 날치알 밥이 상당히 재미있고 맛있다.

혀를 쓸면서, 톡톡 씹히는 날치알과 밥알의 조화는 굉장히 아름다워서 도저히 이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민성은 돈데끼 소스를 이 날치알 밥 위에 얹어서 먹어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다!

맛있다.

민성은 돈데끼에 집중하여 식사를 하다가 자연히 시선이 나가사키 짬뽕으로 넘어갔다.

여전히 뜨거운 김을 피우며, 마치 CF처럼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나가사키 짬뽕이다.

민성은 수저를 내려놓고, 국자를 들어 나가사키 짬뽕을 앞 접시 그릇에 덜었다.

뽀얀 국물 위로 야채와 면, 그리고 돼지고기와 오징어, 새우, 관자 그리고 양배추와 같은 야채가 들어간 나가사키 짬뽕은 강력한 비주얼로서 가슴에 파고들었다.

돈데끼를 절반 이상 맛있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사키 짬뽕을 앞두자 식욕이 솟구쳤다.

민성은 나가사키 짬뽕의 뜨거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동통한 면을 야채와 함께 쭉 들어 올려 그대로 면치기를 시행했다.

면발이 세차게 입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면을 씹고 삼킨 민성의 입에서 뜨거운 김이 흘러나왔다.

두툼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면발. 그리고 뽀얀 만큼 깊이감을 갖춘 국물의 깊은 맛.

이것이 일본 고장의 맛인가?

“괜찮군.”

민성은 작게 미소 지으며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마셨다.

그러고는 그릇을 내려놓으며 창밖을 보았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보이는 겨울 풍경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한 끼였다.

* * *

식사를 마치고 나자, 주인장은 소화가 잘 되는 차 한 잔을 내어 주었다. 술과 함께 할 때도 좋은 차라며 내어 준 것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자 마치 몸속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차를 마심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모두 치운 다음 깨끗한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가운데.

“이호성.”

민성이 그를 불렀다.

“네, 헌터님.”

이호성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민성을 보았다.

“앞으로 당분간은 조용해지겠지?”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원수들도 그렇고 헌터장들도 그렇고 헌터님을 겪어 본 한, 다른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일단은 네가 계속 나서다가, 상황이 조금 진정되고 나면 감시 업무는 중앙 헌터 기관으로 넘겨라. 그리고.”

이호성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하는 얼굴로 민성을 보았다.

“그 뒤에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민성이 그렇게 말하고는 창밖을 보며 차를 마셨다.

“그 말씀은…….”

“그래. 이제 자유라는 뜻이다.”

이호성은 작게 웃었다.

“뭐 딱히 자유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요?”

“그렇거나 말거나. 이제 나도 조용히 일반인처럼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일반인이요? 헌터님이요?”

이호성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이었다가, 민성의 한기가 풀풀 날리는 눈빛에 바로 표정을 고쳐 잡았다.

“헌터님, 제가 생각을 해 봤는데요. 재단도 운영을 해야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하고 싶은 것? 요리인가?”

이호성이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다.

“네. 가게를 한번 차려 볼까 합니다.”

민성이 코웃음을 흘렸다.

비웃음이라기보다는 잘 어울린다는 표현에 가까웠다.

“자주 오세요. 맛집으로 소문나면 자리 잡기 힘들 겁니다.”

“시키는 일도 잘 못하면서 자신감은.”

이호성은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 없습니다. 헌터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호성이 찻잔을 내려다보며 쓰게 웃었다.

“하지만. 요리만큼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즐거웠다.”

그 말에 이호성은 크게 감동받은 듯 눈을 크게 뜨며 민성을 보았다.

그러다 이호성은 미소 지었다.

“저 역시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긴장은 놓지 말고.”

“물론입니다.”

“그런데…… 뭘 파는 거지?”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아, 식당 메뉴요?”

“그래.”

“그냥 그날그날 다른 음식을 팔려고요. 제가 그날 만들고 싶은 걸 팔 겁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겠네.”

“사실 뭐 하나를 전문으로 하기에는 제가 좀 할 줄 아는 게 많잖아요, 하하핫.”

이호성이 고개를 젖히면서 입을 커다랗게 벌리며 웃었다.

“한번 들르마.”

민성이 찻잔을 모두 비우며 말했다.

“한번 들리시면 결국 계속 들리시게 될 겁니다, 후후후후!”

“다 먹었으면 그만 가지.”

민성이 벌떡 일어섰다.

이호성은 머쓱함에 코를 슥 닦으며 일어서서 계산을 했다.

* * *

민성이 전 국가 원수들을 한바탕 굴리고 나자 마약으로 떠들썩했던 화재는 빠르게 진압되기 시작했다.

던전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었고, 헌터들이 범죄 조직에 가담하는 것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시민들은 안정을 찾았으며, 민성을 향한 추종에 가까운 경외심은 더 커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민성을 향한 대중들의 마음은 서서히 식기 시작했다.

평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는 민성을 향한 팬심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다시 자본주의 세상에 익숙해져 가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민성은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방송국이나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은 여전히 쇄도하고 있어 휴대폰은 차단시켜 놓은 상태였다.

중앙 헌터 기관에서 민성에 대한 일정 거리 이상의 접근을 제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딱히 불편함이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염원했던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장웅 셰프가 다가와 물었다.

“아니, 좀 자야겠어. 아참. 그리고, 앞으로 말인데.”

“네.”

“혹시나 굳이 여기 집에 상주하고 싶지 않다면, 안 그래도 돼. 자리를 비우면, 난 사 먹으면 되니까 혹여나 눈치 보지 말라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웅 셰프가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대답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침실로 들어가 누웠다.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나른함이 몰려왔다.

오후에 즐기는 짧은 낮잠은 정말이지 최고다.

* * *

“후우우-!”

이호성은 자동차에 보닛 쪽에 기댄 체, 하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먼 곳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헌터장과 국가 원수들에 대한 감시 임무가 중앙 헌터 기관으로 넘어간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짧은 시간 만에 마약 범죄 조직에 대한 문제는 거의 완벽히 해결되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범죄에 가담했던 헌터들이 각국의 특수 치안 업무 쪽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헌터들의 마약 범죄 조직 가담은 이제 거의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 완벽히 마무리가 된 것이다.

이호성은 바깥 경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별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어쩐지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지난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처음 강민성의 아이템을 빼앗기 위해 그를 만났을 때부터.

이호성은 피식 웃었다.

그런 남자의 아이템을 빼앗으려 했다니.

물론 덕분에 아주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냈지.

이호성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웃었다. 바가지를 처음 만났을 때도 떠올랐고, 죽을 고비를 넘겼던 순간순간들. 그리고 민성의 무위에 넋을 놓았던 순간들.

어쩐지 앞으로는 인생이 좀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새로운 삶을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팔자에 없을 것 같던 식당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한 문제는 아니라서, 이제 겨우 마음에 준비를 마친 정도일 뿐이었다.

“흠…….”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면 꽤 생각이 깊어진다.

장웅 셰프와 재단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었는데, 민성의 말대로 자신은 실수를 잘하는 스타일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사실 중간중간 꽤 고민해 왔던 문제인데 아직 확실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담배를 끄고, 차에 타서 음악을 틀고서, 차량 시트를 뒤로 눕혀 깊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꽤 길게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재단을 잘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인재를 찾아서 그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 같았다.

“그림자 길드로 가자.”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이호성은 시트를 바로 세워 곧장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그림자 길드를 향해 차를 출발시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 총군주님이네.”

이호성은 발신자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블루투스 버튼을 눌렀다.

“네, 총군주님. 전화 받았습니다.”

- 호성 씨.

“네. 말씀하세요.”

-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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