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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43화 (34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43화>

* * *

러시아 헌터장은 영문 모를 얼굴로 어안이 벙벙한 채로 주변을 훑었다.

그는 지금 제대로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았다.

현재 누워 있는 에단을 포함한 헌터장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강민성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이 어때?”

민성이 물었다.

죽었다 살아났다고?

러시아 헌터장은 뒤늦게 자신이 이호성에게 당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가 있는 거지?

그러한 러시아 헌터장의 생각에 대한 답변을 민성이 내놓았다.

“내가 살렸어.”

민성의 말에 러시아 헌터장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민성은 다른 헌터장들을 보며 웃었다.

“내가 얘기했잖아.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러시아 헌터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헌터장들 역시 마치 꿈 속에 있는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죽었다가 살아나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

꽈드드드드득!

“흣!”

러시아 헌터장이 목을 뒤로 확 젖혔다.

팔다리가 마치 스크X바처럼 뒤틀리며 꺾여 나갔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무릎을 꿇고, 몸이 기하학적으로 변해 버린 러시아 헌터장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끅끅거렸다.

그리고 그 참혹한 상태가 다시 본래 상태로 회복되어 되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 헌터장이 참았던 비명을 내질렀다.

뼈와 살이 다시 재조합되는 것 역시 극악한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민성은 이 능력을 쓰면서 자신도 참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 이제 어떤 상황인지 감이 좀 와?”

민성이 러시아 헌터장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러시아 헌터장은 완전히 두려움에 질려 민성을 올려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며 벌벌 떨었다.

민성이 주머니를 톡톡 두드리자, 주머니 안에서 리치 인형인 바가지가 튀어나와 바닥에 탁 착지했다.

“아프리카 헌터장 시체 챙겨 놔.”

민성이 말했다.

바가지는 무거운 머리를 이끌고 탁탁 뛰어가 아프리카 헌터장의 시체를 챙겼다.

“가서 서라.”

민성이 헌터장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러시아 헌터장은 벌떡 일어나, 절뚝거리며 뛰어갔다.

민성은 팔짱을 끼며 그들의 앞으로 걸어갔다.

헌터장들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처럼 보였다.

민성은 그런 그들을 보며 엷게 웃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민성이 쓰러져 있는 에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에단의 팔이 퍽! 하고 뽑혀져 나갔다.

“아아아아아악!”

에단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비명을 질렀다.

민성이 에단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주 고통스럽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다.”

헌터장들은 진짜 악마를 마주한 듯 시커멓게 죽은 얼굴로 땅 밑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민성이 템창에서 녹화된 영상 파일을 꺼내 흔들었다.

“내가 이걸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

헌터장들이 민성이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

민성이 녹화된 영상 파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민성이 행하는 그 어떠한 비윤리적 행위도 용납 가능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민성은 딱히 시민들에게 받는 이미지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들이 충분히 두려워할 만한 협박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없는, 완벽한 복종의 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헌터장들.”

민성의 낮은 목소리의 부름에, 헌터장들이 일제히 발을 붙여 모아 허리를 세우고 목을 꼿꼿이 하며 차려 자세로 시선을 정면으로 했다.

“이 시간부로 마약 조직에 가담된 헌터들을 박멸한다. 마약 및 범죄에 가담 되었다는 증거를 명확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즉각 사살도 허락한다.”

“충!”

헌터장들이 일제히 동시에 묵직하게 외쳤다.

민성이 땅에 가볍게 발을 쾅 굴렸다.

그러자 폐공장 바닥에 세팅되어 있던 마법진이 박살 나면서, 바닥 위로 황금빛 파편이 마치 눈처럼 흩날렸다.

헌터장들은 굵은 침을 꿀꺽 삼키며 놀란 눈으로 그 깨진 마법진의 파편을 보았다.

이 마법진은 무려 일주일이 넘게 헌터장들이 모여 자신들의 오러를 쏟아부어 만든 작업물이었다.

그 작업물을 단 한 번 발을 굴리는 것만으로 깨트려 버린 민성의 무위는 실로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만약 잘못된 판단으로 그에게 공격을 가했다면 그로 인해 벌어졌을 참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

다시 한번 민성을 절대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굳건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이호성.”

민성의 부름에, 어느새 버서커 후, 회복을 마친 이호성이 민성의 옆에 섰다.

“네, 헌터님.”

“중앙 기관 인력을 붙일 테니까, 같이 움직이면서 중간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이제부터는 직접적으로 나서서 체크하도록.”

“알겠습니다.”

헌터장이라는 윗머리를 잡으면, 그 밑은 굳이 그림자로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거기까지는 민성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이호성이 만든 팀 하나로 충분히 해결이 될 것으로 보였다.

“찜 요리 하나만 추천해 봐.”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말했다.

“찜 요리요?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실 거죠?”

“그래야지.”

이호성은 잠깐 고민한 후에, 메뉴 결정을 내리고서 템창에서 휴대폰을 꺼내 민성의 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주소 보냈습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헌터장들을 보았다.

헌터장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어서 민성이 떠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이호성.”

“네, 헌터님.”

살기 어린 눈으로 헌터장들을 쏘아보고 있던 이호성이 민성을 돌아보았다.

“맞고 다니지 좀 마라.”

민성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호성은 머쓱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맞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임무 완수를 위해서……. 흠흠.”

이호성이 먼 곳을 보며 연신 헛기침을 했다.

“간다.”

민성이 몸을 돌렸다.

이호성은 꾸벅 정중히 인사를 했고, 민성이 폐공장을 나간 후, 헌터장들을 차가운 눈으로 돌아보았다.

헌터장들은 민성이 떠났음에도, 이호성이 남아 있어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호성은 구부정하게 서 있는 에단의 앞으로 갔다.

그는 눈에 박혔던 단검을 빼고서, 어느새 포션과 치료 마법으로 어느 정도 눈과 입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래도 헌터장이라고 회복이 빠르긴 빠르네?”

에단의 몸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시선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거의 정상이라고 보기 힘든 상태라 질문을 던져 대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보였다.

민성의 후유증이 제대로 남아 있어서인 듯했다.

이호성은 혀를 차며 에단을 보다가 다른 헌터장들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난 헌터님처럼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자신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뒤통수를 치든 무슨 개수작을 부리든 마음대로 해. 뒷감당은 어차피 당신들이 하는 거니까.”

“…….”

이호성은 헌터장들을 보며 한숨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칼로 베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고,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알아서들 잘들 하세요. 난 그냥 시키는 대로 보고만 하면 되니까.”

이호성은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칙 붙인 다음, 아차 하고 입을 열었다.

“헌터님은 시간 질질 끄는 거 안 좋아하니까 진행을 좀 서둘러야 할 거다. 안 그럼 오늘보다 더 심각한 세상을 보게 될 거야. 오케이?”

헌터장들은 대답없이 그저 축 처진 채, 바닥이나, 허공을 보고 있었다.

“대답 안 하니?”

이호성이 살기를 담은 눈으로 헌터장들을 보며 말했다.

“충.”

헌터장들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힘 있게 대답한다. 오케이?”

“충!”

헌터장들이 억지로 끌어 올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호성은 혐오스럽다는 듯 그런 헌터장들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돌려 폐공장을 나갔다.

* * *

이호성마저 나가고 난 후인 폐공장 안은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 같았다.

고요한 공간 안에서, 에단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처음부터 모든 게 계획적이었던 거야. 놈이 여기로 올 때부터.”

에단이 말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단 한 명만 빼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강민성이 왜 여기에 있어요?”

러시아 헌터장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런 그에게 근처에 있던 헌터장 하나가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듣고 있는 러시아 헌터장의 얼굴이 서서히 공포로 물들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던 러시아 헌터장은 모든 얘기를 듣고 나자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얼굴이 되었다.

“……당분간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줘야 할 것 같으니. 바로 움직이는 게 좋겠소.”

에단이 말한 당분간이라는 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자 뱉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헌터장들은 모두 알아차렸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에단을 포함해 헌터장들 모두 이제부터는 꼼짝없이 강민성의 꼭두각시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민성은 이호성이 추천한 맛집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애매한 시간대였기 때문에, 손님은 민성 혼자뿐이었다.

점원들은 놀람과 기쁨 반으로 민성을 응대했다.

민성이 맛집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게 퍼진 얘기였고, 민성이 다녀간 식당은 맛집으로 떠올라 인기가 좋아진다는 것이 요즘 세간에서 돌고 있는 얘기였다.

때문에 가게 사장은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로 민성을 응대했다.

가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었고, 사장은 특별히 민성을 룸으로 되어 있는 공간으로 안내했다.

자리를 잡고 앉은 민성이 메뉴판을 봤을 때, 이미 이호성이 전화로 메뉴를 주문해 놓았다며 곧 음식이 나올 거라고 말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장에게 메뉴판을 넘겼다.

사장이 룸을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이 곧바로 요리와 반찬을 가져왔다.

민성은 화려한 찜 요리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식탁 위로 올라온 것은 빨간 해물찜이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중앙에 위치한 낙지였다.

그 주위로 꽃게와 전복, 그리고 각종 해산물들이 보였으며 탄탄하고 싱싱해 보이는 콩나물들은 생기 있게 조명을 받아 빛이 났다.

사장이 직접 와서 가위와 집게를 들고 낙지를 잘라 주고, 전복을 껍질로부터 분리해서 잘랐다.

“맛있게 드세요.”

사장과 직원이 미소를 보내며 조용히 룸을 나갔다.

민성은 어서 맛을 보기 위해 젓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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