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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41화 (34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41화>

“오만은 항상 위기를 초례하는 법이지.”

에단이 이호성을 혐오하는 듯이 보며 말을 이었다.

“강민성이라는 괴물의 옆자리를 차지해 봤자 결국 네 수준은 딱 거기까지인 거다.”

턱을 잡고 있던 에단의 손이 이호성의 머리를 툭툭 쳤다.

“뒷골목 파락호 생활이나 하던 자식이 이런 분에 넘치게 큰 힘이라니.”

에단이 이호성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 거냐?”

이호성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에단을 보며 물었다.

에단은 그런 이호성을 이상하다는 듯이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자신감? 그게 무슨 말이지?”

“나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고도 뒷감당할 자신이 있는 건가?”

“아……. 강민성을 말하는 거로군.”

에단이 쿡쿡 웃었다.

“걱정하지 마. 그 괴물 같은 인간을 너처럼 물리적으로 건드릴 생각은 없으니까.”

이호성은 이해할 수 없음에 넋이 나간 눈으로 에단을 보았다.

에단이 말을 이었다.

“대체 어쩔 생각인 거냐……?”

이호성이 굳은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어차피 네가 사라지면, 강민성은 혼자다. 고독한 왕을 조종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

“하하하하하!”

이호성이 커다랗게 웃었다.

그런 이호성을 보며 에단이 눈살을 찌푸렸다.

“현실을 모르는군. 던전이 사라진 이상, 정치보다 강한 권력은 없지. 검보다 말이 훨씬 위험한 법이거든.”

“헌터님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어떻게 될지는 저승에서 구경해라. 넌 오늘 여기서 죽게 될 테니까.”

“날 죽일 수 있다고?”

이호성이 치켜뜬 눈으로 에단을 노려보며 비웃음을 던졌다.

“네놈 따위가 지금 대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설령 날 죽인다고 해도, 너희들은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에단이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다른 것보다 당신들 연기력에 아주 깜짝 놀랐어. 그리고 이렇게 정신 나간 배짱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을 지경이다.”

“그렇게 발버둥 쳐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어이, 나한테 한 대 맞은 게 그렇게 분했나? 이렇게 우르르 몰려올 정도로? 창피함도 모르는 새끼가 잘난 척은.”

에단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때 맞았던 통증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지.”

이호성은 에단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애새끼처럼 뒤끝은 길어가지고.”

에단이 이호성의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고 미소 지었다. 그건 지금 상황의 이점이 주는 일종의 여유였다.

그리고.

쉬이익!

퍼억!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주먹이 이호성의 복부에 꽂혔다.

“커억!”

피를 뱉으며 이호성의 몸이 새우처럼 휘어졌다.

“센 척할 때가 아니야. 못 들었어? 너 죽을 거라고. 이제 곧.”

에단이 살기가 스며든, 번들거리는 눈으로 등을 굽히고 있는 이호성을 내려다보았다.

이호성은 고개를 위로 들며 웃었다.

“네 따위가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에단이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이호성을 직시했다.

“이봐. 지금 네가 우리보다 강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우릴 이길 수는 없어. 하나로 뭉쳐 완벽한 준비를 마쳐 뒀으니까.”

“그러니까 자신 있냐고.”

“그걸 말이라고 하나? 지금 네 몸을 묶어 놓고 있는 이 황금빛 마법진은 각국 헌터장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다.”

“이 따위 마법진…….”

“그러니 네가 경험이 없는 어리숙한 어린애라는 것이다. 우리가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을 때 어땠지? 힘을 모아 강한 몬스터를 잡는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야.”

“전력 파악이 잘못 됐다는 뜻이다.”

에단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전혀 그런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에단이 이호성을 보며 비웃을 때, 그의 뒤로 각국의 헌터장들이 다가왔다.

“이제 그만 가지고 놀고,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 헌터장이 말했다.

에단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에단이 템창에서 무기를 꺼냈다.

그가 꺼낸 무기는 톱처럼 생긴 검이었다.

“베일 때 아주 아플 거야.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생생히 느낄 수가 있겠지.”

에단이 푸른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고통이나 죽음 따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야.”

“괜찮은 허세이긴 한데, 어디 실제로 그럴지 한번 알아보자고.”

에단의 톱날 검에 푸른 오러가 선명하게 맺혀 들었다.

이호성은 그것을 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이호성이 오러를 폭발시키자, 그의 몸을 묵어 놓고 있던 금빛의 금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에단을 포함한 헌터장들이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일제히 이호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금제를 완벽하게 풀어 내지는 못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은 가능했다.

이호성은 템창에서 즉시 검을 꺼내, 찌르고 베어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 내며 뒷걸음질 쳤다.

쇄애애액!

예리하게 파공음을 내며, 오러가 맺힌 검이 목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스쳤고, 이호성은 눈을 부릅뜨며 아프리카 헌터장의 옆구리 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호성의 검이 유효하게 아프리카 헌터장의 옆구리를 베어 냈지만 그다지 깊지가 않았다.

그사이 십여 개의 칼날이 날아드는 것을 막아 내고 피해 내면서 이호성은 연신 입 밖으로 피를 울컥 뱉거나 흘려 댔다.

헌터장들이 피땀 흘려 만든 마법진은 분명 그만한 가치를 해내고 있었다.

오러를 폭발시켜 금제를 풀어냈지만, 몸에 둔화가 걸린 것은 마치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탓에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 소모를 만들어 냈다.

“헉……! 허억! 헉!”

이호성이 거친 호흡을 내쉬며 헌터장들에게 검을 겨눈 채로 연이어 뒷걸음질 치다가 등이 벽에 닿았다.

이호성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등이 벽에 닿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깨달았다.

완전히 벽에 몰리게 되었고, 잠시 놀랐거나 긴장한 헌터들은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혹시나 했는데. 여기까지였군.”

“깜짝 놀랐지 뭡니까?”

“그래도 이렇게 움직이는 건 정말 칭찬해 줄 만한 저항력이군요.”

헌터장들이 귀신같이 웃으며 이호성에게 다가가 아주 냉정하게 검을 내질렀다.

슈슈슉!

찔러 온 검을 피하자, 검이 벽을 뚫었다가 나왔다. 하지만 이호성이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었다.

스치면서 베인 곳 중에 꽤 깊은 상처도 있었다.

이호성은 피로 얼룩진 너덜너덜한 몸으로 헌터장들을 노려보았다.

“꼭 어미 잃은 늑대 새끼를 보는 것 같군.”

에단이 이호성을 보며 킥킥 웃었다.

이호성은 바닥에 굵은 피를 툭 뱉으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맹수와 같은 눈으로 헌터장들을 노려보았다.

“와라.”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확신한 헌터장들이 이호성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헌터장들이 이호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쏟아지는 검기를 쳐 내며, 이호성이 가까이 접근했다.

아프리카 헌터장이 아주 긴 검신을 이호성의 가슴 쪽으로 내질렀다.

이호성은 그대로 자신의 가슴을 내어 주었다.

푸우우욱!

검에 가슴이 찔림과 동시에 이호성은 어금니를 빠드득 갈면서 그대로 더 밀고 들어가, 아프리카 헌터장의 목에 자신의 검을 찔러 넣었다.

동귀어진에 의해 목이 찔린 아프리카 헌터장이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즉사했다.

놀란 헌터장들이 그 즉시 이호성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버서커 모드로 전환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앙!

강렬할 폭발이 일면서, 달려들려던 헌터장들이 눈앞을 팔로 가리며 멈춰 섰다.

그리고 그들이 팔을 내려 앞을 보았을 때, 이호성의 전신은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그의 검에서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프리카 헌터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타 죽은 후였다.

이호성은 자신의 가슴에 박힌 아프리카 헌터장의 검을 뽑아 던지며 악귀처럼 웃었다.

“마법진 강화!”

에단이 소리쳤다.

헌터장들이 일제히 바닥을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그들의 오러가 한 곳으로 모였고, 그 모인 힘은 빠르게 마법진에 스며들어 갔다.

그리고 황금빛은 훨씬 더 강렬하게 솟구쳐 올라, 이호성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아아악!”

이호성이 광기에 물든 채로, 헌터장들을 향해 달려갔다.

헌터장들이 뒤이어 남은 마력을 전부 쏟아부었다.

그러자 뛰어오던 이호성이 점점 느려지더니 피가 섞인 타액을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검을 짚었다.

“지금이다.”

러시아 헌터장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이호성을 마무리하기 위해, 러시아 헌터장이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검을 이호성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이호성이 고개를 바짝 들어 왼쪽 팔로 그 검을 막아 내며 러시아 헌터장의 복부를 찔렀다.

푸우우욱!

“컥!”

짧은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리는 순간, 다른 헌터장들의 검이 동시에 이호성의 몸에 꽂혀 들어갔다.

엄청난 대미지가 온몸에 박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호성은 빨간 눈을 부릅뜨며 러시아 헌터장의 복부에 찔렀던 검을 뽑으면서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검기의 소용돌이가 자신에게 검을 찌른 헌터장들에게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

미리 방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오러의 힘에 의해 헌터장들이 몸 곳곳이 찢어지며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깊은 상처는 아니었던 만큼 헌터장들은 다시 자세를 잡고 이호성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크으으으, 크르르……!”

버서커가 되어 있는 이호성을 보며 헌터장들은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저게 뭐야…….”

“버서커 같은데, 금제를 뚫을 정도의 스피드라니.”

“저 자식도 완전히 괴물이었군.”

“미리 준비한 마법진이 없었다면, 외려 역으로 우리가 당했을 겁니다.”

“철저하게 준비한 덕을 톡톡히 보는군요.”

헌터장들의 말을 들으며 미국 헌터장인 에단은 피식 웃었다.

“이렇든 저렇든, 끝났습니다.”

에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호성은 극심한 타격을 받은 탓에 버서커 모드가 빠르게 풀려 버리고 말았다.

이호성의 외양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며, 이호성은 철퍽 무릎을 꿇고서 간헐적인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그의 몸은 금제에 의해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에단이 어깨에 자신의 검을 걸친 채로, 이호성에게 걸어갔다.

그는 웃음기가 스며든 눈길로 이호성을 내려다보았다.

“발악은 끝났나?”

에단이 물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헌터장 둘이나 잃은 게 쪽팔리지도 않냐?”

이호성이 에단을 올려다보며 지친 얼굴로 웃었다.

“별로.”

에단이 고개를 짧게 가로 저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대체 무엇 때문이냐? 날 죽이고 강민성을 조종하려는 이유가.”

“돈. 그리고 권력.”

에단이 짧게 답했다.

이호성은 한숨과 함께 바닥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작게 중얼거렸다.

“임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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