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340화>
이호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상 그들로서도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패기를 계속해서 드러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경고하는데, 도망가는 새끼는 진짜로 죽인다. 자리 지키는 놈만 살아.”
이호성이 눈을 치켜뜨면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주먹을 휘둘렀다.
* * *
드넓은 저택 안.
이호성을 쫓았던 헌터들이 줄줄이 포박당한 채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호성은 스트레스가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다 타고 없어져 버린 민둥민둥한 머리를 매만지며 저택 안에 새로운 보스로 자리 잡은 헌터를 쏘아보았다.
X-HIT의 수장 레이트의 저택을 차지한 새로운 조직의 수장은 이호성의 시선에 눈치를 보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이호성은 포박당한 채 얼굴이 붓거나 몸이 심하게 부어 있는 헌터들을 보며 깊게 한숨 쉬었다.
일단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이렇게 묶어 놓기는 했는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렸다.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 협회 쪽에서 나온 팀이 조직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자신이 개입되어 버렸으니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설령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이 문제에 대해 강민성에게 보고를 올려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긴 생각 끝에 결론을 내린 이호성은 휴대폰을 꺼내 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해 성사를 하듯 있었던 일에 대해서 보고를 하자, 걱정했던 것과 달리 민성은 자신을 꾸짖지 않았다.
-건드리지 말고 거기 그냥 두고 나와.
“하지만 저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이미 퍼진 소문인데 뭔 걱정이야.
“생각해 보니까 그렇긴 하네요.”
-더 이상 개입하지 말고 나와.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호성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일 처리를 똑바로 못했다고 엄청 욕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흠잡지 않고 넘어가 줘서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이호성은 그 짧은 말을 남기고 저택을 나갔다.
포박된 채 무릎을 꿇고 있던 헌터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호성이 현관 밖으로 나서는 소리가 들리자 그 즉시 포박을 풀기 위해 움직였다.
* * *
저택 밖으로 나온 이호성은 비어 있는 차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검은색 세단 차량에 탑승하고서 시동을 걸었다.
차를 출발시킬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총군주 김지유였다.
이호성은 운전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네. 총군주님.”
-전할 소식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어요.
“무슨 소식이요?”
-헌터들을 각지에 파견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호성 씨에게 추가 수집 된 정보를 줄 거예요.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혼자서 이 모든 걸 처리하는 건 아닌가 조금 난감했었는데.”
-민성 씨랑도 얘기가 끝난 거니까, 지금부터는 편하게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브라질 리우인데, 협회 헌터 팀은 언제 도착하는 거죠?”
브라질 시간으로 새벽 1시. 도착이 아니라 시작 시간입니다.
이호성은 시간을 체크 했다.
“오래 안 걸리겠네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해요, 호성 씨.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이호성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협회 헌터 팀이 도착하는 건 오늘 새벽.
과연 그들이 부패를 저지를까?
이호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어떻게…….”
중얼거리던 이호성은 입을 닫았다.
X-HIT의 수장이 자신에 의해 한국으로 끌려갔다는 건 이곳에서 파다하게 소문이 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HIT의 수장이 쓰던 저택을 순식간에 점령해 버린 다른 조직을 떠올려 보면, 인간의 탐욕이란 그렇게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은 곧, 협회의 헌터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브라질 협회의 헌터들과, 브라질에 도착하게 될 타국 협회 헌터들의 공조 개시 시각은 새벽 1시.
이호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협회의 헌터들이 시작부터 부패를 저지를 리는 없다.
아무리 인간이 돈을 밝힌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노골적일 수는 없다.
적어도 강민성이 있으니까.
이호성은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멍청한 선택을 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치명적일 것이다.
* * *
투투투투투!
헬기 6대가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3대의 헬기에서 검은색 보호 장비를 챙겨 입은 헌터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모두 레벨이 없는 상위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준비되어 있는 SUV 차량에 올라탔고 차가 출발하자 뿌연 먼지가 일었다.
* * *
호텔 안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이호성은 시간을 체크한 후, 슬슬 시간이 되어 나갈 채비를 했다.
어둠에 잘 동화되기 위해, 검은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검은 워커까지 신은 다음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다 타 버린 머리카락 때문에, 민둥한 머리를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망할 새끼들.”
이호성은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피우며 머리에 검은색 비니를 썼다.
“잘 어울리네, 그래도.”
거울을 보며 싱긋 웃음 지은 이호성은 휴대폰 진동을 느끼고서, 품 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발신자가 없는 모르는 번호였다.
이호성은 커튼을 쳐서 창밖을 살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이호성 헌터님. 협회 팀 팀장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다름이 아니라 PAC 조직과 마찰이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혹시 지금 브라질 리우에 계십니까?
이호성은 얼굴을 구기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예상했던 대로, 협회 팀의 귀에 자신의 정보가 들어갔다.
변명 거리를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잠시 저희 작전부로 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무슨 일 때문입니까?”
-기밀 사항입니다. 위치만 말씀해 주시면 차량을 보내겠습니다.
이호성은 시간을 재차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0시.
작전 개시까지 3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밀 사항이라.
잠시 고민을 하던 이호성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뒤로 빠지는 건 외려 의심을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호성은 자신의 위치를 말해 주었고, 멀지 않으니 곧 도착할 것이라고 그들은 대답했다.
커피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며 기다렸다.
커피 잔이 모두 비어졌을 때, 검은색 SUV 차량 한 대가 창밖으로 보였다.
휴대폰이 진동으로 부르르 떨렸다.
이호성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서 호텔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로비 밖으로 나오자 SUV 차량의 문이 열려 있었고, 한 사내가 경례를 올린 채로 서 있었다.
이호성은 그를 흘긋 보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 문이 닫히고, 그가 곧바로 운전석으로 돌아와 차를 몰았다.
이호성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 다음, 창문을 내려 바깥으로 연기를 뿜으며 입을 열었다.
“얼마나 걸립니까?”
이호성의 물음에 운전 중인 헌터가 곧바로 대답했다.
“30분 정도 걸릴 겁니다.”
“30분? 오는 시간이랑 가는 시간이 다른 것 같은데. 찾아오는 데는 10분도 안 걸렸지 않습니까?”
“그게, 본대는 바로 작전부로 갔고, 저는 도착하자마자 모시러 왔기 때문입니다.”
이호성인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도착하자마자, 그 정보를 입수했다는 건, 이미 브라질 리우에, 협회 쪽 라인의 누군가가 미리 정보망을 쥐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협회 헌터 팀이 예상보다 훨씬 움직임이 늦었는데. 이렇게 늦게 도착한 이유는 뭡니까?”
이호성이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저는 명령에 의해 움직일 뿐입니다. 작전부로 가셔서 팀장님에게 물어보시면 아마 원하시는 대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호성은 들고 있던 담배를 창밖으로 던지며 짧게 혀를 찼다.
* * *
끼이익!
이호성이 탄 SUV 차량이 멈춰 섰다.
이호성은 차문을 열고 내렸다.
작전부는 공장 부지로 쓰였던 폐공장인 듯 했는데, 그런 만큼 평수가 굉장히 넓었다.
작전부 안에는, 긴 테이블에 이미 서류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고, 스탠드 칠판에는 마약 조직 헌터들의 대한 정보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그 근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협회 팀 헌터들이 이호성을 뒤늦게 보고서 일제히 경례를 올려붙였다.
이호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그 경례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저랑 통화했던 팀장이 누굽니까?”
이호성이 약 12명 정도 모여 있는 협회 팀 헌터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잠깐 밖에 나가셨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한 헌터가 말하는 가운데,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 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이호성은 한쪽 눈살을 찌푸렸다.
“에단?”
이호성이 그렇게 말했을 때.
푸부부부북!
등 뒤에서 십여 개의 칼이 이호성의 등을 찌르고 관통했다.
“쿨럭!”
이호성은 한 움큼의 피를 뱉으며 그와 동시에 이호성은 자신의 양손으로 관통된 칼들을 손으로 움켜잡아 부서트리며 돌아섰다.
협회 팀 헌터들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았을 때, 뒤에서 오러의 기운을 느낀 이호성이 몸을 움직였으나 이미 늦었다.
발아래에서 커다란 황금빛 마법진이 솟구쳤기 때문에 피할 공간이 없었다.
번쩍!
꾸드드드득!
다리와 팔이 순식간에 금빛으로 물들며 굳었다.
이건 에단의 비전 스킬이 아니다.
마법 저항력이 엄청난 수준에 이른 이호성이 단순히 에단 개인의 비전 스킬로 인해 이렇게 쉽게 마법 저항이 뚫릴 리가 없었다.
이호성은 몸이 금빛으로 굳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폐공장의 입구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에단의 등 뒤로, 러시아 헌터장을 포함해 각국의 전 세계 헌터장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와 섰다.
이호성은 그들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에단이 땅을 차고 뛰어, 순식간에 이호성의 앞에 도달하여 주먹을 내질렀다.
쿠-웅! 쿵! 쿠우웅!
에단의 주먹이 연거푸 이호성의 갈비뼈와 복부를 때렸다.
육중한 충격에 이호성의 몸이 살짝 흔들리며, 굵은 피를 한 움큼 더 토해 냈다.
“커억!”
이호성의 입 아래로 피가 울컥울컥 흘러 내렸으나, 마법진 스킬에 의해 몸이 굳어 있어 쓰러지고 싶어도 쓰러질 수 없는 상태였다.
이호성은 입 아래로 피를 뚝뚝 흘리며 충혈된 눈으로 에단을 노려보면서 어금니를 바드득 갈았다.
에단이 이호성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진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