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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39화 (33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39화>

* * *

이호성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브라질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몰아서 리우에 도착했다.

브라질 리우는 마약 거래로 아주 오래전부터 유명한 곳이었는데, 헌터들이 개입하면서 최근 아주 뜨겁게 타오르는 지역이 되었다.

이호성은 출발하기 전에 이미 변장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다른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 탓에 변장이 간지러워 불편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며 이호성은 차를 타고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가운데 조금 평평해진 길에서, 차를 세우고 내려 담배를 피웠다.

멀지 않은 곳에서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는 게 보였다.

8살에서 10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이호성을 보더니 우르르 뛰어왔다.

“아저씨.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리우에는 처음 온 거예요?”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아이가 특유의 커다란 눈으로 이호성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호성은 아이가 귀여워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마약 살래요? 종류별로 있는데.”

아이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

이호성은 다소 충격을 먹은 얼굴로 아이를 빤히 보았다. 아이는 그런 이호성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았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마약을 팔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호성은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준 뒤, 담배를 버리고, 차에 탔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뒤에서 아이들이 다시 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호성은 창밖의, 주변을 자세히 확인하고 훑어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민성의 명령에 의해, 자신이 이곳 브라질 리우까지 온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헌터 협회가 팀을 파견하여 마약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데 있어 그 과정에서 부패된 헌터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호성은 협회 헌터 팀이 왔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출발할 때부터 생각을 계속했던 문제였고, 결국 은밀하게 움직여 협회의 헌터님의 눈에 드러나지 않게 은밀히 훔쳐보는 수밖에 없었다.

들킬 가능성도 있지만, 그 방법이 가장 심플했다.

이호성은 차를 다시 세우고, 등받이를 조금 눕힌 뒤, 시간을 체크했다.

협회 팀이 언제쯤 이곳에 오는지는 아직 그 정보를 전해 받지 못한 상태였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가운데.

콩콩!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호성은 깜짝 놀라 등받이를 다시 세우며 창문을 살짝 내렸다.

수북한 콧수염을 기른 두 명의 남자가 쏘아보고 있었다.

이호성이 달칵! 소리를 내며 차문을 열고 내리자 두 남자는 경계하는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살짝 뒤로 물러나면서 공간을 확보했다.

이호성은 차 문을 연 채로,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뭡니까?”

이호성이 물었다.

그러자 두 남자는 서로의 눈을 보고 난 뒤, 다시 이호성을 보았다.

그리고 둘 중 키가 조금 더 크고 마른 남자가 이호성을 위아래로 훑었다.

“누구야? 어디서 왔지?”

이호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두 명 말고는 더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이 동네는 다들 기억력이 엄청나네. 낯선 사람만 보면 그런 걸 물어보는 걸 보면 말이야. 아까 아이들도 그렇고.”

이호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두 남자가 템창을 열어 칼을 꺼냈다.

한 명은 얇은 레이피어 같은 칼이었고, 다른 한 명은 넓적한 칼이었다.

이호성은 둘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왜 꺼내?”

이호성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어디서 온 누구냐고.”

두 명의 헌터가 살기를 담은 눈으로 이호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호성은 뭐라 답해야 할지 생각해 둔 게 없어서 조금 난감했다.

위장 조직원이 될 생각 따위도 없었고, 마약을 사러 왔다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곧 너희들 잡혀갈 건데, 협회 헌터 팀들이 돈을 챙기는 건 아닌지 확인하러 왔다고 대놓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냥 여행 왔는데?”

입에서 나온 소리는 결국 ‘여행’이라는 한심한 답변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두 명의 헌터는 코웃음을 쳤다.

“여행? 여기 리우로 여행을 왔다고?”

“왜? 여행 좀 오면 안 되나? 여기 이 빈민가도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해서 찾아왔는데.”

“그건 옛날 얘기고. 아무리 한국인이라지만 정신을 못 차리는군.”

그들이 곧 무기를 휘두를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호성은 얼굴을 굳혔다.

“너희들, 지금 내 레벨 안 보이지?”

두 명의 헌터들이 다소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별 같잖지도 않은 것들이 감히 누구를 조지려 들어. 조용히 있을 거니까 괜시리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 알겠냐?”

그 말에 두 헌터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더니 이호성을 단호한 시선으로 보며 입을 열었다.

“헌터증을 보여 주면 조용히 물러 가지.”

한 헌터가 말했다.

이호성은 순순히 주머니 안에서 위조된 헌터증을 꺼내 던졌다.

그들은 헌터증을 확인하고서, 템창에 무기를 넣고 공손히 헌터증을 돌려주었다.

그들은 어그적거리는 자세로 이호성을 흘긋흘긋 돌아보며 물러갔다.

그들이 떠난 뒤, 이호성은 다시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여기 있으면 왠지 놈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헌터들을 이끌고 다시 찾아올 것 같았다.

헌터팀이 도착할 시기까지는 빈민가를 떠나, 호텔에 묵으면서 기다리는 게 좋을 듯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호성은 얼굴을 구겼다.

“왜 이렇게 굼떠? 대체 언제 출발하는 거야?”

액셀을 막 밟으려고 하던 이호성은 다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내 가족들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알려 줄 수 있나?”

X-HIT의 수장 레이트가 부탁 했던 게 떠올랐다.

“하……. 나 이것 참.”

잠시 고민하던 이호성은 담배를 피우며, 차를 몰았다.

* * *

처음 레이트를 만났던 그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커다란 철창문 앞에는 2명의 경비 헌터가 서 있었다.

이호성이 차를 멈춰 세우자, 경비 헌터가 무기를 든 채로 다가왔다.

이호성은 창문을 내리고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X-HIT의 레이트 가족을 보러 왔다.”

이호성의 말에 두 명의 경비 헌터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호성을 보며 들고 있는 무기를 고쳐 잡았다.

“누구야, 당신?”

한 경비 헌터가 물었다.

“레이트가 부탁했다.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

“모두 죽었다.”

이호성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경비 헌터가 말을 뚝 잘랐다.

“뭐라고?”

이호성은 다소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며 되물었다.

“죽었다. 그리고 이 저택은 X-HIT의 새로운 주인이 쓰고 있다.”

그래도 명색의 X-HIT의 수장이었는데, 잡혀갔다는 이유로 가족까지 다 죽여 버리다니.

이호성은 짧게 혀를 찼다.

“한국인인가?”

경비 헌터가 물었다.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국 중앙 헌터 기관의 표시인 배지는 안 보이는데?”

“그래서?”

잠시 이호성을 지켜보던 두 경비 헌터가 턱짓했다.

“그만 돌아가라.”

이호성은 콧방귀를 뀌며 내렸던 창문을 다시 올렸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은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강민성이 한국인이며, 한국에 살고 있다는 걸 모르는 헌터는 원시 부족이 아닌 이상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약속은 지켰으니까. 그만 돌아가야…….”

중얼거리며 차를 돌리려던 이호성은 승합차가 줄줄이 들어와 자신의 뒤쪽을 꽉 막아서는 걸 보고 눈을 깜박였다.

“뭐야? 저것들은.”

승합차에서 헌터들이 무기를 들고 내렸다.

그 헌터들 중에, 조금 전 이곳 저택에 오기 전에 만났던 두 명의 콧수염 헌터들이 있었다.

뒤를 밟은 건가?

이호성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수십의 무리들 가운데 서 있던 한 명이 이호성이 타고 있는 차량을 향해 손에 들고 있는 동그란 뭔가를 던졌다.

“얼레?”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호성이 타고 있던 차가, 한 헌터가 던진 마법 아이템에 의해 폭발했다.

이호성이 타고 있는 차가 불에 활활 타올랐다.

수많은 헌터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쾅! 소리가 나며 차 문이 통째로 뜯겨져 나가 바닥을 쾅쾅 굴렀다.

그것을 보고 헌터들이 들고 있는 무기를 꽉 잡았다.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붉게 타오르고 있는 차 안에서 이호성이 몸에 불을 붙인 채로 내렸다.

오러를 쓰자 몸에 붙어 있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이호성은 분노가 거의 정수리에까지 차오른 얼굴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불길에 의해 머리카락이 거의 다 타들어 가 있어 얼마 남아 있지도 않았다.

“와…… 이거 뭐지.”

이호성은 자신의 민둥민둥해진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옷도 거의 반 이상이 타서 넝마보다도 심각한 상태였다.

본래 자신의 임무는, 진압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개입이었다.

일반 헌터들과 싸울 경우, 그들이 다치거나 죽으면 범죄에 의해 체포될 수가 없기 때문에 싸움은 피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 별개로 머리카락이 타 버리는 이 처참한 몰골이 된 것에 대한 분노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솟구쳐 올랐다.

“너희들, 진짜 죽고 싶냐?”

이호성이 감정을 꽉꽉 담아 누르며 말했을 때, 그들은 이호성을 보며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호성이 변장한 것 역시 뒤틀려 있어 얼굴이 괴이한 형태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불에 의한 상처나 화상처럼 보이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들 중 눈치가 빠른 헌터가 있었다.

“이호성이다.”

한 헌터가 말했다.

그 말의 파급 효과는 컸다.

헌터들이 일제히 극도의 긴장 상태로 변하며 스킬을 뿌릴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절반 정도였다. 나머지 절반은, 이호성이라는 이름만으로 전투 의지를 상실하고 몸을 떨고 있었다.

X-HIT 수장이 이호성에게 붙잡혀 갔다는 소문은 리우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진 상태였다.

이호성은 짜증이 가득 담긴 한숨을 길게 뱉어 내며 얼굴에 뒤틀려서 붙어 있는 변장을 손으로 뜯어냈다.

“하……. 일이 생각대로 되지가 않네.”

이호성은 자신의 실수에, 얼굴에서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정체를 들킨 건 완벽한 실수다.

“차라리 내 이름을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호성이 아주 낮은 살기가 깔려 있는 눈으로 헌터들을 눈으로 훑었다.

자신이 이곳 리우에 왔다는 소문이 퍼지면, 헌터 팀이 도착하기도 전에 일이 틀어질 수가 있었다.

지금 당장 그들을 죽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만들어 낸 건 자신이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밑으로 내려가기도 귀찮았는데. 차라리 잘됐다.”

여기 헌터들을 모두 포박시켜 놓고, 저택에서 강민성에게 그리고 헌터 협회에게 보고를 올리는 게 가장 깔끔할 듯했다.

이호성은 헌터들을 보며, 주먹 관절을 뚜두둑 꺾었다.

“아무리 내 실수라고 해도 말이야, 너희들 실수도 없는 건 아니니까. 응?”

이호성이 머리가 다 까진 몰골로 헌터들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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