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338화>
* * *
이호성은 강민성의 명령에 의해 레이트가 감금되어 있는 감금실 앞에 도착했다.
경호 헌터들이 문을 열어 주었고, 이호성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레이트는 감금실 안에서 멍한 눈으로 허공을 보고 있었다.
이호성은 담배를 물면서 침대 끝에 엉덩이를 대고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협조하면 넌 아마 풀려날 거다.”
이호성이 말했다.
X-HIT의 수장 레이트는 여전히 멍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이호성은 담배를 피우며 레이트가 말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레이트가 마른 입술을 열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되는 거지?”
레이트가 이호성을 흘깃 돌아보며 물었다.
이호성은 천장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고서는 레이트에게 담배를 들어 보였다.
레이트가 담배를 받아 입에 물었다. 이호성이 불을 붙여 주면서 옅게 웃었다.
“이미 선포를 했으니,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겠지. 아니, 죽이는 건가?”
이호성의 말에 레이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헌터들은 뭘 먹고 산다는 말이지?”
“정부에서 돈을 주겠지.”
그 말에 레이트는 노골적으로 웃었다. 그런 레이트를 보며 이호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레이트가 웃으며 이호성을 보았다.
“정부가 정말로 제대로 된 지급을 할 거라고 생각하나?”
“할 거야.”
이호성이 흔들림 없는 눈으로 레이트를 보며 답했다.
레이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진무구하군.”
“순진무구한 건 너야.”
레이트가 이호성을 보았다.
이호성이 말을 이었다.
“강민성 헌터님을 만나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순간 레이트는 소름이 돋은 듯했다.
그의 목에는 닭살이 돋아 있는 게 명확히 보였다.
이호성은 낮게 웃었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예외는 없다. 마약상 범죄 조직처럼, 정부도…… 개박살이 나는 거야.”
“인권 문제 때문에 그렇게 쉽지는 않을 텐데.”
이호성은 피식 웃었다.
“인권? 설마 헌터님이 대중에게 어필될 이미지를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나?”
레이트가 놀란 눈으로 이호성을 보았다.
“이봐. 지금 강민성 헌터님이 시민들에게 추앙받는 이미지는 계획된 게 아니야. 그저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것뿐이지. 인권? 그런 건 필요 없어.”
레이트의 눈이 서서히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애처롭게 변해 갔다.
이호성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멸망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신적인 존재는 오직 강민성 헌터님뿐. 그가 중심을 잡는다면, 이 세계의 모든 균형의 심판은 그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다.”
레이트는 쓰게 웃었다.
“지옥이 펼쳐지겠군.”
“왜? 강민성 헌터님이 직접 나선다고 했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
“바퀴벌레는 박멸되지 않는다.”
이호성은 피식 웃었다.
“글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건 당신 같은데?”
레이트는 의문이 담긴 눈으로 이호성을 보았다.
“이봐, 자살 시도까지 했던 당신의 지금 모습을 보라고.”
레이트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 되었다.
“물론 선포를 했다고 벌써부터 꼬리를 감추진 않겠지.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이호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하다가 피식 웃었다.
“스스로 기어 나와 자신의 죄를 헌터님에게 고하게 되겠지.”
이호성은 확신에 찬 얼굴로 레이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 거야, 분명.”
“날 찾아온 이유는 그럼, 정보를 받으러 온 거겠군.”
“그렇지.”
이호성이 템창에서 아주 가볍고 슬림한 녹음기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이호성이 레이트를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 * *
김지유는 앞으로 진행될 일에 대해 상세히 물어 왔고, 민성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답했다.
“우선 헌터장들이 먼저 움직인다. 그리고 일 처리가 확실하지 않으면 그 뒤엔 내가 직접 움직이는 걸로.”
김지유의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헌터장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강민성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길에는 피와 시체가 줄을 이을 것이다.
인권이라는 글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김지유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개입하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아주 복잡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저항이 심할 거예요.”
김지유가 말하는 부분은 이미지적인 측면이었고, 민성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민성은 딱 잘라서 일축했다.
“X-HIT의 수장 레이트에게서 정보가 나오면 즉각 헌터장들에게 그 정보를 뿌린다. 그리고 현장에 이호성을 보낼 거야.”
“호성 씨를요?”
“이호성이, 수색 및 진압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처리하거나 내게 보고하게 될 거다.”
“지금 호성 씨의 실력이 어느 정도죠?”
“나 다음이지.”
민성의 말에 김지유는 잠깐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금세 납득했다.
강민성과 함께 다녔으니, 자연히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김지유는 조금은 안심이 되는 얼굴이 되었다.
정황 증거를 확인하기도 전에 민성이 움직이면 오해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런 실수를 줄이는 데 있어서는 이호성만큼 확실한 헌터는 없다.
지금 강민성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건 이호성이었다.
“중앙 기관의 총군주.”
민성의 부름에 생각에 잠겨 있던 김지유가 시선을 들어 민성을 보았다.
“예외는 없다. 국내도 마찬가지란 뜻이다.”
김지유가 미소 지었다.
“물론이죠. 저 역시 포함일 테고요.”
민성은 대답 대신 시선을 디저트와 음료 쪽으로 돌렸다.
먼저 아메리카노가 들어 있는 커피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호록!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입속으로 들어오고, 민성은 곧장 아메리카노의 쌉쌀한 뜨거움을 느끼며 포크를 들었다.
디저트는 치즈무스 케이크였다.
쓴 아메리카노에 이어 달달한 케이크가 입 안으로 들어오자 그 놀라운 감각에 민성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엄청나게 맛있는 디저트다.
그런 민성의 반응을 보고 김지유가 미소 지었지만, 민성은 그런 김지유의 반응은 보지도 못하고, 그저 케이크에 의식이 집중되어 있었다.
색깔만 보고 그냥 단순히 초코 케이크인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이건 치즈 케이크였다.
정말이지 놀라운 맛이다.
위에는 쿠키 크런치가 섞인 진한 초콜릿 맛이 감도는 코코아 가루가 뿌려져 있어 바삭바삭한 식감을 느낌과 동시에 초코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빵의 식감이 순식간에 희미해지며 그 아래로 위치한 부드럽고 진한 치즈의 맛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다.
놀라우리만큼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이 맛은, 아메리카노와 정말이지 환상적인 조합을 이끌어 냈다.
민성은 처음 먹었을 때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충격적인 맛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정말 맛있죠?”
김지유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서 웃으며 물었다.
“믿을 수가 없는 맛이다. 세상에 이런 맛이 존재할 수가 있는 거로군.”
민성은 마치 신성한 존재를 발견한 듯 다시 포크를 움직였다. 그러다 아차 하고 서둘러 아메리카노 잔을 들었다.
쓴 커피를 먹고 난 후에야 디저트의 파괴력은 극대화된다.
민성은 아메리카노를 두 모금 정도 마시고 다시 포크를 치즈무스 케이크 쪽으로 움직였다.
* * *
레이트가 말한 정보에 대한 녹음을 모두 마치고, 정리까지 끝낸 이호성이 자료를 템창에 넣고서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수고했어. 조만간 나올 수 있게 될 거다.”
이호성이 짧은 인사를 전하고 철문 앞에 섰을 때.
“부탁이 있다.”
레이트의 말에 이호성은 문을 열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부탁?”
이호성이 물었다.
“내 가족들이 살아 있는지, 그것만이라도 확인해서 알려 줄 수 있나?”
그의 눈에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
“죽으려고 했었지 않나?”
그게 의미가 있는 질문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레이트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것도 그렇군.”
이호성은 레이트를 물끄러미 보다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어차피 브라질 쪽은 한 번 더 가야 한다. 시간이 나면 확인해 보지. 딱히 큰 기대를 걸지는 말고.”
“고맙다.”
레이트가 진한 눈빛을 보내왔다.
이호성은 그게 부담스럽게 느껴져 얼른 시선을 돌려 감금실을 나왔다.
끼이이익-! 쿵!
두꺼운 철문이 닫히고, 이호성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자료를 보기 좋게 정리하고 나면, 그걸 헌터장들에게 넘기고 나서 자신은 은밀히 그들의 작전 진행 지역에 먼저 가서 대기해야 했다.
부패 헌터들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강민성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호성은 고요하고 차가운 복도를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으면서 생각했다.
강민성이 헌터가 관계된 범죄 단체를 깨끗하게 정리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되짚어 보았다.
강민성은 무력 단체가 커짐으로써 정부와 대립하여 전쟁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강했다.
전쟁은 곧 치안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곧 평화를 해치는 일.
기본적으로 전쟁이란 민성이 가장 좋아하는 세계의 음식점을 여행하기에는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또한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불편해질 수도 있는 일.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힘으로 헌터들을 통제하게 되면 얻게 되는 이점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드높다.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금전적으로도 압도적인 우위에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강민성이 무력 단체를 장악하기로 마음을 먹은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일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바로 이호성 자신이었다.
지금까지는 강민성과 함께하면서 해결이 불가능한 사건들만 줄지어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달랐다.
자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이호성은 실수하거나, 임무에 있어 완벽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되새기며, 중앙 기관 본관 건물의 3층으로 올라가 VIP 게스트 룸으로 들어갔다.
텅 비어 있는 게스트 룸 안에서 이호성은 노트북 하나를 테이블 위로 올리고, 즉각 자료 정리를 시작했다.
보고할 자료 정리가 끝나면 즉시, 브라질 리우로 떠나야 했다.
이호성은 레이트의 목소리를 녹음한 녹음기를 꺼내, 재생을 누르고 레이트의 목소리가 담긴 내용을 들으며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다.
간략 조사 자료를 워드에 정리하고, 녹음 파일을 1급 메일에 업로드했다.
일을 마친 이호성은 중앙 헌터 기관 건물 후문 지상 주차장으로 나와 차에 올라탔다.
이호성은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으며 즉각 워프 게이트를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