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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35화 (33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35화>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민성이 약속된 장소의 건물 로비 안으로 들어섰다.

로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민성은 우뚝 멈춰 섰다.

전 세계에서 온 정, 재계 주요 인물들이 로비에서 민성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이 일제히 민성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올렸다.

민성은 머리를 숙이고 있는 그들을 보고 가벼운 코웃음을 흘리며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자 한 사내가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 주었다.

민성은 그를 흘깃 보았다가 김지유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 다시금 그들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표했다.

밖이 투명하게 보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민성은 한쪽 눈살을 구겼다.

“왜들 저러는 거야?”

민성의 물음에 김지유는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리자 민성이 먼저 앞서 걸어 나갔다.

아주 넓은 회의장에는 각 대통령과 헌터장들이 앉아 있었으며, 그 옆으로 대통령의 보좌관들과 경호원들이 있었다.

민성이 나타나자 그들이 일제히 벌떡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민성은 비어 있는 자리로 가면서 바깥쪽을 가리켰다.

“대통령과 헌터장 빼고는 전부 나가.”

민성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으려다 멀뚱히 서 있는 이들을 보고 눈매를 굳혔다.

“나가라고.”

민성이 다시 낮게 말했다.

미국의 보좌관 하나가 민성에게 뭔가를 말하기 위해 앞서 걸어 나오다가 이내 숨을 못 쉬겠는지 풀썩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줄에 묶여 끌려가듯 민성의 앞으로 질질 끌려가며 버둥거렸다.

그의 얼굴은 곧 터질 것 같았고, 눈에서는 피가 흐를 듯 붉게 충혈되었다.

“얘 왜 이래?”

민성이 손가락으로 보좌관을 쿡쿡 가리키며 주변을 훓으면서 물었다.

대통령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잔뜩 번졌으나, 헌터장들은 태연했다.

그 분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챈 대통령들이 급히 사람들을 물렸다.

민성의 앞으로 저절로 끌려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던 보좌관은 켁켁거리며 공기를 급격히 빨아 당겼다.

“할 말이 있는 것 같던데.”

민성이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꾸벅 묵례하고 물러갔다.

그제야 민성이 자리에 앉았고, 대통령과 헌터장들은 처음보다 훨씬 긴장한 채로, 자리에 앉았다.

특히나 헌터장들에 비해 대통령들의 얼굴은 얼어붙어 있었다.

강민성을 직접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도 했고,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특별히 액션을 취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몸이 끌려가 곧 죽을 것처럼 버둥거리는 걸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강민성이 현재 신에 필적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민성은 회의장에 길게 나란히 앉은 대통령과 헌터장들을 보며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고요한 회의실 안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민성은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팔짱을 끼고 미간을 구부렸다.

대통령과 헌터장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가운데 민성의 전화가 울렸다.

그 소리에 대통령과 헌터장들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민성이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발신자는 이호성.

민성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놓고서,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 헌터님, 이호성입니다.

“무슨 일이야?”

- 명령하신대로 X-HIT의 수장을 잡았습니다. 워프 게이트로 가는 중입니다. 바로 헌터님에게 데려갈까요?

“중앙 기관으로 일단 넘겨. 저녁쯤에나 갈 거니까.”

- 알겠습니다.

민성이 전화를 끊고 다시 시선을 들었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이들의 허리가 더 꼿꼿하게 펴졌다.

민성은 양손으로 느릿하게 세수를 하듯 얼굴을 문지르고서는 천천히 턱을 괴며 대통령과 헌터장들을 보았다.

“꼭 개랑 고양이 같네.”

민성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대통령들은 눈알을 돌리며 눈치를 살폈고, 헌터장들은 묵묵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만 있었다.

“오늘 내가 모이라고 한 건 의견을 듣거나 회의 같은 걸 하자는 게 아니야.”

“…….”

“내가 말하는 걸 따르면 된다.”

대통령과 헌터장들 모두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민성의 말에 의해 앞으로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단.”

민성이 짧게 끊었다가, 잠깐의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각 정부와 헌터장들의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경호 헌터를 세우면 뭐할 거야? 이런 시대에 경호 헌터를 둔다고 암살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정부와 헌터는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성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쪽도 주도권을 빼앗기기 싫다는 이유로 인해 지금처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 것이었다.

정부는 헌터들이 세계를 독점하는 구조로 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때문에 그들은 싸워야 했고, 그들이 싸우는 방식은 자본과 언론에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길게 얘기할 생각 없으니 잘 들어. 각 대통령은 여기서 헌터장과 적정 임금을 협의한다. 그리고 그 즉시, 그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다.”

미국 대통령이 용기를 내어 민성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끝입니까?”

“아니. 그럴 리가. 그 언론 발표 때 한 가지를 덧붙여. 범죄 조직에 가담하는 헌터는, 내가 직접 움직여 모두 즉결 처분한다.”

대통령과 헌터장들이 움찔거렸다. 할 말이 많았으나, 감히 자신의 의견을 펼쳐 낼 수 없음에, 그들의 얼굴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즉결 처분이라 하시면…….”

러시아 헌터장이 민성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죽는다는 얘기다.”

민성이 담담하게 말했으나,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말인즉슨, 강민성이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길을 걷는지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의 말은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직접 움직이겠다는 뜻이며, 그것은 곧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섣불리 강민성을 자극할 수는 없었다.

대화의 물골을 트더라도 그건 민성이 아닌 이호성이나 중앙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여야 한다.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보며 민성이 작게 웃었다.

“부패 경찰이나 부패 헌터들. 혹은 부패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헌터가 관련된 일에 범죄가 드러날 경우, 즉결 처분이다. 대통령도 헌터장도 예외 없이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헌터장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가늘게 떨었다.

“난 물리적 힘을 가진 헌터들의 범죄를 통제하는 일을 한다. 내가 할 일은 거기까지.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각 헌터장들은 언론에 범죄 헌터들은 처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명확히 퍼트리도록.”

“예-!”

헌터장들이 모두 동시에 대답했다.

“헌터장들은 이 시간부로 새로운 팀을 만든다.”

헌터장들의 시선이 민성에게로 쏠렸다.

민성이 말을 이었다.

“범죄 조직의 정황을 파악하고,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특수 팀이다.”

헌터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이 헌터장들을 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경고를 하나 하는데. 만약 헌터 숫자 줄어든다거나, 정부의 약화와 같은 본인들의 입지에 대한 불안으로, 어설프게 내게 반기를 든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상상 이상일 거라고 약속하지.”

특별히 살기를 표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통령들은 물론 헌터장들 역시 숨 쉬기가 힘든 듯 파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힘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예외 없이 닥치는 대로 쓸어 담는다. 다시 말하지만, 예외는 없다.”

민성은 그 말을 끝으로 일어서서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중앙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도 민성을 따라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회의장에는 대통령들과 헌터장들만 남았다.

폭풍이 지나간 듯한 자리에서, 정적이 내려앉은 가운데, 그들은 모두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다.

잠시 후, 대통령 하나가 일어섰고, 다른 대통령과 헌터장들 역시 모두 급히 일어섰다.

해야 할 일이 태산과도 같았다.

그들은 헌터장들에게 협의 금액에 대한 일정을 간략히 대화를 나눈 뒤, 회의장을 벗어났다.

* * *

민성이 만든 대통령과 헌터장들과의 회의 이후로 언론에 의해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강민성이 범죄의 심판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약상과 관련된 헌터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반면 민성을 추종하는 시민들의 힘은 훨씬 더 강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헌터의 힘에 의한 군림을 누구보다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일반 시민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민성의 이러한 선택은 영웅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가장 완벽한 리더였다.

전 세계에서 민성을 향한 관심과 지지가 폭발적으로 솟아나고 있었다.

* * *

“아 진짜 돌아 버리겠네.”

이호성은 중앙 기관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차 안에서 출혈을 막고 힐러들의 마법 치료를 받고 있는 X-HIT의 수장 레이트를 보며 연신 인상을 팍 찌그러트렸다.

레이트는 헬기에서 한 번 탈출 시도를 했고, 그리고 차에서 한 번 자살 기도를 시도했다.

몇 번이나 협조만 잘 한다면 피해는 없을 거라고 설득했지만, 그 말을 믿지 않고 일을 벌인 결과 그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마법 장비로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어 놓은 상태로 이송하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라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X 될 뻔했네. 왜 자꾸 죽으려 드는 거야.”

이호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레이트를 보며 혀를 찼다.

갑자기 템창에서 무기를 꺼내 자신의 목을 찌르려고 한 레이트였다.

만약 한눈을 팔았다면,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간신히 칼을 쳐 내서 목에 빗겨나가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다면 지금 레이트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을 터였다.

이호성은 담배를 피우며, 창문을 내려 바깥을 보았다.

중앙 헌터 기관의 건물이 보이고 있었다.

“기자가 쫙 깔렸네.”

이호성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들을 보았다가, 승합차 안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레이트를 보며 난감함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리 범죄 조직의 수장을 잡아오는 일이라고는 해도, 상태가 이렇다면 오해가 생기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호성은 황급히 중앙 기관의 총군주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기자들을 물린 뒤,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는 답변이 온 탓에 결국 한 바퀴를 더 돌았다가 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최대한 차 안에서 치료를 하고 출혈에 대한 흔적을 닦아 내는 것이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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