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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32화 (332/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32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아니면 맥주? 위스키?”

에나가 여전히 유혹적인 시선을 보내오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저 여자와 19금 로맨스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참아야 했다.

함정이 있을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은 강민성의 명령을 받고 이곳 X-HIT로 왔다.

임무가 우선이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물 한 잔만 부탁합니다.”

이호성이 그렇게 말하고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는 동안, 에나가 미지근한 물 한 잔을 가져왔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물을 마시는 가운데, 에나가 이호성의 옆자리에 밀착하여 앉았다.

이호성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앞으로 내가 당신에게 우리 X-HIT에 대한 간략한 안내를 하게 될 거예요.”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X-HIT의 조직원이 되면, X-HIT에 대해서 그리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를 받게 되고, 자신의 담당 안내를 맡은 것이 바로 ‘에나’라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여자인 듯했다.

“일은 언제부터 할 수 있는 겁니까?”

이호성은 이 질문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순식간에 박살 나 버리고 말았다.

에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딱히 할 일이랄 게 없어요. 그저 조직원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생활에 충분한 돈을 받을 수 있죠.”

이호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전혀 모르는 얼굴이네요.”

에나가 재밌다는 듯 이호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말 그대로 조직원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곳에서 헌터들의 역할은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마약 조직원의 관리.

명령이 떨어지면, 배신을 했거나 마약을 빼돌리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마약 조직원을 죽이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전쟁이다. X-HIT는 수많은 마약 조직 중 하나인 만큼 전쟁이 불가피했다.

X-HIT의 보스가 더 많은 돈을 벌고, 조직원이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경쟁 조직을 제거해야만 했다.

이호성은 이 얘기를 들으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헌터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들은 바에 의하면 그 헌터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가 만약 다시 던전이 나타난다면? 그리고 헌터의 수가 부족하다면?

물론 이호성은 에나에게 그런 의문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눈앞의 돈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에게는 미래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미래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그 역할의 중심에 ‘강민성’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분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호성은 잠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에나가 조금 더 가까이 밀착해 왔다.

“헌터는 여자들에게 인기 있죠. 강하고, 특별하니까. 특히나 당신처럼 매력적인 남자라면, X-HIT 안에서 수많은 미녀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많은 미녀들이 헌터들을 만나고 싶어 하죠.”

마치 악마가 속삭이는 듯했다.

헌터들이 운영하는 마약 조직이 대체로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호성은 멍한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만약 전쟁을 해야 한다면, 헌터를 죽이는 데까지 개입해야 하나?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는 힘들 텐데?

국내 그림자 길드의 정보망에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는 정보를 가져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헌터를 죽이고,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깊은 곳으로 개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파 왔다.

* * *

시간이 흘러, 약속된 날짜가 다가왔다.

이날 아침 민성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물을 한 잔 마시고, 마기를 운용시켜 둔해진 머릿속을 맑게 만들어 준 후, 샤워를 했다.

약속 시간은 오전 11시였고, 지금은 7시였기 때문에 시간은 넉넉히 남아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장웅이 이미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장시아는 입에 토스트를 문 채로 꾸벅 인사를 하고 집을 나갔다.

주방으로 가려고 할 때, 이호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민성은 전화를 받고서, 장웅 셰프가 건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받았다.

- 헌터님, 이호성입니다.

“얘기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호로록 마시며 정원으로 나갔다. 브라질과 달리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커피를 먹으며 통화를 이었다.

이호성은 X-HIT 조직원으로 들어가 얻은 정보를 전달했다. 별로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 그저 놀고먹은 것 밖에. 하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조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곧 전쟁을 할 것 같아요.

이호성이 난감하다는 뜻을 표해 왔다.

조직원으로 들어와 정보를 파악하는 건 좋은데, 헌터를 죽이게 되는 건 조금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이호성의 이야기였다.

“X-HIT의 수장을 찾아서 산 채로 내 앞으로 데려와.”

- 말씀드렸다시피 수장을 만나기 위해선 이곳 X-HIT 안에서 신뢰를 얻어야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이 불가피하고요. 헌터와의 전쟁에 개입하라는 뜻이십니까?

“죽이든 살리든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수장만 데려와. 내 명령은 오직 그뿐이다.”

그 말만을 하고 민성은 전화를 끊었다.

마당의 정원 풍경을 보며 커피를 즐긴 후, 거실로 돌아왔을 때.

“헌터님, 지금 아침 식사 시작하시겠습니까?”

장웅이 아침을 할 것인지를 물어 왔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그에게 커피 잔을 넘긴 뒤 주방으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은 후, 장웅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찌개를 앞에 놓았다.

장웅 셰프가 만든 된장찌개는 어떨까?

자리에 앉자마자, 민성은 숟가락을 들어 밥을 떠먹고, 된장찌개로 숟가락을 가져갔다.

국물을 한 술 떠먹어 보자, 완벽하게 간이 되어 있는 아주 맛있는 된장찌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 단맛이 났는데, 민성의 입맛에는 그게 아주 잘 맞았다.

두부는 아주 작은 큐브처럼 조각나 있다.

작은 두부 몇 개와 파가 섞인 건더기를 밥에 얹고, 살짝 비빈 다음 그것을 숟가락으로 퍼서 먹어 보자 달짝지근한 된장찌개의 맛이 섞인 밥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두부는 녹아내리듯 사라지고, 된장찌개의 짭쪼롬한 국물 맛은 한국의 깊이가 아주 강하게 배여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쁘게 말아져 있는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 씹으며, 민성은 오늘 있을 대통령과 헌터장들과의 만남에서 해야 할 말들을 간단히 떠올렸다가 장웅을 보았다.

“오늘 점심은 밖에서 하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식당을 한번.”

“아니, 내가 알아서 하지.”

장웅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식탁 밑에서 바가지가 암벽 등반을 하듯 민성의 다리를 타고 올라와 허벅지에 앉았다.

그리고 빤히 올려다보는 바가지를 보고서 민성은 템창을 열어 마석창 하나를 꺼내 허공에 휙 던졌다.

바가지는 풀쩍 뛰어 입을 크게 벌리고서 아자작! 씹은 다음 휘리릭 공중제비를 돌며 체조 선수처럼 착지했다.

“호오!”

장웅이 감탄한 눈으로 보며 박수를 쳤고, 바가지는 시크하게 거실에 있는 레폰과 놀기 위해 뛰어갔다.

그사이.

“한 그릇 더.”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해치운 민성이 빈 밥그릇을 내밀었다.

아주 맛있는 된장찌개는 밥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하는 힘이 있다.

“오늘은 입맛이 좋으신 듯합니다. 평소에는 한 공기만 드시더니.”

장웅이 밥을 푸면서 말했다.

“별로 만나기 싫은 인간들을 억지로 만나야 하니까. 든든히 먹어 둬야지. 예민하면 혹시 알아? 그 자리에서 몇 명 죽이고 나올지.”

민성의 살벌한 말을 듣고도 장웅은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민성의 성격상 그가 하는 말 대부분은 그저 말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민성이 정말로 화나면?

말이 사라진다.

오직 행동만이 있을 뿐이니까.

장웅 셰프는 그저 오늘 회의에서 그런 순간이 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호성은 지금 당장 눈앞에 진열된 술들을 진탕 먹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강민성은 말했다.

알아서 결정하라고.

그건 사실상 전쟁을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가 아닌가?

강민성을 오래 겪었기 때문의 그의 성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자신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꽤 고통스러운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호성은 피식 하고 웃었다. 과거 다이아몬드 클랜 시절의 자신은 어땠나? 뒷동네 파락호였지만, 뒷동네 역시도 만만한 세상은 아니다.

그 세상 안에도 잔혹함은 존재했다. 단지 큰 세상을 보고 마인드가 변했을 뿐이다.

과거와 지금을 대조하면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혼란을 느꼈다.

그건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과거를 되새김질해야만 하는 추악한 과정이니까.

또한 3일 동안 한 일이라고는 놀고먹는 것뿐이었다.

“빌어먹을…….”

먼 곳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이호성의 옆으로 자신의 담당인 에나가 앉았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요?”

이호성은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가, 마음을 먹었다.

이대로 상황에 질질 끌려갈 수는 없다.

길이 막혔으면 그 길은 뚫어야 한다.

이호성이 그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X-HIT의 수장을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하죠?”

“그를 왜 만나려고 하는 거죠?”

늘 유혹적인 표정만을 지어 오던 그녀의 얼굴이 변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분명한 경계심이 자리 잡아 있었다.

“나는 돈을 벌고 싶어서 여기에 왔습니다. 작은 월급이나 받으면서, 놀고먹을 생각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럴 만한 레벨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에나가 냉정하게 말했다.

“레벨은 낮을지 몰라도, 일 처리만큼은 확실하죠.”

“당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힘.”

에나가 인상을 쓰며 웃었다.

“마법이라도 부릴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 이상도 보여 줄 자신이 있지. 이건 일종의 비즈니스입니다. 내게 그를 소개해 줘요.”

“다시 말하지만 당신의 레벨로는 그를 만날 수 없어요.”

“레벨이 높으면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를 만나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강민성은 수장을 데려오라고 했지, 방식까지 말해 주지는 않았다.

물론 큰 소란을 피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모든 걸 만족시키면서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안하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결해야겠다고 이호성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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