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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29화 (32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29화>

“호성 씨도 앉아요.”

김지유가 이호성을 보며 말했다.

“……저도요?”

“실질적으로 가장 현장에 많이 가야 될 실무자가 호성 씨 아닌가요?”

“그건 그렇겠죠?”

이호성이 민성을 보며 눈치를 살피자 민성이 앉으라고 눈짓했다.

이호성은 곧장 의자를 빼서 앉았다.

김지유가 가방 안에서 준비한 데이터가 들어 있는 테블릿을 민성에게 넘겼다.

민성은 그것을 받아 한쪽으로 치우자 김지유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얘기하지.”

김지유가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이호성이 손을 살짝 들었고, VVIP 손님인 만큼 그들을 주시하며 준비하고 있던 지배인이 곧바로 다가왔다.

“예약하신 주문 지금 바로 준비해 드릴까요?”

지배인의 물음에 이호성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배인은 정중히 인사를 올린 후, 물러갔다.

“예약할 때, 와인 한 병을 주문해 뒀는데, 술을 안 하실 거면 취소할까요?”

이호성이 민성과 김지유를 보며 물었다.

“전 상관없어요.”

김지유는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된다는 뜻을 밝혀 왔고, 민성은.

“먹어야지.”

역시나 추천에, 결코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이호성이 빙긋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이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렸기 때문에 아주 잠깐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이 내려앉은 동안 민성은 레스토랑 내부를 훑어보았다.

식사를 할 때 있어 가게 내부의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도 식사의 일부분이다.

레스토랑은 외국 느낌이 물씬 났다.

어두운 분위기 안에서, 금빛 조명이 고급스럽게 빛이 난다.

무대 위에서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부드러운 음악의 선율이 흐르고, 조용하게 대화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마치 잔잔한 음악과도 같다.

왜 이곳을 이호성이 추천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이유를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느낄 수 있었다.

“괜찮네.”

민성이 짧게 감상평을 말했고, 이호성은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가게 정말 예쁘네요. 앞으로 단골이 될 것 같은데요?”

김지유도 싱긋 웃으며 가게를 훑어보았다.

“총군주님은 남자친구 없으세요?”

이호성의 물음에, 김지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없어요. 워낙 책무가 막중하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었네요.”

“햐. 안타깝네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하긴, 누구라도 아까울 거예요. 우리 총군주님은.”

“오늘 호성 씨 서비스가 정말 좋은데요?”

“하하, 아닙니다. 진심이에요.”

이호성은 슬쩍 민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헌터님은 총군주님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호성의 말에 김지유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민성을 지켜보았다.

민성은 김지유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름답지.”

민성의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성의 입에서 이렇게 직설적인 표현이 나올 것이라고는 이호성과 김지유 둘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민성은 얼어 있는 이호성과 김지유를 보고 미간을 구부렸다.

“왜 그래?”

“아, 아니. 헌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좀 놀라서요. 그럼 헌터님 혹시 총군주님에게 관심이 있으…….”

이호성이 말을 하던 중간에 김지유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호성은 실수였음을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으나, 이미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전달된 후였다.

“관심이 없진 않지.”

민성이 말했다.

대혼란이 테이블을 휩쓸었다.

이호성은 악어처럼 입을 쩍 벌렸고, 김지유는 입을 꼭 다문 채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런 반응을 보고 민성이 한쪽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말하는 거다. 뭘 상상하고 있는 건가?”

민성이 나무라듯이 말했고, 오해했다는 사실에 김지유의 얼굴은 더 빨개졌다.

“자,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김지유가 급히 자리를 떴다.

그런 그녀를 보고 이호성은 민성을 보며 몰래 한숨 쉬었다.

김지유는 중앙 헌터 기관의 총군주이자, 대한민국의 여신이다.

정의로움을 품은, 권력자이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성녀와도 같은 존재.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가 어느 모로 봐도 관심을 표해 오고 있는데, 민성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녀에게 딱딱한 거리감을 놓지 않는다.

이호성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영역이었다.

남자로써,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지적이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김지유를 마다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사람이라는 게 각자 취향이 다르다고는 해도 총군주는 좀처럼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 정도로 그냥 객관적으로 굉장한 여자였다.

“헌터님, 아무리 봐도, 총군주님이 헌터님에게 조금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눈매를 굳혔다.

“무슨 의미야?”

“네?”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냐고.”

“아니요, 뭐 딱히 의미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헛소리하지 마라.”

“……예.”

옆을 보자 화장을 고치고 김지유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게 보였다.

타이트한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총군주라서가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웠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있는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김지유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고, 때마침 와인이 준비되었다.

뒤이어 바로 음식이 나왔다.

민성이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식탁 위로 올라온 건, 최고급 품질의 등심 스테이크다.

세 사람은 고기를 먹기 전 와인을 먹기 위해, 잔을 들었다.

건배사는 없었다.

잔을 들어 보이는 걸로 건배를 대신하고, 민성은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프랑스산 최고급 와인으로 입안에 아주 무겁게 머금어졌다.

혀를 굴리면 기분 좋게 와인의 무거운 물결을 즐길 수 있었다.

이내 한 모금을 꿀꺽 마시면, 혀끝에 남는 포도의 쓴맛이 아주 기분 좋게 남고 아주 긴 여운의 포도향이 코끝으로 길게 이어진다.

민성은 곧바로 잔을 내려놓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아주 소량의 오러를 사용해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고기를 잘라 냈다. 그리고 포크로 스테이크를 찍어 입으로 쏙 가져갔다.

우물우물.

아주 부드럽게 씹히면서, 스테이크의 향이 달콤하게 맡아진다.

씹으면 씹을수록 등심 스테이크의 풍미는 강렬하게 뇌를 울린다.

와인과 최고급 레드 와인의 조합은 저녁으로써 당연히 훌륭하다.

다른 메뉴도 식탁 위에 있었지만, 민성은 오로지 와인과 메인 메뉴인 등심 스테이크에만 집중했다.

코스 요리를 먹지 않은 건, 오늘은 번거롭게 순서를 지키며 먹는 것보다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고 싶었던 게 컸다.

점점 양보다 질을 따지게 되는 식습관으로 바뀌고 있다.

나쁘지 않다.

시간이 흘렀고, 이제 더 이상 마계의 트라우마에 지배당한 상태도 아니었다.

품질에 집착하는 건 미식을 쫓는 자의 숙명이다.

민성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공허한 뱃속에 최고의 음식이 들어가는 것은 아주 중독적이며 저항할 수 없는 쾌감을 전달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 아쉬움이 다음 식사를 향한 원동력이자 추진력이 된다.

민성이 식사를 마쳤을 때쯤, 김지유와 이호성도 식사를 마쳤다.

“이렇게 모여서 대화 없이 조용히 밥 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김지유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 익숙합니다.”

이호성이 김지유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사이 식사를 다 마친 민성은 한쪽에 놓아두었던 태블릿을 들었다.

터치하자 곧바로 자료 목록이 떴다.

민성은 세분화되어 있는 목록들 중 중요 인물들의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와인을 마셨다.

단 3분 만에 자료 확인을 끝낸 민성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벌써 다 보신 거예요?”

이호성이 깜짝 놀란 눈으로 민성을 보며 물었다.

“이것도 천천히 읽은 거다.”

민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와인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초월자의 경지에 이른 민성의 기억력은 압도적이다.

무의식적일 때는 몰라도, 일단 집중을 시작하면 기록화된 데이터를 수집하는 능력은 가히 기계적일 정도로 완벽했기 때문에 자료를 확인해 나가는 속도는 단연 빠를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제대로 자료를 확인했는지 의문이 갈 정도의 속독이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강민성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다.

헌터조차 까마득히 올려다볼 존재. 그런 그이기에 그의 앞에서 모든 상식적인 기준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호성이 혀를 내둘렀고, 김지유도 감탄한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그러든지 말든지 민성은 자신의 할 말을 꺼냈다.

“결국 컨트롤해야 할 건 머리들이네. 대통령, 그리고 헌터장. 그럼 중요한 건 내 쪽의 포지션인데. 어떻게 움직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나?”

민성이 총군주인 김지유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직선적인 민성의 시선은 항상 압도하는 감각이 있다.

김지유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민성의 시선을 맞받으며 입을 열었다.

“민성 씨가 전 세계 헌터들을 통제해야 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각 세계 대통령들과 헌터장들의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게 중앙 기관의 판단입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

“각국의 정부와 헌터장이 서로 협의점을 찾아야 할 겁니다. 혹시나 다시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를 대비하는 적정가의 헌터 임금 제도를 만들어야겠죠. 그들이 범죄 쪽으로 빠지지 않도록이요.”

“정부에서 지금 그걸 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더 이상 던전의 위협이 없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걸 테고.”

“지금까지 각 정부는 헌터들에게 권력 구조로 볼 때 아래쪽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휘둘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거고, 관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그럼 헌터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할 텐데, 아무리 적정 임금을 잡는다고 해도, 범죄 수익보다 낮다면.”

김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민성 씨가 중심을 잡아 줄 필요가 있는 거예요.”

“그냥 헌터들을 형사로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부담스러운 거죠.”

“어떤 게?”

“부패한 경찰들의 조직이 생성될 거고, 그건 곧 정부의 위협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민성이 짧게 혀를 찼다.

“이러나저러나 걱정뿐이군.”

“다소 딜레마가 있죠.”

“그럼 정부와 헌터간의 임금을 확실히 정하고 그에 반하는 헌터들을 잡아들이는 건데. 뭔가 빈약해. 헌터들이 하는 일 없이 놀고 있으면 분명 시민들의 원성이 올라 올 텐데?”

“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범죄 전담 헌터 팀을 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전체 통제 권한을 민성 씨가 가지는 거죠.”

“그거나 경찰 헌터나 다를 게 뭐야? 결국 부패 세력은 만들어질 텐데.”

“이미지죠. 공무원이라는 이미지가 범죄와 연루될 경우, 시민들은 정부에 반감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민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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