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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28화 (32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28화>

마실 삼아 은행에 갔던 민성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자 오랜만에 보는 장웅이 있었다.

“그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장웅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생은 무슨. 그보다 오랜만이군.”

“잠시 해외에 있었던 터라 늦었습니다. 송구합니다.”

“됐어.”

“호성 군과 시아는 백화점에 갔을 겁니다.”

민성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려던 차.

“저, 그런데.”

민성이 멈춰 서서 장웅을 돌아보았다.

“이제 호성 군이 요리도 잘하고, 몬스터의 위험 요소도 사라졌으니 저희가 헌터님 집에 있는 것이 괜히 불편을 드리는 게 아닌가 싶어…….”

“아니. 이호성은 요리 실력이 늘긴 했지만 이래저래 심부름할 게 많을 거야. 그런 건 이유가 못 되고. 다만 만약 나가고 싶다거나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나가도 돼. 붙잡지는 않는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제 손녀딸은…….”

“편한 대로 해. 있어도 되고 나가도 되고.”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민성은 미간을 구부리며 장웅을 쏘아보았다.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죄송합니다.”

장웅 셰프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민성은 먼 곳을 보며 쯧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딱히 나쁘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민성은 그 말을 끝으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런 민성을 보며 장웅은 훈훈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 * *

“시간 없으니까 빨랑 골라. 레스토랑 예약해 뒀기 때문에, 헌터님 드랍해 주러 가야 한단 말이야.”

“쫑알쫑알 시끄럽게 좀 하지 말아 봐.”

장시아가 거의 혼이 나간 듯한 얼굴로 명품 가방이 진열된 것들을 보며 악어처럼 입을 쩍쩍 벌려 댔다.

이호성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시아를 보며 어휴 하고 한숨을 쉬다가, 주변의 시선을 느끼고 머쓱해졌다.

명품 매장 직원들이나 여자 손님들이 부럽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단순히 명품 가방을 사 주는 남자 친구 느낌이라서가 아니다.

강민성 다음으로 유명한 헌터인 이호성이기 때문이었다.

다소 가시방석인 느낌이라, 이호성은 장시아가 얼른 가방을 골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그녀가 가방을 선택했다.

“이걸로 할래!”

장시아가 가방을 메고 전신 거울을 보며 웃어 댔다.

“얼마예요?”

이호성이 직원에게 물었다.

“잠시만요. 이 제품은 420만 원입니다.”

“하……. 420만 원이라니.”

장시아에게 눈총을 쏘아 대자 장시아가 슈렉 고양이 같은 눈빛을 쏘아 댔다.

이호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 어떻게 가방에 420만 원이라는 돈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비싼 가방이 존재할 수 있다니.

이호성은 혀를 내둘렀다.

비록 통장에 천억이라는 돈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돈 앞에서 겁이 많은 이호성이었다.

“장시아.”

“응?”

“다시 말하는데. 너 장웅 셰프님한테 진짜 잘해라.”

“우리 할아버진데 당연히 잘하지 안 잘하냐, 그럼. 엄청 잘할 거야. 걱정 말라고.”

장시아가 얼른 결제하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어휴.”

이호성은 한숨을 쉬며 결제를 하고서, 장웅 셰프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이동했다.

“할아버지 뭐 사 드릴 거야? 우리 할아버지는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아서 정장 같은 것도 잘 어울…… 어?”

장시아가 깜짝 놀란 눈으로 이호성이 들어가는 매장의 간판을 보았다.

[파텍 필립]

“시계 브랜드네. 여기 비싼 것 같은데.”

장시아가 중얼거리며 이호성을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진열되어 있는 시계들의 평균 가격을 보고 눈을 찢을 듯이 크게 떴다.

“이, 이, 이런 걸 사 준다고?”

장시아가 말을 더듬으며 이호성을 보고 물었다.

이호성은 장시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고, 시계를 쭉 살펴본 다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은 어렸을 적, 시계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막연히 이런 시계를 찰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느꼈던 모델이 있다.

그 모델 중에서도 이호성이 선택한 건 최신 기종이었다.

“이걸로 주세요.”

직원이 정중한 태도로 시계를 모시듯이 하며 포장을 시작했다.

“얼마죠?”

“1억 1천입니다.”

“네. 결제할게요.”

장시아는 입을 쩍 벌린 채로, 딱딱히 굳어서는 움직이질 못했다.

“1, 1, 1, 1, 1,억 1천?”

장시아는 마치 괴물을 본 것 같은 눈으로 포장되고 있는 시계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비싼 걸 사 줘, 우리 할아버지한테?”

“스승님 같은 분이니까.”

이호성은 덤덤하게 포장되고 있는 시계를 보며 말하다 피식 웃었다.

“이야. 근데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나도 차고 싶어지네. 참 멋진 시계란 말이지.”

장시아는 이호성을 새삼 달리 보는 듯한 눈빛으로 보았다.

“방금 멋있었어.”

“응?”

“멋있었다고, 방금.”

“원래 멋있거든?”

“방금 거 취소.”

이호성은 신경 쓰지 않고, 종이 가방을 넘겨받으며 매장을 나왔다.

“내 가방 살 때는 벌벌 떨더니. 이런 엄청난 시계는 확확 사고. 너무한 거 아니야?”

“확 가방 뺏어 버린다?”

“잘못했습니다아.”

장시아가 가방이 든 종이 가방을 들고 연신 웃으며 신이 난 듯 춤을 추듯 걸었다.

이호성은 그런 장시아를 보며 웃음을 참지 않을 수 없었다.

* * *

“선물입니다, 셰프.”

이호성이 종이 가방을 셰프에게 주었고, 그 가방에 적혀 있는 브랜드 네임을 보자마자 장웅은 미간을 확 구부렸다.

“이게……. 받을 수 없네, 호성 군.”

민성이 주방에서 나와 지나가면서 물었다.

“뭔데 그래?”

민성이 수건을 목에 걸친 채로, 소파에 털썩 앉아, 맥주를 까먹었다.

“시계예요.”

이호성이 민성을 보며 말했다.

“호성 군, 이렇게 비싼 시계를 내가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그리고 재단 설립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 이렇게 통이 커서야.”

“처음이자 마지막 뇌물이 될 겁니다. 헌터님 식사 잘 챙겨 주시고, 저도 잘 챙겨 달라는 의미로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안 돼.”

“절대 양보 못 합니다. 받으셔야 돼요. 저도 시원하게 돈 한 번 써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럼 자네가 차. 난 정말 못 차겠어.”

장웅 셰프가 이호성에게 종이 가방을 주려고 했으나 이호성은 극구 만류했고, 그렇게 서로 주고받는 걸 계속 이어 갔다.

장시아는 어깨에 이호성이 사 준 가방을 멘 채로 소파에 앉아 있는 민성에게 갔다.

“안녕하세요, 영웅님?”

장시아의 인사에 민성은 장시아를 흘깃 보며.

“그냥 헌터님이라고 해라. 낯간지러우니까.”

“알겠어요, 헌터님. 이제 더 이상 무서운 일은 안 일어나는 거죠?”

장시아가 기대를 담아 물었고.

“모르지, 그건.”

민성은 차갑게 대꾸하고 리모컨으로 TV를 틀었다.

장시아는 그런 민성을 밉다는 듯이 보며 약이 오른 표정을 지었다.

“너무해. 무슨 얼음도 아니고 사람이 어쩜 저렇게 차갑담.”

장시아가 장웅 셰프에게 돌아와 중얼거렸다.

선물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장웅이 장시아의 등짝을 아주 살짝 탁 쳤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듯 건강히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리고 네 선물도 헌터님 덕분인 거고.”

장시아가 메롱하듯 혀를 내밀었다.

“알거든요. 고맙습니다. 가방 잘 멜게요.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장시아가 2층 계단으로 다다닥 뛰어 올라갔다.

“후, 호성 군.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걸 받을 수가…….”

“장웅 셰프.”

민성의 부름에 장웅이 곧바로 소파에 앉아 있는 민성에게로 갔다.

“네, 헌터님.”

“그냥 받아.”

“하지만…….”

“가치는 본인이 정하는 게 아니다. 그게 돈이든 뭐든.”

민성의 짤막한 말에, 장웅 셰프는 할 말을 잃은 듯 쓴웃음을 지었다.

“네, 받겠습니다.”

장웅이 포기했다는 듯 지친 얼굴로 이호성이 건네주는 종이 가방을 받았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이호성은 빙긋 웃어 보이고선 민성에게로 갔다.

“헌터님, 30분 후에 출발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민성이 가볍게 손을 들어 보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이호성은 민성과 함께 집을 나섰다.

“총군주는 이미 도착해 있다고 합니다.”

“뭘 그렇게 빨리 왔대.”

민성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헌터님이 잘 모르시나 본데요. 한 기관의 총군주에게도 헌터님은 비즈니스 상대로 가장 어려운 분입니다. 당연히 일찍 와서 기다려야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가 나서서라도 주의를 줄 것입니다.”

“어쩐지…… 돈 받고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인데?”

“오해십니다.”

“확실해?”

“확실합니다.”

“주급으로 천만 원씩 나갈 거다.”

“네. 네? 네?”

차가 일순 흔들렸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천만 원이요? 주급으로요?”

“그래.”

“왜요?”

“받기 싫어?”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너무 많이 주시니까.”

“장웅 셰프에게 말했다시피 돈이든 뭐든 가치는 본인이 정하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네 가치는 내가 정하는 거다.”

“감사합니다!”

“주당 10만 원으로 이체되는 순간…….”

민성이 말끝을 흐리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에 이호성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죽을힘을 다해서 실적으로 증명하겠습니다.”

“몬스터라든지 마계라든지 뭐 그런 건 힘의 차이가 워낙 크니까 실수를 용납한다 하더라도.”

민성이 이호성을 빤히 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추어 같은 실수가 나온다면.”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결하겠다는 마음으로…….”

“어차피 살아나잖아, 넌.”

“그, 그렇죠. 어떠한 처분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잘해라.”

“예.”

이호성이 몰고 가던 차의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도착했습니다.”

이호성이 차를 멈춰 세우고, 내렸을 때, 발레파킹 직원이 뛰어왔다.

이호성은 그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손짓으로 신호를 준 후에 차 뒷문을 열어 주었다.

민성이 내렸고, 파킹 직원이 차에 탔을 때, 이호성은 민성의 앞으로 먼저 뛰어가 레스토랑 문을 열어 주었다.

민성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통째로 빌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라 레스토랑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자연히 그들의 시선은 민성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민성은 한순간에 주인공을 보는 듯한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사이 이호성이 뒤에서 직원에게 예약 테이블을 안내받았고, 민성을 안내했다.

예약된 자리로 가자 타이트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는 총군주 김지유가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게 보였다.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민성은 인상을 쓰면서 자리에 앉았다.

“옷차림이 왜 그래? 선이라도 보러 나왔나?”

민성의 핀잔에 김지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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