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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21화 (32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21화>

각국의 헌터장들은 모두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그들은 이호성이 이렇듯 갑자기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그의 기세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는 점도 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후자가 주는 충격감이 가장 컸다.

이호성이라는 남자는 세계 헌터장들에게 있어 일개 클랜의 클랜장으로밖에 기억에 남지 않았던 인물이다.

탑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그저 강민성의 측근일 뿐, 전투력으로 볼 때는 전혀 영양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인간이 어떻게 안 본 새에 이렇듯 엄청난 기세를 뿜어낼 수 있단 말인가?

헌터장들은 모두 숨을 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강한 압박을 느꼈지만, 그들은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표정 관리에 힘썼다.

그런 헌터장들을 보며 이호성은 우습기 짝이 없었다.

예전에야 이렇듯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헌터장들은 감히 고개를 들어 쳐다도 볼 수 없는 인간들이었으나, 지금은 한심하게만 보였다.

능력은 없는 주제에 설치는 꼴이 장관이다.

거지 근성의 끝을 보고 있는 것 같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으나, 이호성은 곧 감정을 가라앉혔다.

이 상황에서 굳이 흥분할 필요는 없다.

다이아몬드 클랜의 이호성은 과거일 뿐, 지금은 강민성의 대리인의 자격으로 헌터장들을 불러 모았다.

주제에 맞지도 않게 설쳐 대는 이 인간들을 어떻게 교육해 줘야 할지가 문제의 핵심인 점을, 이호성은 잊지 않았다.

“전투 능력도 없는 분들이 대체 뭘 믿고 이렇게 설쳐 대는 겁니까? 물었잖아요. 이 세계에 당신들은 필요가 없다니까? 당신들이 뭘 할 수 있는데? 당신들 다 합쳐 봐야 나한테 안 된다니까? 못 믿겠으면 확인해 봐도 좋습니다. 지금 당장.”

이호성이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다.

헌터장들이 굳은 얼굴로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이호성은 그런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당신들, 감이 잘 안 오지? 내가 강민성 헌터님을 대리해서 이 자리에 있는 진짜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이호성이 오러의 기세를 더 강하게 끌어 올렸다.

헌터장들의 얼굴이 더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오러를 품은 살기는 신경을 미세하게 손상시킨다. 그 살기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신경 손상은 더욱 강해진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만드는 자연스러운 효과다.

“내가 헌터님을 대신해 당신들을 데리고 중심을 잡는 이유는 그저 혼란을 막기 위해서일 뿐이야. 뭘 바라고, 뭘 얻자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근데 당신들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이호성이 템창에서 묵빛의 데스나이트 검을 꺼냈다.

시커먼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오러가 무럭무럭 흘러 나왔다.

그리고 이호성은 그 데스나이트의 검을 테이블을 향해 던졌고.

콰아앙!

테이블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데스나이트의 검이 바닥에 가볍게 박혀 들어갔다.

“고민할 수밖에 없잖아. 내가 당신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말했다시피 더러운 수문은 내가 뒤집어쓰면 돼. 모든 책임을 내게 돌리고, 내가 그것을 자인하면 되니까. 근데 내가 자인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헌터장이랍시고 있는 당신들이 강민성 헌터님에게 의존하지 않고, 대체 뭘 앞세울 수 있는 거냐고?”

이호성은 내심 너무 이렇게 무식하게 강짜로 나가도 되는 건지 살짝 의심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을 꺾어 눌러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

무력 단체인 헌터장들을 상대로, 그들의 기세를 꺾어 놓아 복잡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건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답이 없었다.

“이봐, 러시아 헌터장.”

러시아 헌터장이 파랗게 질린 얼굴을 들어 이호성을 보았다.

“뭐 이래저래 대단히 불만이 많은 모양인데. 네가 불만이 많으면 뭘 어쩔 건데? 설득해 봐. 네가 세계를 위해서 나나 강민성 헌터님보다 뭘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는 거냐고? 내가 보기엔 전혀 가치가 없어 보이는데?”

러시아 헌터장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 마디라도 잘못 입을 놀렸다간, 바로 이호성의 주먹이 날아올 것 같은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고, 애당초 이호성이 내뿜는 오러의 살기가 실로 무지막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일개 클랜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헌터장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호성의 시선이 러시아 헌터장에서 미국 헌터장인 에단에게로 돌아갔다.

“이미지? 세계 경제? 그딴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린 관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호성이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며 에단에게 물었다.

사실상 이호성 본인도 느꼈다.

다소 양아치스럽고, 깡패스럽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다른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정상의 자리라고 해 봤자 결국 내가 더 잘났고, 내가 알아서 한다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그게 강대국에 의한 결정이지.

이호성은 강민성 헌터가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한국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한국이 강대국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본래 권력과 힘이 모든 것을 장악하기 마련이다.

돈은 그저 그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흐름일 뿐.

그랬기에, 헌터장들을 데리고 중심을 잡아야 할 역할이 지금 대리인 자격을 갖고 있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호성은 바닥에 박혀 있던 데스나이트의 검을 뽑아 들고 에단에게 걸어갔다.

“일을 이렇게 크게 벌였는데. 그냥 이렇게 끝낼 수는 없고. 그래도 대충이나마 결착을 지어야지. 자, 물어보자, 에단.”

이호성이 바닥에 담배를 버리며 말을 이었다.

“왜 자꾸 까부는 거야?”

“…….”

이호성은 입 다물고 자신을 노려보듯 보고 있는 에단을 보며 웃었다.

“다시 질문. 내가 헌터님을 자꾸 건드리는 너를 왜 살려 줘야 돼? 대답 못 하면 넌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내가 약속하지.”

이호성이 데스나이트의 검을 어깨에 툭 걸치며 물었다.

에단의 동공이 흔들렸다.

“우리가 무슨 미국을 없앤다고 했냐, 다른 나라를 없앤다고 협박을 했냐? 내 역할은 그냥 그거야. 너희들이 무력 단체랍시고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걸 막는 거. 근데 너희들이 제약을 거는 게 싫고, 불안하고 입지가 줄어드는 게 불안해서 설치는 건 이해를 하는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러는 거냐고.”

“힘이 강한 만큼, 만약 한국 측에서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만약에 그렇다고 해도 그러면 네가 뭘 어쩔 건데? 막을 수 있어?”

“…….”

“대책도 없으면서 뭘 잘났다는 듯이 함부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다니는 거야. 이 꼴통 새끼들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

“자, 다시 돌아와서. 내가 널 왜 살려 줘야 돼? 말해 봐.”

이호성이 에단을 보며 물었다.

“각국의 헌터장은 군사력의 핵심…….”

“너희 나라에선 너 하나 죽는 게 나을까? 아니면 강민성 헌터님이 계시는 우리 여기 이 한국을 자극하는 게 나을까?”

“…….”

“자, 다시. 너 왜 살아야 돼?”

“힘을 가진 자가 인권을 무시하는 반인류적 행태는…….”

“그래? 좀 맞자, 일단.”

이호성이 템창에 협박용으로 꺼냈던 데스나이트를 집어 던져 넣고, 에단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김지유가 깜짝 놀라면서 벌떡 일어섰으나 이미 늦었다.

이호성의 주먹은 에단의 얼굴을 후려친 후였다.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의자에 앉아 있던 에단이 뒤로 벌렁 넘어갔다.

헌터장들의 동공이 지진처럼 흔들렸으나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그만큼 이호성이 뿜은 오러의 존재감은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 별 같잖지도 않은 게 자꾸 개소리야. 야! 자꾸 똑같은 얘기 반복하게 하지 말라고. 진짜 이거 그냥 확 죽여 버릴까.”

이호성은 진심으로 살심이 솟구쳤다.

감히 강민성 헌터에게 반기를 들고 이미지를 손상시키려 들고, 언론 플레이를 하며 선동질을 하는 에단을 보고 있으니 살심이 솟구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을 너무 크게 벌이면 강민성에게 꾸중을 들을 수도 있으므로 우선은 여기서 멈춰야 했다.

이호성은 크게 숨을 내쉬며 다시 상석 쪽으로 돌아와 의자를 하나 끌고 온 다음 앉았다.

테이블이 부서지고 에단이 쓰러져 있는 가운데, 헌터장들은 긴장으로 인해 어색하게 굳은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알다시피 내가 뒷골목 출신이라 이, 말이 고급스럽게 안 나와요. 노력을 해 봤는데 결국 안 되네, 이게.”

이호성은 자조적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야, 러시아 헌터장. 저기 진열대에 있는 위스키 좀 가져와 봐.”

이호성이 말했다.

그러자 러시아 헌터장은 눈치를 살피다가 이호성의 가라앉은 검은 눈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키며 일어나 위스키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

이호성은 마개를 따고 벌컥벌컥 마시다가 옆에 서 있는 러시아 헌터장을 노려보았다.

“앉아, 이 새끼야. 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 있어.”

이호성의 폭언에 러시아 헌터장이 우물쭈물하며 의자에 앉았다.

이호성은 “후우…….” 하고 긴 숨을 뱉었다.

회의장에는 마치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고요함이 떠도는 가운데 이호성이 지친 눈으로 헌터장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한 번만 얘기합니다. 한 번만 더 강민성 헌터님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 하거나, 눈에 띄게 거슬리게 행동하면 그때는 뒤 안 봅니다. 이건 그냥 명령이니까 들으세요. 쥐도 새도 모르게 저승 가기 싫으면.”

이호성이 아주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그 말을 못 들은 이는 헌터장 중 단 한 명도 없었다.

“현 시간부로 전 세계 헌터 협회를 통제하겠다는 걸 밝힌 겁니다. 자신 있으면 언제든지 마음대로 날뛰어 보세요. 대화는 없을 테니까.”

이호성이 끝말을 남기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헌터장들은 여전히 충격이 가시질 않은 얼굴로, 넋을 잃은 채로 멍한 얼굴을 했다.

이호성은 깨진 테이블을 밟으며 얼굴이 부운 채로 서 있는 에단 앞으로 걸어갔다.

“알아들으셨습니까?”

이호성이 에단에게 물었다.

에단은 헌터장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이호성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 자존심을 부렸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었으며, 분위기상 앞으로를 생각해서라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했다.

에단이 보기에 이호성은 완전히 또라이였다.

수틀리면 단순 협박이 아니라 정말로 목을 그어 버릴 것만 같았다.

또한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이호성이 모든 걸 뒤집어쓰는 칼잡이가 된다면, 강민성 측에서는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만약 정말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은 납작 엎드려야만 했다.

이호성의 이러한 돌발 행동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였다.

“대답하시지? 알겠습니까?”

이호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에단을 쏘아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에단이 결국,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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