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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18화 (31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18화>

그녀의 눈빛과 표정 안에는 이호성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들어 있었다.

마치 이 상황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비밀 카드가 숨어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움직인다면, 어떻게요?”

이호성이 기대를 담아 긴장한 채로 물었다.

“그들의 말대로 대중의 마음은 충분히 변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아직 그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죠.”

“그렇다면…….”

김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건드릴 겁니다.”

“언론으로 선수를 치는 거군요.”

“그들의 마음을 확고히 다져 놔야 해요. 민성 씨를 향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런데 그러려면 언론사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까요?”

“해 봐야죠. 그래서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거구요.”

“이런 일은 제가 안 해 봐서요. 가이드라인을 주시면 따라가겠습니다.”

“네. 그건 걱정 마세요.”

이호성은 길게 한숨 쉬었다.

“뭔가 방향이 잡힌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러다 머리를 북북 긁고서 얼굴을 구겼다.

“그냥 헌터님 얘기 나오면 끔뻑 죽을 줄 알았더니. 참 쉽지 않네요.”

지친 표정으로 말하는 이호성을 보며 김지유는 싱긋 웃었다.

“식사할까요?”

식사라는 말에 이호성은 잠시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먼 곳을 보았다.

“호성 씨?”

“아, 네.”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이호성은 그늘진 얼굴로 쓴웃음을 지었다.

“헌터님이요.”

“민성 씨요?”

“네. 헌터님에게 한 끼 식사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마계에 있으시니, 제대로 된 끼니도 챙기지 못하실 텐데.”

“그래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먹어야죠. 그래야 힘내서 민성 씨가 시킨 일을 하죠. 안 그래요?”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힘 빠져 있을 수 없죠. 총군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뭐가 좋을까요?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음……. 전 아무거나 다 좋은데.”

“그럼 깔끔하게 갈비탕 어떠세요?”

“근처에 괜찮은 곳 있나요?”

김지유가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물론이죠. 제가 무려 헌터님의 맛집 인도사 아니겠습니까? 하하. 가시죠.”

이호성이 검은 세단 차량을 가리켰다.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이호성은 김지유와 함께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 * *

이호성은 김지유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가 마주 보고 앉았다.

“여기 갈비탕 두 개요.”

이호성이 주문했고, 주방에서 즉시 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엄청 배고팠는데. 잘됐다. 으으 맛있을 것 같아요.”

“여기 괜찮아요. 기대 이상일 겁니다.”

“오오.”

김지유가 흥분한 것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근데 민성 씨는 항상 호성 씨가 추천한 음식만 드시는 건가요?”

김지유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그 표정을 보고 이호성은 그만 풋 하고 웃고 말았다.

“음? 왜 웃어요?”

“아닙니다.”

이호성이 고개를 저어 보이고 물을 한 잔 마셨다.

김지유가 뾰로통한 것처럼 뺨을 부풀렸다.

“말해 봐요. 왜 웃었냐니까요.”

“그냥……. 총군주님이 헌터님에게 관심이 많아 보여서요.”

“네에에에? 아니거든요.”

이호성은 김지유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총군주님 얼굴 터질 것 같아요.”

이호성의 말에 김지유가 템창에서 거울 쏙 빼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아, 알겠어요. 음, 헌터님은 거의 제가 추천하는 식당으로 가시고요. 보통은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죠.”

“호성 씨가요?”

김지유가 얼굴에 파우더를 바르며 물었다.

“네. 이래 봬도 제가 웬만한 요리사보다 나을 겁니다, 하하.”

“와. 굉장해요! 난 라면밖에 못 끓이는데.”

김지유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관심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많이 들죠. 우리 총군주님은 국정을 돌봐야 하니 요리를 못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조금은 위로가 되는데요?”

김지유가 파우더 뚜껑을 탁 닫으며 싱긋 웃었다.

이호성은 총군주를 보며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심지어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분명한데…….

이호성은 강민성을 떠올리고서 저도 모르게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왜 한숨을 그렇게…….”

김지유가 의아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이호성을 보았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식사 나왔습니다.”

때마침, 종업원이 갈비탕 뚝배기 두 그릇을 내려놓았다.

부글부글!

거칠게 끓으며 거품을 터트리고 있다.

보기만 해도 뜨거움이 잔뜩 느껴졌다.

김지유가 멍하니 그것을 보고 있을 때, 이호성은 갈비탕에 넣을 양념이 들어 있는 뚜껑을 열었다.

“넣으실래요?”

이호성이 양념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뭐죠?”

김지유가 시선을 양념에 고정한 채로 물었다.

“흔히 사람들이 일본식으로 다대기라고도 부르는데. 양념장이죠. 이걸 넣으면 시원하고 매운 맛이 납니다.”

“저도 넣을래요!”

“이 정도가 괜찮을 겁니다.”

이호성이 양념을 한 스푼 퍼서 넣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뚝배기에도 양념을 넣고 숟가락으로 풀어냈다.

그런 다음, 밥뚜껑을 열기 전에 집게와 가위를 들어 갈비를 집었다.

김지유는 그런 이호성을 따라, 뼈에 붙어 있는 살코기를 잘라 냈다.

그 과정을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이호성은 먼저 밥을 뚝배기 안에 말지 않았지만, 김지유는 곧바로 뚝배기 안에 밥 한 그릇을 퐁당 넣었다.

국밥처럼 먹는 김지유와 달리, 이호성은 스타일이 달랐다.

먼저 반 그릇만 밥과 국물을 따로 먹고, 남은 반 그릇을 국밥으로 먹었다.

김지유에게 그걸 말하자,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요?” 하고.

“밥을 국에 말게 되면, 국물의 맛이 밥에 의해 옅어지게 됩니다. 국물 맛을 일단 즐기고, 그다음에 국밥의 장점을 즐기는 거죠.”

“이럴 수가.”

김지유는 납득한다는 듯이 나도 그렇게 할 걸 하고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갈비탕을 내려다보았다.

이호성은 그런 김지유를 보며 웃음 짓다가 국물을 떠먹었다.

여기 갈비탕 집의 특징은 국물이 아주 뽀얗고 마치 사골국 같은 맛이 난다는 것이다.

반찬은 잡채와 김치전, 깍두기와 콩나물 볶음 정도였다.

반찬 수는 적지만 깔끔하게 즐길 수 있고, 먹고 나도 더부룩하지가 않다.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하고 단맛이 나는 뽀얀 국물을 떠 마시면서 이호성은 또 민성이 생각났다.

그는 지금 마계에 있을 것이다.

배가 고프실 텐데.

이호성은 갈비탕을 보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김지유가 말했듯 먹어야 할 사람은 먹어야 한다.

내가 지금 먹는 음식을 귀히 여기자.

강민성에게 배운 점 중 하나였다.

* * *

헬카드는 아주 깊게 파고 들어간 땅속에 만든 공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계의 기운을 흡수 중에 있었다.

지금 당장 강민성과 싸워서는 승기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과거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건 시간이다.

굳은 몸이 풀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죽은 감각이 되돌아오고 잠들어 있는 권능을 다시 일깨워 본연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민성의 눈을 피해 숨어들어 있는 채로, 마계의 기운을 빨아 당기며 감각을 깨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단순해 보여도 이것은 엄청난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또한 그에 따른 효과 역시도 굉장히 빨랐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헬카드의 몸은 점점 과거의 감각와 권능, 그러한 힘이 돌아옴에 따라 점점 변하고 있었다.

몸은 더 커지고 있었고, 피부를 덮고 있는 검은 비늘에서는 윤기가 났으며, 마기는 끝을 모르고 증대되어 갔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바닥 아래에 생긴 검은 마법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 힘이 진해져 갔다.

다만 강민성에게 현재의 위치가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마기를 감추면서 감각을 되찾아 오는 일은 정신적 소모가 엄청 컸음에도 버텨야 했다.

제까짓게 아무리 대주신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하더라도, 본인은 다름 아닌 헬카드였다.

천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장본인!

그게 바로 헬카드 자신이었다.

고작 인간 놈의 눈을 피하는 건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자신의 발아래에 짓밟히게 될 것이다.

헬카드는 그 달콤한 순간을 위해, 충동을 억누르고,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 집중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시도해 봤지만, 가장 좋은 건 서두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

곧 네놈을 소멸시켜 주마.

헬카드의 입꼬리가 양쪽으로 길쭉하게 올라갔다.

* * *

민성은 헬카드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꽤 성실히 탐색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결정을 내렸다.

마계가 얼마나 큰지는 몰라도 마계의 땅 덩어리를 박살 내는 게 놈을 찾는 게 가장 빠른 길일 것 같았다.

민성은 땅을 가볍게 차고 뛰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몸은 마치 날개를 단 것처럼 공중으로 부양되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올라갔고, 적당한 위치가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즈음 멈췄다.

민성은 손을 천천히 들었다.

그 손에 대주신의 힘이 깃든 거대한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르릉!

마계의 하늘에서 친 벼락이 민성의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거대한 마기의 파동이 점점 그 힘을 모아 나갔다.

그리고.

민성은 마치 가볍게 공을 던지듯 팔을 휘둘렀다.

소리는 없었다.

번-쩍! 하고 섬광과도 같은 플래시가 잠시 눈앞을 스쳤을 뿐이었다.

* * *

쿠르르르르르-!

헬카드는 눈을 번쩍 떴다.

땅이 진동했다.

그 진동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헬카드는 인간 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이 빌어먹을 하찮은 인간 놈이!

마왕의 직위를 가진 놈이 마계의 땅을 파괴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해 보자 납득이 갔다.

그는 인간이었고, 인간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니 마계를 부수는 것 따위는 그에게 전혀 영향이 없을 일이었다.

그 점을 알아차리게 되자 헬카드는 초조해졌다.

대주신의 힘을 이어받았다면, 마계를 지워 내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마계가 사라지도록 만들 수는 없다.

마계는 자신의 뿌리였으며, 자신이 태어난 별이었다.

수많은 역사가 잠들어 있는 마계가 한낱 인간 따위에게 사라진다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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