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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17화 (31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17화>

그중에서도 미국 헌터장인 에단이 가장 불편하게 느껴졌다.

에단의 얼굴에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이호성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에단을 직시했다.

“에단 헌터장님.”

이호성의 부름에 에단이 아주 미세하게 삐딱한 모양새로 이호성을 보며 말해 보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이호성이 보기에 지금 이 자리의 헌터장들은 자신이 강민성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별달리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으며, 의혹이 진하게 배여 있는 얼굴들이었다.

이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앞으로 일이 불편해진다.

중앙 헌터기관의 총군주 김지유가 걱정했던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본능적으로 강민성을 두려워하는 것이지, 이런 식의 대리인 활동에까지 휘둘리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었다.

즉, 두려움이라는 건 강민성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저는 강민성 헌터님의 대리인입니다. 헌터님의 가치에 흠집을 내서는 안 되죠.”

이호성의 말에 에단이 뭐 어쩌라는 식으로 눈살을 구겼다.

이호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세 똑바로 잡으시란 뜻입니다.”

허리와 어깨가 틀어져 있던 에단은 다른 헌터장들의 시선을 받고서는 조금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에단은 쓴웃음을 지으며 옷깃을 고쳐 잡고 자세를 바로 했다.

“이제 됐습니까?”

에단이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이호성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좋네요. 그럼 회의를 시작하죠.”

이호성이 준비되어 있는 자료를 보면서 말했다.

“…….”

아무 말이 없는 침묵이 내려앉아 있자 이호성은 의아한 얼굴로 머리를 들어 헌터장들을 보았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호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뭐 하는 겁니까?”

이호성이 굳은 얼굴로 헌터장들을 보며 물었다.

몇몇 헌터장들은 헛기침을 했고, 일부 헌터장들은 몰래 웃음을 흘겼으며, 에단을 포함한 다른 헌터장들은 도전적인 눈빛으로 이호성을 쏘아보았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이호성이 다소 힘을 실으며 말했다. 분위기가 차갑게 냉각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터장들의 저항력은 꽤 강했다.

이호성이 보기에 아마도 그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던 개미가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 있는 꼴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다들 제가 강민성 헌터님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군요.”

이호성이 차갑게 말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회의는 없었던 걸로 하죠.”

이호성이 혀를 차며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몇몇 헌터장들이 노골적인 짜증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뒤이어.

“우리가 뭐 어쨌다고 이러십니까?!”

“지금 강민성 헌터님의 대리인이라고 갑질하시는 겁니까!”

이호성은 강하게 나오는 헌터장들의 태도에 어이가 없어서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또한 너무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애당초 이들이 감히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유에 대해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대체 뭘 믿고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보다 진중한 접근이 필요로 하겠지만, 이호성은 강민성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라는 것을 확신했다.

자신은 오래 전, 다이아몬드 클랜이라는 일개 클랜의 클랜장이었다.

그런 자신이 전 세계 헌터장들을 상대로 압박을 해야 하니, 입장이 바뀌어도 너무 크게 바뀌었다.

그런 위치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자신도 변화했다.

또한 강민성의 대리인이라는 위치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두려워할 필요도, 이유도, 그럴 수도 없다.

단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욕심내지 않는다.

다만, 힘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려 준다.

거기까지가 바로 자신의 역할이라고 이호성은 생각했다.

이호성은 중앙 헌터기관의 총군주 김지유를 보았다.

김지유는 예전처럼 자신을 막아서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그 태도에서 어떠한 선택이든 존중하겠다는 뜻이 다분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호성은 자신의 확신에 자신감을 가졌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헌터장의 앞으로 걸어가 그의 바로 앞 테이블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이호성은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갑질을 하는 거냐고 소리쳤던 호전적인 성격의 러시아 헌터장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이호성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갑질을 하면 네가 뭘 어떻게 할 건데?”

이호성이 러시아 헌터장을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

이호성의 눈을 쏘아보던 러시아 헌터장은 갑작스러운 공격적 언행에 분노를 삼키고, 눈을 밑으로 내리 깔았다.

이호성이 시선을 들어 헌터장들을 보았다.

“내가 뭐 당신들 나라를 삼키겠다고 했어? 뭘 내놓으라고 했어? 좋게 좋게 하려고 하니까, 날 아주 잡아먹으려고 작정을 한 것 같은데.”

공기가 점점 더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당신들 보고 회의하자고 했습니까? 당신들이 하자며? 근데? 이게 당신들이 하고 싶은 말이야? 강민성 헌터님의 대리인으로 온 내게?”

이호성으로부터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헌터장들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고작해야 일개 클랜의 클랜장이었던, 헌터가 뿜을 수 있는 살기가 아니었다.

강민성과 함께하면서 말도 안 되게 성장해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헌터장들로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강한 압박감이 회의장을 휘어감았다.

이호성은 헌터장들을 보며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당신들은 생각을, 아니, 판단을 잘못했어. 당신들은 강민성 헌터님을 경계해서는 안 돼. 그럴 시간에 오히려 자신들의 나라에 국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저자세를 취했어야지. 근데 이렇게 강하게 나와?”

이호성은 에단을 보며 웃었다.

“뭐, 이렇게 나오는 건 감당할 만한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럼 한번 감당해 봐.”

이호성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먼저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 * *

이호성이 빠져나간 회의장이 고요에 휩싸인 가운데, 에단이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에단에게로 몰렸다.

총군주 김지유의 시선도 에단에게로 향했다.

“중앙 헌터 기관의 총군주님.”

에단이 김지유를 부르며 시선을 들었다.

김지유도 담담히 에단의 시선을 맞받았다.

“개인의 힘으로 전 세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건 오만입니다. 역사가 증명하기도 하죠.”

김지유는 가벼운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에단이 말을 이었다.

“전 세계는 경제. 즉 돈에 의해 흘러갑니다. 단순히 무력시위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 방식으로는 전 세계인들의 반감을 사기 십상이란 얘깁니다. 지금이야 영웅이겠지만…….”

에단이 낮은 눈으로 김지유를 응시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요?”

에단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하는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기도 했다.

하나 저들이 쉽게 굴복하거나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말씀 다 하셨나요? 강민성 헌터님의 대리인인 호성 씨가 없는 자리에서 제가 여기서 계속 대화를 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에단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일단 뜻은 잘 알았습니다. 그럼 오늘 자리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김지유가 의자를 밀며 일어섰다.

그녀가 회의장을 빠져나간 후, 굳어 있던 헌터장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에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인의 힘만 믿고 까부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지 곧 알게 될 겁니다.”

에단이 말했다.

헌터장들은 동의한다는 듯이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호성은 신경질적으로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무슨 자신감이야, 도대체?”

이호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강민성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이라는 나라를 단번에 날려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전제를 두지 않았다.

어째서?

이호성이 답답한 얼굴로 차량 근처에서 허리에 손을 짚고 서 있을 때, 뒤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이호성이 몸을 돌렸다.

중앙 헌터기관의 총군주 김지유가 보였다.

“기분이 많이 나쁘셨나 보네요.”

김지유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호성은 미간을 구기며 앞머리를 꽉 쓸어 올렸다.

“대체 뭘 믿고 저렇게들 나오는 걸까요?”

이호성이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비교적 김지유는 여유로웠다.

“민성 씨가 반인류적 행위를 하지 않을 거라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아요. 그동안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민성 씨에 대해 분석하고 자료를 모았을 거고, 그렇게 판단이 내려졌을 겁니다.”

“그건 너무 위험한 생각 아니에요?”

“그들로서는 이렇게 선제적으로 기 싸움에서 승기를 잡지 않으면, 앞으로 모든 주도권을 내어 주는 것으로 인해 받게 될 피해가 걱정되는 것이겠죠.”

“그러니까 우리 헌터님을 지금 무시하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이호성이 조금 격양된 표정으로 말했다.

김지유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보기엔 그보다 조금 더 복합적인 것 같아요. 민성 씨가 언론에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자극을 통해서 끌어낼 생각이겠죠.”

“간을 보겠다는 뭐 그런 걸까요?”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꽤 있겠죠.”

“복잡하네, 정말. 뭐, 총군주님 말씀 들어 보니까 일리도 있네요.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 건방지게 나오는 거 아닙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아마 어느 정도는 계획적일 거예요. 지금 민성 씨와의 외교에 있어서 흐름을 운전하고 있는 건 본인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헌터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김지유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워낙 예측할 수가 없는 분이잖아요, 민성 씨는.”

이호성이 길게 한숨 쉬었다.

“그렇죠.”

“일단 그들은 연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들의 말대로, 지금은 민성 씨를 시민들이 영웅이라 생각하지만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면, 돌아서게 될 겁니다.”

이호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손바닥 뒤집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니까요.”

이호성은 짧게 혀를 차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김지유를 돌아보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총군주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호성이 김지유를 보며 기대 없이 물었다.

김지유는 이호성을 보며 자신감이 차 있는 미소를 지었다.

“선전 포고를 해 왔으니 이젠 우리도 움직여야죠.”

이호성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지유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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