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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15화 (31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15화>

조금만 손을 쓰면 쉽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그저 민성의 기대일 뿐.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악마가 된 아홉의 타락 천사들은 공포나 두려움을 모르는 듯했다.

그들은 그저 명을 수행하기 위한 기계처럼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본 민성은 놈들이 꽤 강한 고문에도, 헬카드에 대한 정보를 발설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방법은 그들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것밖에 없었고, 결과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우선은 놈들을 건드려 봐야 했다.

아홉의 타락 천사들은 마치 공격 본능만이 남아 있는 짐승 같았다.

이미 악마가 된 그들에게 의식 같은 건 없어 보였다.

그저 헬카드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그건 그렇고…….

민성은 아홉의 주신들이 폭발적인 속도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음에도 마음 속 안에 자리 잡은 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

긴장을 놓지 않은 건 오랜 습관이다.

마계에서 10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얻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홉의 타락 천사들이 무기를 휘두르고 마법 공격을 쏟아부어도, 민성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아주 편하고 이질감이 없게, 자연스럽게 피해 다녔다.

반격을 하지 않고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눈으로만 담는 이유는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스스로 체감하기 위해서다.

스스로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비범한 경지에 다다른 것만 같았다.

대주신의 힘이라는 건 실로 놀라웠다.

자신이 가진 힘과 정신력에, 대주신의 권능이 들어오자 각성 된 힘을 놀라울 변화를 주었다.

그것은 그저 단순한 변화라고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이다.

비록 타락 천사이지만 주신들이 타락 천사가 될 경우 권능과 공격력은 통상 훨씬 더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주신이 한 번에 달려들고 있음에도 민성은 그들의 공격이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민성은 편안한 표정으로 눈부신 속도의 찌르기와 베기를 피해 내고, 마법을 쳐 내거나 피해 냈다.

스스로의 수준을 체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끝이 났다.

이제부터는 그들을 통해 헬카드에 대해 알아볼 때였다.

공격하는 모양새를 보니 거의 눈이 돌아가 있는 것 같아, 별달리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민성이 타락 천사 하나의 복부에 손바닥을 찍자 빛이 번쩍이면서 검은 날개가 부러지고, 몸의 절반 정도가 증발하듯 날아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사이 당연히 여덟의 타락 천사가 공격을 해 왔지만, 당연히 그들은 민성의 옷깃 하나 스칠 수 없었다.

민성이 그들의 모든 공격을 피해 내며 한 번 한 번 손을 쓸 때마다, 타락 천사들은 무기력하게 쓰러져 갔다.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는 바로 소멸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에 손속을 두는 게 외려 더 어려울 정도였다.

민성은 타락 천사들의 날개를 잡아 꺾고, 팔이나 다리를 하나씩 뜯어내거나 날려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타락 천사의 목을 움켜잡아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처음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고, 이내 바닥이 와르르 깨졌으며, 그 타락 천사는 마계의 땅속으로 들어가듯 파묻혀 버렸다.

민성은 타락 천사가 있던 자리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힘을 너무 많이 써 버렸나?

민성은 짧게 혀를 차며 고통스러운 소리를 뱉으면서 바닥을 뒹굴고 있는 타락 천사들을 보며 눈살을 구겼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취조 시간이다.

그들이 순순히 협조를 할지, 이미 짐승이 되어 버린 이후라 정보 습득이 불가능할지는, 본격적인 고문을 시작해 봐야 알 일이었다.

“천천히 해 보자고, 타락한 악마들.”

민성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들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 * *

이호성은 공식 석상에 나가기 위해 나갈 채비를 했다.

민성이 언제 돌아와도 쾌적한 환경 속에 있을 수 있도록, 청소부터 시작해 필요한 모든 준비에 대한 체크를 마친 후에야 이호성은 집을 나서려 했다.

바가지가 손을 흔들고, 레폰은 허공을 날며 쳐다보고 있었고, 바가지는 바짓가랑이에 엉겨 붙었다.

“갔다 올게.”

이호성은 쏠을 떼어 내고, 현관문을 열었다.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말쑥하게 슈트를 입었지만, 옷이 조금 젖는 건 어쩔 수가 없을 듯했다.

자신은 강민성처럼 오러를 전신에 두를 수가 없으니까.

이호성은 그 생각을 하고서 아직도 그런 능력이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서는 우산을 펼치고 마당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자신을 태우기 위한 검은 세단 차량이 서 있었다.

운전기사가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

이호성은 운전기사에게 우산을 넘겨 준 다음 차에 탑승했다.

운전기사가 우산을 치우고, 바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바로 그 시점에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중앙 헌터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였다.

“네, 총군주님. 이제 막 출발했습니다.”

- 일찍 나오셨네요. 도착 하시면 안내원이 대기실로 모실 겁니다. 그리고 대본을 줄 거예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괜찮은 지문이 있을 테니 참고하시면 조금은 도움이 되실 거예요.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 제가 더 감사하죠.

“그럼 이따가 뵐게요. 뵐 수 있는 거죠?”

- 그럼요. 호성 씨가 도착하고 나면, 음 아마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후에 뵐 수 있겠네요.

“네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이호성은 긴 숨을 뱉어 냈다.

꽤 강한 긴장감이 올라왔다.

전 세계의 시선을 받는다는 건 사실 이미 익숙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이렇듯 공식 석상에 나선 적은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 자리는 강민성을 대신하는 대리인의 자격으로 나서는 공식 석상이기에 그 무게감이 훨씬 더 강했다.

“침착하게. 준비한 대로 하자.”

이호성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꽤 열심히 준비했지만, 막상 인터뷰 당일이 되자 뭘 준비한 건지 머릿속에 하얗게 변하는 듯했으나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 잘해야만 했다.

이호성은 창문을 살짝 내리고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당겼다.

* * *

건물 앞에 도착하자 벌써 취재진이 가득했다.

취재진을 상대하는 건 익숙했으나 오늘만큼은 조금은 느낌이 달랐다.

이호성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었을 때 차에서 내렸다.

카메라가 사방에서 플래시를 터트렸다.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었고, 총군주 김지유의 말대로, 준비된 안내원이 다가와 이호성을 에스코트했다.

건물 쪽으로 이동하던 이호성은 우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먹구름이 마치 불이 번지는 듯 붉게 변하고 있었다.

이호성의 시선을 따라, 취재진들의 시선 역시 하늘로 올라갔다.

그 기괴한 날씨의 이상 징후에, 취재진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 * *

마계의 땅 위로 타락 천사들의 비명 소리가 줄을 이었다.

민성의 능력에 의해 현재 타락 천사들은 지독한 악몽을 경험하고 있었다.

정신을 헤집어 놓는 건 민성의 특기 중 하나였다.

“대단하긴 하네.”

민성은 주신들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단 1분도 버티기 힘들었을 테지만, 타락 천사들은 몇 십 분째 그 고통스러운 순간을 버텨 내고 있었다.

이쯤 되자 민성은 그들이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헬카드에 의해 의식이 조종되고 있는 만큼 의사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때문에 민성은 굳이 더 이상의 고통을 주어 봐야 어차피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민성의 손에 권능의 힘이 모여들었다.

손을 한 번 휘젓자, 민성의 힘이 불어닥치며 근처에 있던 다섯에 달하는 주신들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회색 먼지처럼 변하며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렸다.

타락 천사들이 본능적인 공포에 시달리며 바닥을 엉금엉금 기었다.

민성은 그런 타락 천사들을 동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신은 늘 그런 세계에서 살아왔다.

죽이고 살아남는 세상.

뿐만 아니라 여기는 인간계도 아닌 마계였다.

망설일 이유 따위는 없었다.

콰르르르릉!

민성의 손에서 벼락이 쏟아져 나와 마계의 흙바닥을 타고 흘러가, 남은 타락 천사들을 휘어 감았다.

“끄아아아악!”

타락 천사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어 댔다.

일종의 마지막 희망 같은 것이었지만, 역시나 그들은 헬카드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민성은 짧게 혀를 차며 주먹을 꽉 쥐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타락 천사들은 시커먼 재가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더 이상 타락천사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날아다리는 검거나 회색빛의 재만이 그들의 흔적을 증명할 뿐이었다.

민성은 그 검은 연기와 재를 뚫고 걸어가며 눈을 가라앉혔다.

“어디 있는 거냐? 헬카드.”

민성이 놈을 찾기 위해 감지 능력을 아주 먼 곳까지 펼쳤으나, 어디에서도 헬카드의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드넓은 마계의 땅.

귀찮은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 * *

이호성은 화장실 안에서 옷매무새를 다듬은 후, 심호흡을 했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 나갈 때가 됐다.

이호성은 화장실에서 나와,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준비하고 있던 스텝을 따라 공개 석상으로 향했다.

긴 복도를 걸어, 강당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전세계 취재진들이 노트북을 펼쳐 들고 앉아 있었다.

공식 질문은 예정된 순서대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호성은 단상 위에 서서 마이크를 체크한 후, 스텝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공식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이호성에게 질문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이 공식 인터뷰가 끝이 나면, 전 세계 헌터장과의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럼. 먼저 한국의 취재진 쪽에서 먼저 질문을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신호에 따라, 준비된 기자가 이호성에게 무선 마이크를 들고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왜 이호성 씨가 강민성 씨의 언론 대리를 맡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부탁드립니다.”

완벽히, 예상된 질문이었다.

“헌터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제게 대부분의 일 처리를 맡겨 오셨습니다. 언론 대리 역시, 저 이호성에 대한 신뢰라고 보시는 게 정확할 겁니다.”

이호성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깔끔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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