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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14화 (31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14화>

이호성은 민성의 집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며 하얀 연기를 멀리 흘려 보냈다.

그 연기를 따라 이호성의 시선이 파란 하늘로 올라갔다.

저 파란 하늘 너머 마계의 차원에서는 강민성이 마지막 결착을 짓기 위해 싸우고 있을 터였다.

뭔가 믿기지가 않았다.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과 달리, 그 어둡고도 어두운 마계라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호성은 쓴웃음을 흘렸다.

“배는 안 고프시려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담배를 피우던 이호성은 초인종 소리에 반응하여 벤치에서 일어났다.

담배를 버리고 손을 씻은 다음 곧바로 현관으로 가서 모니터를 확인했다.

앵글에 잡혀 있는 얼굴은 중앙 헌터 기관의 총군주 김지유였다.

이호성은 손에 묻은 물기를 바지에 닦으며 걸어가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오랜만입니다, 총군주님.”

이호성이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김지유도 이호성을 보며 미소 지었다.

“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들어가도 될까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뭐, 애초에 제 집도 아니니까요, 하하하.”

김지유가 생글거리는 얼굴로 안으로 들어섰다.

“커피로 드릴까요? 아니면 차로?”

“차로 할게요. 혹시 허브티 있나요?”

김지유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물론이죠.”

이호성이 빙긋 웃어 보이곤 주방으로 갔다.

이호성이 주방에서 허브티를 만드는 사이, 김지유는 다소 무거운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휴대폰을 보는 김지유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무거워졌다.

“여기 허브티요.”

이호성이 차를 놓아 주며 자신도 소파에 앉았다.

김지유는 무거웠던 표정을 지우고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이호성도 자신이 만든 허브티를 마셨다.

향긋한 허브티의 향을 음미하던 이호성은 김지유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민이 많아 보이시는 얼굴이네요.”

“네?”

“총군주님이요.”

“아, 숨긴다고 숨겼는데. 티가 나나요?”

“예전부터 느꼈지만 거짓말은 잘 못하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김지유는 쓴웃음을 지었다가 시선을 들어 이호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민성 씨 대리인으로 움직이신다고 전화로 들었는데. 정말 괜찮으신가요?”

이호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일단 헌터님이 시키신 일이니까. 해야죠. 충분히 부담스럽지만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호성이 체념한 듯한 웃음을 흘렸다.

“민성 씨는 괜찮겠죠?”

김지유가 다소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

이호성은 “음…….” 하고 허공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가장 가까운 측근인 이호성의 대답이 늦어지자 김지유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괜찮을 거예요. 헌터님이니까. 아무리 암울한 상황이라고 해도, 헌터님은 늘 답을 찾으셨던 분이니까.”

이호성이 김지유를 보며 웃었다.

“분명 돌아오실 겁니다.”

확신에 차 있는 이호성의 얼굴을 보고 김지유도 작게 웃었다.

“네, 그럴 거예요.”

조용한 가운데, 김지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리인으로 움직이기로 결정하셨으니까. 부탁을 좀 드릴게요.”

“어떤 부탁이죠?”

“공식 석상에서 당분간 민성 씨의 대리인으로 활동한다고 발표를 해 주셨으면 해요.”

“그렇군요. 아마…… 반발이 심하겠네요. 제가 대리를 맡는 것에 대해서.”

“그보다 호성 씨에게 접근하는 전 세계 세력들이 많을 거예요.”

“그들을 상대로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민성 씨였다면, 어떻게 결정했을지. 그것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은 답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이호성은 쓰게 웃었다.

결국 이호성 자신이 다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그것은 애초에 강민성에게 이번 대리 임무를 받았을 때부터 결정된 사안이다.

부담스럽다고 어린애처럼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면으로 부딪쳐서 해결점을 찾고, 해결을 봐야 할 문제였다.

“일정 잡아 주세요.”

이호성이 말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이호성이 차를 마시며 김지유를 보았다.

김지유가 말을 이었다.

“각 헌터국 헌터장들과 만나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이호성은 잠시 고민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

김지유가 말끝을 흐리며 얼굴이 무거워졌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호성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헌터장들이 꽤 집요하게 나올 거예요. 왜 강민성 씨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 것인가. 왜 만날 수 없는 것인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하나하나 파고 들어올 거예요.”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면…….”

김지유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돼요.”

“어째서죠?”

이호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김지유를 보며 되물었다.

“그걸 말하는 순간 약점을 찾으려 들 거고, 민성 씨가 돌아오기 전에 그들이 움직일 거예요.”

이호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럴 수가 있나요? 만약 헌터님이 다시 돌아오면, 그들은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생각해 봐요. 한국과 세계. 그 전체 구도를 보면, 지금까지 늘 최고였던 나라가 어디죠?”

“미국.”

“맞아요. 미국. 그들은 분명 유리한 쪽으로 민성 씨의 존재를 이용하려 들 겁니다.”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수 있겠네요.”

이호성이 조금 심각해진 표정으로 무겁게 먼 곳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김지유가 말을 이었다.

“때문에, 호성 씨가 대리를 맡은 만큼 강하게 나가 주셔야 합니다.”

“강하게요?”

이호성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김지유를 보았다.

“네. 강하게. 우리 한국을 함부로 흔들 수 없도록 말이에요.”

단호한 그 말에 이호성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김지유가 밝게 미소 지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어떤 일이든지요.”

“감사합니다.”

김지유가 마당이 있는 통유리 밖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창했던 하늘이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고, 빗방울이 아주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김지유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양손을 깍지 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을 겁니다.”

이호성이 미소 지은 얼굴로 김지유를 따라 창밖의 날씨를 보며 말했다.

김지유는 마치 힘을 내듯 미소를 지으며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 * *

헬카드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손쉽게 인간을 처리하고, 다시 마왕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거기까지는 문제없이 일이 진행이 될 거라 생각했으나, 그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다.

현재 루키페르는 인간 앞에서 살려 달라고 울며 애원하고 있었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추악한 모습이라 헬카드는 더 이상 지켜보기조차 싫을 정도였다.

권능으로 먼 곳을 내다보던 헬카드는 영상을 지우고,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악마가 된 주신들이 서 있었다.

“가서 루키페르를 도와 인간을 죽여라.”

헬카드가 명령했다.

악마가 된 주신들이 날개를 펼치며 순식간에 헬카드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북쪽으로 날아갔다.

헬카드는 저놈들이 인간을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놈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인간이 대주신의 권능을 부여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가장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현재 그는 봉인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됐기 떄문에, 다소 각성이 필요한 상태였다.

과거의 힘을 3분의 2만 되찾아도 자신에게 남겨진 일이라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만약 힘을 되찾기만 한다면 헬카드는 인간 놈을 죽이고, 그 인간에게 권능을 부여한 탓에 힘이 약해진 대주신까지도 쓸어버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전대 대주신도 그렇지만 이번 대주신도 말이야. 감히 이 헬카드를 너무 무시한단 말이지.”

헬카드의 잇새로 음험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조금만 기다려라. 저 인간부터 시작해 대주신까지 모조리 연달아 삼켜 주지, 크크크크!”

헬카드의 눈이 냉랭하게 번쩍였다.

* * *

“제발, 흐흐흑! 살려 주세요. 전 그저 헬카드의 명령에 의해 움직인 것뿐이에요.”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는 루키페르를 내려다보던 민성은 미간을 구부렸다.

“헬카드? 그게 누군데.”

루키페르는 잠시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머릿속을 급히 정리했는지 쉽게 입을 열었다.

“전대 마왕입니다. 그를 봉인에서 풀어냈거든요.”

루키페르가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전대 마왕이라…….

민성은 어째서 대주신이 자신에게 이런 큰 힘을 넘겨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건 곧 마계를 정리해 달라는 얘기였다.

마계는 어차피 없애려고 작정을 했던 것이니, 차라리 잘됐군.

따로 목숨값을 갚을 필요는 없겠어.

민성의 눈에 살의가 들어차기 시작하자 루키페르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며 뒤로 엉금엉금 물러나면서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사, 살려…….”

루키페르가 공포에 질려 그렇게 중얼거리듯이 말했을 때, 파공음이 들렸다.

뭔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민성은 시선을 들었다.

악마가 된 주신들이 하나둘 날개를 퍼덕이며 루키페르의 뒤로 떨어져 내렸다.

보는 순간, 민성은 그들이 악마가 된 주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초월체가 된 만큼 그들의 존재감만으로도 구별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민성의 눈에 가관이었다.

인간을 닮았던 아름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검은 피부에 검은 날개. 뿔이 돋았고 입이 길게 찢어진 그들은 마치 마인을 닮은 외양을 한 그들은 그저 괴물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런 외양으로 꽤 폼을 잡고 있는 것을 보니 민성으로써는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민성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들의 자신감이었다.

루키페르가 이 모양이 된 와중에도 그들이 숫자만 믿고 까부는 건지, 아니면 공포라는 걸 느낄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버린 건지 몰랐다.

“무, 물러서라. 감히 저분의 심기를 거스르지 마라!”

루키페르가 당황하여 말했지만, 애초에 그들은 루키페르의 명에 움직이는 이들이 아니었다.

오로지 대악마 헬카드의 명에 의해 움직인 이들이었다.

이미 의식을 지배당한 그들은 시간을 버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었다.

그들에게 루키페르는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

민성 역시 그들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히, 히이익!”

루키페르가 절뚝거리며 일어나 서둘러 도망치려 뛰었다.

그는 곧 검은 공간 속으로 쑥! 하고 도망쳐 사라졌다.

민성은 아홉의 타락 천사들을 보며 한쪽 눈살을 찌푸렸다.

기대 이상의 힘을 얻었고, 죽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은 건 여전했다.

하지만 이런 예민하면서도 무딘 성격이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까지 살아 있지 못했겠지.

민성은 손가락 관절을 뚜두둑 풀면서 웃었다.

“너희들을 통해 헬카드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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