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313화>
하늘이 쉴 새 없이 천둥으로 번쩍였다.
루키페르는 불안한 눈초리로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그 누구도 두려워할 것 같지 않았던 루키페르조차 몸을 가늘게 떨 정도였다.
콰르릉, 콰릉!
하늘에서는 연거푸 벼락을 쳤다.
그 벼락은 사실 루키페르의 빛의 창에서 나는 번개보다도 약했지만, 하늘의 벼락에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위엄과도 같은 것이 서려 있음을 루키페르는 느끼고 있었다.
“서,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루키페르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콰르르르릉!
강렬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친 벼락이 죽어 가던 민성의 몸에 내려 꽂혔다.
루키페르는 떨리는 동공으로 민성을 보았다.
민성의 몸은 번쩍이는 하얀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루키페르는 그것을 보고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민성의 몸에 나 있던 상처는 언제 다쳤냐는 듯 어느새 완전히 아물어 있었다.
그리고 죽어 가던 민성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루키페르는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시선으로 그런 민성을 응시했다.
민성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루키페르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딱딱하게 굳은 채로 민성을 보았다.
민성에게서는 지금까지 느꼈던 마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아주 신성한 기운이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검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던 루키페르의 머릿속은 일순 하얗게 비워져 갔다.
* * *
헬카드는 마계의 하늘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엔 그저 루키페르와 인간의 싸움에 의한 영향이거나, 자연적인 현상이라 생각했었지만 느낌이 다소 서늘했다.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감각이 지금의 저 하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마자 헬카드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대주신?”
헬카드는 천둥 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 *
민성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온몸이 하얗게 밝다.
마치 하얀 형광등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신비한 증상은 잠시 후 사라졌다.
민성은 시선을 들어 앞에 있는 루키페르를 보았다.
루키페르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치, 뭔가를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는 듯했다.
“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내가 마계로 넘어왔다고 한들, 대주신이 그런 선택을 했을 리가 없어. 고작해야 인간에 불과한 네놈을 선택했을 리가 없다고!”
루키페르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민성은 도통 루키페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또한 그에게 당한 상처가 어째서 말끔히 회복되었는지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주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분명 지난 때의 자신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 정도는 인식할 수 있으나,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인지하기가 어려운 아주 묘한 감각.
루키페르가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자, 그의 등에서 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또한 그로부터 주변의 땅을 단숨에 썩혀 버릴 정도의 엄청난 살기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나 이상하게도 민성은 전과 달리 그 살기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다소 멍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을 때, 루키페르가 빛의 창을 고쳐 잡았다.
그러자 창 앞으로 수십 개의 빛의 마기가 생성되었다.
허공에 형체를 갖추고 있는 그것은 마치 수십 다발의 이기어검술을 보는 듯했다.
민성은 그런 다발의 마기를 덤덤한 시선으로 보았다.
루키페르가 빛의 창을 휘둘렀고, 수십 개의 마기 다발이 민성을 향해 소나기처럼 날아갔다.
민성은 잔상을 남기며 가볍게 움직였고, 루키페르의 마기는 단 한 발도 민성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
모든 마기 다발을 피해 내고 멀쩡히 서 있는 민성을 보고서 루키페르의 얼굴은 훨씬 더 눈에 띄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대주신이 네놈 같은 인간을 선택했냐는 말이다!”
루키페르가 울분에 차서 소리쳤다.
민성은 그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것 같았다.
대주신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권능의 힘을 넘겨준 모양이었다.
권능이란 특정 능력도 있지만, 신의 힘도 깃들어 있었기 때문에, 현재 민성의 전투력은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수준으로 성장되어 있는 상태였다.
몸이 회복된 것도, 절대 이길 수 없을 상대로 느껴졌던 루키페르가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모두 그 이유 때문인 듯했다.
“어차피 대주신의 자리는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내 너를 죽이고, 창조의 주인이 되리라.”
루키페르가 야망에 꿈틀거리는 눈으로 민성을 보며 웃는 듯한 얼굴로 마기를 끌어 올렸다.
욕망에 삼켜진 루키페르는 지금의 민성이 보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이 조금도 건드릴 수 없었던 그 정도로 강했던 루키페르는 지금은 그저 지금까지 상대해 온 수많은 약자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존재로 느껴졌다.
“죽어라, 인간.”
루키페르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민성을 노려보며 빛의 창을 휘둘렀다.
밑에서부터 위로 끌어 올리듯 휘두른 빛의 창에 의해, 마계의 땅이 찢어지듯 갈라지며 새하얀 빛의 힘과 마기의 힘이 뒤섞였다.
그리고 그것은 거대한 파동의 형태를 만들어 민성을 향해 날아갔다.
민성은 피할 생각 없이 그 마기를 향해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민성이 왼손 손바닥을 펼치자.
루키페르의 마기는 민성의 손바닥에서 나온 빛의 장과 충돌하며.
파아아아아아아-!
마치 유리파편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루키페르는 멍한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민성을 보며 입이 벌어졌다.
민성이 앞으로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손에서 궁니르S를 놓자 궁니르S는 증발하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민성은 사라진 궁니르S의 방향을 빤히 응시하였다.
궁니르S를 없앤 것은 이제부터는 굳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몸에 탑재된 대주신의 권능은 상상 이상이었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루키페르를 보았다.
루키페르의 얼굴은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있었고, 그 일그러져 있는 얼굴은 추악했다.
민성은 그런 루키페르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하거나 이제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을 때 일이 엎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봤던 민성이었다.
그건 자신도 그랬고, 지금의 루키페르도 그랬다.
자신의 인생을 가지고 놀았던 루키페르의 절망은 매력적이었다.
쉽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먼지만도 못한 인간 놈이 그따위 눈으로 나를 보는 것이냐!”
루키페르가 화난 외침을 터트렸다.
쨍쨍 울리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으나, 민성은 그 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다.
민성은 루키페르를 향해 검지를 들어 까딱였다.
덤벼보라는 의미였다.
루키페르가 악에 받친 얼굴로 자신의 권능을 민성을 향해 쏟아붓기 위해, 마기를 모았다.
루키페르의 빛의 창에 작은 건물만 한 빛의 마기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그 빛의 에너지가 폭발적인 속도로 민성을 향해 날아갔다.
민성은 가벼운 한 번의 스텝으로 그것을 피해 내며 루키페르의 좌측으로 이동했다.
루키페르가 깜짝 놀라며 빛의 창을 내질렀지만, 루키페르는 민성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민성은 간단히 찌르기를 피하고, 루키페르의 복부에 주먹을 때려 넣었다.
쿠-웅!
루키페르는 육중한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등 뒤로, 인간의 출혈과 비슷한 신의 파편이라 할 수 있는 조각들이 흩날렸다.
민성은 그것을 신기한 듯이 보다가 루키페르의 목을 덥석 움켜잡았다.
루키페르는 극심한 고통에 의해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버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민성은 잡고 있던 루키페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마계의 검은 흙을 몸에 묻히며 루키페르는 데굴데굴 굴렀다.
비틀거리며 서둘러 일어선 루키페르를 향해 민성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루키페르는 다가오는 민성을 보며 자신의 목을 문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이내 루키페르의 동공이 커졌을 때, 민성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루키페르는 감히 피하거나, 막아 낼 수도 없었다.
민성의 움직임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속도였다
루키페르의 가슴에 민성의 주먹이 강타했다.
폭음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번에도 역시 파편이 떨어져 나갔고, 루키페르는 공중으로 붕 떴다가 바닥에 철퍽 쓰러졌다.
루키페르는 고통이 극심한지 가슴을 붙잡고 꿈틀거렸다.
민성은 자신의 주먹을 들어 눈으로 살펴보았다.
특별히 강한 마기가 눈에 보인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곧 자신이 완전한 초월체가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다시 루키페르를 보았을 때, 루키페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아직 싸울 마음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민성은 웃음 지었다.
“너무 느리잖아, 너.”
“으아아아아아아!”
루키페르가 고개를 젖히며 괴성을 질렀다.
폭발적인 마기에 의해 몇 십 킬로미터 방면의 사방의 땅이 갈라졌으나, 그것은 그저 의미 없는 짓에 불과했다.
루키페르가 땅을 차고 민성을 향해 뛰어들었다.
빛의 창이 날아든다.
느려도 너무 느리다.
루키페르를 상대하는 건 마치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것과 같을 정도였다.
대각으로 휘둘러진 빛의 창을 피하고 민성은 오른손으로는 루키페르의 어깨를, 왼손으로는 그의 하얀 깃털이 가득한 날개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날개 한 짝을 뜯어 버렸다.
콰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루키페르가 비명을 지르며 양쪽 무릎을 꿇었다.
민성은 뜯어낸 날개를 뒤로 던져 버린 후, 자신의 손을 보았다.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신에게도 피가 있나?
민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루키페르의 날갯죽지 쪽을 보았다.
그곳엔 검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고, 갈라지고 깨진 마계의 땅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루키페르는 흐느끼듯 울면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려 댔다.
“어이. 너 우냐?”
민성이 루키페르를 보며 물었다.
루키페르가 얼굴을 들었다.
민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루키페르의 얼굴은 눈물로 가득했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제발 소멸만은 시키지 말아 줘…….”
울면서 말하는 루키페르의 말은 소름 끼칠 정도였다.
루키페르가 이런 식으로 굴복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욕망이 클수록 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인간이나 루키페르나 다를 것이 없는 것이었다.
민성은 날개 하나를 잃은 채, 검은 피투성이가 되어 울고 있는 루키페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신은…… 인간을 너무도 많이 닮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