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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08화 (308/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08화>

마인을 모두 처치하고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 전부 사라지고 난 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후의 하늘은 여느 때처럼 푸르렀다.

그사이 외국으로 떠나 있던 한국인들이 하나둘씩 고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장웅과 장시아는 모두 거실에 모여 한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는 뉴스를 시청 중이었다.

시민들이 귀국하는 모습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뉴스를 보니까 뭔가 실감이 나긴 하네요. 헌터님이 마인들과 싸웠던 게 여전히 꿈같은데. 아니, 악몽인가?”

이호성이 뉴스를 보며 쓰게 웃었다.

“바가지랑 레폰은?”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물었다.

“중앙 헌터 기관에서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힐 치료가 꽤 길어진다고 해도.”

이호성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른 아침에 보냈으니까 아마 곧 있으면 연락이 올 것 같네요.”

민성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님, 식사 안 하세요? 한 끼도 안 드셨잖아요.”

민성은 숨을 길게 내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밥 먹자.”

“제가 알아서 준비할까요?”

“그렇게 해.”

이호성이 미소 지으며 음식을 하기 위해 소매를 걷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나도 도와주지.”

장웅이 이호성을 따라나섰다.

장시아는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고 민성에게 얘기한 뒤 2층으로 올라갔다.

민성은 뉴스에서 시민들이 귀국하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뉴스를 보는 민성의 눈은 다소 공허했고, 어두웠으며, 가라앉아 있었다.

* * *

관 속에 누워 있던 헬카드의 눈알이 좌우로 한 번씩 돌아갔다.

원형으로 둘러싸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주신들이 헬카드의 시야에 들어왔다.

누런 붕대에 칭칭 감겨 있는 헬카드는 관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뒤에 그는 목을 꺾고 허리를 비틀며 몸을 풀었다.

꾸드드드득!

근육이 뒤틀리는 듯한 소리가 났고.

“후우우-.”

헬 카드가 긴 숨을 뱉자 하얀 김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주신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런 헬카드를 지켜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헬카드는 천천히 머리를 들어 목을 젖힌 다음, 검은 하늘을 보며 감상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의 주신들은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전혀 신경이라고는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금발의 신이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걸고서 헬카드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헬카드가 다소 무겁고 살기가 배여 들어 있는 눈으로 금발의 신을 보았다.

천계의 관리자와 전대 마계의 주인 헬카드의 시선이 서로 뱀처럼 얽혀 들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 어떠십니까?”

금발의 신이 물었다.

헬카드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천천히 자신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붕대를 손으로 뜯어냈다.

붕대가 헬카드의 발 아래로 떨어지고, 헬카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주신들은 다소 의외라는 듯 헬카드를 보았다.

헬카드는 평범한 성인 인간 정도의 체구였다.

전대 마계의 주인으로서 헬카드라는 이름은 마치 전설과도 같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주신들에게 헬카드의 이미지는 지금 보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헬카드는 외적인 모습이 일개 마인과 별달리 차이점이 없을 정도였다.

검은 피부에 붉은 눈.

아니, 그냥 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주신들에게 있어서는 평범한 모양새였다.

“천계의 개들이 무슨 배짱으로 날 깨운 건지 궁금하군.”

헬카드가 주신들을 훑어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천계의 개라니, 그 무슨 망발을……!”

한 주신이 흥분하여 소리쳤으나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헬카드가 손을 뻗었고, 강대한 마기가 출렁이며 소리쳤던 주신이 헬카드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듯 당겨졌다.

그리고.

덥석!

헬카드가 주신의 목을 틀어잡았다.

헬카드의 눈에 진 회색빛의 비늘이 뒤덮히면서 헬카드의 몸에 마치 균열 된 공간에 흐르는 용암처럼 붉은 줄기가 전신에 퍼져 나갔다.

압도적인 존재감과 살기가 헬카드로부터 휘몰아쳤다.

평범한 마인처럼 보이는 것은 조금 전까지였을 뿐이었다.

헬카드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듯,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지켜보던 주신들조차 움찔 몸을 떨며,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

“크, 크으윽!”

주신이 헬카드의 손에 목이 붙잡힌 채, 온몸에 검은 뇌전이 튀기는 상태로, 버둥거렸다.

헬카드의 손에 붙잡힌 주신은 곧 소멸될 것처럼 고통스러운 표정이었고, 위태위태한 모습이었다.

금발의 신이 굳은 얼굴로 헬카드를 응시했다.

“지금 그 손을 놓지 않으면 천계와의 전쟁을 해야 할 겁니다. 과거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 헬카드 당신도 잘 알고 있는 것이겠죠.”

헬카드가 비릿하게 웃으며 혀를 날름거렸다.

기다란 혀가 입 밖으로 나와 흔들거렸다.

“이러자고 당신을 봉인에서 풀어낸 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해해 주시겠지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금발의 신은 여전히 평점심을 잃지 않았다.

“관리직 개라 그런지 주둥이가 제법이네.”

헬카드가 움켜쥐고 있던 주신의 손을 놓았다.

“허억……!”

헬카드가 손을 놓자 주신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한번 들어나 보지. 나를 깨운 이유를.”

헬카드가 느슨한 눈빛으로 금발의 신을 빤히 보았다.

“후대 마계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금발의 신이 물었다.

헬카드는 기억을 잠시 더듬어 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마 그 무능하고 머저리 같은 자식? 이름이 벨드였었나? 그 녀석이 되었겠군. 서열상으로는 그 녀석밖에 없었을 테니까.”

금발의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벨드는 소멸했습니다.”

헬카드의 눈에 흥미가 스며들었다.

“누가?”

“인간입니다.”

인간이라는 말에 헬카드의 눈이 꿈틀거렸다.

“고작 인간한테, 마계의 주인이 소멸했다고? 아무리 그놈이 저능한 녀석이라고 해도, 고작 인간한테 소멸당했다니. 그걸 나보고 믿으란 얘기인가?”

“그리고 그 인간이 지금 마계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헬카드의 눈빛에 낮은 분노가 깔렸다.

인간이 감히 마계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은 헬카드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가장 훌륭한 무기였다.

“그런데 말이야.”

헬카드가 금발의 신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는 듯한 표정이군.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건 천계의 개들이 가진 특징이었지.”

강한 살기가 금발의 신을 가득 뒤덮었으나 금발의 신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표정의 변화 없이 미소 지은 얼굴로 담담히 헬카드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거래를 하러 온 것뿐입니다. 감정 낭비를 하자고 찾아온 게 아닙니다. 저라는 신은 그럴 생각도, 그럴 수도 없게 생겨 먹어서.”

헬카드가 금발의 신을 똑바로 보며 킥킥 웃었다.

“재밌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건?”

“현재 마계의 주인인 인간을 제거하는 겁니다.”

“그럼 내가 얻는 건?”

“다시 마계의 군주가 되실 겁니다.”

“그건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이미 봉인에서 깨어난 이상 확정된 사안인 것 같은데?”

“말씀드렸다시피 헬카드 님께서는 과거의 힘이 상당히 소실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봉인에서 풀려나도, 결계는 여전히 헬카드 님의 몸에 새겨져 있죠. 그 문양이 증명입니다.”

금발의 신이 헬카드의 앞가슴을 가리켰다.

헬카드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천계의 문양과 글자가 헬카드의 몸에 마치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천계와 마계는 서로가 가진 권한 안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금발의 신이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눈빛으로 헬카드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헬카드 님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너무 달콤한 조건이라 믿음이 영 안 가는데. 숨겨 둔 꿍꿍이가 무엇일까?”

헬카드가 금발의 신을 빤히 보며 노래를 하듯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균형을 위한 것일 뿐입니다. 일개 인간에게 놀아나는 현 사태를 바로잡기 위함이기도 하겠고.”

헬카드가 짧게 한숨 쉬었다.

“그 말대로야. 천계도 그렇고 벨드 새끼도 그렇고 고작 인간에게 놀아나는 꼴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제안을 받아 주시는 겁니까?”

“궁금하긴 하네. 한데 인간이라면 어느 별이야?”

“지구라는 별입니다.”

헬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의심이 서린 눈으로 금발의 신을 보며 웃었다.

“아……. 근데 대주신도 알고 있나? 내가 봉인에서 깨어나는 걸.”

“물론입니다.”

“아주 굉장한 자신감이군. 자존심 좀 상하는데 이거?”

금발의 신이 지금까지 잃지 않았던 여유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헬카드의 눈빛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공포감이 금발의 신을 옥죄었다.

헬카드가 뱀처럼 차갑고 냉정한 눈으로 금발의 신, 그리고 주신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 말이야. 감히 천계의 개 주제에 나를 너무 무시하고 있어. 특히 너.”

헬카드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금발의 신을 쿡쿡 가리켰다.

“날 아주 저급하게 보고 있단 말이지.”

금발의 신은 상황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콰지지지지직!

헬카드의 손에 검은 묵빛의 긴 검이 생성되었다.

비늘 덮힌 헬카드의 빨간 눈이 요사스럽게 꿈틀거리고, 헬카드의 검에서는 엄청난 마기가 쏟아져 나와 출렁거렸다.

금발의 신은 땅을 차고 재빨리 뒤로 빠지며 주신들에게 전투 대열을 갖출 것을 지시했다.

멍하니 있던 주신들이 갑작스러운 전투 상황에 깜짝 놀라며 전투 대열을 잡았다.

주신들의 손에 각자 성스러운 천계의 빛이 모여들었다.

“뭐? 천계의 압박을 피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라고? 감히 이 헬카드의 발 앞에 엎드리지 않은 죄를 소멸로써 갚도록 하라.”

헬카드는 별달리 감정의 억양이 없는 어투로 말하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은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바닥에 먹물과도 같은 붓으로 칠한 듯한 대형 마법진이 생겨나며 악령과도 같이 생긴 검은 마기가 사방으로 튀어나오더니 헬카드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주신들을 향해 날아갔다.

주신들이 신력을 끌어 올리며 그 악령의 마기를 쳐 내려 손을 썼으나, 헬카드가 가진 마기의 힘은 그들의 상상 이상이었다.

마기는 마치 주신들의 신력을 뚫고 순식간에 점액질처럼 순식간에 침투하여 주신들의 팔을 손상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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