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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06화 (30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06화>

* * *

마인들이 일순간 고통스러워했던 이유는 마왕 벨드의 소멸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리더이자 주군인 벨드를 잃게 됨으로써 절망에 의한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친 것.

그리고 다시 그들이 훨씬 더 강해져서 레폰과 바가지를 압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계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성이 벨드의 뒤를 이어 마왕의 자리를 계승함으로 인해 마인들의 전투 능력이 한 번 더 상향된 것이다.

기력이 다한 레폰과 바가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에 죽음을 직감했다.

게이트에서 계속해서 쏟아지던 마인은 벨드의 소멸과 동시에 남아 있던 대기 중의 마기에 의해 마지막 마인들을 토해 냈다.

이제 더 이상 마인은 게이트에서 마인들이 튀어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더 이상 마인들이 나오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생성되어 나온 마인들의 수가 마법 결계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점.

그리고 바가지와 레폰은 더 이상 마기와 오러를 운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마인들이 살기를 뿌리는 웃음과 함께 검은 손톱을 치켜들었을 때.

콰지지지지직-!

공간이 찢어지며 그곳에서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쏠이 나타났다.

바가지와 레폰이 반가운 듯이 민성을 보았다.

그리고 상황은 한순간에 정리됐다.

마왕의 자리를 계승한 민성이 나타나자 마인들은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민성을 응시했다.

이어 새로운 마왕을 추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를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검은 마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대며 예를 표했다.

이호성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검은 마인들을 쳐다보았고, 그건 바가지와 쏠, 그리고 레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정한 시선으로 마인들을 보던 민성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들었던 마인들이 자신을 추대하고 예를 표하고 있는 것을 보니 복잡한 마음을 넘어 해탈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민성은 그럴 수 없었다.

해탈이란 모든 것을 비워야만 가능한 것.

비울 수가 없다.

민성의 마음 안에는 불씨가 남아 있었다.

이 모든 건 결국 마계를 모두 끝장낼 각오로 출발된 싸움이었다.

마왕이 되었다는 이유로, 마인들을 살려 줄 이유 따위는 없었다.

끝을 낼 수 있다면 마계는 끝을 맺어야만 했다.

민성이 손에 쥐고 있는 궁니르S가 콰르릉! 천둥소리를 터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민성의 창 궁니르S가 궤적을 그리며 검은 마기의 힘을 뿌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민성이 궁니르S를 한 번 휘두르자 마왕이 되어 주신들에게 부여받은 벨드의 모든 힘을 계승하여 얻어 낸 민성이 가진 어둠 계열의 힘이 마인들을 파도처럼 집어삼켰다.

엎드려 있던 마인들이 공격을 당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하던 채 민성의 마기에 의해 쓸려 나갔다.

마왕 벨드의 권능을 이어받게 된 민성의 수준은 지난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해져 있었다.

신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그 힘은 가히 압도적이다.

궁니르S가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인해 대량 학살이 일어났다.

5분의 1에 달하는 마인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피떡이 된 바닥을 밟으며, 민성은 궁니르S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인들을 그런 민성을 보고 두려움에 질린 채 일어서서 뒷걸음질 쳤다.

그들에게 있어 민성은 마계의 군주이자 지배자이자 신이었다.

그런 신이 자신들을 해하려 한다면 반격할 수도 없다.

그저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마왕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마인들은 반기를 들지 못하고 그저 공포에 질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학살은 멈추지 않았다.

민성이 다시 궁니르S를 자비없이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검은 벼락이 마인들을 덮쳤다.

찢어지는 듯한 마인들이 내는 특유의 비명 소리는 없었다.

궁니르S가 뿜어낸 마기의 힘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저 죽음이라는 흔적만이 남았다.

마인들의 수는 순식간에 줄어 가기 시작했다.

마인들은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모습들을 보였다.

그것은 공포였다.

공포에 떨며, 마인들은 죽어 나갔다. 그러다 결국 마인들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민성이 마계에서 인간계로 올 때 열었던 게이트를 향해 마인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민성은 당연히 마인들이 마계로 도망치는 것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검은 뇌전의 힘은 무자비하게 도망치는 마인들을 씹어 삼켰다.

* * *

대신전이 세워진 장소에 주신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신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공장에서 찍어 낸 것처럼 똑같았다.

그들은 마치 식음을 전폐한 표정 같기도 했고, 병든 환자의 얼굴 같기도 했으며, 사기를 당하거나 전 재산을 잃은 것 같은 표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상황은 사실상 전 재산을 잃은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주신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말없이 그저 멍하니 먼 곳을 볼 뿐이었다.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

한 주신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법을 찾아봐야죠.”

다른 주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미 많은 걸 잃었습니다. 더 이상 무리하는 것보단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기는……!”

미련이 남은 주신들이 감정이 올라온 눈으로 뭔가를 말하려 하다가 삼켰다.

마계의 힘 전체를 손아귀에 넣은 민성을 상대할 마땅한 방법도 없었고 다른 한 주신이 말한 대로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좌절과 절망, 그리고 분노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만드는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군가가 등장했다.

금발의 미소년인 사내였고, 그가 나타나자 주신들의 눈길이 하나둘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주신들이 모여 있는 대신전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 박수를 한 번 짧게 탁 치며 주목을 이끌었다.

빙긋 웃고 있는 금발의 그를 보고 주신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금발의 신은 대주신을 보필하고 있는 주신 중 하나로, 모여 있는 주신들보다 계급으로 치면 한 단계가 높은 주신이었다.

일종의 감사를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주신의 말씀을 전하는 역할로써, 그의 등장은 주신들이 결코 반길 수가 없었다.

딱히 규율을 어긴 것은 없으니, 주신들은 그의 등장에 특별히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주신들이 모여 있는 대신전의 분위기가 다소 날카로워졌으나 금발의 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금발의 신이 미소 지은 채로 인사를 건네자, 주신들이 끄응 하고 불편하다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어쩐 일로 그 귀한 걸음을 하신 겁니까?”

한 주신이 약간의 비아냥이 섞인 질문을 던졌다.

“문제가 생겼으니 해결을 해야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죠. 그렇지 않습니까?”

“이 와중에 무엇을? 모든 계획이 실패했는데.”

금발의 남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훑고서 입을 열었다.

“그야 여러분들이 자꾸 이상한 짓을 하니까 일이 자꾸 복잡해지는 것이죠.”

금발의 신이 다소 무게를 담아 말했다.

주신들은 헛기침을 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방법을 찾기 위해 모두 여기로 모이신 것 아닙니까?”

그의 물음에 모여 있는 많은 주신들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침음만을 흘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 문제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면 애초에 대신전에 이토록 많은 주신들이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들어 보시겠습니까?”

주신들은 여전히 불쾌감이 얼굴에 잔뜩 번진 표정이었지만, 금발의 신을 막아서진 않았다.

막을 수도 없었고, 의견을 듣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으니까.

“그럼 듣고 싶은 걸로 알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죠.”

금발의 신이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후, 깊은 눈빛으로 주신들을 보며 본격적으로 말을 이었다.

“천계와 마계는 둘 모두 존재해야 합니다. 공생이라고까지 하면 어폐가 있겠지만, 마계가 있어야만 어느 정도의 균형이라는 걸 맞출 수가 있죠. 주신들에게는 한정된 권한이 있으니까요. 융통성 있는 천계의 발전을 위해서. 그렇죠?”

“…….”

계속해 보라는 듯 주신들이 입을 닫았고, 하나 둘 시선이 금발의 신에게로 모아졌다.

금발의 신은 계속해서 여유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타깃으로 잡았던 강민성이라는 인간이 우리 주신들의 권능과 힘을 부여받은 벨드의 뒤를 잇게 되었습니다. 그 힘을 온전하게 흡수하게 됐으니 골치가 아프게 되었습니다. 주신들의 힘이 약한 상태에서, 우리의 타깃이 외려 마계의 주인이 되었으니.”

“자꾸 다 아는 얘기 하지 말고 논점을 얘기하시란 말입니다.”

주신들은 예민해져 있던 만큼 공격적인 어투가 나왔다.

“대주신께서 몹시 마음이 불편하십니다.”

대주신이라는 말이 나오자 다소 공격적으로 말했던 주신은 물론, 나머지 주신들 전체 역시 잔뜩 긴장하며 허리를 세웠다.

금발의 신은 그 주신을 잠시 응시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주신들의 놀음판에서 놀던 타깃을 외려 마계의 주인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이제 훨씬 더 건드리기가 어렵게 된 것이죠.”

“…….”

일종의 책임을 묻는 것과 같았고, 주신들은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숙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주신들이 일제히 금발의 신에게로 시선이 모아졌다.

금발의 신이 허공을 향해 눈짓을 던지자 홀로그램과 같은 영상 하나가 나타났다.

주신들은 금발의 신이 띠운 영상을 올려다보았다.

그 영상은 마계의 땅에 세워진 비석이었다.

그 비석은 새하얀 빛이 번쩍이는 쇠사슬에 휘감겨 있었다.

그 것이 무엇인지 주신들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되었지만, 저곳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 저곳은…!”

주신들이 동요하며 술렁거렸다.

금발의 신이 그 영상 속에 비치는 비석을 보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전대 마계의 주인 헬카드를 봉인에서 풀어야 할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주신들이 충격에 물든 얼굴로 일제히 금발의 신을 돌아보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헬카드라니!”

“놈을 봉인에서 푼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겁니까?”

“대주신이 허락할 리 없는 사안입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주신들이 거세게 반박했다.

헬카드는 전대 대주신이 천계의 주신들 전체와 함께 마계전쟁을 통해 겨우 봉인시켰던 희대의 악마였다.

그런 놈을 깨우자니, 주신들 입장에서는 금발 신의 이야기가 제정신에서 나온 소리라고 듣기가 힘든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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