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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04화 (30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04화>

태어나 처음으로 마계의 땅을 밟게 된 이호성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훑었다.

반면 쏠은 여전히 해맑은 표정으로 주변을 뛰어다녔다.

민성이 쏠에게 인간계에서 싸웠던 벨드를 찾으라고 명령했고, 그와 동시에 쏠은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후우, 여기가 그 유명한 마계라는 곳이군요.”

이호성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어때?”

민성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말이 안 나오네요.”

이호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눈에 보이는 마계라는 땅은 삭막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아주 긴 시간을 보냈을 민성이 새삼 달라 보였다.

더군다나 그가 있던 세계는 지금처럼 텅텅 비어 있는 세계가 아닌 마인들로 가득 찬 세계.

그것도 지금처럼 강해지기 전의 상황.

자신이라면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이호성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 보려고 해도 자신이라면 며칠도 가지 못할 것 같았다.

평원처럼 넓은 땅바닥은 온통 죽은 땅이었으며, 썩은 냄새가 바닥에서 올라왔다.

하늘은 피처럼 붉었으며, 용암과도 같은 것이 흐르는 주변의 바위들에 의해 불쾌하고 후덥지근하기 짝이 없었다.

“이호성.”

민성의 부름에 이호성은 마계에 대한 감상을 끊어 내고 민성을 보았다.

“네, 헌터님.”

“벨드를 찾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마계에 머무르게 될 거다. 그건 아주 끔찍한 시간이 될 거고, 그사이…… 인간계는 결국 마인들에게 점령당할 거다.”

민성이 무겁게 말했고, 이호성 역시 그 이야기가 무겁게 가슴에 와닿았다.

“반드시 찾아내야죠.”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한다. 이제 막 마계로 들어온 놈을 찾지 못하면 놈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어. 최선이 아닌 최고의 결과를 가져와라.”

“예!”

이호성이 장난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눈으로 앞장서서 뛰기 시작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화려한 빛의 무리가 이호성의 손끝에서 흘러나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금 당장 숨어야 할 곳을 찾고 있는 이 상황이 못 견디게 고통스러웠지만 냉철하게 판단해야 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은 소멸로 이어질 수 있을 일이었다.

왜 하필 자신이 마계에 군림하고 있을 때 저런 어처구니없는 인간 놈이 나타난 것인지 억울하기 짝이 없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도 엄청난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우선은 피해야 했…….

“와아?”

벨드는 표정을 잃어버린 멍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황금으로 된 고블린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황금 고블린?

벨드는 뒤늦게 이 황금 고블린이 인간 놈의 소유라는 것을 깨닫고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놈을 찢어 내려고 왼팔을 들어 올렸을 때, 쏠은 이미 순식간에 사라진 후였다.

쏠의 속도는 벨드조차 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빨랐다.

“빌어먹을. 발각당했어.”

벨드는 몸을 가늘게 떨며 쏠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다가, 재빨리 몸을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돌리며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바닥 아래로는 이미 검은 그림자 하나가 따라붙고 있었다.

그림자가 벨드의 발치에 닿자마자 그 즉시 신호탄이 하늘을 향해 폭죽처럼 솟구쳐 올랐다.

피이이이이이잉!

퍼어어엉!

도망치는데 급급해 정신이 없었던 벨드가 놀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건 또 뭐야……?”

벨드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손가락을 허공에 그었다.

찌이이익!

공간이 찢어졌다.

공간 이동을 통해 멀리 달아나려 했던 벨드였으나, 그는 곧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쇄애애애애애액!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음.

벨드가 자신이 찢어 낸 공간 앞에서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고, 그의 시야에 이기어검술에 의해 날아오는 민성의 궁니르S가 보였다.

채 반응하기도 전에.

퍼―억!

“꾸륵……!”

궁니르S가 벨드의 날개를 관통하며 어깨까지도 꿰뚫었다.

궁니르S가 박힌 채로, 벨드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자신이 찢어 낸 공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닥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고통에 의해 울먹이는 듯한 얼굴로 쓰러져 있는 벨드 앞에 민성이 당도하며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벨드는 마치 자석처럼 저절로 민성의 손에 이끌려 갔다.

민성이 벨드의 목을 움켜잡으며 날개와 어깨를 꿰뚫었던 궁니르S를 뽑아냈다.

벨드의 검은 피가 마계의 땅을 축축하게 적셨다.

민성은 벨드의 목을 조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대화는 없었다.

기회를 잡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민성은 벨드의 목에 궁니르S를 꽂아 넣었다.

콰르르르릉!

검은 뇌전을 뿌리며 궁니르S가 벨드의 목을 찢어 내며 박혀 들어갔다.

벨드는 민성의 궁니르S에 목이 관통당한 채,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다.

민성은 벨드를 바닥에 눕히고 발로 밟으며 창을 뽑았다.

벨드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생기도 없었다.

“끝이에요? 끝난 거예요?”

이호성이 흥분하여 소리치듯 물었다.

민성이 가만히 있으라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이호성은 급히 민성의 뒤에 멈춰 서며 경계하는 눈으로 벨드와 민성을 번갈아 보았다.

민성은 굳은 얼굴로 벨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민성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육신을 가진 벨드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보통 이 정도 악마는 죽으면 육신을 남기지 않고 곧바로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아직 숨이 붙어 있다는 뜻인가?

민성이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창을 치켜들었을 때, 벨드의 육신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괴이한 변화였다.

벨드는 시커먼 피를 흘리며 몸이 녹아내리듯 하더니 검은 핏덩이의 액체로 변했고, 그 주변으로 하얀 안개가 은은히 퍼지기 시작했다.

또한 핏덩어리로 변한 벨드의 아래쪽 땅에 거대한 검은 마법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생성되었다.

뭔지 모를 불안감이 빠르게 민성의 마음 안으로 파고들었다.

민성은 어떤 일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우선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두려고 하다가, 얼굴을 굳히며 궁니르S를 들고 핏덩이를 향해 마기를 담아 집어 던졌다.

쇄애애애액!

검은 뇌전을 뿌리며 날아간 궁니르S가 마법진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핏덩어리를 향해 꽂혀 들어갔다.

퍼억-!

핏덩이를 뚫고 땅을 파고 들어가면서 창대가 파르르 흔들렸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이 핏덩어리는 계속해서 마치 외계 물질처럼 괴이하게 꿈틀 꿈틀 거렸다.

민성이 짧게 혀를 차며 손을 뻗었고, 궁니르S는 다시 민성의 손으로 되돌아 날아왔다.

그 순간, 검은 마법진에서 투명도가 높은 검은 빛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그 후로, 액체 괴물과도 같이 꿈틀거리던 그 것은 서서히 하나의 형태를 이뤄 가기 시작했다.

10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덩치에, 뿔이 달렸으며 검은 피부는 유광으로 번쩍거렸다.

또한 그는 민성에 의해 사라졌던 팔이 어느새 복구되어 있었다.

……어떻게?

민성은 숨을 들이마셨다.

마기에 의한 충격은 회복이 빠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단기간에 팔을 회복한 것은 물론, 지금 느껴지는 전투력은 치명상을 입기 전 인간계에 처음 내려왔던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벨드보다도 더 높은 전투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크흐흐흐흐…….”

벨드가 마계 전체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랗게 울리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마계에 존재했던 마신은 악마의 몸체라는 의미. 하지만 벨드는 다르다. 벨드는 진정한 마신(魔神)이었다.

마계를 관장하는 지존이자 주인.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숨 막하는 위세를 풍겼고, 그것만으로도 이호성은 입 밖으로 피를 토할 정도였다.

이호성은 서 있기조차 힘든지 이미 무릎까지 꿇고 피가 섞인 기침을 뱉고 있었다.

벨드의 살기가 진동하는 가운데, 민성은 그런 벨드를 보며 피식 웃었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악마 새끼가 사람이 하는 건 다 따라하네.”

벨드가 악마의 얼굴로 웃음 지었다. 그 웃음 안에는 분노와 살인에 대한 열기가 가득 맺혀 있었다.

“내가 소멸하는 한이 있어도 네놈만큼은 반드시 데리고 갈 것이다. 네놈이 나를 이길 확률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네 자신이 더 잘 알겠지. 넌 끝장난 것이다. 그 끈질긴 목숨을 내가 거두어 주마!”

벨드가 음험하게 웃으며 자신의 오른손에 마기를 모았다.

강대한 힘이 벨드의 손에 모여들었다.

민성은 굳은 얼굴로 궁니르S의 창대를 꽉 쥐었다.

벨드의 손에서 엄청난 힘의 마기가 민성을 향해 쏟아져 나왔다.

권능을 품고 있는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현재 벨드는 소멸을 각오하고 마지막 힘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권능을 통해 마지막 힘을 폭발시켜 소멸하나 그냥 소멸하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민성을 죽이고 소멸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런 만큼 벨드의 손에서 발출된 마기의 힘에는 지구라는 별 절반 이상을 단숨에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마기가 실려 있었다.

“끝이다, 인간 놈!”

벨드가 광기에 물든 얼굴로 웃으며 소리쳤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면적으로 마치 빛처럼 날아드는 벨드의 발출된 마기를 보며 민성은 옅은 웃음을 흘렸다.

……멍청하긴.

쫓기고 있던 탓에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던 벨드로서는 잊고 있었던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민성 역시 권능에는 권능으로 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카운터 배리어.’

상대의 힘을 역으로 되돌려 주는 권능. 카운터 배리어에 의해, 거대한 힘을 실은 벨드의 마기가 반사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힘은 역으로 벨드에게로 향했고,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어 있던 벨드는 자신의 힘에 의해 자신이 휩쓸려 가는 참혹한 결과를 맞이해야만 했다.

번-쩍!

“이, 이, 이럴 수가……!”

권능의 마기가 스며든 검은 힘이 벨드의 전신을 삼키며 지나갔다.

양쪽 다리가 날아가고, 팔도 찢겨져 나갔다.

얼굴이 반 이상이 찢어졌으며,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린 채, 벨드 그 거구의 몸이 척박한 마계의 땅에 철퍽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던 마법진은 희미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종적을 감추며 사라졌다.

“끄어어억.”

벨드는 신음을 흘리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땅을 보며 하나 남은 팔로 바닥을 긁듯이 기며 검은 피를 토했다.

벨드는 애초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마지막 권능으로 영혼을 대가로 잠들어 있던 힘을 무리하게 끌어 올린 상태였다.

때문에 카운터 배리어에 의한 대응은 물론, 그 이후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엉망이 되어 버린 몸을 되돌리는 것 역시 불가한 상태였다.

“믿을 수 없어. 내 마지막 한 발이 이렇게 허무하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크으으흐으윽!”

벨드가 검은 피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민성은 넝마가 되어 버리다시피 한 벨드를 내려다보았다.

벨드는 양다리를 잃고, 한쪽 팔도 잃었으며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 버린, 엉망진창과도 같은 끔찍한 상태였으나, 민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궁니르S의 창대를 꽉 잡았다.

콰르르르릉!

민성의 궁니르S가 심판을 위해 거친 천둥소리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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