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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03화 (30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03화>

* * *

차가운 공포감이 등 뒤를 쓸고 지나갔으나, 벨드는 인정할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 시점에 저 인간 놈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올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래.

뭔가가 있을 리가 없다.

저 인간 놈의 마기는 모두 소모된 것이나 다름없다.

마기가 빠진 것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어.

마기라는 에너지의 근간은 애초에 어둠의 근간이자 파생된 힘의 결정체.

그 누구보다 마기를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마계의 주인인 벨드 자신이었다.

그러니 지금 저 인간 놈이 보이는 자신감은 단순히 허세다, 허세.

벨드는 분명 저 모습이 강민성의 마지막 발악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능만큼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경고를.

그때 민성의 눈이 번쩍였고, 그의 발아래로 새하얀 뇌전이 토네이도처럼 회오리쳤다.

하얀 뇌전은 이내 서서히 검게 변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뇌전 주변에 하나의 막이 형성됐다.

그것은 동그란 원형의 막이었으며, 마치 스노우볼처럼 보였다. 거대한 힘으로 이루어져 있는 원형의 막이 주변 마인들을 끌어 당겼다.

마인들은 속절없이 끌려가며 몸이 찢겨져 나가면서, 그 검은 원형에 흡수되었다.

멍하게 뜬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벨드가 민성을 제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마기를 품은 검은 낫이 민성의 머리로 날아갔다.

민성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마기의 최대치가 민성의 몸 안에서 회전했고, 그 힘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휘둘러진 벨드의 검은 낫은 우뚝 멈추어 섰다.

벨드의 몸 전체가 굳었기 때문이다.

민성은 남아 있는 마기를 통해 자신이 그동안 숨겨 온 비기를 사용했다.

흡혈대법의 극대화.

마인들의 생체 에너지를 체내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기 중에 만들어 공간의 제약을 만들고 흡수된 에너지가 곧 상대마저 제약하게 만드는 절전비기였다.

이것은 체내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대량의 마인들이 있어야만 가능한 기술이었고, 그 기술을 쓰기에 있어 지금만큼 적합한 때는 없었다.

위기를 외려 기회를 만드는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마인들은 계속해서 그 거대하고 커다란 검은 막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곧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그와 동시에 그 수많은 마인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에너지가 벨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벨드의 눈이 부풀어지고,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갔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자신은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는 반면에 검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저 인간 놈은 자유로워 보였다.

마인들을 재료로 삼아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벨드는 심각한 사태에 빠졌음을 인지했다.

마기를 최대화시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으나, 그 전에 민성의 창이 벨드의 반응보다 훨씬 더 빨랐다.

퍼어억!

궁니르S가 벨드의 명치를 꿰뚫었다.

“컥…….”

벨드가 입을 쩍 벌리며 짧은 신음을 흘렸고, 민성은 무정하게 그런 벨드를 응시하며 창을 뽑아냈다.

피가 터지며 벨드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민성이 그렇게 공격을 가한 상태에서도, 마인들은 계속해서 검은 기류에 의해 몸이 갈려 나가며, 그 생체 에너지가 계속하여 벨드를 압박했다.

게이트에서 마인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나, 이렇게 된 이상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마인들이 곧 벨드에게는 족쇄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빌어먹을, 대체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벨드는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만 같았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인간계를 점령하기까지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덫이 있을 줄이야.

벨드는 이를 바드득 갈면서 민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으나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현재 민성이 벨드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으며, 마인들은 끊임없이 검은 기류에 휩쓸려 마치 분쇄기에 갈려 나가듯 사라지고 있었다.

모든 게 최악이었다.

“……비겁한 놈. 잘난 듯이 행동할 때는 언제고, 이런 약아 빠진 짓을.”

민성이 벨드를 검은 눈으로 보며 웃었다.

“마인 뒤에 숨어 사는 새끼가 누가 누구한테 떠드는 거냐.”

“마인들만 아니면, 한입 거리도 안 될 자식이…….”

“정신 차려. 내 부하가 아니라, 네 부하들이다.”

쇄애애애애액!

민성의 창 궁니르S가 벨드의 오른팔을 날렸다.

오른팔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벨드는 일그러진 얼굴로 반격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힘인 것인지 온몸이 꽁꽁 묶여 버린 듯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력감이 정신을 짓누르는 듯했다.

벨드는 이 모든 힘의 근원이 죽어 가고 있는 마인들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 놈이 쓰는 이 지독한 기술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인들을 아깝지만 다시 마계로 퇴각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같잖은 희망 품지 마라.”

시도도 하기 전에 민성의 창 궁니르S가 머리로 날아들었다.

팟-!

벨드가 순식간에 연기로 변해 버렸다.

실물이 사라지자 민성이 미간을 구기며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육안으로는 벨드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라졌다고?

민성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게이트였다.

게이트의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마계의 통로가 열렸습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시스템이 마계로 진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 왔다.

[마계의 통로는 잠시 후 완전히 차단됩니다.]

민성은 이를 악물며, 사용하던 흡성대법의 기술을 중지시켰다.

검은 원형의 마기가 증발하듯 사라졌고, 마인들은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고 경계하는 채로 민성을 지켜보았다.

민성은 마인들과 자신의 일행인 이호성과 바가지, 그리고 쏠을 본 다음 다시 게이트를 보았다.

확신컨대, 벨드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권능을 이용하여 마계로 되돌아간 것이 틀림없었다.

때문에 민성에게는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결정권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마계로 들어가 벨드를 찾아 죽이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여기에 남아, 나머지 마인들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게이트가 닫히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마계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벨드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어쩌면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만약 벨드가 먼 훗날을 기약한다면, 그때는 지금처럼 인간계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몰랐다.

또한 마계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굉장히 높았다.

마계로 들어간 이후, 게이트가 닫혀 버린다면 인간계로 다시 돌아올 방법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으며, 설령 마계로 들어간다고 해도 놈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벨드를 놓친다면?

벨드는 이미 개인 능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강해진 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인간계 이전 베아트리체부터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결국 마계의 신이라는 그 벨드는 점점 더 강해진다.

이번 싸움에서도 마인을 활용하지 않았더라면 패색이 짙었다.

팔을 잃고, 데미지를 잃었으며, 마기가 소모된 지금이 놈을 제거하기에 가장 적기였다.

때문에 큰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벨드를 없애야 한다는 마음이 가슴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끝을 내고 싶었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려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은 흐르고 게이트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닫히고 있다.

마인은 여전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만약 마계로 간다면, 레폰이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마계로 간다면 벨드를 찾을 수 있을까?

전에 없던 불확신이 마음을 초조하게 괴롭혔다.

“헌터님.”

이호성의 목소리에 민성은 옆을 보았다.

이호성이 미소를 지으며 게이트를 보고 서 있었다.

“따라가야죠? 제가 서포터 능력으로 저 악마 놈을 찾아보겠습니다.”

민성은 먼 곳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바가지, 그리고 레폰.”

민성이 둘을 불렀다.

“네, 주인님!”

바가지가 대답했고, 레폰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른 채로 민성을 응시했다.

“잘 부탁한다.”

바가지가 걱정 말라는 듯 경례를 올려붙였다.

레폰은 크왕 하고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

민성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굳은 얼굴로 게이트를 노려보았다.

“진입한다. 바짝 따라 붙어라.”

“알겠습니다.”

민성이 쏠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쏠이 다가와 민성 옆에 섰고, 민성은 쏠을 들어 옆구리에 낀 다음, 이호성의 속도를 계산하며 뛰기 시작했다.

이호성이 즉각 민성의 등 뒤로 따라붙었다.

민성이 게이트를 향해 궁니르S를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검은 마기가 날아가 마인들을 베어 냈고, 게이트에서 나오던 마인들이 시체가 되어 아래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사이 민성이 지면을 차고 뛰었고, 이호성 역시 곧바로 뒤이어 땅을 찼다.

민성과 이호성이 동시에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망할 인간 놈.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이 개 같은 인간 놈!

벨드는 성난 얼굴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오른팔이 날아가 버린 자신의 어깨를 내려다보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로 인해 벨드에게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살기에 가뜩이나 메마른 땅이 썩어 가기 시작했다.

마인의 숫자로 밀어붙여 간단하게 해치울 생각이었는데, 인간 놈에게 그런 고약한 기술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것이었다.

벨드는 회복기를 거쳐, 다음 공습 때 마인 없이 인간계로 내려가 그놈을 죽이고 인간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빌어먹을 마기로 인한 치명상 때문에 회복이 더디긴 해도, 팔은 다시 재생된다.

“망할 인간 놈. 마인을 다시 거둬들인 후, 회복이 끝나자마자 고통스럽게 죽여 줄 테니 조금만 기다…….”

악에 받쳐 중얼거리던 벨드는 눈을 크게 뜨고서 멍한 표정으로 북쪽 방향을 보았다.

“서, 서, 설, 설마…….”

벨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계는 자신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세계였다.

그런 만큼 만약 마계에 누군가가 침입한다면,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게 바로 벨드 본인이었다.

또한 마계에 침입한 자는 자신의 존재감이나 힘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마치 사냥꾼처럼 자신을 빠르게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런 미친 새X가……!”

벨드가 벌떡 일어나 혼란에 휩싸인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지금 당장 놈과 마주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치명상을 입은 상태만 아니라면 가볍게 눌러 죽일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면 확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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