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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302화 (302/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302화>

* * *

이호성은 전율했다.

전장을 가득 메운 마인들이 민성의 무위로 인해 박살이 나는 걸 보며 온몸이 떨려 왔다.

그것은 공포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각이었다.

강민성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경외를 넘어서는 초월감이 같은 것이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영역의 감각이랄까.

신의 영역이란 설명이 불가능한, 그런 압도적인 감흥을 만들어 내는 듯했다.

처음 게이트에서 마인들이 쏟아지기 전까지만 해도 민성의 걱정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러웠다.

아무리 강민성이라고 해도 상향된 마인들의 숫자에 의해 순식간에 상황이 코너로 몰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단순한 추측에 불과했다.

강민성의 무위는 어째서 그가 그러한 불안감을 내비쳤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했다.

대체 저런 무위의 수준이 어떻게 인간으로서 이룩할 수 있는 정도란 말인가?

확실히 이호성 자신이 보기에도 신들조차 질시를 하고 저주를 퍼부을 만한 힘이었다.

어떠한 측면에서 그가 마인들에게 긴장했던 것일까?

단순하게 지금 펼쳐지고 있는 그림만 보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레드 드래곤 레폰의 마법 능력과 바가지의 마인 언데드가 상당한 서포팅이 되고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민성의 무력은 레폰의 마법 결계만 아니라면 굳이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이대로라면 마계의 인간계 침공은 지난번보다 훨씬 쉽게 정리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이호성의 생각이 바뀌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르르르릉!

귓전을 때리는 거친 폭음이 연이어 들렸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였다.

먹구름이 검은 벼락을 내리치며 요동치듯 꿈틀거렸다.

그리고 이내 먹구름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벼락을 뿌리며, 구름이 갈라진다니.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 갈라진 구름 사이로 뭔가가 나타났다.

인간계에 본체를 드러낸 벨드였다.

벨드는 하늘에서 아래로 천천히 하강하였는데 그 몸체의 크기는 보통의 인간보다 1.5배 정도밖에 크지 않았지만 무시무시한 외양을 가지고 있었다.

마인들보다 더 두꺼운 뿔이 달려 있었으며 온몸은 유광의 비늘로 덮여 있었다.

낼름거리는 혀는 뱀처럼 갈라져 있어 어느 모로 봐도 파충류처럼 보였지만, 소름 끼치게도 검은 날개와 검은 꼬리까지 달고 있는 그 모습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

이호성은 태어나 자신이 마주한 적 중에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외양부터 포스까지, 가히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이호성은 하얗게 얼어붙은 채로 넋이 나간 얼굴로 벨드를 응시했다.

지상에 서서히 착륙하듯 땅을 디딘 벨드로부터 버티기 힘들 살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마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벨드는 민성을 보며 길게 진한 미소를 지었다.

민성은 그런 벨드를 무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런 민성의 태도에 웃고 있던 벨드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진정한 악마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민성은 덤덤하게 벨드를 응시할 뿐이었다.

역시 강민성이다.

이호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런 대단한 악마를 보고도 흔들림이 없다는 건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언제나 문제를 해결해 왔으니, 이번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이호성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지독한 타이밍이다.

마기를 상당히 소모했다.

흡혈대법으로 생체 에너지를 흡수하긴 했지만, 그 생체 에너지가 마기의 대부분을 대신할 수는 없다.

마기를 쌓아가는 속도를 높여 줄 뿐이고, 체력 회복만 좋아질 뿐이다.

그러니까 결국 큰 마기량를 쓰기는 어려운 시점에 마계의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끔찍한 타이밍이었다.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민성은 주변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여전히 마인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게이트에서는 여전히 마인을 쏟아 내고 있었다.

끝을 내고자 했지만 역시나 마계는 끝없이…… 징글징글 하다.

“기운이 약해졌구나.”

벨드가 다시 웃으며 음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민성이 초반부터 꽤 거칠게 달렸다는 사실을, 그래서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금이 민성에게 있어 꽤 위기라는 사실을 그는 이제 막 알아차린 듯 여유롭게 웃어 댔다.

저 웃는 낯짝을 당장 짓이겨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창 궁니르S의 창대를 꽉 잡았다. 하지만 불안감이 손끝으로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마기가 충분하지 않았다.

소모된 마기가 너무 컸다.

이런 시점에 벨드가 나타난 것은 확실히 운이 없다고 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벨드는 그러한 사실을 즐겼다.

웃고 있는 벨드를 보면서 민성도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벨드가 급격히 표정을 바꾸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어째서 웃을 수 있냐고 묻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벨드가 나타났다는 건 민성에게 있어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인들과 싸우면서도 늘 찾아 헤매었던 존재가 바로 마계의 주인이었다.

주인을 제거해야만 지독한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계에서 스스로 자신을 버리기 전까지도 놈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토록이나 만나고 싶었던 놈이 이렇듯 제 발로 나타났으니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들, 기력을 잃은 상태의 마계에 비할까.

민성이 눈매를 굳히며, 벨드는 시선에 가득 담았다.

그런 민성의 눈빛을 보고서 벨드는 코웃음을 흘렸다.

“외려 기회라고 생각하는군. 나를 만난 것에 대해. 그렇지? 하지만 네놈은 이미 너무 많은 마기를 사용했어. 내가 나타날 것이라는 변수를 생각지 못했던 것이야.”

벨드가 모든 것을 내다본다는 듯이 말하며 낮게 웃었다.

“알면 죽어라, 그만.”

민성이 차갑게 말했다.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왔다고 해서 날 상대로까지 그러면 안 되지.”

벨드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민성의 발아래 지면에서 검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민성의 얼굴이 급격히 딱딱하게 굳어졌다.

반응하려 했으나 그러기엔 마법 발동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런데 그 순간.

번-쩍!

새하얀 빛이 민성을 감쌌다.

벨드가 성난 눈으로 레드 드래곤, 레폰을 돌아보았다.

레폰이 날개를 퍼덕이며 민성을 보고 있었다.

레폰의 보호 마법이 아니었다면 꽤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적당히 놀아 줘서는 안 되겠군.”

벨드의 빨간 눈에 살기가 가득 들어찼다.

공기가 얼어붙는 듯 변했고, 벨드의 발아래 주변으로 검은 연기와 동시에 검은 벼락이 휘몰아쳤다.

콰르르르릉!

민성은 벨드를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서 궁니르S의 창대를 고쳐 잡았다.

평점심이 흐트러진 게 사실이다.

소모된 마기와 더불어 벨드가 나타난 것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받은 심리적 위축이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결단을 맺기 위해.

끝을 보기 위해, 생에 가장 큰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콰르르릉!

민성의 궁니르S에서 천둥소리가 터져 나오고, 민성의 발아래로도 뇌전의 벼락이 휘몰아쳤다.

벨드는 그런 민성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잔뜩 던졌다.

“기력도 없는 주제에 용을 쓰는구나.”

전진.

민성이 땅을 차고 벨드를 향해 뛰어들며 가속했다.

벨드가 자신의 머리 위로 손을 번쩍 치켜들자, 검은 벼락이 벨드의 손에서 휘돌더니 이내 그의 손에 검은 묵빛의 큰 낫이 생성되었다.

벨드가 그것을 잡자마자 달려드는 민성을 향해 검은 낫을 휘둘렀다.

궁니르S와 벨드의 검은 낫이 맞부딪쳤다.

민성의 궁니르S에서 마기를 통해 발출되는 새하얀 섬광과도 같은 벼락과 벨드의 검은 낫에서 생성되는 검은 벼락이 마치 뱀이 싸우듯 서로 얽혀 들었다.

콰아아아앙!

콰지직!

폭음과 뇌전이 튀기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이 퍼져 나갔고, 민성과 벨드가 서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그 힘겨루기의 파장만으로 근처 가까이에 있던 마인들은 녹아내릴 정도였고, 땅이 갈라지고 깨져 나갔다.

“크흐흐하하하하! 네놈의 마기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벨드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소리는 마치 하늘에서 나는 듯 커다랗게 울렸다.

레폰이 민성을 돕기 위해 벨드를 향해 브레스를 뿜었지만, 그 불꽃은 벨드의 몸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흩어졌다.

“간지럽기 짝이 없군.”

벨드의 시선이 다시 민성에게로 돌아갔다.

그가 말을 이었다.

“대체 뭘 믿고 덤벼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마기도 거의 바닥이 나기 시작할 터. 하찮은 인간 주제에 감히 신의 영역을 건드린 대가를 단단히 치러야 할 것이다.”

벨드가 검은 마기를 더 강하게 끌어 올렸다.

콰드드득!

민성의 두 발이 땅을 파고들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힘이 벨드에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민성이 벨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벨드는 그런 민성의 눈빛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는 듯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왜? 이제 슬슬 힘이 드느냐?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인간 놈. 내가 오늘 네놈을 이 세계에서 완전히 도려내 주마.”

콰르르르르릉!

벨드의 검은 낫에서 검은 벼락이 세상을 찢을 듯이 폭력적으로 휘몰아쳤다.

그 힘에 의해 주변의 마인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흔적도 없이 찢어져 나갈 정도였다.

민성은 벨드가 검은 낫으로 궁니르S를 찍어 누르는 힘에 의해 점점 팔이 밀렸다.

벨드가 검은 낫의 칼날을 민성의 얼굴 쪽으로 돌렸고, 점점 힘이 밀릴수록 그와 동시에 검은 낫의 마기가 담긴 칼날 역시 민성의 얼굴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벨드는 지금 민성을 가지고 놀듯이 상대하고 있었다.

힘의 차이로 천천히 숨통을 조여 가는 것이다.

급속도로 마기가 빠져나감에 따라 민성의 얼굴은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바가지가 언데드 마인을 보내 봤으나, 그런 마인들은 근처도 가지 못하고 증발하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레폰의 공격 마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목숨으로는 놀랍게도, 그동안 아주 지겹게도 살아남았었지. 그 긴 시간을 지나, 이제 죽음을 앞둔 소감이 어떠하냐?”

벨드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민성의 두 눈을 직시하며 물었다.

민성은 그런 벨드의 시선을 핏발선 눈으로 맞받으며 키득 웃음을 흘렸다.

“그건 네가 대답할 질문이지.”

벨드의 표정이 뒤틀렸으나, 그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았다.

“곧 죽을 놈이 아직도 입만 살았…….”

“오늘만 기다렸다.”

민성이 씹어 내듯이 말했다.

벨드가 민성의 표정을 보고 뭔가가 있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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