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301화>
* * *
마인들이 레폰이 친 마법 결계 벽에 부딪쳤다.
처음엔 당황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벽을 깨기 위해 할퀴고 들이받으며, 검은 피부의 마인들이 벽을 뚫기 위해 먹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런 가운데, 하늘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천둥이 치며 빗줄기가 다시 심해지기 시작하더니, 아이러니하게도 불덩어리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계의 주인 벨드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타깃은 민성의 일행이다.
쿠구구구궁!
일명 ‘메테오’라 불리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마왕 벨드의 마기에 의한 것인 만큼 그 위력이 남달랐다.
민성의 일행이 피한다고 해도, 지면에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땅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 만한 위력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어리를 보며 레드 드래곤, 레폰의 눈이 일순 하얗게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이 사방으로 쫙 퍼졌고, 고서클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보호막 마법, 배리어였다.
푸른빛의 반투명한 막이 떨어지는 불덩어리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넓게 펼쳐졌다.
기본적으로 고서클인 데다, 베아트리체에서 고위급 플레이어들이 펼쳐 낸 배리어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던 만큼.
콰콰콰콰콰쾅- 콰아아앙!
레폰의 보호 마법인 배리어는 벨드의 메테오 마법을 훌륭하게 막아 냈다.
마치 불꽃놀이처럼 벨드의 마법이 중간에 터져 나갔다.
레폰이 메테오를 막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벨드는 멈추지 않고 메테오를 계속해서 쏟아부었다.
“바가지, 레폰에게 저 불덩이들이 떨어지는 경로를 바꾸어 마인들을 처리하게끔 만들라고 해라.”
민성이 말했다.
대기하고 있던 바가지가 레폰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민성의 지시를 전달하자마자 레폰은 정확하게 그 임무를 수행했다.
떨어지는 불덩이들이 궤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벨드의 마법 불덩이인 메테오는 민성의 일행이 있는 곳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득시글거리는 검은 마인들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메테오에 맞은 수많은 마인들이 죽어 나갔다.
그사이 민성은 기세를 잡기 위해 궁니르S를 들고 놈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뛰어 나갔다.
민성이 궁니르S를 횡으로 휘둘렀다.
엄청난 힘이 실려 있는 마기가 반원 형태로 발출되며 수십 마리에 달하는 마인들의 몸통을 베어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마인들의 수는 무수하게 많았다.
또한 예전 같으면 마기에 닿은 적들은 모두 두 동강이 났었지만, 그 힘을 막아 내는 놈들도 중간중간에 튀어나오고 있었다.
마인들이 상향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거기에 전투에 있어 놈들의 숫자가 여전히 줄지 않고 외려 게이트를 통해 불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기와 체력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이 되어 뱃속을 휘저어 왔지만, 민성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마인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신력이었다.
정신을 제대로 붙잡고 있지 않으면, 결코 불리한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는 마계에서 깨달았던 바가 컸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 반드시 마계를 끝장내고야 말겠다고 민성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후우우-!”
민성은 긴 숨을 뱉어 내며, 호흡을 조절하고 또한 마기를 충전시키기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현재의 상황을 분석했다.
기세는 분명하게 잡았다.
마인들 역시 자신들이 밀리고 있음에 당황하거나 불안해하는 기색이 명확하게 보이고 있었다.
놈들 역시 감정이라는 것이 있기에 공포 역시 존재했다.
다수를 상대하는 데 있어 공포를 건드리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최대한 정신적인 부분을 자극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 있었다.
츠츠츠츠츠-!
민성의 창 궁니르S에서 안개와도 같은 마기가 번져 나갔다.
우선은 마인들을 벽 쪽으로 밀어내고 중앙 지점을 완전히 장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민성이 땅을 차고 가볍게 뛰었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민성의 머리 위로 먹구름이 벼락을 토해 냈다.
콰르릉!
그 배경을 품은 채로, 민성의 창 궁니르S도 천둥소리를 토해 냈다.
분위기에 휩쓸려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마인들이 멍하니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궁니르S가 빛을 뿜었다.
일순간 최대 출력을 뿜어냈다.
마인들이 민성의 마기에 의해 쓰나미에 떠밀려 가듯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 * *
“……이런 빌어먹을!”
벨드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주신들에게 권능과 각양의 힘을 전해 받아 그 힘으로 상향된 마인들을 쏟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저 인간 놈은 엄청난 숫자의 마인 앞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마치 뽐내듯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더군다나 저놈과 함께하고 있는 드래곤과 해골 인형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레드 드래곤의 마법 능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고, 해골 인형이 부활시킨 마인들로 인한 마인의 소모가 심각했다.
이대로라면 마인들이 줄어 가는 속도가 급물살을 탈 수 밖에 없을 듯했다.
개입해야만 한다.
제동을 걸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벨드는 깨달았다.
마인들만을 믿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벨드는 차분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콰지지지지직!
공간이 찢어지면서 하나의 게이트 홀이 나타났다.
벨드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 공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파지지직!
공간이 닫히면서 순식간에 벨드는 마계에서 사라졌다.
* * *
민성은 한차례 가지고 있던 마기를 쏟아 낸 후였고, 그 위력에 의해 마인들은 주춤거리며 물러서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런 점이 분위기가 가지는 강점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인들은 외려 몰아쳐야만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싸움에 있어서도 심리적인 측면은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에 있어 민성은 분위기가 가진 유리함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민성이 궁니르S를 역수로 잡아 날 끝을 바닥에 쾅 찍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민성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마인들이 움찔움찔하며 눈치 싸움에 들어갔다.
민성은 그런 마인들을 보며 핏- 하고 쓴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힘을 개방시켰다.
마기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럴 때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물론 이 방법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상대가 공격이 불가능한 상태이거나, 정신 약화로 인한 둔화된 움직임에 빠졌을 때 효과적인 타이밍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일단 시행되기 시작하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아 있는 마기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흡성대법(吸星大法).
물론 정식 명칭이 있는 건 아니다.
마계에 있을 때 기억하기 쉽게 붙인 이름 정도였다.
이 흡성대법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일 때 상황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쿠그그그그!
민성이 땅에 박은 궁니르S 땅 지면 부분에 검은 마기가 모여들면서 이내 검은 뇌전이 작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그 영역이 넓어지고 커지기 시작하더니 검은 뇌력이 사방으로 미친 듯이 튀기 시작했다.
마인들이 놀란 눈으로 멍청히 그것을 지켜보았고, 이내 흡성대법이 마인들을 빨아 당기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이이잉-!
민성이 인간계에서 처음으로 쓰는 어둠 계열의 힘이 마인들을 끌어당겼다.
전방부에 있던 마인들부터 하나둘 날아와 민성의 궁니르S 앞으로 끌려오며 생기가 빨려 나가기 시작했다.
마인이 가진 생체 에너지는 그대로 마기의 힘으로 전환되어 민성에게로 이끌려 들어갔다.
수십 수백 마리의 마인들이 뼈와 살이 뒤틀리고, 마치 영혼마저 빼앗기는 듯 그들의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가 민성에게로 빨려들었다.
마치 탑처럼 마인들의 시체가 민성의 창 궁니르S 앞으로 쌓여 가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원형 형태로 마인들이 단체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생체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점점 뒤로 물러났으나, 거리가 벌어졌음에도 마인들은 의지와 관계없이 민성에게로 끌려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헌납해야만 했다.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자 상황은 민성의 의도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대열이 파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에도 레드 드래곤 레폰의 공격 마법이 마인들을 휩쓸고 있었고, 바가지가 부활시킨 언데드 마인들이 마인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게이트에서 마인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민성은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삼켜 주마.’
민성이 눈을 하얗게 번쩍이며 땅에 꽂아 넣었던 궁니르S를 뽑아 들었다.
파아아악!
마인들의 생체 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 마기를 회복한 민성의 살기가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고, 마인들은 흥분하여 짐승처럼 민성을 향해 괴성을 질러 댔다.
민성의 눈에 그런 마인들은 겁을 먹고 짖어 대는 강아지처럼 보일 정도로 나약해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민성이 본격적으로 마인들을 학살한 것은.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사방에서 마인들의 비명이 빗발쳤다.
마계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근거는 확실했다.
놈들은 자신의 전력이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민성은 긴 시간 동안 수많은 한계의 벽을 뛰어넘은 인류의 정점이었다.
그런 민성이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상태로, 전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벌어지게 될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때문에 마인들은 자신이 가진 본능을 거스르기 시작했다.
공격 본능밖에 없을 것처럼 보였던 마인들이 자신들이 가진 숫자의 유리함을 잊고 민성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궁니르S는 도망치는 마인의 등에 용서 없이 내려찍혔고. 마인들은 부서지고 찢겨져 나갔으며, 파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민성의 창에 처참하게 쓰러져 나갔다.
누가 봐도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민성은 그 지옥의 주인이었다.
쇄애애애애애액!
콰아아아아앙!
흡성 대법으로 최고조에 오른 검은 마기가 휩쓸고 지나가면 그 자리에는 마인들의 피가 바닥을 적셨다.
그렇게 마인들의 피로 물들지 않은 바닥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시체들이 인간계의 땅에 쌓여 가고 있었다.
민성의 힘이 파괴적이었던 만큼 게이트가 위치하고 있는 전장의 중심인 산은 온통 피로 물들어 갔다.
그리고 그 영역은 점차 확장되어, 그 주변의 땅으로도 피가 번지기 시작했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여 주변 일대를 모두 불태우는 것만 같은 그런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