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300화>
* * *
콰르릉!
민성이 템창에서 꺼낸 궁니르S가 거친 천둥소리를 터트렸다.
그 소리에 마인은 즉각 반응했다.
민성의 일행이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서, 마인들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떼거지로 몰려오는 걸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여유가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이호성은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일순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하는 듯했다.
그 정도로 그들이 이룬 군대는 막강해 보였고, 전투에 대한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군력을 뽐냈다.
하나 마인들에게 기가 죽어 몸이 얼어붙은 건 이호성 뿐이었다.
“정신 바짝 차려라. 어차피 오래 살아 있긴 힘들겠지만.”
민성이 마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호성은 어금니를 바득 깨물었다.
민성의 자극이 짓눌려 가던 이호성의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틀을 깨트렸다.
지상 최강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는 최강 생물 강민성이라는 인간과 함께하는 자리다.
기죽을 필요가 없다.
지금이야 놈들은 스스로의 전투 능력에 도취되고, 숫자로 인해 어깨에 힘이 들어갔겠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강민성.
그런 강민성을 자신이 서포트할 것이다.
형세는 역전될 것이다.
이호성은 그렇게 믿었다.
* * *
민성은 느긋하게 걸어오는 마인들을 보며 핏- 하고 웃음을 잇새로 흘렸다.
마인들이 숫자가 많다는 건 놈들에게 있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곧 단점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숫자가 드글거리는 만큼 피할 공간도 없을 것이며, 스플래쉬 데미지가 생성될 것이다.
민성의 눈이 유령처럼 하얗게 빛났고 쥐고 있는 창 궁니르S에서 엄청난 스파크가 튀겼다.
그것을 보고 마인들의 접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민성이 가진 힘을 느끼고, 그로 인해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본능은 정확했다.
민성이 창을 뒤로 당기자 일제히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마기의 힘이 민성의 창 궁니르S에 모여들고 있었다.
마기의 입자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결정체를 갖고 있었다.
준비는 끝났고, 기다림 역시 끝났다.
그저 학살만이 남았을 뿐이다.
민성이 왼발로 발을 한 차례 굴렸다.
쿵!
진동은 미약했으나, 그 축을 기반으로 허리를 비틀며 시작된 궁니르S의 진출은 위대했다.
콰르르르르릉!
궁니르S에서 발출된 마기의 빛이 어마어마한 숫자로 밀집되어 있는 마인들을 향해 빛을 뿌리며 날아갔다.
번-쩍!
눈을 멀어 버리게 할 것만 같은 빛이 아주 잠깐 번쩍였다.
그리고 그 빛의 번쩍임이 지나간 이후에는 죽음이 휘몰아쳤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수백에 달하는 전방위에 위치한 마인들이 마치 케첩처럼 바닥에 액체가 되어 뿌려졌다.
단 한순간에 엄청난 숫자의 마인을 일검으로 지워 버린 민성을 보고 남아 있던 마인들, 그리고 계속해서 게이트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마인들이 경계감과 공격성이 뒤섞인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신호탄이 쏘아졌다.
마인들이 소름 끼치는 괴성을 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민성, 단 한 명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며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마인들이 지형을 자유자재로 타 넘으며 달려오는 걸 보고 민성은 침착하게 숨을 다듬었다.
여기는 시작점일 뿐.
갈 길이 멀다.
하나하나, 순서대로.
침착하게 하는 거다.
가진 마기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어 단숨에 많은 마인들을 처치하긴 했지만…….
게이트에서는 수도꼭지가 열린 듯 마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남아 있는 마인들 역시 많았다.
마기를 조절해야 한다.
마기를 채우면서도, 하나하나 놈들을 지우고 삭제해 나간다.
파파파팟!
수십의 마인들이 민성의 사방으로 옥죄여 오듯 손톱을 세워 공격해 들어왔다.
검은 형태의 마기가 민성을 향해 휘몰아쳤으나, 그러한 마인들의 공격은 민성의 잔상만을 스칠 뿐이었다.
민성은 마치 물처럼 자유롭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창을 휘둘렀다.
궁니르S는 천둥소리를 터트리며 마인들의 몸을 찌르고 베어 내고 터트렸다.
가까스로 마인들의 손톱이나 무기들이 민성의 몸을 스치긴 했지만, 그건 고작해야 스치는 것에 불과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갖고 있는 민성의 움직임은 아무리 상향된 마인이라고 해도 쉽사리 건드리지 못했다.
민성이 유령처럼 눈을 빛내며 마인들을 쓸어 내기 시작했다.
* * *
“흐음…….”
마계의 주인 벨드는 마계구라는 자신이 가진 보물을 통해 인간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마인과 강민성의 싸움을 지켜보며 탄식이 섞인 신음을 짧게 흘렸다.
분명 이 정도로 강해진 힘이라면, 마인만으로 놈을 궁지로 단숨에 몰아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판을 열어 놓고 보니 인간 놈의 무위 수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물량으로 쏟아부으면 분명,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그것은 쓸모없는 기대에 불과했다.
마계구를 통해 보고 있는 저 인간 놈은 처음에 큰 힘을 쓴 다음, 마기를 회복하고 다시 큰 힘을 쓰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고, 마인들은 그런 민성의 패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놈이 마기를 회복하면서 물리 싸움으로 이끌어 갈 때가 기회였으나, 현재 마인들의 공격력으로는 놈의 체력을 뺏어 먹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정말 징글징글한 놈이로군!”
벨드는 고심하는 표정으로 마계구를 보다가 직접 작전을 내려야겠다고 판단했다.
이대로라면, 놈이 정말 자신이 가진 모든 마인의 병력을 받아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벨드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권능을 발휘해 마인들에게 지시를 내려 조종을 시작했다.
* * *
키이이잉!
민성의 창 궁니르S에 마기의 힘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민성의 궁니르S가 마치 블랙홀과도 같은 검은 형태의 홀을 생성해 냈고, 그 홀을 통해 마인들이 마치 진공청소기에 흡입되는 것처럼 몸이 비틀리고 바스라지면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거, 검은 학살자.”
지켜보고 있던 이호성이 얼어붙은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릴 정도였다.
블랙홀이 서서히 사라지고.
“후우우우우!”
민성이 하얀 연기와도 같은 것을 입 밖으로 뿜으며 마기를 증폭시켜 이내 궁니르S로 그 힘을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콰콰콰콰!
폭음과 동시에 산의 일부가 터지고 갈라지며 민성이 보는 방향, 약 180도 이상이 거의 공중 분해되듯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은 숫자의 마인들이 득실거렸다.
민성은 그런 마인들을 시야에 담으며 소모된 마기를 충전하기 위해서 호흡을 관리했다.
순식간에 죽은 땅처럼 변해 버린 산을 뛰어넘으며 마인들이 돌진해 왔다.
민성이 창대를 꽉 쥐고 곧바로 대응하려던 순간, 처음으로 마인들이 방향을 틀었다.
그것을 보고 민성이 동공이 살짝 커졌다.
타깃인 민성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약 30퍼센트의 비율은 민성에게 달려들었고, 나머지 70퍼센트는 사방으로 뛰어나갔다.
아마도 결계를 깨고 바깥으로 나가기 위함인 듯했다.
민성이 이를 악물었을 때.
“크왕.”
작은 소리를 내며, 날개를 퍼덕이면서 레폰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폰이 민성의 앞으로 가서 날개를 퍼덕이며 제자리에서 날았다.
그리고 그런 레폰의 아래로 커다란 마법진이 생겼고, 이내 엄청난 힘이 개방되었다.
피이이이잉-!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폰의 브레스가 만들어 낸 마력의 불기둥이 마인들을 휘어 감았다.
레폰은 비록 몸은 새끼 드래곤처럼 작았지만, 가지고 있는 힘은 성체의 드래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강력한 위력으로 엄청난 범위로 마인들을 불태웠다.
“키에에에에에에에!”
마인들이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그사이 바가지는 열심히 검은 안광을 활활 불태우며 마인들을 언데드화시키고 있었다.
바가지가 만든 언데드 마인은 가히 군대를 이뤄 가고 있었다.
그동안 바가지가 마석을 먹은 탓에 흑마법의 능력이 극대화되어 있었고, 그것은 곧 마인들을 언데드로 부릴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춘 상태였다.
바가지가 만든 언데드 마인들이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마인들과 맞붙었다.
언데드 마인과, 레폰의 마법.
그리고 민성의 능력은 쏟아지는 상향된 마인의 물량 앞에서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예상과 달리, 민성의 일행이 마인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 상황 속에서, 이호성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침착히 찾아 나섰다.
서포터의 능력을 활용해, 마인들의 이동 방향과 움직임을 체크하며 민성에게 보고했다.
민성의 일행이 상황을 완벽하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나갔다.
* * *
“……망할 인간 놈이!”
벨드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드래곤이 결계를 쳐서, 마인들이 갇혀 있는 상태였고, 인간뿐만이 아니라 드래곤과 언데드의 힘으로 전력을 커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아 벨드의 마음에 초조함이 솟구쳤다.
이대로는 자신이 준비한 마인들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아직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올 마인의 물량은 충분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본래 분위기라는 건 급물살을 타기 마련이다.
한번 호흡을 잡고 분위기를 타면, 아무리 많은 병력이라고 해도 쓸려 나가기 쉬운 것이 바로 전쟁판이었다.
“고작해야 몇 놈밖에 되지 않는 것들이……!”
벨드는 핏발 선 눈으로 마계구를 통해 인간계를 내려다보며 분노를 씹어 삼켰다.
그러다 벨드는 눈을 질끈 감고서 감정을 억누르고 결단을 위해 이성을 되찾았다.
“……어쩔 수 없군.”
벨드는 아주 짧은 시간 사이에 아주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내가 직접 개입하는 수밖에.”
인간계에 직접 물리적 개입이 시작되면 마계의 통로가 열리게 된다.
그럴 경우, 이번 작전이 실패한다면 저 인간 놈에게 쫓기는 수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 따위는 염두에 두고 싶지 않았다.
결단을 내린 이상, 끝을 보고 싸워야 했다.
이기고 살아남는 놈만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저 인간 놈만 잡으면 인간계 전체를 점령하는 숨만 쉬어도 가능할 만큼 쉬운 일이었다.
“지난번의 나와는 다를 것이다.”
마계구로 보이는 민성을 보는 벨드의 눈에서 냉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계의 주인이 가진 힘을 경험하라.”
벨드가 양손을 마계구를 통해 내밀어 마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권능으로부터 시작된 마기의 힘이 마계구로 흘러 들어갔다.
동그란 구체의 마계구가 시커먼 연기로 휩싸이더니 이내 검은 묵빛으로 물들었다.
그 검은 구체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드드드드드드드!
마계의 주변 공간과 땅이 사정없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벨드로부터 파생된 거대한 힘이 마계구를 통해 인간계의 차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