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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94화 (294/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94화>

* * *

우르르르르- 콰아앙, 콰앙!

하늘이 마치 화난 것처럼 연거푸 천둥소리를 터트렸다.

가늘었던 빗줄기는 다시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막사는 완성되었고, 넓은 막사 안에서 두꺼운 빗소리를 들으며 민성은 이호성을 지켜보았다.

이호성은 막사 안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만들고 있었다.

라면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오자 마치 캠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기가 막힌 냄새였다.

식욕이 끓어올랐지만 민성은 침착히 기다렸다.

다행히 라면은 만드는 데 시간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음으로 곧 만날 수 있었다.

“드시죠, 헌터님.”

이호성이 테이블에 라면이 들어있는 양은 냄비를 내려놓고, 민성에게 앞접시와 나무젓가락을 세팅해 주었다.

“은 젓가락으로 드릴까요?”

이호성이 물었다.

“됐어.”

민성은 곧바로 짝! 하고 나무젓가락을 뜯었다.

양은 냄비에서 라면 건더기를 집어 앞접시로 옮긴 다음, 국자로 국물을 펐다.

후두두둑!

막사를 두드리는 빗소리와 땅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막사 텐트 안에서 라면을 먹는 것은 나름 꽤 운치가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의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날리고 꽃게와 같은 해산물이 들어간 라면은 그야말로 끝내주는 비주얼과 향을 뽐냈다.

라면이지만 보통 라면은 아니다.

라면은 마치 분위기에 약하다.

비 오는 날.

그것도 야외라면, 라면은 한 끼 식사로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음식이 된다.

민성은 나무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어 올렸다.

뜨거운 김이 사방으로 후욱 퍼져 나간다.

민성은 그대로 입을 크게 벌리며 면발을 입안으로 가져가 이빨로 무는 것과 동시에 흡입했다.

후루루룩!

면발이 세차게 빨려 들어온다.

“호오오.”

입 밖으로 뜨거운 김이 용가리처럼 나온다.

해산물과 MSG가 스며든 향이 쫘악 밀려왔다.

맛있다.

비와 차가운 야외 공기를 만난 라면의 맛은 실로 폭발적이다.

거기에 더불어 앞접시를 들어서 국물이 식기 전에 재빨리 입을 대고 마셨다.

후루루룹!

뜨겁고 청양고추가 녹아든 매콤한 국물이 입술을 타고 목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크으…….”

민성은 짧은 감탄사를 흘리면서 나무젓가락으로 꽃게를 집었다.

먹기 좋게 4등분되어 잘려 있다.

민성은 꽃게를 입으로 가져가 와그작 씹었다.

꽃게의 부드러운 살이 입안으로 확 들어왔다.

해산물 라면의 국물이 배어든 육즙이 쫘악 퍼지며 꽃게의 한없이 부드러운 살이 씹혔다.

환상적인 맛이다.

민성은 잠시 게이트의 존재를 잊을 정도였다.

민성은 새우를 먹으며 다시 냄비 안에 들어 있는 면발을 앞접시에 옮겨, 온전히 모든 정신을 라면에 집중했다.

면발은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듯 생동감 있게 출렁거렸다.

* * *

끼이익!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검은색 세단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내려 재빨리 뛰어가 문을 열어 주었다.

거기서 우비를 입은 김지유가 내렸다.

그럼에도 운전기사가 우산을 씌워 주려고 하자 김지유는 손을 들어 보이며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운전기사는 꾸벅 인사를 하고 차량으로 돌아갔다.

김지유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게이트, 그리고 민성과 이호성이 머무르고 있는 막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김지유는 막사 앞에 도착했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호성이 김지유를 발견하고 피우던 담배를 급히 껐다.

“총군주님, 오셨습니까.”

이호성이 인사했다.

김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갔다.

“민성 씨는요?”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오신다고 하셨어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이호성이 텐트를 가리켰다.

김지유는 그와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고마워요.”

김지유가 엷게 미소 지었다.

“별말씀을.”

김지유는 의자에 앉아 손을 비비며 텐트 안쪽을 구경했다.

그러기를 잠시, 이호성이 커피가 들어 있는 머그잔을 들고 와서 마주 보고 앉으며 잔을 넘겨 주었다.

“잘 먹을게요.”

이호성이 싱긋 미소 지었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셨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김지유는 허공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 넘으면 하나. 그 하나 넘으면 또 하나. 끝이 없네요, 정말.”

김지유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라야죠.”

그 순간.

저벅-!

인기척이 났다.

김지유와 이호성이 긴장한 눈으로 막사 입구 쪽을 돌아보았을 때, 민성이 들어왔다.

김지유와 이호성이 벌떡 일어났다.

“오셨네요.”

김지유가 눈인사를 하며 말했다.

민성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는 걸로 인사를 받고 템창에서 생수 한 통을 꺼내 마신 뒤, 빈 의자에 앉았다.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이호성이 물었다.

“흔적이 있는지 찾아봤다.”

“흔적이라면…….”

“마인의 흔적.”

민성의 말에 김지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서, 흔적이 있었나요?”

“발견하지 못했어.”

김지유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다행이네요.”

민성은 굳은 얼굴로 먼 곳을 보았다.

김지유는 그런 민성의 표정을 보고 치솟아 오르는 불안감을 느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김지유가 물었다.

“있지.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어느 정도 전해 듣기는 했어요. 소마인이 나타났고, 훨씬 진화된 전투 능력을 갖췄다고.”

“그리고 그보다 더한 마인들이 무더기로 튀어나오겠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이 민성의 얼굴에서 드러났다.

늘 당당하고 자신감 넘쳤던 표정이 아니었다.

그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배여 있었다.

사실상 전 세계의 몬스터에 대한 위기에 대한 안정감은 민성으로부터 받쳐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 정도의 불안감을 내비칠 정도라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김지유는 현재의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아 외면하고 싶을 정도였다.

“방어선 구축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씀하셨다고 들었어요. 어째서죠?”

“소용이 없으니까.”

민성은 짧게 일축했다.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과거 마인 침공에 대한 전례는 전혀 적용할 가치가 없는 듯했다.

“마땅한 대응책도 없는 상황이고.”

민성이 쇄기를 박았다.

김지유는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풀썩 앉았다.

그리고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찔한 감각이 전신을 꽝꽝 울려 대는 것만 같았다.

“일단, 다른 나라에서는 게이트가 나타난 징후는 없는 거지?”

김지유는 얼굴을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은요.”

민성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가 입을 열었다.

“던전이 아닌 만약 정말 통로라면…… 더 이상의 게이트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민성의 그 말에 김지유의 눈이 일순 짧게 반짝였다.

“그럼…….”

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지유를 보았다.

“게이트는 바로 지금 여기에 열려 있는 게 전부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지유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다고 해도, 마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면 현재의 상황상 민성 씨 혼자서 막기가 어려울 텐데요.”

“최선을 기대할 수가 없으니 차악을 준비할 수밖에.”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될 까요? 민성 씨의 명령에 따를 겁니다. 저 그리고, 전 세계 헌터 협회 역시.”

민성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단 우리나라를 완전히 비운다.”

“전 세계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일시적 이민을 받아 달라고. 시기는 언제쯤이 좋을까요?”

“내일 바로.”

민성은 그렇게 대답하고서, 이호성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이호성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김지유는 불안감이 담긴 시선으로 민성을 직시했다.

“시간이 조금 걸릴 테지만 최대한 그 시간을 앞당겨 볼 게요. 그리고 저희 중앙 헌터 기관과 세계 헌터 기관에서도 방법을…….”

“아니. 다른 건 필요 없고 마석만 준비해.”

“마석이요……?”

“그래. 공급 가능한 마석을 최대치로 부탁한다.”

“마석은 어디에 쓰시게요?”

김지유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민성을 보며 되물었다.

민성이 주머니 안쪽을 두드렸다.

그러자 주머니 안에서, 바가지가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바가지가 민성의 허벅지 위에서 철퍽 널브러지듯 엎드려서 다시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쏠. 레폰.”

민성이 쏠과 레폰을 부르자.

퍼득! 퍼득!

날갯소리가 났다.

김지유가 텐트 입구 쪽을 보자 거기서 레드 드래곤 레폰이 쏠을 등에 태운 채 날아 들어오는 게 보였다.

김지유의 동공이 커졌고, 이내 그녀의 표정은 놀람으로 가득해졌다.

쏠을 등에 태운 레폰은 바닥에 착지했고, 쏠이 와아? 하고 웃으며 민성에게 달려가 머리를 부볐다.

그리고 레폰은 양동이에 떠놓은 물을 꼴깍 꼴깍 먹었다.

“대, 대체…….”

김지유는 레드 드래곤 레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설마 드래곤이에요?”

김지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민성이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김지유로서는 절대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전설 속의 드래곤이라니.

김지유는 경악에 물든 얼굴로 천천히 일어나 물을 먹고 있는 레드 드래곤 레폰에게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그러다 우뚝 멈추어서 민성을 돌아보았다.

“가까이서 봐도 돼나요?”

“글쎄. 조심해. 새끼 드래곤처럼 보이겠지만, 능력만큼은 성체의 힘 그대로를 갖고 있으니까.”

“아…….”

말을 하지 못하겠다는 듯 잠시간 전율에 휩싸여 있던 김지유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일정 거리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앉았다.

물을 먹고 있던 레폰이 머리를 들어 김지유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크왕.”

레폰이 작은 소리를 냈다.

“귀, 귀여워.”

김지유가 붉어진 얼굴로 레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민성을 팩 돌아보았다.

“이 귀여운 드래곤이 정말 성체의 힘을 갖고 있다고요?”

민성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레폰이 탁탁 걸어가다가 푹신한 방석 위로 가서 몸을 동그랗게 말며 잠자기 시작했다.

김지유는 민성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럼 마석이 필요한 이유가 바가지와 저기 저 작은 드래곤을 위한 것이겠군요?”

민성이 물기를 가득 몸에 머금은 채로 방석 위에서 잠 자기 시작하는 레폰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마법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문제는 내 명령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거다. 저 녀석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레폰을 보던 민성이 김지유를 강렬한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아무리 많은 마인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놈들은 일정 영역을 벗어날 수 없겠지.”

김지유가 현재 인류의 위기를 구원할 수 있는 희망의 열쇠가 되는 레폰을 감정이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모든 건 저 녀석에게 달렸다.”

민성이 방석 위에서 잠들어 있는 레폰을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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