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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93화 (293/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93화>

궁니르S가 거대한 마기의 힘을 실은 채 소마인을 향해 날아갔다.

소마인은 빨간 눈을 번뜩이며 몸을 아주 낮게 낮추더니 민성을 향해 도약했다.

이기어검술에 의해 궁니르S가 날아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는 것이 아닌 정면으로 달려오는 것이다.

민성이 살짝 놀란 눈으로 소마인을 보았고, 그때 소마인은 궁니르S를 피하기 위해 몸을 팍 틀었다.

민성이 던진 창은 이기어검술에 의한 것.

궁니르S 주변에 휘몰아치는 마기는 주변을 마치 토네이도처럼 쓸어버리는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궤도 또한 바뀌는 것이 가능했다.

소마인은 최초의 공격 루트를 피했지만, 이어지는 변화까지는 이겨 내지 못했다.

이기어검술에 의해 날아가던 창이 소마인을 맞추지 못하고 피하는 것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회전했고.

퍼어어어어억!

소마인의 전신은 사방으로 피를 흩뿌리며 터져 버렸다.

민성은 바닥에 피를 쫙 뿌리며 거의 살점조차 남지 않고 터져 버린 소마인의 흔적을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죽어 있는 이호성의 시체 주변으로 중앙 헌터 기관의 병사들이 얼어붙어 있었다.

그들은 상황이 종결되었음에도 몸이 얼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눈도 깜빡이지 않았고 동공도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완전히 공포에 질린 모습들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그냥 마인도 두려운데 상향된 능력을 갖게 된 마인을 보게 됐으니 그 공포감은 배를 더할 것이다.

어떻게 소마인이 마인보다도 훨씬 강해진 능력치를 갖게 된 거지?

그리고 만약 이런 전투 수치라면, 마인들이 본격적으로 저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지난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민성으로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잠시 마인에 대해 생각하던 민성은 걸음을 옮겨 이호성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다소 복잡한 심경이 민성의 마음 안으로 파고들었다.

분명 부활의 권능은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것은 베아트리체에서였다.

만약 지구로 돌아온 이후로, 그 권능이 사라졌다면?

그리고 그 권능이 베아트리체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면?

그러한 가정은 민성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부활의 권능을 믿고 소마인을 방치한 것은 아니다.

소마인의 반응 능력이 민성이 예상했던 것을 훨씬 상회했을 뿐이었다.

완전히 자신의 실수였다.

민성은 굳은 얼굴로 이호성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중앙 헌터 기관의 병사들을 보았다.

그들은 망연자실한 눈으로 이호성을 보고 있었다.

“물러들 가 있어.”

민성이 말했다.

뒤늦게 중앙 헌터 기관 병사들은 경례를 올리고 사라졌다.

이호성의 시체와 단둘이 남게 된 민성은 길게 심호흡했다.

만약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호성은 이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민성은 천천히 손을 들었고, 부활의 권능을 사용했다.

걱정과 달리, 지구에서도 베아트리체에서처럼 부활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소마인에 의해 심장이 뜯어 먹혀 죽은 이호성이었지만, 죽은 몸이 되살아나면서 주변을 맴돌던 영혼이 다시 그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꾸드득!

몸이 재생되고 있는 소리가 들렸고.

그리고 잠시 후.

“끄―허어어헙!”

이호성이 입을 쩍 벌리며 눈을 번쩍 크게 뜨고 숨을 들이마셨다.

쿵쾅, 쿵쾅, 쿵쾅-!

이호성의 심장이 다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민성은 다시 살아 숨 쉬는 이호성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억! 허억! 허억-!”

이호성은 정신을 못 차리는 얼굴로 헉헉거리며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이호성이 물었다.

“상황은 종결됐다.”

“아-. 잡았군요.”

이호성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붙잡고 비틀 거리며 일어섰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심장 부근을 어루만졌다.

“저 죽었다가 살아난 건가요?”

“그래.”

민성이 게이트를 보며 말했다.

이호성이 타오르는 게이트를 돌아보았다.

“소마인.”

이호성이 짧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민성을 돌아보았다.

“헌터님. 소마인이었죠? 그런데 전과 확연히 다른 것 같았습니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것 같아요.”

민성이 게이트를 노려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의 말대로다.

소마인의 전투 능력이 급증했다.

그 능력의 변화가 어떤 이유인지는 민성도 좀처럼 추측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 소마인이 저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작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유 없는 일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이유를 알아내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그 크기가 커지고 있는 저 용의 눈을 닮은 것은 게이트로 추정되지만, 그 게이트를 통해 나타나는 시스템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현재로써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쩌면 던전 게이트가 아닌 단순히 아이리스 나무처럼 지구와 다른 차원계를 잇는 통로…….”

이호성이 중얼 거리다 눈을 크게 뜨며 머리를 바짝 들었다.

“헌터님!”

이호성의 외침에 민성이 시선을 돌렸다.

“여기 게이트에서 소마인이 나왔었잖아요.”

“그렇지.”

“이게 던전 게이트가 아니라면,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다른 차원계를 잇는 통로일 테고. 그 통로에서 소마인이 나왔으니. 이 게이트는……!”

이호성이 게이트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마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호성의 이 말이 정답과 가장 가까운 추론일 가능성이 높았다.

“소마인이 나온 이상 마계와 관련이 있는 것이고, 마계의 힘이 강해졌다는 것은…… 마계에 주신의 영향이 끼쳤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어.”

민성이 말했다.

“주신이요? 하지만 주신과 마계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을 텐데…….”

“만약 주신이 인간계에 개입할 수 없는 어떠한 이유가 있다면, 마계를 이용할 수는 있겠지.”

이호성은 소름이 돋는 듯 몸을 가늘게 떨었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마계가 주신에 의해……. 그럼 주신들이 업적 포인트를 마계에 쓰기 시작했다는 뜻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2차 마인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겠군요.”

“많은 마인이 죽었으니, 다시 대량의 마인 병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꽤 시간이 걸릴 거야.”

“정말 지긋지긋하군요.”

이호성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

이호성이 민성을 보며 되물었다.

민성은 게이트를 냉기가 풀풀 날리는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끌려다닐 수는 없어. 내 세계에 작정하고 침범하기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겠지.”

이호성은 게이트를 보며 굵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마계와의 싸움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둔다면, 그 땐 주신이 움직일까요?”

“그건 모르는 거지. 중요한 건 직면한 마계다. 마계부터 완전히 쓸어내야겠지.”

이호성이 얼굴을 굳혔다.

“마인이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이쪽에서도 방비를 해야겠군요. 그럼 전과 같은 방식으로…….”

“아니 이전의 방어 태세 전략은 버린다.”

이호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깜짝 놀란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어째서요?”

“마인도 지능이 있고, 그들을 통솔하는 놈에게도 지능이 있지. 놈들은 진화한다.”

“같은 방식으로는 허점이 드러날 것이란 거군요. 하지만 전과 같이 마법벽을 세우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을 텐데요.”

“소마인을 직접 겪어 본 바, 전과 같은 벽이라면, 1차 방어선은 단 몇 분도 버틸 수 없다.”

몇 분이라는 민성의 말은 이호성에게 있어 청천벽력이었고, 재앙과도 같은 말이었다.

이호성 자신도 그럴진대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는 얼마나 더 크게 느껴질까?

저 게이트가 나타난 그 시점부터 사실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인류의 위기가 도래된 셈이었다.

“방법이 있을까요?”

이호성이 기대를 담은 시선으로 민성을 보며 물었다.

“생각을 해 봐야지.”

당장의 해답이 없다는 것에 대한 것은 좌절감으로 다가왔지만, 민성이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또한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이호성은 긴 숨을 뱉으며, 악마의 눈처럼 타오르고 있는 게이트를 응시했다.

“이호성.”

“네, 헌터님.”

민성의 부름에 이호성이 민성에게 고개를 팩 돌리며 대답했다.

“총군주에게 연락해서 막사 하나 만들라고 해.”

“여기 게이트 앞에요?”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마인 하나가 나왔으니, 게이트에서 언제 마인들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방금 전에 내가 한 얘기는 추정에 불과하니, 감시반에 내가 있어야겠지. 마인들이 이 영역 밖으로 벗어날 수 없도록.”

“그렇겠네요.”

이호성은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발이 약하긴 했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고, 바닥은 물에 젖어 진흙으로 질퍽거렸다.

환경이 좋지 않았다.

“좀 많이 불편하시겠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까요.”

“어쩔 수 없지.”

“일단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민성이 고개를 짧게 끄덕였고, 이호성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총군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전달하고, 막사 설치를 요구했다.

짧은 통화를 끝내고, 이호성이 민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바로 인부 보내겠답니다. 그리고 총군주도 지금 곧장 이쪽으로 온다고 합니다.”

민성은 게이트를 보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인을 하나를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마인이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면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된다.

더군다나 전투 능력까지 상향이 되었다면 분위기는 완전히 급반전될 수밖에 없다.

검은 학살자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수 있다.

생존보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무게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현재의 분위기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대 병력 앞에,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강민성 자신뿐.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과 같은 색으로, 현 세계에 마계에 의한 암운이 드리우고 있었다.

* * *

인부들이 먼저 도착했다.

그들은 잠시 게이트를 보며 넋이 나갔다가 공포에 휩싸였으나, 이호성이 막사 설치를 시작하라는 말에 일을 시작했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도, 게이트를 흘깃흘깃 훔쳐보았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형태의 게이트인 데다가 타오르는 불길의 원형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파충류의 동공을 닮은 검은 형체의 검은 기류는 그들에게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지금 게이트의 외형을 통해 느끼는 단순한 공포보다 더 큰 재앙이 그 너머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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