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292화>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의 게이트가 생겨난 것을 확인한 아침.
민성은 직접 나서기 전에 식사를 위해 식탁 앞에 앉았다.
이호성이 민성의 아침 식사를 위해 준비한 메뉴는 훈제 연어 샐러드였다.
아침을 만들겠다고 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어떻게 이렇게 빨리 준비가 되었나 했더니 샐러드였다.
“아침에 보충하면 좋은 영양소는 단백질입니다. 그래서 아침 식사에 어울리는 것으로, 연어 샐러드를 준비해 봤습니다. 가볍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민성은 흘깃 뒤를 돌아보며 포크를 들었다.
“장웅이랑 장시아는 자고 있나?”
“셰프는 볼일 있다고 일찍 나갔고요 장시아는 자고 있을 겁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샐러드와 연어를 함께 찍어 입으로 쏙 가져갔다.
와삭와삭 씹히는 샐러드는 향긋하고, 훈제 연어는 몰캉몰캉하게 맛있게 씹힌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상큼한 맛이다.
“헌터님, 주신들이 관여한 거라면, 그들의 능력일까요? 아니면 베아트리체의 랭커의 능력으로 인해 생겨난 게이트일까요?”
이호성이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물었다.
민성은 연어를 우물우물 씹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샐러드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없애면 되는 건데. 그냥 메뚜기 떼 같은 거야.”
이호성이 다소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민성을 보았다.
그런 식으로 비유한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감탄이었다.
“메뚜기 떼. 헌터님한테 그렇겠네요, 정말.”
“네게는 어떻게 느껴지는데?”
“뭐…… 글쎄요. 인류의 위기?”
민성은 진심으로 웃기다는 듯 코웃음을 흘렸다.
“헌터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말이죠, 만약 저쪽에서 헌터님과의 전면전을 하지 않고 피해 다니면서 지구를 터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그거 정말 재앙 아닌가요?”
“그러니까 아침 먹고 나가잖아.”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한데요. 랭커라면, 속도가 장난 아닐 거고. 도망 다니면서 그 예전에 마석 테러 미치광이처럼 군다면.”
이호성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듯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네요. 엄청난 사상자들이 발생할 겁니다.”
민성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나라고 해서 모든 걸 책임질 수는 없다.”
“아, 부담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민성이 연어와 샐러드를 함께 포크로 쿡 찍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나밖에 할 수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인 거지.”
이호성은 무거워진 눈으로 허공을 보았다.
“항상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할 뿐입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민성이 깨끗하게 비운 그릇에 포크를 내려놓으며 일어났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거다. 너 역시, 그리고 나 역시.”
이호성이 감동을 받은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설거지하고 나갈 준비해.”
“예! 헌터님!”
이호성이 밝게 미소 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 * *
이호성은 목적지를 향해 운전을 하고 있는데 좀처럼 시야가 좋지 않았다.
시간상으로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밤인 것처럼 어두웠다.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과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때문이었다.
도로에서도 그랬으니, 산을 올라가는 길은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속도를 조금 늦춰서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잠시 후 차량 쪽으로 앞 쪽에서 조명을 비추었다.
이호성이 천천히 차를 세우며 창문을 살짝 내렸다.
“중앙 헌터 기관입니다. 현재 이 지역은 통제……. 아! 실례했습니다!”
중앙 헌터 기관의 병사가 이호성과 민성의 얼굴을 확인하고 차렷 자세로 경례를 바짝 올려붙였다.
그리고 그 즉시 서둘러 길을 터 줄 것을 명령했다.
일사분란하게 바리게이트가 치워졌고, 이호성의 차는 출입 통제 지역을 빠르게 통과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 목적지에 도달해 차가 멈춰 섰다.
2차 확인 절차가 이어졌고, 신원을 확인한 뒤, 조사팀이 길을 터주었다.
이호성이 먼저 차에서 내린 후, 비를 쫄딱 맞으며 후다닥 뛰어가 민성의 차문을 열어 주었다.
민성이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조사팀에서 우비를 가지고 왔다.
이호성은 우비를 받았지만 민성은 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거절했다.
중앙 헌터 기관의 병사는 비에 젖지 않는 민성을 넋을 잃은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반면 끙끙거리며 우비를 입은 이호성은 빗물에 의해 눈살을 찌푸린 채로 민성의 옆에 섰다.
기타 능력자가 되었고, 엄청난 성장을 이룬 이호성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에 젖지 않는 민성의 능력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앞장서겠습니다.”
이호성이 말했고,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이 앞서 질퍽한 진흙 바닥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민성이 그 뒤를 따랐고, 정체불명의 타오르는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감시팀의 중앙 기관 병사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그들은 민성이 나타나자 경례를 하고 뒤로 물러갔다.
민성은 이호성과 함께 게이트 앞에 섰다.
게이트 앞에 섰지만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난다든지와 같은 특이점은 없었다.
하지만 게이트는 마치 살아 있는 듯했다.
타오르는 불길이 하나의 원형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 것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 원형의 중심에는 세로로 된 검은 블랙홀 같은 것이 넘실거리고 있다.
용의 눈을 닮은 게이트.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꺼림칙해지는 게이트는 그 자체로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민성은 게이트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접촉하면 뭔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호성을 비롯해 근처에 있던 감시팀 헌터들 전원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아무도 민성을 제지하지 못했다.
주변이 놀라고 있는 사이, 민성은 이미 게이트에 손을 가져다 댔다.
“…….”
여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게이트는 그저 타오르는 불의 온도를 갖고 있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민성은 손을 거두고 팔짱을 낀 채 “흠…….” 하고 얼굴을 굳혔다.
게이트가 점점 커지는 것 말고는 아무런 변화를 찾을 수가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게이트가 커지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자.”
민성이 말했다.
이호성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게이트에서 변화가 없으니 여기서 지켜보고 있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쏟아지던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민성이 게이트로부터 몸을 돌리고 이호성이 빗발이 약해진 하늘을 올려다볼 때.
꽈드드드드득!
괴이한 소리가 났다.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중앙 헌터 기관의 병사들 시선이 게이트 쪽으로 일시에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민성을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게이트에서 뭔가가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긴 손톱을 가진 손가락이었고, 그다음은 머리였다.
인간을 닮은, 작은 체구의 검은 피부의 몬스터.
그것이 이내 마치 바닥을 뚫고 나오듯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와 지면에 탁! 착지했다.
“케르르르…….”
이호성은 뒤틀리는 표정으로 몬스터를 보았다.
빨간 눈.
전신을 뒤덮은 검은 피부의 알몸.
“소마인?”
이호성이 중얼거린 대로,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것은 소마인이었다.
마계의 생명체이자, 마왕 벨드의 창조물.
“키에에엑.”
소마인이 입을 벌리며 길게 찢었다.
수십 개의 이빨과 파충류처럼 길고 굵은 혓바닥 허공을 휘저으며 날름거렸다.
중앙 헌터 기관의 병사들은 소마인에 대한 기억이 분명했다.
수많은 헌터들이 마인에 의해 죽었다.
그 기억을 갖고 있는 헌터들은 패닉에 다시 빠져 들며 뒷걸음질 쳤다.
“뭔가 거창한 게 나올 줄 알았더니만, 소마인이라니.”
이호성이 용의 눈을 닮은 게이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이제 시작이라는 걸 알리는 건가?”
민성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키엑!”
소마인이 민성을 향해 뛰어들었다.
소마인 정도라면, 굳이 무기를 쓸 필요도 없다.
민성이 간단하게 대응하려는 순간, 민성의 시야에서 소마인이 사라졌다.
“……?!”
민성이 순식간에 긴장감과 더불어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민성의 등 뒤에 위치한 소마인이 긴 손톱을 가진 손을 내질렀다.
민성은 빠르게 돌아서며, 그 손을 쳐 내고 주먹을 휘둘렀다.
소마인이 주먹을 피하면서 아가리를 크게 벌리며 민성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이를 콱 다물었다.
민성이 몸을 뒤로 빼면서 피해 냈다.
소마인의 이빨이 허공을 깨물었다.
민성은 달라진 눈빛으로 소마인을 보며 우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뒤로 몸을 뺐다.
용의 눈을 닮은 빨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저 소마인은 민성이 알던 소마인의 수준이 아니었다.
마인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정도라면, 엄청난 능력 상향이다.
어째서?
민성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소마인이 타깃을 변경했다.
대상 타깃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이호성이다.
굳어 있던 이호성은 소마인의 시선에 급히 방어 태세를 취했다.
이미 마음을 먹고 있었던 듯 이호성은 자신의 검을 쥐고서 소마인을 노려보았다.
안 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민성이 뛰어나가기도 전에.
퍼어어억!
소마인의 손이 이호성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콰드득!
소마인의 손에 이호성의 심장이 뽑혀져 나왔다.
이호성은 버서커 상태가 되기도 전에 즉사하며 철퍽 쓰러졌다.
소마인은 민성을 보며 손에 들고 있던 이호성의 심장을 입을 쩍 벌려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민성은 짧게 혀를 차며 인벤토리 창을 열어 궁니르S를 꺼냈다.
콰르르르르릉!
얇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이호성의 심장을 먹고 있는 소마인과 대치한 민성의 창에서 뇌전이 뿌려졌다.
마계에서 지긋지긋하게 겪었던 마인이 상향되었다.
소마인이 이 정도라면 성체를 이룬 마인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저 게이트에서 엄청난 수의 상향된 마인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소마인을 노려보는 민성의 눈에 감정이 서리기 시작했다.
“맛있냐?”
민성이 소마인을 보며 물었다.
소마인이 심장을 다 먹고 입가에 묻은 피를 혀로 핥으며 웃었다.
민성은 그런 소마인을 보며 비틀린 웃음을 뱉었다.
“얼마든지 나타나 봐. 이 몸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지금부터 마계의 씨를 말려 줄 테니까.”
민성의 눈에서 유령 같은 빛이 흘렀다.
소마인이 다시 공격 태세를 잡았다.
심장을 먹은 소마인의 눈에서 흉폭한 빛이 흘렀다.
하지만 민성은 그런 소마인을 보며 비웃었다.
고작 한 마리 주제에. 그것도 소마인 주제에 상향되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여긴 마계가 아니니까.
콰르르르르릉!
민성의 손끝에서, 궁니르S가 이기어검술에 의해 소마인을 향해 천둥을 뿌리며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