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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86화 (28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86화>

“날 죽이러?”

민성이 못 믿겠다는 듯 웃는 얼굴로 되물었다.

이호성은 여전히 가시방석에 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레폰이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서서 기지개를 폈다.

그리곤 빙긋 웃으며 민성을 보았다.

“바로 시작할까?”

레폰이 민성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언제라도 무기를 출수시켜 공격이 가능한 듯 보였으나, 민성의 얼굴에서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급한 게 아니면 장소 좀 옮겼으면 좋겠는데. 보다시피 여긴 내 집이라서.”

레폰은 밝은 표정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민성이 이호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총군주에게 대련장 하나만 빌리자고 해.”

“알겠습니다.”

이호성이 즉시 휴대폰을 꺼내 김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출발하시면 됩니다. 차량 준비하겠습니다.”

민성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이 먼저 나가고, 민성의 시선을 받으며 레폰은 집 안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사이, 이호성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집 앞에 차량을 준비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출발하지.”

민성이 말했다.

집을 구경하던 레폰이 빙긋 웃으며 앞서가는 민성을 따라나섰다.

* * *

“정말 신기하군. 이렇게 말처럼 달릴 수 있는 물체가 있다는 것이.”

레폰이 자동차를 보며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거지?”

레폰이 운전석에 앉은 이호성을 향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글쎄요. 과학에 대해서는 식견이 좁은지라.”

이호성이 레폰을 불편하게 느끼며 말했다.

“만약 내가 이긴다면, 당분간 여기 세상을 좀 알아가 봐야겠어. 신기하고 궁금한 게 너무 많군.”

레폰이 민성을 보며 말했다.

민성은 창밖을 보는 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레폰은 싱겁다는 듯 콧바람을 들이키며 차량 시트에 등을 파묻고 지루한 듯 창밖을 보았다.

민성을 죽이기 위해 베아트리체에서 지구로 내려온 레폰과 민성은 차 안에서 서로 창밖을 보며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 * *

민성과 이호성, 그리고 레폰이 탄 차량이 목적지 앞에 도착했다.

이호성이 먼저 내렸고, 뒤이어 민성과 레폰도 차에서 내렸다.

레폰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커다란 건물을 보며 그 것을 검지로 가리켰다.

“마력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저기로군? 우리가 싸울 곳이.”

레폰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강한 마력을 통해, 건물이나 지형을 파괴하지 않고 안전하게 싸울 수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별로 의미 없을 텐데. 이 정도라면.”

레폰이 건물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고, 이호성은 놀란 눈으로 레폰을 보았다.

이 건물은 유명한 대련장이었다.

고위 헌터들이 전력으로 힘을 쓴다고 해도 상처 하나 생기지 않도록 잘 만들어진 헌터 체육관이었다.

그런 대련장이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레폰이 말을 했다는 건, 보호 마법으로 만들어진 이 비싼 건물이 통째로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들어가지.”

민성이 말했다.

레폰은 눈썹을 들면서 웃었다.

민성이 앞장섰고, 그 뒤를 레폰과, 바가지와 쏠을 달고 있는 이호성이 뒤따랐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김지유’였다.

“엇! 총군주님, 여기 계셨네요?”

이호성이 인사를 했고, 김지유가 싱긋 웃으며 이호성과 악수했다.

김지유가 민성과 인사를 하려고 하다가 옆에 서 있는 레폰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이한 복장.

그리고 범상치 않은 존재감 때문에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기 때문이다.

“혹시 여기 대련장을 찾은 이유가……?”

민성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인사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호성 씨, 잠깐 얘기 좀 할까요?”

김지유가 이호성을 부르며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간 이후 대련장 안에 남게 된 민성과 레폰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트린 건 레폰의 발소리였다.

그는 대련장의 중심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휘파람 소리를 냈다.

“깔끔하고 괜찮은걸?”

그는 이내 마력석을 가공하여 만든 대련장 무대의 바닥 중심에 섰다.

그리고 민성 쪽을 보며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했다.

저 넘치는 여유에 근거가 있다는 것 정도는 민성은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민성은 천천히 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레폰에게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베아트리체에서 랭킹이 어떻게 되지?”

민성이 물었다.

“10위.”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대련장으로 오자는 제안을 순순히 따라 준 것도 그렇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가리지 않는 것 역시 민성이 처음 보는 유형이다.

“날 찾은 이유는 주신 때문인가?”

“맞아. 주신들이 청탁을 했고, 난 받아들였지. 꽤 좋은 조건이라.”

“음…….”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거라면, 이쪽의 조건은 어떤가?”

“무슨 조건?”

“내게 패한다면, 내 밑으로 들어오는 조건.”

“흐음…….”

레폰은 턱을 괴고서 신중한 고민에 잠겼다.

이내 민성이 레폰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섰다.

그때-

레폰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죽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기는 하네. 전사로서의 긍지. 뭐 그딴 건 나한테 없거든.”

레폰이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긍지가 없다고 해서 실력이 모자란 건 아니지. 베아트리체에서 랭킹이 곧 실력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물론.”

“실제적인 무력 수치로 따진다면 난 아마…….”

레폰이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세 손가락 안에 들 거야. 내가 너무 착해서 그동안 순위권이 조금 떨어져 있는 거지.”

레폰이 가벼운 느낌으로 푸후후 하고 웃었다.

“그러니 너무 자신만만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이렇게 비리비리해 보여도. 상당히 세거든.”

“글쎄. 어떨지.”

민성이 템창을 열었고, 궁니르S가 콰지직!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뽑혀져 나왔다.

민성이 궁니르S의 창대를 잡았고.

대련장 안의 실내에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콰르르르릉!

“호오-.”

레폰은 흥미롭다는 듯 그 뇌전의 전력을 눈에 담으며 템창에서 무기를 꺼냈다.

김지유가 쓰는 레이피어를 닮은 얇은 검이었다.

레폰의 검은 얼핏 보면 상당히 평범해 보였으나 그 칼을 자세히 보면 그 재질이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폰의 검신은 마치 비늘이 돋아 있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민성이 그 검을 자세히 보는 듯하자 레폰은 검을 들어 보이며 미소 지었다.

“좋은 명검이기는 하지만 전투에 큰 차이를 줄 만큼의 검은 아니지. 하지만 보다시피 이렇듯 멋진 장식이 된 것은 내가 가진 능력 때문.”

레폰의 눈에 서서히 날카로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상대해 보면 생각보다는 꽤 골치 아플 거야.”

민성이 궁니르S를 어깨에 걸쳤다.

“시작하지.”

민성이 덤덤하게 말했다.

동시에 레폰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는 지금까지 보여 주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색깔을 보여 주었다.

발톱을 드러낸 것이고, 맹수의 본능이 가진 공격성을 체감 시키는 것이다.

더불어 상대는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닌, 베아트리체에서 랭킹 10위. 실 무력 수치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신했던 사내.

결코 만만한 사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민성 역시 모든 정신은 그의 움직임에 이미 집중되어 있었다.

레폰이 먼저 눈을 빛내며 공격을 전개했다.

촤르륵!

레폰의 검이 7개로 쪼개지면서, 마치 촉수처럼 휘어지며 오러를 뿌림과 동시에 민성에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민성은 침착하게 날아오는 7개의 칼날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찔러 오는 검 하나하나에 굉장한 힘이 실려 있다.

출렁이는 마력은 스치기만 해도 살이 폭발하듯 터질 것만 같은 파괴력이 깃들어 있었다.

하급신 메테우스와의 전투를 떠올려 보면 레폰의 공격력 역시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자신의 능력을 본격적으로 개방하기 시작하면, 어쩌면 메테우스보다 훨씬 강력한 파괴력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민성의 생각은 적중했다.

레폰이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7개로 나뉘어진 검은 훨씬 더 격렬하게 춤추듯 움직였다.

민성이 궁니르로 쳐 내면서 동시에 회피하면서 공격할만한 틈을 노려봤지만, 레폰의 공격 속도는 놀라우리만큼 빨라 그 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틈이 없다면 벌어지게끔 만들 수밖에 없었다.

민성이 땅을 밟았다.

콰앙!

피이이이잉!

민성의 마기가 땅에서부터 사방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 마기의 파장에 접촉당한 레폰의 몸이 살짝 밀려 나면서, 그 공격 속도가 급격하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민성은 그 틈을 노려 레폰을 향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콰르르르릉!

민성이 궁니르S를 찌름에 따라 커다란 천둥소리와 함께 마기가 실린 힘이 레폰의 몸통 중앙 쪽으로 몰려 들어갔다.

레폰의 7개로 나누어진 검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궁니르S를 동시에 집어삼키듯 휘감았다.

그리고 민성의 마기와 레폰의 마력이 충돌하여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충격에 의한 파장이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면서 보호마법으로 도배되어 있던 바닥이 으깨어지며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민성이 레폰의 검에 의해 삼켜진 궁니르S를 다시 꺼내려 했지만, 레폰의 검에 의해 단단히 붙잡혀 있어 쉽게 빠져나오지가 않았다.

민성은 이를 악물며 땅을 차고 전진하여 왼쪽 팔꿈치로 안면을 가격하기 위해 휘둘렀다.

레폰은 머리를 숙여 그 타격 공격을 피하며 마력을 개방하여 스킬을 시전했다.

쿠-궁!

바닥에서 레폰의 검과 똑같이 생긴, 형태의 검 수십 개가 튀어나와 민성을 향해 마치 뱀처럼 휘어지며 공격되어 들어갔다.

일촉즉발의 상황.

민성의 눈에서 마치 안개와도 같은 빛이 흘렀고, 잠들어 있던 마기가 폭발적으로 개방되었다.

민성이 쥐고 있던 궁니르S.

레폰의 검이 휘어 감고 있는 그 틈새 사이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번쩍!

민성의 마기가 마치 야수처럼 레폰의 오러를 삼켜 나갔다.

“크읏……!”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엄청나게 강대한 힘에 의해, 예상치 못했다는 듯 레폰의 얼굴이 구겨졌다.

레폰이 반격을 위해, 마력을 사용하기도 전에, 민성의 마기가 레폰의 검을 깨트리며 그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민성의 마기에 의해 레폰의 몸이 뒤로 완전히 밀려나며 허공으로 떠올라 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보호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던 대련장의 벽에 원형으로 된 마치 거미줄과도 같은 엄청난 균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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