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의 삼시세끼 281화>
테메우스는 눈을 치켜뜨며, 자신의 손에 검을 생성시켰다.
그것은 테메우스 자신이 만든 무기 중 최고라 일컫을 만한 역작이기도 했다.
그 검으로, 테메우스는 이기어검술로 날아오는 민성의 궁니르S를 쳐 냈다.
쿠-웅!
충격과 동시에 테메우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궁니르S를 쳐 내기는 했지만, 그 충격이 팔을 타고 전해지는 감각은 아찔할 정도로 강했기 때문.
반격을 하기도 전에 어느새 민성은 궁니르S를 다시 잡고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신이 인간에게 물리적인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맞춰야만 한다.
물질계에 간섭하는 순간, 신 또한 그 관여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또한 인간과 같은 물리적인 형태를 띠게 되는 만큼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강한 힘 앞에서는 타격을 입게 된다.
여유롭던 테매우스의 표정은 지금 심각하리만큼 무너져 있었다.
테메우스는 대련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임하려 했지만, 강민성이라는 인간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인간에게 죽는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남길 수도 있을 일이었다.
테메우스는 더 이상 민성을 얕보지 않았다.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진심을 담아 권능을 사용했다.
신이 가진 권능은 다양한데, 그중 테메우스가 가진 권능은 무기를 한층 더 강력하게 만드는 버프였다.
평범한 칼도 테메우스의 권능을 거치면 그 어떠한 명검도 스치는 것으로 부러트릴만큼의 힘을 갖게 된다.
그 것이 테메우스의 권능.
테메우스는 자신의 권능을 발휘했고 그가 들고 있던 검에서는 권능에 의해 찬란한 빛을 머금었다.
민성의 궁니르S와 테메우스의 검이 서로를 노리며, 섞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메우스는 그 시점부터 강민성이라는 인간을 다시 봤다.
더 이상 ‘대련’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 정도로 자신이 마주한 인간이 강했기 때문이다.
대련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오만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자신이 상대하는 인간의 능력은 우월 했다.
이미 그의 무력은 신의 경지에 다다라 있는 것으로 보였다.
대체 한낱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거지?
궁금증이 솟았으나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여유가 없었다.
당장의 전투에 집중하는 게 먼저였다.
* * *
민성은 오랜만에 전투 중 긴장감이라는 걸 느꼈다.
하급이라는 이름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은 신인 것인지, 그 능력이 범상치 않았다.
단순히 자신의 창과 그의 검이 섞이고 있는 것이 아닌, 숨겨진 뭔가가 가진 힘이 전하는 압박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압박감은 생각 이상으로 중압감이 되어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민성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 만큼 그건 테메우스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민성이 테메우스의 속사정을 알 수 있는 것까지는 아니었다.
민성 역시 하급신 테메우스처럼 지금의 전투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민성의 검과 테메우스의 검이 격돌하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충격이 민성의 검을 뒤흔들었다.
민성은 눈을 부릅떴다.
어쩌면 신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에 가까운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무위에 욕심을 버린 민성이었지만 그런 민성조차도 자극이 있었다.
신의 영역은 그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민성의 공격이 테메우스를 향해 퍼붓듯이 쏟아졌다.
궁니르S가 쉴 틈 없이 몰아쳤지만 테메우스 역시 못지 않았다.
궁니르S와 테메우스의 무기가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불똥이 튀었고, 거리 조절을 통해 회피율을 높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메우스가 여유롭다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테메우스는 현재 죽을 맛이었다.
인간이라고 해서 가볍게 놀아 주고 혼낼 생각이었는데, 자칫 하다가는 소멸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인간이란 말이냐!
테메우스는 일갈이 담긴 검을 혼신의 집중력으로 내질렀다.
하지만 민성의 진짜 실력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했다.
팽그르르르!
민성은 마치 팽이처럼 돌면서 테메우스가 찌른 검을 피하며 그와 동시에 2번의 회전 베기를 통해 테메우스의 몸을 베어 냈다.
신은 피를 쏟아 내는 것이 아닌, 신체의 일부인 파편이 뜯겨져 나갔다.
테메우스는 분노한 얼굴로 땅에 도랑이 크게 패일 정도로 크게 밟으며 훌쩍 떨어진 후, 검을 민성을 향해 내 뻗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허공에서 수십 개의 무기가 생겨나더니 마치 이기어검술처럼 민성을 표적으로 그 무기들이 일시에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민성은 테메우스가 만든 수십 개의 무기들이 날아드는 것을 보고 궁니르S에 자신의 마기를 집약시켰다.
그리고 바닥에 한 발을 굴리며, 날아드는 무기들을 향해 자신의 창을 내질렀다.
쿠그그그그그-!
콰르르르릉!
마기에 의해 테메우스의 무기들이 마치 서로 다른 극을 만난 자석처럼 밀려났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민성이 도약하여 파고들면서 테메우스를 향해 창을 찔렀다.
테메우스는 예상치 못했던 반격을 가해 오는 민성을 향해 서둘러 또 다른 권능을 발현했다.
자신이 만든 무구로 대상을 속박하려는 의도였다.
그는 대장장이의 신으로서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는데, 그가 만든 것들은 하나같이 권능이 깃들어 있는 만큼 강대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민성을 중심으로 오각형의 검은 물체가 땅에서 솟아올랐다.
하늘은 열려 있지만, 빠져 나오려고 하는 순간 마력을 흡수하며, 대상의 움직임을 90퍼센트 이상 둔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테메우스는 민성을 자신의 무구 안에 가뒀으니 이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 *
민성은 검은 물체가 자신을 완전히 관작처럼 가둬 버렸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위쪽으로 강대한 권능의 힘이 있다는 것은 감각으로 이미 파악한 후였다.
하지만 이걸 벗어나는 건 쉬운 일 같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민성은 상점창을 열어 업적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빠르게 살폈다.
그리고 그중 민성이 선택한 것은 기술이나 권능 같은 것이 아니었다.
마기의 출력이었다.
어차피 현재 가지고 있는 업적 포인트로 괜찮은 기술이나 권능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기에 올인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렇기에 민성은 고민하지 않고 마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업적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민성은 무한한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민성의 눈에서 유령 같은 빛이 출렁이듯 흘러 나왔다.
* * *
테메우스의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제 일방적인 게임이 될 거라고 믿었지만, 그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강민성이 마기의 출력 하나로 자신의 권능이 새겨져 있는 검은 무구의 벽을 파괴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검은 벽체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민성이 걸어 나와, 차가운 눈으로 허공에 떠 있는 테메우스를 노려보았다.
테메우스는 이를 꽉 깨물며, 민성을 향해 날아갔다.
테메우스의 왼팔에는 어느새 화려한 금빛 문양이 그려진 동그란 방패가 들려 있었다.
민성이 창을 찌르자 테메우스가 방패를 들었다.
창과 방패의 충돌이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테메우스의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반 이상의 데미지를 방패로 흘려보내면서, 유연하게 몸을 비틀며 민성에게 검을 찔렀다.
민성 역시 테메우스의 찌르기를 피하며 동시에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궁니르S를 쥐지 않은 왼손 주먹으로 테메우스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쿠-웅!
육중한 충격에 테메우스의 얼굴에 마치 균열이 가듯 일그러졌다.
뒤이어 민성은 자신의 이마로 테메우스의 머리를 들이박은 뒤, 그의 복부에 궁니르S를 찔러 넣었다.
푸-우우욱!
궁니르S가 테메우스의 복부를 관통하면서 그의 다리가 허공을 뜨면서 떠올랐다.
민성은 창을 찌른 그대로 궁니르S를 바닥에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앙!
쩌저저저저적!
마치 큰 지진처럼, 바닥이 엄청난 반경으로 갈라졌다.
“커억……!”
테메우스는 기침을 토했다.
인간이 아니기에 피는 토하지 않았지만, 대신 그의 몸에서는 상당량의 파편이 흩어져 나가고 있었다.
민성은 그를 밟으며 테메우스의 몸과 붉은 땅을 파고 들었던 궁니르S를 뽑아 들자마자 다시 그의 이마를 향해 내려찍었다.
콰르릉!
천둥소리를 터트리며, 내려 찍히던 궁니르S가 테메우스의 이마와 정확히 1센티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멈췄다.
고통에 물든 테메우스의 얼굴 위에서 궁니르S가 찌르지 않고 멈춘 것이다.
테메우스가 동공을 돌려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민성은 무기를 거두며 테메우스를 내려다보았다.
“……어째서 멈춘 거지?”
테메우스가 물었다.
“널 소멸시키면, 아이리스를 잘라 낼 수 있는 무기가 뭔지. 그게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
테메우스는 눈을 감으며 피식 웃었다.
“그렇군.”
실소를 흘렸던 테메우스는 창백한 얼굴로 천천히 일어났다.
배가 뚫렸음에도, 인간만큼 타격을 받지는 않는 듯 했지만 그렇다고 후유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테메우스는 지친 안색으로 천천히 일어섰다.
“더 할 건가?”
민성이 물었다.
“그 정도로 양심이 없지는 않지.”
테메우스가 힘없이 웃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신들이 분노합니다.]
[주신들이 배신감에 휩싸였습니다.]
[주신들이 당장 이번 일을 멈출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쿠르릉-!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렸다.
주신들의 분노 때문인지 때마침 타이밍이 맞았던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정신 나간 도박꾼 새X들.”
민성의 말에 테메우스가 “음?” 하고 의아한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네게 한 말이 아니다. 이 도박판에 끼어든 주신이라는 작자들이 워낙 조잘거려서 말이야.”
테메우스가 작게 웃었다.
“그럴 수밖에. 당신은 금기를 깨트렸으니.”
“상관없어.”
“그건 나도 이미 알고 있어.”
“무기는?”
“줄 거니까 너무 재촉하지 마. 그리고 내가 이 물건을 내어 주기 전에 한 가지만 기억해 둬.”
“……?”
민성이 미간을 찡그리며 테메우스를 보았다.
“금기를 깬 것에 대한 책임과 대가는 꽤 클 것이라는 것을.”
민성은 콧방귀를 뀌었다.
“웃기는 소리들 하고 있네. 저들 멋대로 인간을 도박판 말로 세워 놓고 무슨 개소리야, 그게. 그렇게 꼬우면 직접 내려오라 그래. 주신이든 뭐든 이쪽에서 놀아나고 싶은 마음 따위 10원어치도 없으니까.”
테메우스는 싱긋 미소 지었다.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이제 그만 물건 좀 내 주시지?”
민성이 차갑게 말했고, 테메우스는 피식 웃으며 민성의 바람대로 아이리스 나무를 잘라 낼 수 있는 무기를 소환하기 위해 권능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