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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79화 (27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79화>

12성좌가 각자 꺼내 든 것은 글자가 가득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마법 스크롤이었다.

그들은 원형의 형태를 만들며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서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소 괴이하고 스산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고요함이 감도는 가운데, 그들이 눈을 떴을 때 스크롤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허공으로 떠올라 한 곳으로 합쳐졌으며.

이내 스크롤을 찢어 냈을 때.

콰지지지지지직!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포탈 게이트가 열렸다.

푸른빛이 마치 불타듯이 번쩍이는 원형의 게이트를 생성했다.

12성좌들은 민성을 한 차례 돌아본 후, 포탈 게이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 명 한 명이 들어갈 때마다 파지직! 하는 소리가 나면서 그들은 포탈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모두가 들어가고 민성의 일행만이 남았다.

민성이 먼저 앞장섰고, 그런 민성의 뒤를 따라 이호성과 쏠이 오리처럼 따라 들어갔다.

* * *

포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찌릿찌릿한 감각이 전해졌고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민성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오게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서 있는 자리 주변은 온통 바닥이 구름으로 되어 있었다.

이호성은 눈알이 빠질 것 같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쩍 벌렸고, 바가지는 신기하다는 듯 주머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구경했다.

쏠은 해맑은 표정으로 구름 위를 뛰어다녔다.

“그럼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하모닉이 그렇게 말했고, 이내 12성좌 모두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민성의 일행도 구름을 밟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구름 위였음에도 불구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구름을 밟고 간다기보다 보이지 않는 땅을 밟고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신기한 구름땅을 밟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고, 지루한 이동이 계속됐다.

워낙 큰일이기도 한 만큼 이호성은 민성에게 말을 붙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소 기가 눌려 있는 이호성과는 달리, 민성의 얼굴에는 이 지루한 걷기가 신경 쓰이고 귀찮았다.

“얼마나 걸어가야 하는 거야?”

민성이 마음에 안 든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말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하모닉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뭔가가 나타났다.

구름 위에 있는 거대한 벽이다.

높이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

“여기가 바로 하급신이 있는 천상계의 입구입니다.”

하모닉이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들어가는 거지?”

민성이 벽을 손으로 두드려 보며 물었다.

단순히 힘으로 열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벽에 깃들어 있다.

“저희가 열어 드릴 겁니다.”

“어디까지 동행하나?”

민성이 하모닉을 보며 물었다.

“하급신을 만날 때까지 안내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만나자마자 싸우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아이리스 나무를 잘라 낼 아이템을 줄 수 없는지 대화를 먼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문부터 열어.”

하모닉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하모닉이 12성좌와 눈을 맞추었고, 이내 그들 모두 템창에서 목걸이를 꺼내 손목에 걸고서 벽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금빛이 벽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마치 하나의 예술품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장관이었다.

그렇게 한없이 높고 넓어 보였던 벽이 모두 금빛으로 물들었고, 이내 그들이 손을 가져다 댄 벽 쪽에 커다란 원형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마법진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더니, 곧이어 시야를 가득 메우는 섬광과도 같은 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 다시 회색빛으로 돌아온 벽에는 문이 달려 있었다.

하모닉이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열었고, 12성좌는 차례차례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민성도 일행과 함께 그 문틀을 넘어섰다.

벽 너머의 세상은 구름이 깔려 있던 지금까지의 배경과는 전혀 다른 상이한 세계였다.

하늘은 태양이 없었음에도 석양이 물든 듯 화려하게 붉었고, 땅도 붉은빛이었다.

온통 붉은빛으로 가득한 세상이었으며, 그 붉은 빛깔의 땅은 마치 가공된 대리석만큼이나 반들반들하고 평평했다.

그런 땅에 예쁜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으며 저 멀리에 산도 보였고, 바닥 곳곳에는 용암이 끓고 있는 것도 보였다.

“뭔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하급신의 세상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하모닉이 즐겁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민성은 여전히 감흥 없는 표정이었다.

“그 하급신은 어디쯤에 있어?”

하모닉은 반달로 눈웃음을 지었다.

“지금 이 길로 똑바로 계속 가면 하급신이 일하는 곳이 나올 겁니다. 하급신은 주로 거기서 머물고 있으니, 운이 좋다면 곧 만나게 될지도 모르죠.”

“그 장소에 없다면, 다른 곳은? 예컨대 집이라든가.”

“거기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이대로만 가면 아이리스 나무를 잘라 낼 수 있는 무기를 가진 하급신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인 거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안내를 계속할 테니…….”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민성이 하모닉이 말했던 방향을 보며 말했다.

“네? 그럴 필요가 없다니 그게 무슨……?”

콰르르르르릉!

민성이 템창을 열어 궁니르S를 꺼냄과 동시에 궁니르S를 방심하고 있던 하모닉의 뱃속에 찔러 넣었다.

퍼-퍼버벅!

궁니르S가 하모닉의 복부를 관통했다.

“쿨-럭!”

하모닉이 굵은 피를 한 주먹만 하게 토해 냈다.

“……이게 무슨?!”

하모닉이 충격에 물든 눈으로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말없이 궁니르S를 뽑았다.

하모닉의 배에서 내장과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 상황을 지켜본 남은 11명의 성좌들이 눈을 크게 치켜뜨며 각자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민성은 배를 붙잡고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 있는 하모닉의 어깨를 옆으로 밀어 넘어트리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궁니르S를 휘둘렀다.

콰르르르릉!

궁니르S가 거친 천둥소리를 터트렸다.

새하얀 마기의 빛이 성좌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앙!

폭음이 터졌다.

민성의 마기를 막아낸 성좌들이 얼굴을 굳히며, 격노한 표정으로 민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감정을 토해 낼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민성의 손을 떠난 궁니르S가 이기어검술에 의해 성좌 한 명의 목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민성이 붉은 흙바닥을 발로 쿵 차면서 뛰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이 관통당한 시체의 앞에서 궁니르S를 뽑아 든 민성이 시체의 어깨를 밟으며 허공으로 뛰었다.

공중에 떠 있는 민성을 보고 성좌들은 지금이 기회다 싶어 자신들의 비기를 동시에 민성을 향해 쏟아부었다.

거대한 오러의 힘이 민성을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 카운터 배리어.

적의 공격을 역으로 되돌려 주는 기술이 민성에게서 발휘되었다.

민성에게 향한 오러는 카운터 배리어에 의해 마치 유도탄처럼 공격을 했던 플레이어에게 되돌아갔다.

성좌들은 공격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처 카운터 배리어에 의한 역공격까지는 계산을 못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역공에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번-쩍!

자신들의 공격에 의해 외려 자신들이 당해 버린 상황이 되어 버리면서 11명의 성좌 전부 피하거나 방어도 하지 못하고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곧 그 큰 힘에 의해 휩쓸려 나갔다.

타격이 컸던 만큼 팔이 잘려 나간 이도 있었고, 다리가 잘려 나가거나 몸이 베여서 대량 출혈을 일으키는 성좌들도 있었다.

쓰러진 채로 잘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민성이 마치 맹수처럼 눈을 번뜩이며 마치 폐잔병과도 같은 성좌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궁니르S를 내려 찍어 나갔다.

퍼어억! 퍼어억! 퍼어억!

궁니르S가 아래로 꽂혀 들어갈 때마다 살을 찢고 들어가는 소리와 고통스러운 신음이 섞여 들어갔다.

어렵게나마 황급히 땅을 딛고 일어선 성좌들도 있었지만 상처가 심한 탓에 공격을 하기는커녕 방어를 하기에도 벅찼다.

쓰러져 있는 성좌들을 죽인 게 일곱.

쓰러져 있는 하모닉 하나.

때문에 남은 건 방어 태세를 구축한 세 명의 성좌뿐이었다.

민성은 냉랭한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비겁한!”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

“어째서 그대를 도와주려 한 우리들을 공격하는 것이야!”

세 명의 성좌들이 피를 튀기며 소리쳤으나 민성은 그들의 말을 듣고 비소를 지었다.

“내가 너희들 속을 모를 것 같으냐.”

민성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세 명의 성좌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돌처럼 굳었다.

“우리가 이대로 나약하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악을 쓰듯 소리를 지른 세 명의 성좌가 민성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며 무기를 휘둘렀다.

민성은 그런 그들의 공격을 냉정한 눈으로 훑으며 피해냈다.

꽤 타격을 입은 탓인지, 그들은 공격 속도는 물론, 무기에 실린 오러는 비실비실 해서 날카로움도 강력한 힘도 없었다.

민성의 눈에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세 명의 성좌는 멈춰 서 있는 허수아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민성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힘을 발출시켰다.

콰르릉!

뇌전이 궁니르S 주변으로 소용돌이치며, 민성이 가진 힘이 공격을 마음먹었다.

민성이 궁니르S를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퍼-억!

가장 좌측에 있던 성좌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뒤이어 횡으로 궁니르S를 그어 버리자 중앙에 있던 성좌의 목이 서-걱! 잘려 나갔다.

12성좌니 뭐니 전부 이름만 그럴 듯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그동안 괜히 긴장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물론 카운터 배리어라는 기술이 그들을 죽이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카운터 배리어가 아니더라도 그들을 죽이는 건 크게 어려운 일 같지는 않았다.

하모닉을 제외한 마지막 성좌가 괴성을 지르며 커다란 칼을 휘둘렀다.

민성은 가볍게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그 공격을 피하면서 생각했다.

곧 만나게 될 하급신과 싸우게 된다면 이런 내대륙의 플레이어들과는 차원이 다르겠지?

어느 정도일까.

신의 힘이라는 건.

민성은 그런 여유로운 생각을 하면서 궁니르S를 휘둘렀다.

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하모닉을 제외한 마지막 성좌의 허리가 반토막 나며 잘렸다.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시체의 조각.

총 열하나의 시체가 붉은 땅 위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가운데 민성은 자신의 상처를 치료 중인, 유일하게 생존한 성좌인 하모닉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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