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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75화 (27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75화>

* * *

12성좌가 민성에게 보낸 군대 병력은 그들 모두가 자신의 권능과 스킬을 3분의 2 이상을 쏟아부어, 시체로 만든 언데드 군대였다.

강민성의 전투 능력을 확인하기에는 이 제작된 살인병기를 쓰는 것 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12성좌들은 숨죽인 채, 곧 벌어질 민성과 자신들이 만든 언데드 병력과의 전투를 기다렸다.

그들로서는 이 전투에서 민성이 얼마만큼 고전하는지,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만약, 강민성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게 판명된다면 아마 이 끔찍한 회의는 당분간 뜬눈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12성좌들이 가장 바라는 이상적인 그림은, 민성이 자신들이 만든 언데드 병력에 의해 패배하여 죽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설령 강민성이 이긴다고 해도,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인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부디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12성좌는 곧 전투가 벌어지게 될 현장을 비추고 있는, 영상을 집중하여 주시했다.

* * *

민성은 엄청난 병력으로 나타난 무장된 군사들을 보며 관절을 두두둑 풀었다.

몸을 편안하게 풀어 준 다음, 시선을 들어 군사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군사들은 마치 두려움이란 없다는 듯이 거침없이, 그리고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민성은 이번에 자신의 전력을 상당 부분 사용할 생각이었다.

시간은 끌지 않는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복잡함을 지우고 단순화한다.

시간이 곧, 전부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단번에 끝장낸다.

민성의 눈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와 함께 민성이 쥐고 있는 창 궁니르S에서도 마기가 흘렀다.

웅, 웅, 웅!

궁니르S가 얼른 튀어 나가고 싶다는 듯 울부짖는 것처럼, 울리는 소리를 냈다.

민성은 광폭한 기운이 잠재된 눈빛으로 놈들을 노려보며 이기어검술을 사용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궁니르S가 굶주린 짐승처럼 달려 나갔다.

콰지지지지직!

쇄애애애액!

뇌전을 뿌리고, 공기를 찢으며 날아간 궁니르S가 일천의 군사들이 모여 있는 중심. 그 바닥에 꽂혀 들어갔다.

그리고.

민성의 마기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은빛의 갑옷을 입은, 12성좌의 유령이 마기의 힘에 의해 사방으로 휩쓸려 나갈 때 민성이 그들을 향해 뛰었다.

순식간에 군사들에게로 이른 민성이 바닥에 꽂혀 있는 궁니르S를 뽑아 들며 한 바퀴 회전하면서 궁니르S를 휘둘렀다.

콰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뇌전이 번쩍이며 그 마기의 힘에 의해 군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무려 12성좌의 힘에 의해 생성된 고위 몬스터나 다름없는 유령체였지만, 민성의 힘 앞에 그것은 한낱 실체가 없는 깡통에 지나지 않았다.

민성은 마치 쓸어담듯이 12성좌의 유령들을 정리해 나갔다.

궁니르S가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유령들의 갑옷이 찌그러지고, 부서지며 날아갔다.

일천에 달했던 유령 군사들의 중심에서 민성은 스스로가 토네이도가 되어 12성좌가 보낸 군사를 집어삼켜 나갔다.

* * *

“……이럴 수가.”

12성좌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신음만을 흘렸다.

민성의 무위는 12성좌가 보기에 베아트리체 내대륙의 한 자릿수 랭커와 맞먹을 정도로 추정될 정도였다.

12성좌가 모여 있는 회의장은 차가운 침묵을 넘어서서 싸늘한 공간으로 변해 갔다.

* * *

민성은 조금 거칠어진 숨을 뱉었다.

하지만 그건 몇 분만 숨을 고르면 괜찮아질 일이었다.

민성은 숨을 가다듬으면서 주변을 훑었다.

더 이상 살아 움직이는 12성좌의 언데드 군사는 없었다.

일천에 달했던 12성좌의 언데드 군사는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뼛조각이 되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민성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철로 변해 버린 갑옷들과 뼈다귀가 발에 차였다.

확인 사살을 위해, 주변을 돌아다녀 봤지만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 민성은 궁니르S를 템창에 넣었다.

그 순간-

주신들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주신들이 숨겨진 플레이어의 힘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포인트를 선물한 주신들이 환호를 보냅니다.]

[업적 포인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명성이 급등 중입니다.]

[‘12성좌’와의 전투가 가능해집니다.]

[12성좌를 쓰러트릴 경우, 베아트리체 내대륙 안에서, 모든 플레이어와 명성대전이 가능해집니다.]

민성은 시스템 문구를 보며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뭘, 따질 것 없이 대전이 가능했기 때문에 단순한 만큼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가는 게 가능 할 것 같았다.

“헌터님.”

이호성이 바가지와 쏠과 함께 민성의 뒤에 서며 민성을 불렀다.

“바로 출발한다.”

민성이 목적지 방향을 보며 말했다.

“지금 바로요? 하지만 휴식을 좀 취하셔야 할 텐데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라도요.”

이호성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민성을 보며 말했다.

“회복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아. 시간을 줄이는 게 먼저다.”

민성이 바가지를 주머니에 지갑을 넣듯 챙긴 뒤 땅을 차고 뛰었다.

눈부신 속도로 앞서가는 민성을 보며 이호성이 곧장 뒤따랐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실체가 없으니 일종의 몬스터지만 이호성이 처음 그 군사를 봤을 때 느낀 공포감은 상당했다.

하나하나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민성은 일천에 달하는 병력임에도 불구하고 단신으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그 병력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예상을 못 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호성은 앞서 가는 민성의 뒷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강민성은 베아트리체의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 * *

오래된 침묵이 이어졌다.

12성좌 중 어떤 이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정도로 현재의 상황은 심각했다.

그러던 중, 회의를 주도했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내대륙에 들어온 저 뉴 플레이어와 우리 12성좌가 부딪친다면…….”

사내는 살짝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전멸할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설령 잡는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클 것이고, 그사이 우리의 토지를 노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테니 큰일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대안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

11명의 시선이 로브를 쓴 사내에게로 모여 들었다.

그는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긴 숨을 뱉었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들며 입을 열었다.

“금기를 깨트려야죠.”

사내의 발언에 회의장에 자리한 성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키지 않더라도,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성좌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어느 하나 반론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3분의 2에 달하는 마력량을 쏟아부은 병력이 실체가 없기에, 성좌들의 실제 능력에 비해서는 상당히 약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양의 마력이 투입된 병력이었다.

그런 병력을 개미 죽이듯 학살해 버린 능력을 가진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치고 나오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분명 12성좌들로서는 상상 이상이었다.

결국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금기를 깨는 건 위험하지만, 가장 효율적이다.

피를 보지 않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성좌들 중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사내가 말했다.

고민이 길어졌지만, 결국 그들의 의지가 시간을 이길 수는 없었다.

금기를 깨자는 제안은 결국 받아들여졌고, 그 즉각 12성좌는 회의장을 벗어났다.

계획은 섰으니, 남은 건 실행뿐이었다.

* * *

민성의 일행은 12개의 대도시가 벌집처럼 존재하며, 12 성좌가 관리하고 있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을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보였고, 첫 번째 대도시인 ‘호른’ 도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커다란 성문을 통과해야만 했다.

민성은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는 입구 쪽으로 가면서 당연히 늘 그랬듯 저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비병들은 민성의 얼굴을 보고서는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식의 다소 강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장 성문을 통과할 것을 허락했다.

“뭔가…… 저희를 알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게 드는데요?”

이호성이 민성의 옆으로 붙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민성은 별달리 신경 쓰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이호성은 여전히 도시의 분위기가 수상하다는 듯 여기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첫 번째 대도시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중년 여성부터 늙은 여인까지,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보였고, 젊은 여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건 베아트리체에서 어딜 가든지 마찬가지였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규모였다.

이곳의 대도시는 황폐한 베아트리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과 밝은 기운으로 북적거렸다.

마치 중세시대로 타임슬립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건축의 형태 역시 고급스러운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봐 왔던 건물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기본적으로 이곳의 ‘호른’ 대도시는 꽤 부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을을 걷고 있는 도중 병사를 이끈 한 무리가 민성의 일행이 있는 쪽으로 오고 있는 게 보였다.

민성은 멈춰 섰고, 그들 역시 민성의 앞에서 멈춰 서서 예를 갖췄다.

모두 여자였고, 아름다운 외모의 병사들이었다.

“12성좌의 명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선 저희 ‘호른’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민성은 그녀들을 보며 즉각 따라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앞장서.”

민성이 턱짓하며 말했다.

그녀들은 절도 있게 몸을 돌려, 민성의 명령대로 자신들의 성으로 안내하기 위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뭐, 느낌이긴 하지만 싸우자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민성은 하품을 하며 눈으로 마을을 훑었다.

“가 봐야 알겠지.”

이호성은 이 와중에 하품이 나오는 민성이 정말 대단했다.

크로크가 그렇게 이를 갈았던, 12성좌라는, 내대륙의 플레이어들이 있을 이 도시에서.

하품이라니.

함께한 지 꽤 오래됐지만, 여전히 이호성은 민성의 대범함과 능력이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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