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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70화 (270/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70화>

김 가루와 야채, 그리고 특제 소스가 섞인 감자탕 볶음밥의 맛은 상상을 초월했다.

예상했던 바를 가볍게 넘어서는 맛이다.

바삭하게 마치 누릉지처럼 볶아진 볶음밥은 숟가락으로 스윽 긁어서 먹으면 그 맛이 달콤함의 절정이다.

밥과 단맛의 조화가 이토록이나 높은 밸런스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민성은 빠작빠작하고 달달한 볶음밥을 마리와 함께 소리 없이 흡입했다.

* * *

성으로 북귀한 크로크는 신경질적으로 피로 물든 투구와 갑옷을 벗어 던지고는 자신의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목욕물이 준비되었사옵니다.”

부하가 말했으나, 크로크는 관자놀이에 주먹을 괸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부하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사이 생각을 마친 크로크는 부하를 보았다.

부하가 더 깊이 허리를 숙였다.

“보고.”

크로크가 낮은 시선으로 그를 보며 짧게 말했다.

“이방인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만 곧 성으로 올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본래 처형하기로 했던 꼬마 마녀 ‘마리’라는 소녀는 마을 사람들이 다시 안고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마녀. 마리라면……. 꼬마 마법사를 얘기하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크로크는 천천히 일어섰다.

“일단 좀 씻어야겠다. 샤워 후에 바로 나설 거니까 말 한 필 준비해 놓도록.”

“예, 성주님.”

부하가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 * *

목욕을 마치고 나온 크로크는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침실 침대 위에 놓인 아이템을 보며 옅게 웃음 지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침대 위에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무기인 금속으로 덮은 보호용 가죽 장갑 건틀릿이 있었고, 그 옆으로는 전쟁을 통해 얻은 전리품이 함께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건틀릿은 지금까지 자신이 주로 써 왔던 무기였고, 그 옆에 위치한 쇠사슬은 이번 전쟁을 통해 아이히만을 죽이고 얻은 보물이다.

이 쇠사슬은 평범한 쇠사슬이 아니다.

아이히만이 가지고 있던 보물로서, 엄청난 마력의 힘이 담겨져 있는 보물.

“멍청한 자식.”

크로크는 아이히만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아이히만은 이 쇠사슬을 자신의 무기로 쓰지 않고 영지를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크로크는 겨우 그런 곳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쇠사슬은 공격력을 올려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그 어떠한 척박한 땅도 기름지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보물 중의 보물인 것이다.

단순히 힘을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영토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늦게라도 이 쇠사슬을 뽑았더라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자만이 과했군, 아이히만.”

크로크는 혀를 차며 쓴웃음을 지었다.

본래 아이히만 성주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형이었으며, 자신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가진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아이히만은 자신의 영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살았고, 반대로 크로크 자신은 오직 강해지기만을 바라며 거친 태풍을 뚫어왔다.

그 차이가 만든 결과일 뿐.

놀라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키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쇠사슬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아이히만을 죽이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껏 나태하게 힘을 키우지 않았던 만큼, 설령 아이히만이 이 쇠사슬을 썼다 하더라도 자신을 막아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이템으로 그 긴 시간의 격차를 줄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을 자신이 쓴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자신은 성장했으며, 앞으로 더 큰 성장을 꿈꾸고 있었다.

이 아이히만의 쇠사슬 ‘키엘’이 바로 자신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었다.

“12성좌까지 차례대로 씹어 삼켜 주마.”

크로크는 피식 웃으며 침대 위에 놓아 둔 건틀릿을 들어 손에 장착했다.

그리고.

손을 뻗자.

촤르르륵-!

쇠사슬이 저절로 뱀처럼 움직이더니 이내 크로크의 오른손 쪽 건틀릿에 똬리를 틀 듯 순식간에 휘어 감겼다.

콰지지지직!

쇠사슬이 휘어 감긴 건틀릿에서 강력한 마력의 파장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크로크가 주먹을 꽉 쥐자.

파캉!

강렬한 푸른빛이 크로크의 건틀릿에서 번쩍였다.

* * *

식사를 마치자 이호성이 후식으로 과일을 내어 주었다.

백도였다.

민성은 포크를 들어 먹기 좋게 잘라져 있는 부드러운 복숭아를 콕 찍어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맛있다.

향긋한 백도 향이 코끝을 스친다.

또한 거의 씹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웠으며 과즙은 흘러넘칠 정도였다.

마리도 복숭아를 먹고 있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높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복숭아를 먹었다.

하지만 감자탕에 볶음밥까지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두 조각 정도밖에 먹지 못하고 민성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마리는 이 맛있는 걸 왜 안 먹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민성을 보면서도 왜 안 먹냐고 묻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에게 한 개라도 복숭아가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마리가 복숭아를 한 개 더 먹을 때쯤, 민성은 이호성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오라고 말했다.

허름한 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이호성은 민성에게 고급 루아 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향이 엄청난데?”

한 모금 마셔 보고 민성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입에 맞으십니까?”

“물론이다.”

만족스러운 듯한 민성의 대답에 이호성이 웃음 지었다.

“루아 커피라는 겁니다. 최고급 커피죠.”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히 최고급이라 그런지, 향이 굉장히 고급스럽다.

이 진한 향이 전혀 불쾌하지 않고 또한 부담스럽거나 과하지도 않다.

커피 향이 이토록이나 달콤할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일 정도였다.

민성은 루아 커피를 한 모금 더 즐긴 뒤, 커피 잔을 놓으면서 마리를 보았다.

자신의 커피를 보고 있던 마리는 민성의 시선에 황급히 눈을 돌리며, 백도를 먹었다.

여전히 마리는 민성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보고 있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민성이 말했다.

그러자 마리는 긴장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성을 보았다.

“골든 코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민성이 마리를 보며 물었다.

마리는 눈치를 살피다가 민성의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들었어요.”

마리가 말했다.

“어떻게?”

“영지에서 절 찾은 적이 있어요. 이것저것 검사할 게 있다고. 그래서 성에 갔을 때, 우연히 들은 거예요. 그래서 확실한 건지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죄송해요.”

마리가 주눅 든 표정으로 말했다.

“다 먹었으면 그만 돌아가.”

민성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마리는 민성의 눈치를 살피며, 이호성과 눈이 마주쳤다.

이호성은 상냥하게 웃어 주었다.

그 덕분인지 마리는 용기를 냈다.

“저기…… 내일 또 밥 먹으러 와도 되나요?”

마리가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민성을 보며 물었다.

“내일쯤이면 아마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거다.”

민성이 먼 곳을 보며 말했다.

“어쩌면 오늘 밤이 될지도 모르지.”

마리는 민성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쿵쿵!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모두 시선이 소리가 나는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이호성이 문을 열어 주었고, 그곳엔 2명의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번과는 달리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마리 있습니까?”

한 사내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호성이 물었다.

“병에 걸렸던 사람들이 모두 나았습니다. 마리 덕분이라고, 파티를 하자고 하는군요. 멧돼지 한 마리를 마침 잡은 게 있어서, 그것으로 파티를 할 요량인데. 함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사내가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마을 촌장이었다.

이호성이 민성을 보았다.

“난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까. 갔다 와.”

이호성이 민성에게 다가갔다.

“비밀문서를 찾으려면 성으로 가서 크로크를 만나 봐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제가 파티에 가도…….”

“크로크의 플레이어를 죽였다. 만약 성으로 가는 사이 엇갈려서, 크로크가 여기로 오는 수가 생길 수도 있어. 우선 크로크의 위치를 파악하기까지 대기한다.”

이호성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호성은 인사를 올린 후, 마리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 * *

마녀라고 불리던 ‘마리’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처음에는 마리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마리가 병든 자들을 치료하고,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 비가 내릴 수 있도록 능력을 발휘하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마리를 통해 마을의 환경이 더 나아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면서부터 마리를 증오하고 싫어했던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었다.

또한 그녀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급변했다.

멧돼지 통구이와 마리의 마법 능력으로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서 크로크 영지의 마을 사람들은 오늘의 파티를 축제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축제의 이름은 ‘마리의 날’이었으며, 그녀의 새로운 생일이기도 했다.

“이 모두가 플레이어님들 덕분입니다.”

젊은 촌장이 축제의 현장을 보며 말했다.

이호성은 맥주를 마시면서 웃었다.

“제가 아니라, 제가 모시고 있는 분 덕분이죠.”

“만약 당신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마을은 저 어린 꼬마소녀를 끝까지 죽이려 들었을 겁니다.”

촌장은 수많은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춤을 추고 있는 마리를 보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겠죠.”

이호성은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그의 바람처럼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크로크의 존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크로크의 플레이어들이 마리를 데려가려고 했었습니다. 왜죠? 마을 사람들이 위험 대상이라고 여기고 있었고. 그 치안상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

촌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처음엔 크로크 님이 마리의 마법 재능을 높이 샀고, 키워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가서 살펴보고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인지, 그녀를 성 밖으로 다시 내쫓았어요.”

“저 소녀가 미움 받기 시작한 건 그럼 언제부터죠?”

촌장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번졌다.

“그녀는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폭행했죠.”

“아아. 거기서부터.”

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마리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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