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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69화 (269/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69화>

이호성은 민성의 명령대로 비밀문서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하여 밖으로 나섰다.

공기가 눅눅하더니 결국 비가 내렸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이호성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스킬을 이용하여 탐색을 시작했으나, 꽤 오랫동안 찾아봤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 영지의 지배자를 만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돌아온 이호성의 보고에 민성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호성을 보았다.

“그치는 곧 만나게 되겠지. 그보다 비도 오는데, 뭐가 좋을까?”

“네? 아, 식사요?”

“그래.”

“잠시만요.”

이호성은 창가로 가서 창밖의 비 오는 거리의 풍경을 보며 어떤 음식이 좋을까 생각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자탕 어떠십니까?”

“좋지. 준비해.”

“예.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이호성이 빙긋 웃으며, 음식 준비에 나섰다.

소매를 걷고, 손을 씻은 다음 재료를 꺼내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찰나, 콩콩-!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호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우비를 입고 있는 소녀 ‘마리’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어? 마리, 안녕?”

이호성이 잠깐 놀랐다가 웃으며 인사했다.

“들어가도 될까요?”

마리가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밥 먹으려고 준비하려던 참이었어. 같이 먹을래?”

마리가 반짝반짝하는 눈으로 이호성을 보며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정말요?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게다가 여긴 너희 집이잖아. 그리고 우리가 여기 머무는 동안 최대한 많이 얻어먹어 두는 게 좋을걸?”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 그만하고 들어와.”

이호성이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마리가 들어와 우비를 벗었다.

이호성은 다시 재료 손질 준비에 나섰다.

그사이 마리는 우물쭈물하며 민성에게 다가갔다.

민성의 포스에 눌린 듯 마리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민성은 마리에게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민성이 마리를 향해 검지를 까딱였다.

마리는 여전히 긴장한 채로 민성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됐어?”

민성이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잘 대해 주고 있어요. 물론 몇몇 사람들은 아직 절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저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

마리가 생글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

“아저씨들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민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건 알겠고,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게 궁금하신가요?”

마리가 귀여운 표정으로 물었다.

“골든 코드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골든 코드는 고대의 문서를 통해 확인된 정보로서, 숨겨진 비밀문서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강력한 힌트였다.

물론, 꼬마 마녀라 불리며 마을 주민 사람들에게 쫓겨 다녔던 아이였기에 별달리 기대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던진 질문이었고.

“네, 알고 있어요.”

마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어 놓았다.

민성이 놀란 눈으로 마녀를 보았고, 음식을 준비하던 중에 이호성 역시 경악한 표정으로 마리를 보았다.

만약 이 꼬마 마녀라 불리던 아이가 마을 주민, 혹은 크로크의 병사들에 의해 죽었다면, 비밀문서를 찾을 수 있는 힌트인 골든 코드를 절대로 알아낼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아찔한 감각이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민성은 등받이에서 허리를 떼고, 몸을 바로 세우며 마리를 직시했다.

“알고 있는 걸 말해 봐. 골든 코드가 뭐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해결점이 찾아옴으로써 민성은 늘어져 있던 집중력이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12.”

마리는 나지막하게 숫자 12라는 말을 꺼냈다.

“12라는 숫자가 골든 코드라고?”

마리가 민성을 향해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왜 골든 코드가 12라는 숫자로 이어지는 건지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어요.”

민성은 다소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마리를 보았다.

이 작디작은 여자아이가 이 정도로 엄청난 고급 정보를 알고 있을 줄이야.

민성은 놀람을 감추고 집중 했다.

“말해 봐. 왜 골든 코드가 12라는 숫자인 건지.”

“12개의 이름이 들어있는 명단. 그리고 성좌.”

“……12개의 이름. 그리고 성좌라.”

민성은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렸다.

마리가 엄청난 고급 정보를 준 덕분에, 골든 코드를 알아냈고, 그를 통해 비밀문서가 얼추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갔다.

고대의 문서가 던져 준 퀘스트.

숨겨진 비밀문서는 일종의 리스트(List)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12명의 성좌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고, 아마 그 성좌는 플레이어이자 내대륙의 고위 랭커들일 것 같았다.

“다른 건, 더 알고 있는 건 없어?”

“거기까지가 전부예요…….”

마리가 다소 주눅 든 표정으로 말했다.

민성은 마리를 보며 엷게 웃었다.

“어깨를 펴라. 밥값은 충분히 했으니.”

민성이 웃어 주자 마리는 다소 긴장이 풀어진 표정이 되었다.

“엄청난 정보를 알려 줬으니, 마리를 위해서 감자탕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야겠군요.”

마리가 헤- 벌어진 입으로 이호성을 돌아보았다.

“감자탕……?”

“그래, 감자탕. 아주 맛있을 거다, 마리.”

이호성이 마리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마리는 기대감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일전에 먹었던 돈가스와 아이스크림은 천상의 맛이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그런 천국과도 같은 맛.

그런 음식을 또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거기다 아주 맛있는 걸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 마리는 등에 날개를 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마리는 의자에 앉아 이호성이 음식이 만드는 것을 보았다.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쿡쿡 찔렀다.

마리는 입을 벌린 채, 넋이 나간 얼굴로 이호성이 감자탕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

* * *

감자탕이 완성됐다.

식탁 위에 놓인 감자탕이 보글보글 끓으면서 하얀 김을 피워 올렸다.

마리는 거의 턱이 빠질 것 같은 상태로 그 감자탕을 내다보고 있었다.

“턱 빠지겠다.”

이호성의 말에도 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턱이 빠질 것 같은 얼굴로 감자탕을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호성이 만든 감자탕은 그냥 감자탕 전문점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완벽한 감자탕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우선 비주얼이 폭력적이다.

까만 냄비 안에 감자와 등뼈가 마치 섬처럼 자리를 잡고 있고, 보글보글 거품을 터트리고 있는 국물은 진한 향을 풍긴다.

또한 감자와 등뼈 위에 소복이 쌓여 있는 깻잎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를 얻어맞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공격적이다.

이호성이 새하얀 쌀밥을 내려놓고, 그제야 식사에 대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사인이 떨어졌다.

민성과 마리는 그와 동시에 마치 달리기 선수가 총소리에 반응하여 뛰어나가는 것처럼 숟가락을 들고 움직였다.

우선 국물을 떠먹었다.

걸쭉하게 끓여진 국물은 역시 깊고 진했으며, 무겁고 또한 달짝지근하여 입맛을 확 끌어 올렸다.

민성은 간단히 입안에 국물로 워밍업을 한 다음, 커다란 등뼈 하나를 앞접시에 내려놓았다.

이호성은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장 또한 만들어 놓았다.

고기를 젓가락으로 뜯어내서 장에 찍어 먹어 보자 뇌를 찌르는 강렬한 맛에 온 몸이 찌르르 울리는 듯했다.

꽤 새콤하면서도 짭조롬한 장의 맛은 달콤함의 극치였다.

거기에 한없이 부드럽게 씹히는 등뼈 고기의 맛은 폭식을 하게끔 만드는 위험한 맛이다.

민성은 눈을 크게 뜨고 감자탕을 먹는 데 집중해 속도를 올렸다.

감자탕 국물에 푹 젖은 깻잎과 도톰한 등뼈 고기를 뜯어서 함께 장에 찍어 먹었다.

우물우물-

마치 포탄을 쏘는 듯한 강렬한 힘이 뿜어지는 것과도 같은 맛이다.

거기에 밥을 한술 뜨고 진하고 무거운 감자탕 국물을 떠먹으니, 그야말로 극상의 맛이다.

또한 감자탕 국물에 들어 있는 진짜 메인 중의 메인 감자는 어떠한가?

숟가락으로 부드럽게 자른 후, 국물과 함께 먹는 감자의 맛은 실로 살인적이다.

그리고 감자탕이 주는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직 새로운 것이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조개 속에 진주처럼 감자탕 국물 속에 감춰져 있던 수제비다.

어른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크기의 작은 수제비였지만, 감자탕의 진한 국물을 잔뜩 머금은 수제비의 맛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수제비가 진정한 핵폭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정도로 국물을 잔뜩 흡수한 수제비의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과 부드러움은 백기를 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들게 될 정도로 강력한 맛을 자랑했다.

수제비와 잘게 잘린 깻잎이 어우러진 국물을 밥 위에 삭 비벼서 그대로 한술 떠서 먹으면, 입안에서 토네이도와 같은 진한 맛이 휘몰아친다.

거기에 가장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건 바로 중간 작업에 있다.

등뼈를 뼈째로 분리하여 뜯어서 입으로 쭉쭉 빨아먹으면, 고기와 연골이 입안으로 휘리릭 빨려 들어오며 진정한 감자탕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순식간에 고기를 해치우고, 꽉 찬 맛의 감자와 부드러운 수제비, 그리고 흥건하게 젖은 시래기의 질퍽한 맛은 그냥 그대로 기절해 버릴 것 같은 맛이었다.

민성이 순식간에 마리와 함께 반 이상을 해치운 것을 보고 이호성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더 드실 수 있으시죠?”

민성이 무슨 의도로 묻는 거냐는 눈빛을 보냈고.

“볶음밥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호성이 마치 심장을 찌르듯 강력한 한 방을 날려 주었다.

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손을 씻고 돌아왔다.

이호성은 이미 바가지의 흑마법으로 불을 써서 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

밥을 치익- 치익! 볶는 소리가 들렸다.

민성은 폭식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국물을 덜어 내고 만드는 감자탕의 볶음밥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리와 함께 볶음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흘깃 마리를 보았다.

꼬마 마녀라 불리던 그 소녀는 완전히 감자탕에 의해 의식이 날아가 있다시피 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눈이 못 박듯이 이호성이 만드는 볶음밥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맛이다.

자신도 이렇게 맛있을진대, 마리라고 오죽할까…….

민성은 이호성의 요리 실력이 서서히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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