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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65화 (26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65화>

중대 병력의 병사들은 갑자기 괴이하게 변해 버린 이호성의 버서커 상태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흘러나오는 거친 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외양이 꽤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새빨갛고 긴 머리.

짐승처럼 자란 송곳니.

피를 머금은 것만 같은 붉은 눈.

마치 다이아몬드를 깎아 놓은 것만 같은 근육의 형태.

버서커로 변한 이호성에게서는 강력한 포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호성의 눈이 반달로 휘어지고 입은 찢어지듯 길게 벌어졌다.

마치 악마가 웃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병사들은 일제히 소름이 끼쳤다.

이호성의 버서커 상태는 이미 진화되어 있었다.

전신에선 마치 불이 피어오르는 듯 불씨가 번쩍였고, 검은 기류가 올라왔으며 그 검은 기류는 마치 악마의 형상을 닮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중대 병력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을 직감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예감은 적중했다.

이호성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모여 있는 중대 병력의 중심으로 뛰어든 것이다.

서-걱!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의 플레이어 갑옷이 찢어지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흐흐흐……!”

이호성은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패도적인 쾌검을 휘둘렀다.

화려한 스킬 이펙트는 없었지만, 이호성이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속도로 중대 병사들이 속절없이 베어져 나갔다.

삽시간에 바닥이 피로 물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푸부부-북!

이호성의 검이 두 명을 꼬치 꿰듯이 동시에 꿰뚫었다.

이호성을 잡기 위해 병사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었지만…….

그럼에도 이호성은 오히려 광소까지 터트리며 검을 휘둘렀다.

달려들던 5명의 병사들이 열여덟 조각이 나면서 살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아직 살아 있는 병사들은 질린 얼굴로 이호성을 마치 괴물을 보듯이 하며 뒷걸음질 쳤다.

아직까지도 열다섯 명이나 남아 있어 수적으로 훨씬 우세했지만, 그들은 이미 마음 안에서 패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15명의 크로크 병사들이 검을 들고 웃고 있는 이호성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호성은 그런 모습의 병사들을 향해 낮고도 크게 울리는 소리로 웃으며 자세를 낮췄다.

발도의 자세를 잡은 후, 이호성이 이를 꽉 물고 땅을 쾅 오른발로 굴리며 병사들을 향해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번쩍! 하고 이호성의 검에서 눈부신 섬광의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열다섯에 달하는 병사들이 양단되면서 시체가 되어 후두둑! 바닥에 쓰러졌다.

휘이잉-!

바람이 불었다.

이호성은 검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서는…….

“크크크크- 크히히히. 크하하하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렸다.

민성은 그런 이호성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멀뚱멀뚱 있던 바가지는 죽은 시체들을 자신의 언데드로 거두기 위해 뛰어갔다.

그때-

이호성이 민성을 돌아보며 여전히 반달눈 상태로 입을 찢으며 웃었다.

“크크크큭! 어떻습니까? 만족하셨습니까?”

본래 이호성은 버서커 상태에선 의식이 없었다.

또한 지속시간이 굉장히 짧았는데, 버서커 능력이 진화한 이후로 달라졌다.

100퍼센트의 의식은 아닐 것이다.

아마 50퍼센트 정도.

“헌터님, 지금의 느낌대로라면 헌터님과 어느 정도 겨뤄 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신을 좀 못 차리는 것 같다.

민성은 엷게 웃음 지으며 팔짱을 풀었다.

“와 봐.”

민성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이호성의 입이 더 길게 찢어졌다.

그의 머리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검은 기류의 형상은 점점 더 선명하게 악마의 형상을 만들어 갔다.

“똥개,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려.”

바가지가 이호성의 발목을 손으로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호성의 시선은 민성에게 머물러 있었고,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그것은 아마 본능일 것이다.

이호성은 고양감에 취해 있었다.

지금 당장 표출해야 할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 충동은 무모함을 넘어서는 용기를 만들어 냈다.

지금의 이호성처럼.

쿠-웅!

이호성이 지면을 밟고 튀어나가자, 바닥이 울렁거렸다.

거리를 좁히는 것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번-쩍!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마치 실처럼 아주 얇지만, 그 안에는 강대한 힘이 서려 있는 검기가 민성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민성은 가볍게 몸을 비트는 것으로 그 공격을 피해 냈다.

이호성의 눈에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민성의 무력이 가진 존재감이 뿜어내는 힘 때문이다.

그 힘에 의한 자극으로 이호성은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각오를 굳히고서 민성에게 접근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이호성이 검을 휘둘렀다.

민성은 가볍게 머리를 숙여 피한 뒤, 이호성의 가슴에 주먹을 때려 넣었다.

퍼-어엉!

마치 차가 서로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나며 이호성의 몸이 공중을 날아 바닥에 떨어지면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 모습을 보며 바가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이호성은 포기할 생각 따위는 절대 없다는 듯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민성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치 미친개처럼, 이호성은 붉은 눈으로 민성을 잡아먹을 듯이 쾌검으로 다발의 검기를 발출했다.

7개의 검기 다발이 민성에게 날아갔다.

민성은 전혀 동요가 없는 눈으로 그것을 보다가 잔상이 남을 정도로 움직였다.

스킬이 아닌 단순 이동으로 발출된 검기를 피하고 이호성의 좌측에 위치했다.

이호성이 눈으로 따라잡으며 검을 쓰기도 전에, 두 번 째 주먹이 날아들었다.

꽈앙!

민성의 주먹이 이호성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코가 부러지고, 이빨이 나가면서 이호성의 얼굴이 절반쯤 함몰되다시피 되며 다리가 붕 떴다.

그리고 거의 그 자리에서 두 바퀴 반을 회전하고 바닥에 쿵 떨어졌다.

민성은 손을 휘둘러 주먹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크으으으……!”

이호성이 뭉개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실력을 갖추기도 전에 겁이 없으면…….”

민성이 말을 이었다.

“제 명에 못 살 거다.”

무자비한 주먹이 날아든다.

이호성의 안면, 가슴, 복부, 옆구리에 총 7방의 권흔이 새겨졌다.

이호성이 쿨-럭!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컥!”

피를 줄줄 흘리며, 타격에 의한 후유증으로 몸이 제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민성이 천천히 이호성에게 걸어갔다.

민성이 이호성의 멱살을 틀어잡았고, 이호성은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민성은 이호성의 붉은 눈을 보면서 엷게 웃었다.

이호성의 동공이 커졌고, 민성의 주먹이 강렬하게 이호성의 얼굴을 찍어 내렸다.

“끄으.”

이호성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신음을 흘렸다.

“꽤 버티네?”

민성의 주먹이 다시 찍혀 들어갔다.

퍼억!

“끄윽. 그, 그만.”

퍼어억!

“켁!”

민성이 주먹을 뒤로 조금 더 당겼다.

그리고.

퍼어어억!

이내 이호성의 버서커 상태가 풀리며, 축 늘어졌다.

민성은 잡고 있던 이호성의 멱살을 놓았다.

이호성이 흙먼지를 날리며 죽은 듯 미동 없이 털썩 쓰러지듯 누워 버렸다.

바가지가 쫄랑쫄랑 뛰어왔다.

상태를 체크한 후, 자신의 주인인 민성을 올려다보았다.

“살아 있어요!”

바가지가 앙증맞게 외쳤고.

“알고 있다.”

민성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똥개가 왜 이러는 걸까요?”

민성은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이호성을 보며 짧게 한숨 쉬었다.

“나도 알고 싶다.”

민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쏠을 불렀다.

500미리 생수 한 통을 건네받아 꿀꺽꿀꺽 마신 뒤,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았다.

“적당히 치료해 둬.”

민성이 말했고.

“네, 주인님!”

바가지가 또박또박하게 대답했다.

* * *

끔뻑. 끔뻑.

이호성은 눈을 뜨자마자 아려 오는 통증에 앓는 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어떻게 된 거지?’

이호성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분명, 크로크 영지의 중대 병력을 이끈 은발 사내와 한판 붙었다.

그리고…….

그래! 버서커. 버서커 상태가 됐다. 놀랍게도 버서커 상태가 되었던 때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민성에게 개겼던 것까지도 기억이 났다.

이호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버서커 상태가 되면 아주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다.

자기 자신이 한 행동이었음에도, 버서커 상태에서의 자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까불어도 상대를 봐 가면서 까불어야지, 강민성에게 덤비다니.

이호성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가 통증에 다시 움찔 몸을 떨었다.

템창을 열어 포션을 꺼내 있는 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도 시간이 꽤 흘러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으으…….”

포션을 엄청 많이 썼는데도 불구하고 일어서면서 온몸이 몽둥이로 두드려 맞은 것 같은 얼얼함이 전신에 가득했다.

이호성은 비틀거리며 서서 부어 있는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여긴 어디야?”

어둡고, 공기는 눅눅했으며, 고약한 냄새가 났다.

출입문 쪽을 열자, 이호성은 자신이 누워있던 곳이 마구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구간 밖으로 나와 거리를 보자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간 거지?”

이호성이 그렇게 중얼 거렸을 때, 마구간 안에서 바가지가 타박타박 걸어 나왔다.

“똥개, 일어났어?”

바가지가 하품을 하며 이호성의 아래에 섰다.

“아, 거기 있었냐? 헌터님은? 설마 마구간에?”

이호성이 놀란 눈으로 마구간 안을 보았다.

마구간 안 역시 텅 비어 있었다.

강민성도 없었고, 마구간임에도 말도 없었다.

“우리 주인님이 이런 곳에 계실 수야 없지.”

“그럼 어디 가셨는데?”

“식사하고 계셔.”

“아…… 그렇구나. 내가 직접 해 드렸어야 했는데.”

“주인님한테는 왜 그런 거야?”

바가지가 책망하듯이 말했다.

이호성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혀를 찼다.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버서커가 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내가 생각해도 가관이더라. 하하.”

이호성은 웃다가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며 턱을 붙잡았다.

“으으…….”

자업자득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바가지가 한심하다는 듯이 이호성을 보며 “어휴.” 하고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근데 헌터님, 식사는 어디서 하고 계신 거야?”

이호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바가지를 보며 이어 물었다.

“맞아. 그리고 그 쫓기던 소녀는?”

바가지는 마구간에서 북쪽 방향을 가리켰다.

이호성의 시선이 바가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거기엔 작은 집 한 채가 있었는데, 거의 폐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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