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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61화 (261/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61화>

민성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 붉은 오러를 보았다.

붉은 오러의 빛에 민성의 차가운 표정이 비춰진다.

경험한 적 없을 만큼의 강대한 힘이었으나 민성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고, 마음의 창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눈빛에도 일말의 흔들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민성은 궁니르S의 창대를 꽉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세상을 삼킬 것만 같은 그 거대한 붉은 오러를 향해 민성이 이기어검술을 출수했다.

손끝을 떠난 궁니르S가 새하얀 섬광을 터트리며 레프만의 붉은 오러를 깨트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레프만은 그 광경을 넋 나간 표정으로 보았다.

무기를 손으로 부르는 잔재주는 본 적이 있으나, 저렇듯 수배의 공격력이 담긴 유도(誘導) 공격의 출수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레프만은 커다랗게 뜬 눈으로 민성의 이기어검술의 출수로 날아오는 창을 보며 입을 벌렸다.

그리고.

궁니르S와 본능적으로 방어를 위해 내뻗은 레프만의 손끝에서 생성된 보호막이 맞닥뜨렸다.

쩌어어어어엉!

커다란 울림이 일었으나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콰드드드드드득!

얼마 안 가 보호막에 균열이 갔다.

민성이 이기어검술로 날려 보낸 궁니르S는 레프만의 보호막을 깨트리고 서서히 안으로 들어갔다.

레프만이 이를 악물며 보호막을 겹겹이 쌓으려고 했으나, 이기어검술로 출수된 민성의 창 궁니르S를 막아 내는 건 불가항력이었다.

결국 보호막은 산산조각이 나며, 궁니르S가.

콰르르르르르릉!

포효하듯 천둥소리를 터트리며 눈 깜짝할 사이에 레프만의 가슴에 꽂혀 들어갔다.

퍼어어억!

궁니르S가 레프만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고, 그는 그렇게 궁니르S에 찔린 채로, 피를 토하며 뒷걸음질 쳤다.

민성은 새하얗게 일렁이는 눈으로 레프만을 직시하며 그에게로 걸어갔다.

레프만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민성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아직 마력은 충분하게 남아 있다.

레프만이 혼신을 담아 용암검을 휘둘렀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민성이 그 공격을 피하고 레프만의 우측에 위치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레프만의 뿔을 잡고서 그대로 손날로 내리쳤다.

두껍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빠-각!

레프만의 뿔이 부러져 나갔다.

그는 휘청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민성은 부러진 뿔에서 피를 흘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프만의 목을 발로 눌렀다 차면서 그의 가슴에 꽂혀 있던 창 궁니르S를 뽑았다.

바닥에 대(大)자로 드러눕게 된 레프만이 피를 뿜으며 웃음을 흘렸다.

“그동안 모안 생체 에너지만 흡수했어도, 어쩌면 네놈을 막아섰을 수 있을지도 몰랐을 텐데…….”

미련과 아쉬움이 잔뜩 남아 있는 눈으로 안간힘을 다해 자신을 보고 있는 레프만을 보면서 민성은 한쪽 눈살을 찌푸렸다.

“이 베아트리체에는 하나같이 주제 파악을 못하는 것들투성이군.”

쇄애애애애애액!

황금빛을 유려하게 빛내는, 궁니르S가.

푸부부북- 쿠우웅!

레프만의 목을 뚫으며 연이어 땅을 뚫고 들어갔다.

땅에 꽂힌 궁니르S는 마치 깃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장엄한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베아트리레인, 혹은 플레이어들 중에 화산의 지배자인 레프만에게 잡혀 몬스터의 외양으로 개조된, 하수인들이었다.

민성이 보기에 아마도 레프만이 전력에서 밀리는 것으로 전의를 상실한 것으로 보였다.

레프만의 하수인이자 몬스터가 되어 버린 그들은 공격할 의지가 없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채로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그를 증명했다.

민성은 눈빛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있는 레프만을 내려다보며 짧게 ‘쯧!’ 하고 혀를 차면서 바지에 저릿저릿한 손을 탁 털었다.

* * *

이호성은 궁니르S에 꽂힌 채로, 죽어 있는 레프만을 보며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외양이었다.

코끼리만 한 덩치에 마치 악마처럼 뿔이 달려 있고 온몸은 붉은 피부였다.

거기다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 몸체는,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단순히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전투 의지가 상실될 만한 것이었다.

이호성은 이런 화산의 지배자 레프만을 쓰러트린 민성이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졌다.

베아트리체 내대륙의 강력한 랭커 중 한 명을 쓰러트렸음에도 그는 호흡하나 흐트러져 있지 않았고, 상처 하나 찾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인간이라면, 정말 하늘에 있는 그 주신이라는 존재까지도 닿을 만한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이미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고 있는 이호성이었다.

“어이.”

민성의 부름에 이호성은 바짝 고개를 들며 민성을 보았다.

“예! 헌터님!”

“어디서 뭘 한 거야?”

“아, 저 그것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뭔데 그렇게 갑자기 세진 거야?”

민성의 물음에 이호성은 잠시 머릿속이 멍한 상태가 됐다.

“……예?”

“강해졌잖아, 너. 훨씬.”

민성은 한눈에 알아보고 있었다.

자신이 각성하여,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저 화산의 지배자 레프만이라는 작자가 모아 놓은 힘을 제가 먹어 버린 듯합니다.”

이호성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엄청난 게 그리 허술하게 관리되어 있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호성의 시선을 따라, 민성의 시선도 시체가 되어 버린 레프만에게로 향했다.

레프만은 눈을 뜬 채로 죽어 있었다.

분명 죽었음에도, 그의 눈에는 마지막 생체 에너지를 얻지 못한 미련이 남아 있는 듯했다.

민성은 그런 레프만을 보면서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대체 언제까지 저런 것들을 치워야 되는 거야.”

민성이 감정이 드러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호성이 살짝 놀라며 민성을 보았다.

민성은 정말로 혐오하는 듯 레프만을 보고 있었다.

“지긋지긋하단 말이지. 마계고 베아트리체고 전부.”

하긴 그러고 보면 슬슬 지칠 만도 했다.

그는 강함을 추구하는 것도, 새로운 영역을 향한 도전을 즐기는 자도 아닌 그저 평범하고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남자였으니까.

예컨대 한 끼 식사와 같은 아주 평범하고 소소한 그런 것.

이호성은 긴장을 끌어 올렸다.

민성의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다 보면 그 파장은 모두 자신에게로 올 것이다.

이호성은 한동안 강민성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고대의 문서 첫 번째 페이지를 완성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200,000을 획득했습니다.]

[랭크가 폭등했습니다.]

[랭킹 순위가 경계권에 들어섰습니다.]

[높은 명성을 획득했습니다. 명성이 D등급으로 상향되었습니다.]

스탯창을 보고, 추가 설명을 확인해 보자 일정 명성이 쌓이면 숫자에서 등급으로 표기가 되는 것으로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랭킹 순위가 경계권에 들어갔다는 것은, D등급을 받게 됨으로써, 다른 랭커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 고랭크의 플레이어들은 명성의 순위권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기득권층을 유지하고 있는 집단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존재한다.

민성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들은 위협이 되는 화근은 일찌감치 제거하려 들 것이다.

아무리 지상 최강의 생명체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도, 지능이 있다면 결국 욕망은 같은 것일 테니까.

아마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전투는 이제부터는 꽤…… 번거롭게 변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헌터님, 식사는 화산에서 내려가서, 시원한 곳을 찾아 거기서 드시겠습니까?”

이호성이 물었다.

음식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저항력을 완전히 해제해야만 했다.

그럼 이 용암이 들끓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자.”

민성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앞장섰다.

화산 지대를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민성의 일행의 시야에 화산의 지배라 레프만의 하수인이었던 몬스터들이 보였다.

또한 그렇게 하수인으로 변해 가는, 잔혹한 과정을 거쳐 가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레프만은 멀쩡한 베아트리체인 혹은 플레이어들을 잡아와 생체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렇게 몬스터로 만들어 버렸다.

그가 죽은 가운데도, 그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하수인들은 민성을 보며, 잔뜩 움츠렸다.

그들은 레프만을 쓰러트린 민성을 감히 쳐다도 보지 못하고 그저, 벌벌 떨 뿐이었다.

그 것은 베아트리체 안에서 D등급이라는 명성이 만들어 낸 위력이기도 했다.

몬스터들은 플레이어의 등급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단순한 무력에 대한 공포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민성은 용암 속에서 생체 에너지를 빼앗기며, 죽어 가고 이내 몬스터화되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지옥이 있다면 이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어차피 그들을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몬스터도 레프만에 의해 몬스터가 되었고, 레프만의 명령에 의한 수행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민성은 그들을 지켜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호성도 민성을 뒤따르면서 비명 소리가 듣기 싫어 얼굴을 구겼다.

* * *

화산 지대를 벗어나자 이호성은 그제야 살겠다는 듯 참았던 숨을 푸우! 하고 내쉬었다.

화산 지대를 벗어난 것뿐인데도, 바람이 엄청 상쾌하고 시원했다.

“으으. 화산재가 엄청 묻었네.”

이호성은 몸에 묻은 재를 털어 내면서 민성을 보았다.

그는 고대의 문서를 보고 있었다.

“뭐가 나왔나요?”

이호성은 옷에 묻은 재를 털어 내느라 검게 물든 손을 생수로 씻어 내면서 물었다.

민성은 고대의 문서를 템창에 던져 놓았다.

“일단 목적지밖에 안 나왔다. 뭐가 나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야. 우선 다음 목적지는 크로크 영지다.”

지도상으로 보면 동쪽으로 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이제 아마 꽤 속도가 올랐을 겁니다.”

이호성이 자신의 허벅지를 탁탁 쳐 보이며 말했다.

“그래 봤자 느려 터졌겠지.”

민성이 기대 없이 말했다.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더 빨리 도착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호성이 넉살좋게 웃었다.

“시끄럽고. 저녁은?”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걸로.”

레프만을 상대했기도 했고 베아트리체라는 세상에 온 이후로 이제 정신적으로 꽤 지긋지긋한 시점이라 그런지 식사는 가볍게 하고 싶었다.

이호성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민성은 템창에서 다시 고대의 문서를 꺼냈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크로크 영지라는 글자만이 쓰여 있었다.

시스템 지도상에 동쪽 방향에 위치한 영지.

오랫동안 그 페이지를 응시했지만, 저번처럼 글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중에 맛있는 냄새가 났다.

민성은 고대의 문서를 손에 들고서 음식을 조리 중인 이호성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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