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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56화 (256/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56화>

팔괘를 사용한 이후 민성이 살펴본 것은 자연히 ‘권능서’였다.

아이템처럼 단순히 책으로 된 것이었는데, 한 번의 터치로 즉시 사용 가능했다.

주신들이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면, 꽤 가치 있는 물건인 것 같기는 했다.

장사꾼 체질이 아닌 만큼, 민성은 이것저것 잴 것 없이 곧장 권능서를 터치했다.

시스템이 승인과 거절을 물어 왔고, 민성은 거리낌 없이 승인을 터치했다.

그러자 ‘권능서’를 사용한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별달리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지금부터 권능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뿐이었다.

물론 엄청난 것이긴 했지만, 당장 효용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굳이 이 부분에 대해서 길게 생각하여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민성은 곧장 다음 스텝을 밟았다.

* * *

이호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민성이 변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설마설마했는데, 민성은 정말로 변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있고, 무엇보다 칼보다도 냉혹했던 성격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본래의 민성이라면, 아무리 자신이 나섰더라고 하더라도 튜드 장로를 살려 주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처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까?

사실상 주제넘은 짓이다.

민성에게 또다시 목숨을 빚진 주제에 성인군자인 척 튜드 장로를 살려 달라고 했으니, 민성의 입장이라면 이보다 더 답답한 소리가 더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성은 길게 끌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주었다.

무엇 때문일까?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얘기.

거기서였을까?

궁금했고, 물어보고 싶었다.

잠시 망설이던 이호성은 결국 물어보기로 했다.

그 이유를.

“헌터님.”

“왜.”

민성이 말을 타고 가면서, 시스템 지도를 통해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 있던 중 이호성을 보며 되물었다.

“어째서 튜드 장로를 살려 주신 겁니까?”

민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살려 달라며.”

이호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람이 너무 변해서 이제는 이쪽이 무서울 지경이다.

한 번만 심기를 거슬려도 피떡이 되게 만드는 게 민성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강한 존재가 예측이 안 되면 두려워지는 법이다.

그는 언제나 변할 수 있는 인간이니까.

“이호성.”

그에 대한 사색에 빠져 있을 때, 민성이 자신을 불렀다.

“예, 헌터님.”

이호성은 바짝 고개를 들었다.

“방식이 훌륭한 건 아니었지만, 너 때문에 드워프의 요새로 갈 뻔했던 고대의 문서를 찾을 수 있었다. 네 부탁을 들어준 건, 너의 공이 있기 때문이며, 넌 그 공을 인정해 줄 만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제야 이해가 갔다.

완벽히 이해가 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민성에게는 민성만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예컨대……. 만약 네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렇게 나섰다면 넌 아마…….”

민성이 시선을 위로 들며 뭔가를 떠올렸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이호성은 온몸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아마…….”

“……더 얘기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민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지도를 체크했다.

이호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단지 아직 자신이 민성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결론이 지어졌다.

그리고 만약 민성의 말대로, 생각 없이 나섰다면…….

꿀-꺽.

그 뒷일은 역시나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 * *

현재 누적된 업적 포인트는 ‘+23만 7천’이다.

팔괘를 하나 더 구입할 수 있기도 하고, 다른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다.

민성은 지금 당장 이 업적 포인트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상점창을 확인해 보았는데,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었다.

권능서를 획득함으로써, 업적 포인트를 통해 권능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능력이 가히 대단해서, 왜 권능서를 획득한 것을 주신들이 경계할 정도인 것인지에 대해 민성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권능이란 간단히 말해 신의 힘이다.

즉 신의 힘을 그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런 만큼 그 능력은 인간으로서는 꿈꾸기 힘들 만큼의 엄청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게 민성에게 적용될 만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 이는 민성이 이미 인간의 단계를 넘어선 수준이라는 걸 권능 목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굳이 권능이 없어도, 자신은 충분히 강했으니 이미 자신은 신의 범주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마계의 지배자가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간 것만 봐도 충분히 알 만한 것이니까.

하지만 어쨌거나 권능이란 기본적으로 신의 힘이고, 그 신의 힘을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엄청난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만한 일이었다.

민성의 입장에서 상점창에 나타나 있는 권능들은 거부할 필요가 없는 매력적인 항목이었다.

기술서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권능서 획득으로 권능을 구매하는 게 가능해졌으니 앞으로는 권능을 하나하나 늘려 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하여 민성은 권능의 여러 가지 목록들 중 하나를 구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권능에도 등급이 있었는데, 민성이 구매 가능한 권능은 가장 최하급으로써, 가격은 20만이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술서와 비교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민성은 하나의 권능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민성이 구매한 권능은 다음과 같았다.

[권능]

- 부활 : 300시간 동안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힘으로 죽은 대상을 되살릴 수 있다.

이호성이든 바가지든 쏠이든.

우주 최고의 생명체만이 베아트리체의 내대륙에 모이는 만큼, 자신의 일행이자 부하이자 종속된 존재들이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그런 만큼 부활의 권능이 있다면 분명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민성은 고민 없이 부활 권능을 구매했다.

300시간이라는 것이 다소 긴 쿨 타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무려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권능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것이고, 무엇보다 부활을 구매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공격 스킬과 유사한 하급 권능은 굳이 구매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지 않았다.

그 권능이 자신의 천둥을 쓰는 마기보다 못한 수준이었으니까.

차후, 중급, 상급, 최상급의 권능이 자신의 공격력보다 높은 것이라면 구매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구매를 하는 데에 적기는 아니었다.

그렇게 권능을 구입하고 나서 남은 업적 포인트는 3만 7천 포인트.

20만 포인트가 날아가고 남은 업적 포인트인 만큼 상당히 작게 느껴지는 숫자였다.

하지만 부활 능력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권능이었고, 아쉬움은 없었으며 업적 포인트는 다시 쌓으면 그만이었다.

* * *

“밥 먹고 가자.”

민성이 말을 멈춰 세우며 말했다.

식사를 위해 멈춰 선 위치는 다크엘프 숲의 끝이었다.

숲의 끝 뒤로는 그늘 하나 찾을 수 없는 메마른 대지인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다.

지구처럼 건물들이 빼곡히 차 있는 세계가 아닌 만큼 황무지는 어디에나 존재했고, 넓었다.

“여기서 밥을 먹고 말은 보낸다.”

민성이 말했다.

그것은 곧, 이제부터 이호성이 혼이 빠질 정도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든든히 먹어 둬야겠네요.”

이호성이 빙긋 웃으며 식사를 준비했다.

“특별히 드시고 싶은 메뉴가 있으십니까?”

숲의 끝자락에서 이호성이 템창을 통해 식탁을 꺼내 세팅하며 물었다.

민성은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황무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찌개가 좋겠다.”

민성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호성은 즉각 조리에 들어갔다.

그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그 정도로 장웅 셰프는 엄청난 양의 레시피 데이터를 자신에게 전해 주었다.

만약 지구로 돌아가 헌터의 시대가 끝이 난다면, 이호성은 음식점을 차리면 굶어 죽을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장웅 셰프의 레시피는 마법이었으며, 자신의 요리 실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호성은 생수로 손을 깨끗하게 씻은 뒤, 음식 준비를 앞두고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 * *

버너 위 냄비 안에 찌개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돼지찌개다.

처음 보는 찌개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는 알아도 돼지찌개?

민성에게는 생소한 음식이었다.

“돼지고기를 많이 넣고 고춧가루를 확 풀어서 칼칼한 맛이 매력적인 찌개입니다. 김치찌개와는 상이하지만 그 맛이 꽤 닮아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성의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생긴 건 얼핏 보면 김치찌개이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김치찌개가 메인이 김치라면 돼지찌개의 메인은 돼지.

이 단순함이 만들어 내는 차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우선 야채의 향이 물씬 올라온다.

버너 위에서 돼지찌개가 끓고 있는데, 그 비주얼부터가 상당히 거칠다.

고춧가루로 인해 새빨간 찌개 안에는 새송이 버섯과 팽이 버섯, 그리고 곳곳에 큼지막한 돼지고기들이 잔뜩 보인다.

거기에 연해 보이는 당면이 보글보글 끓으면서 움직이며 양파들이 고운 빛깔을 내보인다.

칼칼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전혀 기름져 보이지 않는, 깊은 국물의 빛깔을 드러낸다.

먹어 보자.

과연 맛은 어떨까?

민성은 새하얀 밥 위에 먼저 건더기부터 건져 올렸다.

새송이와 팽이 버섯, 그리고 큼지막한 돼지고기까지 얹고, 양파와 파가 어우러져 쌀밥의 표면을 아주 살짝 적시고 있는 것을 숟가락으로 한술 크게 떴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입에 가져가 우물우물 씹자, 민성은 눈을 번쩍 하고 크게 떴다.

완전히 새로운 맛이다.

김치찌개를 닮아 있는 맛이라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지만.

직접 먹어 보니 완전히 다른 맛이다.

칼칼한 국물이 목을 거칠게 긁고, 돼지고기는 풍족하게 씹혔다.

게다가 양파의 단맛이 입안에 착 감기면서 부드럽게 씹히는 당면과 잘근잘근 씹히는 버섯의 식감은 거칠면서도 화려하고 공격적이었다.

꿀-꺽!

기분 좋은 포만감이 첫술에서부터 강력하게 뱃속을 채워 주었다.

오동통한 고기의 맛이 너무 찌개와 잘 어울려서 민성은 왜 이 찌개가 돼지찌개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돼지고기 때문에 강렬한 한 끼의 식사였고, 무엇보다 생각보다 위장에 부담이 없다는 게 놀라운 마법이었다.

민성은 모든 의식을 돼지찌개에 집중시킨 채로, 풍만한 느낌의 한 끼 식사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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