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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47화 (247/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47화>

힘으로 뚫을 수도 없고,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이 요새라면 어떤 방식이 가장 완벽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다.

그리고 어느덧.

“1분 남았다.”라고 민성이 말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겨우 서포터로서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그에게 인정받았는데 다시 무능하고 쓸모없는 짐덩어리로 취급받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고민을 이어 가던 이호성의 뇌리에 이내 번뜩 하고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하나가 나타났다.

이런 게 아이디어가, 의견 제안이 될 수 있을 만한 것일까 싶었지만 어차피 주먹으로 때려 부수고 들어가는 무식한 방법 따위보다는 훨씬 합리적이었다.

“개구멍! 개구멍입니다.”

“…….”

“…….”

“제가 개구멍 파서 들어가 보고…….”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나? 그리고 설령 다시 나온다고 해도. 내가 저 구멍까지 기어가면서 들어가야 되냐고.”

“그, 그건…….”

“일단은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데, 이쪽도 급하다고. 지구라는 별이 썩어 가고 있는 마당에 기다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게 제일 좋긴 한데, 혹여나 체력만 소모하실까 염려가 좀 되네요.”

“어차피 답이 없잖아. 부숴 보고 안 되면 네 말대로 개구멍이라도 타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거고.”

“헌터님이 봐도 단단해 보이죠? 이 요새 말입니다.”

민성은 템창을 열어 궁니르S를 꺼냈다.

창끝으로 약간의 마기를 실어 외벽을 쿡쿡 찔러 보았다.

강하게 반응하며 궁니르S가 퍽!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갔다.

민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요새의 외벽을 노려보았다.

결코 만만치가 않다.

경험에 의하면, 이 요새의 방어 능력은 실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인했다.

민성의 관점에서도 그 정도였으니 요새의 방어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시간을 죽일 수도 포기할 수도 없으니, 일단 부딪쳐 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민성은 궁니르를 뒤로 당겨 들었고 이내 거대한 마기의 힘이 실린 궁니르S가 수백년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 온, 다크엘프의 요새의 외벽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르릉!

민성의 금빛 창 궁니르S에서 벼락이 뿜어져 나왔다.

* * *

요새가 격동했다.

마치 거대한 지진처럼 땅이 흔들렸다.

다크엘프들은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엘란을 포함한 장로 회의장 역시 토끼눈이 되었다.

“요새를 뚫으려는 시도인 듯합니다.”

장로 한 명이 말했고, 엘란은 즉시 충격을 받은 곳을 확인함과 동시에 동요할 동족들을 진정시키라고 명령했다.

이후 회의장 안은 잠깐의 침묵이 감돌았다가 회의가 다시 이어졌다.

요새에 구멍이 났을 리 없다는 확신에서부터였다.

“침입자에 대한 정보는 거기까지가 전부인가요?”

엘란이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상반적인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요링의 말로는, 거의 재해급 플레이어로 보인다고 하더군요. 어떻게든 시간을 끄는 게 합리적인 전략으로 판단됩니다. 고대의 문서를 원하는 걸 보면 퀘스트 때문인 듯하고, 플레이어라면 시간이 금이니 한 퀘스트에 오래 묶여 있을 수는 없겠죠.”

엘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분위기가 회의장을 덮쳤다.

“저희가 침입자에게 도망치고 피해야 하는 이유가 뭐죠?”

엘란이 깊은 감정이 담겨 있는 눈으로 장로들을 보며 물었다.

장로 한 명이 침착히 입을 열었다.

“피를 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그저 단순히 도망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현명한 판단도, 전략도 아닌 것 같은데요. 만약 침입자가 저들 소수가 아니고 더 있다면? 그리고 끝까지 밖에서 기회를 노린다면요? 추가 플레이어 병력이 이곳으로 모여 들고 있다면요?”

다른 장로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저희는 의견을 드릴 뿐입니다. 최종 결정권자는 늘 엘란 님이시죠. 듣고 결정하시면 따르겠습니다.”

방금 말을 전한 장로의 말은 다소 가시가 있었지만 엘란은 그런 장로의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따진다면 제대로 된 의견을 주셔야 말씀하신 대로 결정권자인 제가 결정을 내리죠.”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회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장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에 엘란은 다소 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어릴 적부터 엘란을 지도해 온 스승이었다.

결국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해, 엘란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3일 드리겠습니다. 3일 안에 저를 설득할 만한 의견이 없다면, 저는 요새를 개방할 겁니다.”

장로들은 3일이라는 시간이 턱 없이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이미 엘란에게서는 결정을 내린 의지가 다분했기에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할 수는 없었다.

3일 안에 그녀를 설득할 만한 좋은 의견을 반드시 제시해야만 했다.

회의장에 끙끙 앓는 소리가 아주 작게 퍼지기 시작했다.

* * *

이호성은 어쩌면 이번에도 강민성이 이 엄청난 요새의 외벽에 구멍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늘 상상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왔던 남자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이번만큼은 그는 그러한 전적을 잇지 못했다.

요새의 외벽은 살짝 들어가기만 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마저도 대단한 것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민성이 보여 주었던 결과들에 비하면 초라한 것이었다.

“휴…… 아무리 헌터님이라도 이건 어렵겠어요. 정말 보통이 아닙니다.”

이호성은 혀를 내둘렀지만, 민성은 생각이 달랐다.

“이 정도면 할 만해.”

민성의 그 말에 이호성은 깜짝 놀라며 그를 보았다.

“할 만하다고요? 하지만…….”

“베아트리체 세계와 연결된 아이리스 나무에 비하면 이건 충분히 현실적인 수준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못 뚫을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마기의 소모가 클 테고, 요새의 크기로 보아 다크엘프의 군세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호성의 조언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이 있었다.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내 마기의 양은 충분하다.”

만약 베아트리체로 오기 전이었다면 이호성의 말대로 다크엘프 총군사와 싸우기엔 조금은 버거운 상태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 베아트리체로 온 이후로, 주신이라는 작자들의 도움으로 마기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 마기의 전력을 쓰지 않는 건, 목적이 요새를 완전히 박살 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중간한 마기를 쓰는 것보다는 소량의 마기로 망치질을 하듯 두드려 뚫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마기의 소모였다.

적은 마기라면 민성의 수준에서 회복과 동시에 마기 소모가 가능했다.

그 점이 바로 강점이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최종 목적은 고대의 문서를 획득하는 것이다.

적당한 마기와 컨디션의 운용 관리는 필요했다.

그리고 사실 이 정도라면, 이대로라면 중급의 마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뿐이지 사실상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문을 닫았다면 열어야 한다.

다른 선택지는 필요 없다.

다크엘프의 군사와 그들의 전력 같은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게 민성의 성격이었으니까.

그저 이호성에게 의견을 제시해 보라는 건 사실상 벽을 뚫는 게 그저 귀찮아서였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을 뿐, 벽의 강도 같은 건 애초에 그다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앙!

민성의 궁니르S가 정말 마치 망치처럼 다크엘프의 요새 외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창날이 외벽을 두드릴 때마다, 먹구름이 내 뿜은 것만큼이나 강렬한 벼락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이호성은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그 눈부신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호성의 눈에 민성은 마치 하늘 위의 대장장이 같았다.

* * *

쿠우웅-!

쿠우우웅!

쿠우웅-!

육중한 충격감과 커다란 소리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상황에 대한 파악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 다크엘프들은 그 소리에 별달리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건 당연히 장로 회의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벽을 부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4장로가 말했다.

엘란은 웃음 지었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의 요새는 무려 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요새에는 마나가 채워졌고, 그 축적된 마나의 힘이, 조상들의 힘이 우리를 가호하고 있죠.”

“말씀하신 대로 두려워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엘란이시여. 다만…… 저 소리로 인하여 인근에 위치한 우리의 주적, 드워프들이 지금이 기회임을 알까 걱정될 뿐입니다.”

드워프라는 얘기에 엘란은 지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그렇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는 상황이지 않나요? 제가 원하는 건 의미 없는 회의가 아닌 회의의 진척입니다!”

엘란이 호통치듯 소리쳤다.

그에 맞춰 장로들은 하나둘 자신이 준비한 의견들을 엘란에게 전했다.

하지만 장로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것은 해결책이라기보다 모두 무의미한 것들투성이었다.

바로 그때- 엘란의 스승이 입을 열었고, 그의 이야기가 그나마 가장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 을만한 것에 가까웠다.

피를 보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것이 유일했다.

그것은 교섭.

서로와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아 합리적인 결과를 합의하는 것.

문제는 그 방식이었는데, 엘란의 스승인 장로는 그 방식까지 설명했다.

설명을 듣게 된 엘란과 다른 장로들은 모두 놀라고 말았다.

가히 훌륭한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엘란은 깊이 고민하여 심사숙고했고, 이내 스승의 전략을 추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 * *

“미……친.”

이호성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럴 만했던 것은, 믿을 수 없으리만큼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는 다크엘프의 요새의 외벽이 서서히 구멍이 뚫리기 직전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망치질과도 같은 외벽을 향한 민성의 창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외벽은 이제 팔을 넣어도 될 만큼 움푹 패여 있었으며 주변으로는 커다란 균열이 크게 퍼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다크엘프의 요새가 뚫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 * *

천둥소리와 함께 외벽을 때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리는 걸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쓸데없이 용빼는 짓이라며 비웃었던 다크엘프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요새 내에서, 그 것도 침입자의 요새 외벽 타격 지점 부근에 있는 다크엘프들은 얼굴이 점차 뒤틀려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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