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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의 삼시세끼-245화 (245/352)

<귀환자의 삼시세끼 245화>

피유우우우웅!

마치 폭죽과도 같은 소리가 나면서, 한 줄기 분홍빛의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찾았다!”

이호성은 쾌재를 부르며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 전속력으로 신호탄이 나타난 방향으로 뛰었다.

나무와 무성한 풀을 헤치며, 신호탄이 올라갔던 장소에 도착한 이호성은 이내 욕을 내뱉었다.

“이런 x발……!”

이호성은 찌그러진 얼굴로, 신호탄이 나타났던 곳 주변에서, 덫에 걸린 한 마리의 멧돼지를 볼 수 있었다.

“짐승이잖아. 게다가 베아트리체에서 멧돼지라니, 혼란스럽네. 젠장.”

이호성은 양쪽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러고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 다크엘프의 숲에는 다크엘프만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하다못해 몬스터라도 됐으면, 면이라도 섰을 텐데. 한낱 평범한 짐승, 그것도 멧돼지라니.

이호성은 기운 빠진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다크엘프를 찾기도 전에 피 같은 마력을 써서 만든 덫과 신호탄은 몬스터는커녕 평범한 짐승에 의해 모두 소모될 가능성 역시 높았다.

빌어먹을.

인생은 왜 이렇게 내 생각대로 안 풀리는 거야.

이호성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혀를 찼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크엘프가 운 좋게 걸리기를 희망하며, 직접 수색에 나서는 것만이 현재 상황에서는 최선이었다.

* * *

오후 정찰 임무를 맡은, 다크엘프 ‘요링’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했다.

하늘 높이 불꽃과 함께 연기가 올라가는 걸 보기도 했고, 곳곳에 동물들이 정체 모를 덫에 걸려 죽거나 다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링’은 미간을 구기며, 굳은 얼굴로 긴장을 끌어 올렸다.

자신들의 숲에 누군가 침범했고, 그들의 의도는 충분히 경계할 만했으며, 위험하다는 느낌이 어느 때보다 다분하고 강렬하게 들었다.

요링은 이 사안을 즉각 보고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번 침입자들은 덩치가 꽤 커 보였다.

함정이라든가 수색이라든가와 같은 것보다, 다크엘프의 숲에 들어와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개를 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다크엘프 요링은 서둘러 본거지로 돌아가려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검은 그림자는 요링을 발견하자마자 그 즉시 신호탄이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요링은 저도 모르게 피유웅! 하는 신기한 소리를 내며 솟아 올라가는 신호탄을 올려다보다가 뒤늦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서둘러야 한다.

마법까지 써 가며 최대한 민첩하게 뛰었지만, 자신의 앞을 한 인간 남자가 막아섰다.

이호성이었다.

“……너지? 다크엘프.”

이호성이 놀람과 기쁨, 그리고 경계심이 섞여 든 눈으로 요링을 보며 눈과 입을 크게 벌렸다.

“치잇!”

요링은 싸우기보다는 먼저 본부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지만…….

“우린 너희를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호성이 외친 소리에 요링은 일순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진심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정말이야. 우린 싸울 생각으로 다크엘프를 찾고 있는 게 아니다. 대화를 하자.”

이호성이 진지하게 말했다.

요링은 그를 잠시 응시하다가, 몸을 돌려 다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야……! 이런 제길.”

다시 자신을 뒤쫓는 게 느껴진다.

요링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인간의 말은 믿을 게 못 됐다.

늘 배신하고, 배반하며, 뒤통수를 치는 게 인간이었다.

그들은 탐욕스러웠으며, 그 어떠한 존재보다 잔혹했다.

무엇보다 베아트리체의 플레이어라면 더더욱!

요링은 전력을 다해 내달렸다.

하지만 이호성은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처음에 그가 두 다리로 쫓아왔을 때만 해도 쉽게 거리를 벌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요링이었다.

한데 이호성이 요상한 스킬 능력으로 검은 그림자가 되고부터는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 이대로라면 다시 순식간에 따라잡힐 듯했다.

결국 기본 체력이 약한 다크엘프로서는 다시 녀석과 대치하는 것이 더 좋은 판단이었다.

요링은 멈춰 선 뒤, 숨을 고르며 무기를 챙겨 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림자 상태였던 그것에서, 쑤욱! 하고 위로 인간의 형태가 올라오면서 검은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졌다.

“무턱대고 도망가지만 말고 얘기 좀 하자니까.”

이호성이 힘들다는 표정으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요링은 이호성을 빤히 보다가 저 정도 존재감이라면, 어쩌면 자신이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전투라는 것은 서로의 공격을 주고받아 봐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의 앞에 있는 자는 한없이 약해 보였다.

뭔가 숨기고 있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전투력이 기대 이하일 것 같아서 굳이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일단 시험해 보자.

애초에 이호성의 말 같은 건 전혀 듣고 있지 않았던 요링은 대화 이전에 우선 그가 사심 없는 약자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여, 허리춤에 고정시켜 놓은 무기를 꺼내 오른손에 장착했다.

마치 3개의 손톱같이 생긴 크로우 형태의 무기였다.

그리고 자세를 낮게 잡았다.

요링이 공격의 형태를 갖추자 이호성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는 살짝 겁먹은 표정이었고, 그런 그의 표정에 요링의 얼굴 또한 함께 비틀렸다.

함정 같은 건 없다.

요링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가 약하다는 것을 거의 확실하게 느꼈다.

“자, 잠깐……!”

이호성이 당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하는 말을 뱉었으나, 요링은 기다리지 않고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이호성이 본능적으로 방어를 위해 자신의 무기를 꺼내 휘둘렀다.

오러도 있고, 발출도 가능한 능력자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어떻게 베아트리체에, 그것도 내대륙까지 들어왔는지 믿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의 오러와 발출은 느리다 못해 하품이 나올 정도였고, 오러의 강도 역시 이제 막 검을 깨우친 것 같은 수준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요링은 짧게 한숨 쉬며 크로우를 장착하지 않은 왼손으로 그의 뒷목을 탁! 내리쳤다.

“……억?!”

이호성은 눈을 까뒤집으며 바닥에 힘없이 고꾸라졌다.

요링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호성을 내려다보았다.

한심할 정도로 약한 사내였다.

기대 이상으로 약하달까…….

괜한 걱정이었던 탓에 요링은 핏 하고 웃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요링의 미소는 금세 굳어지고 말았다.

요링의 시선에 한 사내가 서 있었는데, 그는 방금 자신이 가볍게 쓰러트린 남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 보였다.

그를 단지 눈에 담는 것만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였다.

별달리 살기를 표출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요링으로서는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마치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컨대 자신이 도망가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지 얼추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는 얘기였다.

“다크엘프 엘란이 어디 있는지 말해라.”

민성이 흔들림이 없는, 편안한 눈빛으로 요링을 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어떠한 강력한 몬스터의 눈빛보다도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본능에 민감한, 다크엘프로서의 직감이었다.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민성은 그런 점이 귀찮고 거슬린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안면에 드러냈다.

그건 경계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신감에서 기인된 순수한 짜증이었다.

“말해라.”

민성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분을 왜 찾으려는 거지?”

요링이 떨림을 감추려 노력하며 되물었다.

“고대의 문서가 필요해.”

요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남자는 처음 보았다.

자신의 목적을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밝혀 버리다니.

그건 의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 자신감이 과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요링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본래 전투란 실력을 직접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인데, 이자는 존재감만으로 대상을 압살하는 괴물 같은 자여서 의미가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그와 전투를 하는 것도 모두, 해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저 진실을 품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밖에 선택지는 없었다.

엘란부터 고대의 문서까지.

그 정보를 넘겨줄 수는 없다.

그건 규칙이었고, 다크엘프로서의 긍지였다.

그때-

“후우.”

민성은 한숨을 길게 뱉었다.

“……?”

요링은 그런 민성을 이상하다는 듯, 그리고 여전히 긴장한 채로 보았다.

“죽는 한이 있어도 알려 줄 생각 따위는 없어 보이는 얼굴이군…….”

민성이 요링을 직시하며 말했다.

요링은 더 이상의 말보다는 자신의 무기 크로우를 들고 자세를 낮추었다.

전력상 이길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얼굴.

민성과 요링 사이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민성을 상대로 죽음을 앞둔 요링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울 각오였다.

그런 감정이 눈에 마치 뿌리처럼 박혀 있었다.

민성은 그런 요링을 응시하다가 몸을 돌렸다.

걸음을 옮겼고, 민성이 점점 멀어지자 요링은 눈을 크게 뜨고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멍해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뒤늦게 민성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을 미행할 생각이다.

전투를 하지 않고, 살려 주는 것처럼 느끼게 한 뒤에, 뒤를 밟을 생각인 거다.

요링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크엘프를 너무 무시하고 있어.

이 숲은 다크엘프의 숲이다.

자신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숲인 만큼, 적의 의도를 알고 있다면 그를 따돌리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고 해도, 그는 자신만큼 이 숲을 잘 알지는 못하니까.

‘실수한 거다, 인간.’

요링은 자신의 능력을 전력으로 개방하여, 움직였다.

* * *

“으윽…….”

이호성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민성이 보였다.

그는 커다란 나무에 등을 대고 굽힌 무릎에 한쪽 팔을 올리고선 자신을 보고 있었다.

“…….”

“…….”

“……죄송합니다.”

이호성은 면목이 없어 흙바닥에 얼굴을 철퍼덕 처박았다.

다크엘프를 찾았으나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제압당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들 수 없었던 이호성은 무능함에 대한 질책이 날아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의외의 말이 그의 입에서 들려왔다.

“어차피 전투 능력은 기대하지도 않았어. 다만 서포터 능력은…… 솔직히 말해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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